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3편 중 마지막 천국편 까지 다 읽었다.
앞에서 지옥과 연옥편을 얘기한 바 있는데 천국편또한 모든것이 대동소이하기에 다르게 쓸말이 많진 않다.
그래도 천국만의 다른점이 조금은 있어 그것을 기술하자면,
1. 천국이다 보니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
앞서 지옥에서는 지옥의 각 층별로 죄인들이 어떤식으로 형벌을 받고 고통스러워 하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것이 연옥에서는 많이 약해졌으나 그래도 남아있었는데 천국은 그 특성상 무엇을 하고있지 않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많이먹어서 천국이고, 좋은것을 걸치면 천국이겠는가? 행복이 그런데 있는것이 아니기에 천국에 있는 영혼들이 각 층별로 무엇을 하며 즐기고 있다. 이런 묘사는 당연히 없는 것이리라.
2. 천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혼들이 걱정과 근심을 많이 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걱정과 근심이 있는 세계는 우리의 현실이고 천국이라면 걱정근심이 없는 세상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테가 만나는 천국의 많은 유명한 사람들(아담도 나오고 하와도 나오고 성서의 많은 인물이 등장)은 근심걱정이 많다. 왜냐고? 지상의 교회와 사람들이 썩어서.
거기가서도 그렇게 지상의 현실세계를 근심걱정할거면 그게 무슨 천국이냐. 좀 깊이 생각해보자. 거기선 아무일도 안하면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아이구 답답해 아이구 답답해' 하는건 천국이 아니다. 이건 말이 안된다. 나라면 그런 천국 안가겠다.
3. 기독교의 교리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단테의 천국에는 등급이 있다. 마치 지옥과 연옥이 단계로 구성되있는것 처럼 천국도 마찬가지다. 뭐 각각의 궤에 속한 영혼들이 만족을 한다하니 별 할말은 없지만. 그러면서 위에 언급한대로 무엇을 하는지 장면 묘사가 없다보니 어떻게 오면 천국에 오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같은 것이 등장하게 되는것 같다. 예를들면 인도에 살면서 하나님을 전혀 모르고 살았지만 정의롭고 너무 착한 사람은 천국에 올 수 있나요? 이런것 말이다. 답변은 못온다였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하나님을 알고 모르고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 대답했던것 같다. 뭐 그럼에도 세례를 받기 전에 죽은 아이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는데도 천국에 와있는듯 했고, 대답들이 좀 애매 했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됨.
어쨌거나 저런 얘기들에 관심이 많으면 보면된다. 그런데 나는 별 관심이 없고(그런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대해 바보같다고 생각) 문학적으로도 대단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에 이책은 별로다.
지옥을 시작했기에 그냥 다 본 것일 뿐.
어쨌거나 옛날책 하나 본걸로 만족해야겠다.
내가 예전에 썼지만 시간은 무조건 흘러 현재는 과거가 되버리므로 무엇이든 시작하고 나면 나는 그것을 한 사람이 된다. 더이상 안한채로 남아있지 않다는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그것을 안해본 사람이겠지만.
그래서 나는 단테의 신곡도 읽었고, 이제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되었다.
당신도 무엇을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언제 시작하든 당신은 늘 그것을 한 사람이 된다. 아주 멋진 변화 아닌가?
오, 귀담이 듣고 싶어서 작은 쪽배에
앉아, 노래하며 나아가는 나의 배를
뒤따르고 있는 그대들이여,
넓은 바다로 들어서지 말고 그대들의
해변으로 돌아 가시오. 혹시라도
나를 잃고 헤멜 수도 있을테니까.
내가가는 바다는 아무도 가본 적이 없으니,
미네르바가 바람을 일으키고 아폴론이 이끌며,
아홉 무사이가 큰곰자리를 보여 준다오.
(제 2곡 중에서)
딱 그렇다.
뭐라고 하는지 귀담아 듣고 싶어서 선뜻 쪽배를 탔지만 타자마자 길을 잃어버렸다. 어찌 이리 단테는 정확하게 독자인 내 상태를 알았을까?
당췌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아예 바다가 아니라 비몽사몽 덤불 속을 헤매며 이 <신곡>천국편을 붙잡고 일주일을 보냈다. 책이 나를 읽던지 내가 책을 읽던지 해야 하는데 그도저도 아닌, 책과 나는 도대체 소통이 되지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많겠지만. 언제 다시 <신곡>에 도전할 날이 있을까? 아마 있겠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기 시작한 때는 고등학교 때부터였으나 불과 몇년 전에야 완독을 해냈으니 내 체력이 많이 올라왔구나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 <신곡>에서 제대로 좌절을 맛본다. <짜라투스트라>는 중간에 계속 책을 덮었었는데 그래도 <신곡>에서는 글자는 다 읽기는 했다. 하지만 글자읽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특히나 <신곡>지옥, 연옥, 천국 중에서 천국이 제일 어렵다. 점입가경이다.
어느 구절을 보고 있는데 어떤 교회의 세습문제가 뉴스로 올라온다.
단테에게 베드로의 영혼이 말한다.
"......
하느님의 아드님이 보시기에는
비어있는 내 자리, 내 자리,
내 자리를 지상에서 더럽히는 자는
내 무덤을 피와 악취의 시궁창으로
만들었으니, 여기에서 떨어진 사악한
놈이 저 아래에서 좋아하고 있구나."
(제 27곡 중에서)
어디로 가는가? 단테여, 그대는 천국을 향하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그대는 천국을 그리워 하였는가? 그대가 그린 천국은 그대가 놓여 있는 지금의 거기와 어떻게 다른가? 그대여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 하였고 사랑한 이의 뒤를 따라 천국에 이른 이여.. 그대가 만난 사랑은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가? 아!! 단테여 그대의 답을 기다리는 나에게 어서 답을 하여 주어라.. 그대여 단테 지금도 나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