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어린이용으로 나온 제인에어를 읽은 것이 저와 샬롯 브론테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결말이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라고 기억하고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친구가 제인에어를 읽기에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좋은 기회에 작가에 대한 짤막한 정보만 가진채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첫장은 읽기가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이야기에 빠지고 싶은데 여주인공이 아니라 남자주인공이고 게다가 친구에게 자신의 학창시절(로맨스와 거리가 먼)을 상기시켜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의 소설은 읽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게 해줍니다. 흔히 이런 소설에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처럼 막강한 부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곧 가질 예정인 남자주인공이 등장합니다만 이 소설에서 비운의 대상은 비단 여자주인공만이 아닙니다. 남자주인공조차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여의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정도니까요. 하지만 초조해서 미칠 것 같은 상황이라도 화자인 남자주인공은 어찌어찌해서 삶을 꾸려 나가고 그의 가장 큰 능력인 사람대하는 능력은 불안해 보이는 상황에서 희망을 보이게 해줍니다.
여자주인공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 절반을 넘게 읽었을 무렵(정확한 것은 아닙니다.)에 짠 하고 등장합니다. 로맨스의 정석이라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만나 개과천선하는데 여기에서는 여자주인공의 능력치가 계속 올라가는게 신선합니다.
재미있었고, 제인에어를 어린이용이 아닌 완역본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습니다. 술술 읽힙니다.
*여작가의 남자화자라... 남자치고 여성스럽게 섬세한 부분이 있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