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암이나 다른 질병에 비해 치매환자 이야기는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가족 울타리를 넘어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쉬쉬하며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는 병.
그래서 병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편견과 두려움부터 생기고 마는 병.
나도 한명의 치매 돌봄 가족으로 옥순로그란 다큐멘터리를 제작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우리 주변에 치매 돌봄 가족이 생각보다많다.
하지만 치매 돌봄 가족이 계속 늘어나거나 말거나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은 아직까지 제자리인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메스컴에서는 아직도 자극적인 내용의 치매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치매에 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공포심을 먼저조장한다.
‘이사람은 벽에 똥칠을 한다더라 폭력적으로 변하고 이게 음식인것조차 잊는다더라’ 하며 치매의 아주 심각한 사례만을 다루면서 초 중기의 치매 환자가 할 수 있는 일보다, 할수 없는 일을 먼저 이야기 한다.
누군가 특별해서 걸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를 그렇게 ‘과하게‘만 다루는 것이 과연 옳을까?
책의 저자인 영롱씨와는 치매 가족 콘텐츠 촬영자와 출연자로 만나 알게 되었다.
마치 내 생각을 고대로 복사 붙여놓기 한 것처럼,
아니, 나보다 더 성숙한 생각을 가진 영롱씨와의 첫 만남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랑 비슷한 상황에 똑같은 생각을 가진 치매 돌봄 가족이 있다니! 감격.
언젠가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촬영 종료 후 바삐 돌아가는 영롱씨를 붙잡아 바로 번따를시전하고(!) 지금까지 이래저래 참 많이도 질척였다.
그렇게 서로 가끔 안부를 물어오던 어느 날, 영롱씨가 책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땐 마치 나의 일인양 설레고 신이 났다.
그녀가 가진 신념이, 생각이. 널리 널리 전파된다면 많은 치매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터였다.
그렇게 만나본 책은 역시나, 너무 좋았다.
치매 가족을 섭외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도 영롱씨 가족처럼 참 많은 매체에서의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요청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 원하는 것은 치매의 심각한 모습, 자극적인 모습일 뿐이지 우리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의 일상을 소중히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큼은 다르다.
치매 환자와 살아가고 있기에 담을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더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모습으로 담아냈다.
영롱씨 가족의 삶은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증상에는 곧 넘칠것처럼 출렁이지만, 이내 잠잠해져 장력을 유지하는 컵안의 물처럼
또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 처럼 고군분투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나는 내 다큐멘터리와 영롱씨 이야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치매 가족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너무 두렵지만은 않다는 걸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놓여진 것은 좌절과 절망만이 아니라,
기쁨도 있고 행복도 있다는 걸,
그래서 주어진 오늘도 하루하루 소중히 채워나가고 있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