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거장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처녀작이자 18세기 후반 독일 문단을 휩쓴 문학 운동인 〈질풍 노도〉의 대표작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도적 떼』. 프리드리히 폰 실러는 평생 문학을 통해 〈자유〉의 이념을 추구한 〈자유의 시인〉, 〈자유의 선구자〉로 불린다. 사회의 모든 억압과 질곡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 자유의 이상을 구현하고 널리 알리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실러의 처녀작이라 할 수 있는 『도적 떼』는 당시 아주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으로서, 이런 〈자유〉의 이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포하였다. 1782년 1월 13일 만하임의 국립 극장에서 「도적 떼」가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은 그야말로 열광과 환호로 답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절대주의 왕정 치하에서 시민사회와 프랑스 혁명으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대에 시민 계급은 기존 사회 체제의 멍에에 눌려 정치적으로 뜻을 이룰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는 지나치게 이성을 강조하고 감정을 무시하던 계몽주의 경향의 사회 풍조에 짓눌려 있었다. 괴테를 비롯한 시민 계급 출신의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일 문단을 휩쓴 문학 운동 〈질풍노도Sturm und Drang〉는 당시의 사회에 대한 문학적인 항의와 반항의 표출이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실러의 「도적 떼」는 정치적 억압과 폭정에 대항하여 반란의 깃발을 높이 든 작품이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도적 떼」는 당시 무명의 실러 작품을 출판하려는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에, 1781년에 익명으로 자비 출판되었다. 그리고 일 년 후, 우여곡절 끝에 만하임에서 초연되어 센세이셔널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실러는 허가받지 않고서 만하임에 여행했다는 이유로, 당시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영주 카를 오이겐 공작에게서 이 주일의 금고형과 저술 금지령을 선고받는다. 실러는 자유롭게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국경을 넘어 만하임으로 도망친다. 이후 경제적인 곤란과 질병 등 많은 역경과 싸우며 파란만장한 삶을 헤쳐 나간다. 그러나 1784년 『라이니셰 탈리아』에 〈나는 그 어떤 제후도 섬기지 않는 세계시민으로서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말년의 대표작 「발렌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향한 실러의 열정은 평생 한시도 누그러지지 않았다「도적 떼」에서 실러는 특히 〈형제의 반목〉이라는 모티프를 이용하여 자유와 반항을 더욱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두 형제 카를과 프란츠는 카인과 아벨처럼 서로 판이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카를은 플루타르크 영웅전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열광하고 열정과 의욕에 넘치는 활동가이면서, 자유와 정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다. 그는 봉건 제도의 폭정과 사회적인 불의에 맞써 싸우고 억압받는 자들을 도와주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도적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하에 많은 선량한 양민들이 학살당한다. 과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카를은 인류의 이 영원한 이율배반 앞에서 깊은 내적인 갈등에 휘말리며, 잔학한 만행과 무법으로는 세상을 결코 아름답게 만들 수 없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동생 프란츠는 냉정하게 계산하는 이기적인 합리주의자이고, 정열의 감성 세계를 부인하는 유물론자이며, 절대주의의 폭군을 대표하는 냉혹한 지배자이다. 실러는 자연의 혜택도 입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한 프란츠의 독백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지배당하고 또 계산이나 합리적인 것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지 실감나게 펼쳐 보이면서 악인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절실하게 그려 낸다.카를과 프란츠는 당시의 세계 질서와 주어진 운명에 각자의 방식으로 반항한다. 카를은 사회적 불의와 정치적 억압에 맞서 투쟁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 드는 반면, 프란츠는 책략과 술수의 악의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 모두 실패한다. 여기에서 실러는 상황에 몰리고 양심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프란츠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서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하는 카를을 대비시켜 진정으로 자유로운 불멸의 인간상을 보여 준다. 카를은 모든 불의와 핍박에 대항하여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끝까지 자유 의지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실러는 카를을 가리켜, 무절제한 열정에 휩싸여 많은 만행을 저지르며 심연 깊숙이 추락하지만, 깊은 절망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고매한 천성을 되찾는 〈방황하는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한다. 스무 살 혈기왕성한 젊은 실러의 자유를 향한 강렬한 열정과 힘찬 기개는 「도적 떼」의 형식과 언어에도 그대로 표출된다. 실러는 고전 드라마를 지배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삼일치 원칙 같은 문학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드라마의 형식을 전개한다. 또한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욕설과 거친 표현을 풍성하게 섞어 가며 박진감 넘치는 힘찬 언어로 독자들을 「도적 떼」의 세계 깊숙이 빨아들인다. 실러는 결코 길지 않은 이 한 편의 비극에 자유의 이념과 더불어, 질서를 추구하는 법과 개인의 갈등, 인도주의 정신, 정의와 불의, 간계와 오해, 사랑과 폭력, 형제 반목, 부자 갈등, 남녀의 지순한 사랑 등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며 수수께끼인 주요한 테마들을 더없이 절절하고 생생하게 엮어 넣었다. 등장인물들의 분명한 성격과 정곡을 찌르는 대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인식, 작품을 꿰뚫고 흐르는 강렬한 언어의 힘은 이백 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자아내며 인도주의 정신과 자유의 이상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