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지음)/ 열린책들(펴냄)
『부활 1, 2권』, 『전쟁과 평화』 1, 2, 3, 4 권, 『안나 카레니나』 통합본 이렇게 톨스토이 선생님의 3대 장편 읽기가 끝났다^^ 그중 역시 내 최애는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맛!!! 나는 지독하게 겨울 앓이를 하는 편인데 올해 12월쯤 꼭 재독하고 싶다.
장편을 읽는 중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 톨스토이 단편선까지 읽고 있었으니 지난겨울부터 톨스토이 문학과 함께 한 셈이다. 특히 『부활』은 1년 반 만의 재독이기에 초독 때 읽었던 느낌을 좀 배제하고 싶었는데 역시 재독의 매력이랄까? 책 읽을 때 무척 감성적인 나는 재독이 되어서야 비로소 객관적으로 스토리에 매달릴 수 있었다. 초독 때의 그 불안함,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 무능한 러시아 정부에 대한 증오가 조금은 누그러진 편안한 상태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인물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은 내 독서에서 마치 숙제 같았다.......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심리 변화, 내적 성장을 지켜보는 마음.
흰 눈 같던 순수한 까쮸샤(마슬로바)가 순식간에 타락하는 모습, 현실에 마구 삶을 내맡기다가 마침내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택하는 모습.
수용소에서 만난 남자 시몬손.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 까쮸샤의 모습 그 자체를 사랑한 남자.
나는 톨스토이 작품 속 남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 소설 초반에 귀족 자제라는 권력으로 까쮸샤를 성폭행하고 임신시키고 100루불을 쥐여주고 달아난 점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재판정에 선 까쮸샤를 보고 갑자기 반성하면서 추후에 혼자 결혼을 결심하는 부분도.... ( 그래 뭐 반성까지는 좋은데, 새꺄 니가 뭔데 결혼을 하자말자야? 응? 그리고 결혼이 사랑의 완성은 아니지 않나요?!!!!!)
톨스토이 소설은 주로 사랑이나 불륜 등 대중이 좋아하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 19세기 러시아 사회에 만연한 부패, 농노제 폐지, 법과 정의, 사법 개혁, 교도소의 부패, 러시아 정교에 대한 비판 등 톨스토이의 명확한 주제의식이 들어있다. 주제의식이 매우 강한? 작품을 만날 때 다소 당황스러운 면도 있다. 작품을 읽는 중간중간에 '나는 톨스토이다 '하고 작가가 인물에 빙의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ㅋㅋㅋㅋ아무리 분리하려 해도 톨스토이 작품에서는 그게 안되는 ^^
톨스토이 삶에서 귀족 중에서도 거의 왕의 측근에 속하는 명문가 자제임에도 그런 삶에 안주하지 않고 늘 대중을 생각하고 실천했던 부분은 진심 존경한다. 그런데 사랑을 소설에서 구현하지 말고 실제로 열여섯 살 연하 아내 소피아에게 좀 잘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톨스토이 대작이 탄생하기까지 그녀의 역할은 엄청나다!! 작품 교정, 물론 내용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분 그녀의 노력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가 안 좋으면서 왜 그리 아이는 또 많이 낳았는지?!!! 48년의 결혼 생활 중 무려 열세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고, 밖으로 나도는 톨스토이를 보필하고, 영지 관리까지 했던 여자... 톨스토이 아내를 악처로 만든 것은 세상이기에, 나는 오히려 그녀를 매우 존경한다.
1년 반, 지금부터 두 살 어리던 내게 보이지 않던 새로운 면모? 글쎄,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과 전쟁과 평화〉의 피예르, 그리고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모두 동일선상에 있었다^^ 세 사람 다 내 스타일 아님 ㅋㅋㅋㅋㅋ
부활 P.1005 + 전쟁과 평화 P.2412 + 안나 카레니나 P1560 =4977페이지 ( 단지, 길이가 길 뿐 내용은 매우 평탄합니다^^)
톨스토이 문학을 읽는 것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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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녀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표정에는 새로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부활 상> 권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 했던 마슬로바는 심경의 변화로 네흘류도프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그가 토지를 처분하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마슬로바에게서 새로운 기운을 보게 된다. 그녀의 고모에게서 받은 예전의 사진을 그녀에게 돌려줬다. 마슬로바는 자본주의적인 미소가 아닌 진정한 미소로 네흘류도프를 바라보았다. 그가 돌아간 후 순수했던 자신의 사진을 보며 옛날로 돌아간 착각을 했지만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현실을 자각한다. 자신에 대한 동정심과 원망을 느끼며 술을 먹고 싶었지만 감옥이 아닌 이곳에서는 간호장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 참아야 했다. 간호장이 그녀에게 집적거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마슬로바는 사내들과의 관계에 환멸을 느낀다. 마슬로바에게 어쩌면 더 힘든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남은 분량을 쉼 없이 읽어보려 한다. 그녀의 삶이 구원되길 바라며.
그들은 월급 날인 20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관리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변호사를 찾은 네흘류도프는 의뢰한 사건과 자신이 제보받은 사건에 대해 상담을 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복음서를 읽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유형 판결을 받은 사건은 월급을 더 받고 싶어 하는 관리자들의 행태라는 것. 그들은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건수를 채우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선의 덕분이라는 변호사의 대사에 나 또한 충격을... 정말 에라잇이다. 재판관들이 멋대로 판결한다면 아무 의미없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변호사는 웃음을 띠며 그건 철학적인 문제라고만 한다. 제대로 된 법조인은 존재했던 것일까?
나도 한때는 저런 모습이었을까?
꾸즈민스꼬예 마을과 빠노보 마을에서 토지를 처분하고 마슬로바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돌아온 네흘류도프는 이 도시가 너무나 낯설었다. 시골 사람들과 도시 사람들을 분석하며 그들 안에 빈부격차를 보게 된다. 지나가는 길목에 고급 승용 마차에서 손을 흔드는 쉔보크(오래전 마슬로바에게 빠져있을 때 고모네 방문했던)를 발견한다. 네흘류도프의 방탕한 시간 속에 함께 했던 그 친구는 여전히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었기에 모욕감을 주지 않고 헤어질 기회를 모색했다. 쉔보크처럼 흥청거리며 살려고 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더 지금의 신념을 지켜가기로 하는 듯했다. 그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나는 진심으로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건가? 혹시 단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건 아닌가?>
2부가 시작되었다.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의 학설을 신봉하고 전파하며 그 학설을 근거로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를 농민에게 분배하기도 했지만 군대 생활 이후 모든 지식은 점차 잊혀갔다. 그런 그가 각성했고 이번에는 수입이 많이 줄더라도 토지를 헐값으로 농민들에게 임대하여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토지 양도 계약을 체결하고자 영지 주변에 있는 농민들을 소집해서 기대한 대로 일은 진행되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든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더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분배 받기를 원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