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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EBS 자본주의 제작팀 저/EBS MEDIA 기획
[My Review MCMXLVI / 열린책들 14번째 리뷰] <천일야화>의 중요 화자는 셰에라자드다. 그녀는 샤리아 왕이 왕비를 간택하고 '첫날밤'이 지나면 처형을 하는 국법을 알고도 샤리아 왕의 아내가 되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무려 천하룻밤 동안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바로 매일밤 동트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나 동생인 '디나르자드'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셰에라자드가 여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같은 침실'에 머물고 있었기에 샤리아 왕도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해가 뜨면 '국왕의 명령'대로 처형을 당해야만 한다. 하지만 샤리아 왕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내용'이 궁금해서 처형을 미루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니 어느덧 백여날 밤이 지났다. 샤리아 왕은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은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자신의 명령'대로 셰에라자드를 처형해야 한다는 사실도 까먹은 것 같을 정도다.
하지만 샤리아 왕이 단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서 세에라자드의 처형을 잊어버린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만큼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은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나 '경험'으로 아는 사실이다. 어디 '이야기'만 그럴까. 이야기의 서사를 갖고 있는 모든 매체가 '동일한 힘'을 지니고 있다. '단 1편의 웹툰'만 무료인 이유가 그렇다. 1편만 '눈도장'을 받으면 그 다음 연재부터는 '유료'여도 보게 된다. 만화책도, 드라마도, 모두 그런 힘이 발휘되면 초대박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이런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천일야화>도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샤리아 왕도 셰에라자드가 무심코 던진 '이야기 1화'가 지닌 매력이자 덫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라 봐도 크게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 나라의 임금 '역할'을 맡은 이가 그렇게 호락호락 평범해서야 말이 될까? 더구나 실제 존재했던 왕이 아니더라도 설정상 '중동지역과 인도까지' 광대한 왕국을 지배하고 있는 국왕인데 말이다. 무슬림들의 말로 술탄이자 '정통 칼리프'에 버금가는 대제국의 으뜸인데, 고작 여인네의 이야기 보따리에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못난 역할을 맡은 것이 전부일까? 하지만 알 수 없다. <천일야화>에서는 오직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간'을 읽듯 <천일야화>가 이야기하지 못한 '빈틈', 또는 '여백'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밤의 화자는 '셰에라자드'지만, 낮의 화자는 '샤리아 왕'일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셰에라자드가 이야기를 끝맺는 시간은 늘 '동트기 직전'이다. 무슬림들의 하루는 '아침기도'로 시작한다. 이는 국왕일지라도 어길 수 없는 '의무'다. 그리고 기도가 끝나면 '국왕의 일과'가 시작된다. 밤새 쌓인 '국정'을 처리해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국정'을 본 샤리아 왕은 늦은 밤에 침실로 돌아와 '왕비의 의무'를 받아들이고 취침에 들 것이다. 그리고나서 다시 '동 틀 녘'에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바쁜 임금의 일상을 앞두고 그저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기에 천하룻날이나 '자신의 명령'을 미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재미와 흥미, 그 이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사실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상당히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다른 나라의 임금'이 등장하기도 하고, '왕비'가 등장하기도 하며, 그밖에 귀족이나 재상, 그리고 부자와 빈자, 도둑이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마신'이라 불리는 정령이나 악마 같은 신적인 존재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사건사고 들이 하나같이 '교훈'을 담고 있다. 샤리아 왕은 매일 아침 '교훈'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셈이다. 뛰어나고 현명한 국왕이 그 정도 주제파악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을 테니, 낮에 일을 보면서 그렇게 '득템한 지혜'를 써먹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남자는 '성취욕'이 대단히 강한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내려는 욕구가 매우 높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남자들이 '성과'를 빠르게 올리고 '승진'이 빠른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샤리아 왕이 '지엄한 국법'을 어기면서까지 셰에라자드의 처형을 미루게 된 까닭도 이런 욕구와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는 불충분하다. 샤리아 왕이 '낮동안'에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어디에도 묘사되거나 서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바로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물론, 셰에라자드가 종종 빼먹지 않은 이야기는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악독한 아내를 만나 폐가망신한 남편도 등장하지만, 지혜로운 아내(몸종출신도 있다)가 헌신을 다해 남편을 섬긴 덕분에 남편이 복을 받게 되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다. 이는 셰에라자드, '자신의 처지'를 상기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밖에도 '재상이야기'가 참 많이 등장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셰에라자드가 '정치참여'를 하고 있는 원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버지의 직업이 재상이었기에 '잘 아는 이야기'여서 그랬을까? 신분제도가 뚜렷한 전제왕권시절에 '여성의 정치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가 '재상'인데, 아버지의 '업무상 특성'을 너무도 잘 아는 척을 한다면, 자신의 아버지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재상이 '비밀유지'도 하지 못하고 딸에게 '나랏일'을 떠벌리고 다녔다고 의심하기 딱 좋지 않느냔 말이다. 셰에라자드도 멍청이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의도에서 '재상이야기'를 했을까?
