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스튜어트가 『생명의 수학』에서 수학에 의해 생물학의 여섯 번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을 때(https://blog.naver.com/kwansooko/220482934029) 고개는 끄덕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을 정하면서 수학은 멀어져갔다. 수학을 구체적인 풀이 방식으로 접근하는 대신,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런 경우 수학을 생물학에 스스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생물학에 적용된 수학을 이해하는 것도 실제적으로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자, 그런데 여기 우리나라 수학자 김재경 교수의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이 있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다. 그의 연구에 대해, 그의 표현 방식에 대해, 그리고 그 전망에 대해.
우선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여기의 내용은 모두 저자인 김재경 교수의 연구에 기반해 있다. 그러니까 이른바 수리생물학의 역사라든가, 기본 개념이라든가, 경향이라든가 하는 것들, 즉 일반론을 싹 빼고 바로 자신의 연구를 설명한다(물론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들은 소개한다). 이런 경우를 우리나라 과학자의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자신의 연구에 자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가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또한 대중들도 관심을 가질 것임을 확신한다는 얘기다. 실제 그렇다.
주로 미적분학을 이용해서, 때로는 행렬을 이용해서 생명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있다. 김재경 교수는 중고등학교의 수학이 결국은 미적분학에 다다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적분학의 진짜 의미, 가치를 이야기한다. “미적분학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미적분학은 컴퓨터와 결합하여 “인간의 직관을 넘어서는 복잡한 미래를 예측하도록 한다.”
그러면 김재경 교수는 이 미적분학과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왔을까? 우선은 생체 시계의 문제다.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생체 시계 연구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온도 보정의 문제를 해결했다. 약을 언제 복용하는지에 따라, 남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해결했다. 잠을 오래 자도 낮에 졸린 이유를 파악하고, 최적화된 수면 패턴을 찾아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가 가져오는 효과를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그리고 생화학, 특히 효소학에서 절대적인 수식인 미카엘리스-멘텐 방정식의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보완하는 수식을 개발했다. 모두 논의 확 뜨이는 느낌이 드는 연구들이다. 군데군데 이해하기 쉽지 않은 수식이 없지는 않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미적분학 지식만 있으면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처럼 간단한 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시작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재경 교수의 연구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이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했다는 점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생명과학자, 의학자, 의사 등등과의 허심탄회하고, 적극적인 공동 연구를 통해서 다른 분야에서 아직 해결되기 전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한 후, 자신의 방법 역시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한 후 문제를 해결해나간 것이다.
이렇게 수학자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수학은 힘을 가지고 있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편적 수단이다. 이 정도면 왜 수학을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수학이 생명과학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탐구하는 교양 과학서입니다.
이 책은 자연 속 패턴, 유전자의 배열, 생태계의 균형, 인공지능과 생물학의 접점 등 생명과학에서 필수적인 수학적 원리를 설명합니다. 프랙탈, 피보나치 수열, 로그스케일, 네트워크 이론과 같은 수학 개념이 세포 분열, 바이러스 확산, 신경망, 유전자 분석 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특히, 수학을 통해 생명의 질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복잡한 생명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수식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설명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학과 생물학의 연결점을 자연스럽게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수학과 생명과학의 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 생물학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학생, 융합 과학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