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기다려봐, 너는 이제 막 도착해잖아. 물론 우리들에게 3주란 아무것도 아닌 셈이야. 하지만 이곳에 찾아와서 3주간만 머물겠다는 너에게는 꽤 긴 시간이겠지." 하고 (상)권에서 시작했던 것이 (중)을 읽는 지금은 소설속 시간의 흐름이 몇 년이라는 세월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마의 산은 늘 여러번 시도 했었던 책이었지만 그때마다 완독을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저 구절을 읽은 지금 이 순간, 다시 열린 책들을 통해 한번 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의 산 중간 정도까지 왔군요! 다른 출판사들 보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마의 산의 번역이 자연스럽고 아주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을 좋은 번역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다가 삶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된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스키를 타다가 길을 잃고 눈보라 속에 갇히고 만다. 오두막집을 발견하여 몸을 피하는 중 잠이 든다. 생사의 갈림길, 몽환상태에서 의미심장한 꿈을 꾸게 되는데, 꿈은 바로 위와 같은 명제, 즉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눈속에서의 꿈 장면은 한스 카스트로프가 바깥 세계와 차단된 죽음의 공간에서 역설적이게도 삶의 중요성을 터특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한스 카스트로프는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요양원을 떠나지 않고 7년 동안이나 눌러 앉는다. 쇼샤 부인 때문이었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쇼사 부인의 눈매에 빠져 들었는데, 러시아 백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쫙 찢어지고 푸른 눈매는 동양적이었다. 마치 키르키스인의 피가 그녀 몸 안에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그 찢어진 눈은 한스 카스트로프가 학창시절 때부터 동경하던 눈이었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동급생 히페에게 매혹됐는데, 히페의 눈이 쇼샤 부인의 눈과 같았다. 그 옛날 히페에게 품은 한스 카스트로프의 연정은 쇼샤 부인에게 그를 묶어두었다. 쇼사 부인을 사랑하면서 실은 과거 친구 히페에 대한 짝사랑을 연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동성애적 코드인데, 작가 연보를 읽어 보면, 저자 토마스 만 자신도 양성애적 성향으로 고심했던 흔적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간중간 좀 지루하기도 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재미있다.. 단테 신곡 얘기가 중간에 나온것도 재미있었고, 요아힘이 여행을 가게된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철학적인 내용들로 서로 주고받으면서 의견을 주장할 때에 재미있었는데, 이 책에 나온것 처럼,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있을 때 반대되는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서 대치 시키면서 대화시킨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