그건 낮동안 샤리아 왕국에서 벌어진 사건사고에 대한 귀띔을 셰에라자드가 듣고서 '영감'을 얻어서 아침마다 샤리아 왕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래를 펼치면 <천일야화>는 단숨에 '두 배나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엄청나지 않은가. 방대한 천하룻밤 동안의 이야기에 '천하룻날의 낮이야기'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당신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시도해봄직할 것이다. 이름하야 <천일주(晝)화>가 펼쳐지는 셈이다.
죽지 않기 위해 매일밤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 내야만 하는 아라비아 여인 셰에라자드.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누구도 새벽이 오는 것이 못내 아쉽지 않을까?
3권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사랑'이였다.그렇다고 달달한 로맨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사랑이란 뿌리가 얼마나 많은 가지를 만들어 내는지,사랑을 통해 종교를 보여주기도 하고,순수한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영리만을 챙기려 하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사랑 때문에 죽기도 하고 사랑이 때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왕비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감정을 친자매처럼 지내는 자신의 우정이 상대방의 아들에게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왕자들이 장성해 감에 따라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이성에 대한 이끌림으로 그리고 이끌림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으로 변해 갔습니다.청년들의 매력이 여인들의 눈을 멀게 했던 것입니다"/953
지난해 본 영화 '투 마더스'가 생각났다.친구의 아들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낯설고,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더 놀랐던 기억.그런데 오래 전 설화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는 사실.문득 내가 모르고,경험하지 못한 것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큰 오만이자 자신만의 함정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시비비의 문제와 취향은 분명 다르다는 사실. 성적인 담론을 논하기 위해 풀어낸 것인지 '사랑' 자체가 지닌 수많은 아우라를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물음표가 따로온다.그런데 지금의 내 생각은 후자에 가까운 듯 하다.'사랑'을 통해 누군가는 진정한 행복을 꿈꾸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순수한 사랑을 그저 이용하기 위해 쓰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다시는 헤어날 수 없는 천 길 낭떠러지로 우리를 밀어 넣는 배신자라는 사실을 꼭 명심해 주십시오" /744
신자들의 사령관이시여! 형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방앗간집 여편네는 성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장난 좀 치고 싶은 마음에 그를 향해 살포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형님은 씩 하고 미소를 마주 보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지 여인은 급히 창문을 닫고는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박북형님은 착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이 자신의 멋진 모습에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는 내심 흐뭇해한 것입니다.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골자로 8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 각지의 설화들이 융합되어 16세기경에 거의 현재 형태로 완성되었다. 신밧드, 알라딘 등 중동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들의 원천이다. 세헤라자데가 1001일간 각기 다른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일화, 상상담, 연애담, 우화, 여행담 등 길고 짧은 수백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래서 제목이 "천일야화"인 것. 그리고 1001일간 1회도 분량 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절단신공과 다음 화 떡밥을 적절히 뿌려 듣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는 연재 작가의 귀감이다. 구전 설화의 특성상 과장된 대목이 있으나 1000일간 왕이 분노를 삭히고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세헤라자데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천재였으리라.
3권은 이발사의 첫째 형 이야기를 포함해서 재밌는 이야기들이 여전히 이어진다.
천일야화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나, 혹은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이름을 들어는 보았나.
우리가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하면 보통 신화를 꼽는다. 신화와 성경...
신화 중엔 어렸을 때 읽어봤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겠고, 거기서 파생된 북유럽 신화도 있다.
그러면 서양의 유명한 신화를 제외하면 이만한 고전은 어디 없을까 하는 물음에 아라비안 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이 천일야화라고 답할 수 있겠다.
몇 번째 밤, 몇 번째 밤 이렇게 세예라자드가 왕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정말 감칠맛 난다. 우리가 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텐데 이 천일야화의 내용을 모티브로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사람들이 그대에게 어울리는 별호를 지어 주었다 하니 내 마음도 매우 흡족하요. 그런데 그대의 형제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 내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소?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