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원]
제목부터가 범상치가 않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많이 만나지는 않았으나 읽을 때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또 각각의 이미지에 맞은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하다. 인간이라면 그래 그럴 수 있는 감정을 끄집어 내서 쓰는 작가인거 같다. 오늘 읽은 [노름꾼] 역시 그러했다.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외에 등장하는 장군이나 뽈리나 라는 여성, 프랑스인 드 그리되 와 영국인 미스터 에이슬리 등 다양한 성격을 한 권 안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책을 읽는데 더 흥미를 주었다. 소설은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가 장군과 함께 호텔을 묵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알렉세이는 장군과 함께 머물면서 장군의 양녀인 뽈리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가 뽈리나는 전혀 관심이 없는거 같다. 오히려, 알렉세리를 괴롭히려고 옆에 두는거 같기도 하는데 하여튼, 애증인지 뭔지 모르나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에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또 장군은 나름대로 블량슈 라는 여인에게 빠져 결혼을 하려고 노력 중인데 가지고 있는 돈이 없다. 그래서 유일한 친척이면서 자산가이고 이제 곧 죽을날을 기다리고 있는 안또니다 마실리예브나가 죽기를 기다라고 있다. 왜냐? 당연 친척이 장군밖에 없으니 죽게 되면 그 많은 재산은 장군에게 오기 때문이다.
그럼 왜 제목이 노름꾼이냐...우선 주인공 알렉세이는 도박을 하더라도 오로지 자신의 돈으로 한다. 이유야, 잃어도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고 신중하게 하다보니 음 나름 돈을 벌기도 한다. 뽈리나는 오히려 알렉세이 에게 돈을 주면서 도박을 권유하고 돈을 딴 알렉세이는 반반으로 나누며서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뽈리나는 자신을 위해서 도박을 해달라고 하고 그 이유를 말하지 않으니 알렉세이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여기에 장군은 알렉세이를 무시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당당하고 할 말을 하는 알렉세이가 왠지 끌린다. 위험스러운 남자의 모습인가...하여튼, 결국 가정교사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장군과 틀어지면 당장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장군의 친척 할머니가 죽지 않고 오히려 장군이 묵고 있는 숙소로 찾아온 것이다. 장군과 뽈리나 그리고 프랑스 남자, 블랑슈 까지 놀라서 할머니를 바라보고 큰소리 탕탕 치면서 이들을 제압하는 할머니 앞에 알렉세이는 이들처럼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할머니 앞에 나선다. 또, 할머니는 알렉세이에게 도박장을 가자고 하고 이끄는 알렉세이....그곳에서 돈을 딴 할머니 더 큰돈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도박을 하게 된다. 돈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하고...도박 자체는 사람의 심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도박에 절제를 아는 알렉세이 역시 중지할 것을 요구하나 할머니는 점점 도박에 빠져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돈으로 환산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다른 어느 부분보다 할머니가 도박에 빠져 돈을 거는 모습이 흥미롭다.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 ..... 한번 돈을 따면 그만둬야 하는데 계속해서 걸고 싶은 인간의 심리...뭐 도박 자체는 위험한 것이니 결국 어느 정도 돈을 잃게 되서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장군. 알렉세이 에게 할머니를 설득해서 그만두라고 부탁까지 하게 되는데....소설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알렉세이가 뽈리나의 마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행동한 순간 오히려 뽈리나는 떠나버리고 알렉세이 역시 블량슈와 파리로 가버리게 된다.
그 길이 위험한 것임을 알면서도 걸어가는 알렉세이를 보면 유혹을 이기기란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아니 마지막 기회를 주었음에도 자신의 본능대로 따라간 그 마음이 도대체 무엇일까..뽈리나에게 갈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음, 소설이더라도 어느 것은 주인공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노름꾼]은 주인공의 '심리'를 제대로 알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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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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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만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진짜일까.
대작가놈들은 여행을 하면서 도박을 해도 작품이 나오는데,
육아에 지친 나의 대작가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을 시간도 부족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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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진, 탕진,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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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 인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신중해지고 끈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은 필요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내 성질을 죽이기만 한다면 나는 한 시간 안에 내 운명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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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호주머니에는 1백 70굴덴이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때때로 마지막 굴덴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때 내가 낙심한 채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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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끝났을까?
누구든 한번 그 길로 빠져 들면 그것은 마치 눈 덮인
산 위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점점 더 빨리
굴러 내려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p.178)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인 <노름꾼>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는 사랑과 증오가 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재물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종속되는 삶을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렸을 적에 친구들끼리 종종했던 게임이 있었다. 룰렛과 같이 아주 단순한 게임이었다. 등장인물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그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한군데만 걸다가 계속 잃으니 결국엔 다른 곳을 걸어 잃었던 경험을 비롯해서 결국엔 남는 것이 없다라는 것이다. 결국 제로인 것이다.
(할머니의 룰렛을 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나는 웃었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반드시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선택할 길이 없다거나 너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당장이라도 도박을 집어 치우고 함부르크를 떠나신다면, 그래서 당신의 조국으로 가신다면 전 기꺼이 당신께 1천 파운드를 당신께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하지만 당신에게는 어느 것이나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한꺼번에 다 날려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p.260)
남녀노소를 떠나서 무언가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도 자기 자신을 망치는 것도 결국 자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어진 시간속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배팅할건지는 자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출판사 지원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인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문장 구성이 재미 있고 스토리 구성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내용과 그 소재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합니다. 지금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