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신은 모든 곳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누군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들은 알 것이다.그 슬픔과 안타까움, 후회와 회한이 얼마나 큰지. 그 그리움이 얼마나 붉은지.이 시집은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선연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밀려오는 어머니의 삶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회상하며, 마음에 일렁이는 무늬와 나아가 종교적 흔적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이 참 깊으셨던 어머니. 신앙이 참 깊으셨던 어머니. 일련의 시들에서 어머니의 삶을 통하여 절대자에게로 견고히 나아가는, 어머니의 돌아가심을 통하여 지상 너머의 세계, 곧 영원한 생명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청유를 담아 기도하는 마음에 닿고자 한다.그리움 그건. 목도하는 현실의 장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시공간 속으로 소멸해버렸으나, 기억의 흐름 속에서 어머니는 계실 때보다 더 계심으로 애절하게 반추하며 못 다한 사랑에의 죄스러움으로 울고 또 울고 있다.“낙화의 꽃잎 곱게도 포개져/ 주일 그 아침 햇살이 이고 가신 즈음/ 동물처럼 울며 지상의 벽을 더듬었지요./ 우리 모두 못 다한 말 많아/ 우리 모두 못 다한 사랑 많아/ 또 봄이 온다면 또 꽃이 핀다면”(〈그리움〉 전문)그러한 어머니께서 남기신 것이 ‘사랑’이다. 유대 격언에 “신은 모든 곳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머니의 존재를 함축하는 것은 ‘모성’, 곧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절대자의 함의(含意), 곧 사랑을 직조하신 분이 모성의 어머니라고 시인은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선물〉이라는 시에서 “엄마가 주신 마지막 선물은 엄마의 일생인 듯합니다./ 고단하셨지만 참아받은 헌신의 일생”이라고 시인은 회상한다.“엄마 아프실 때 엄마를 위하며 살고 싶었어요.// 제단에 제물처럼, 그랬으면 싶었어요.// 포도나무에 가지처럼, 그랬으면 싶었어요.// 당신의 함의(含意) 직조하신 모성의 엄마께요.”(〈사랑의 또 다른 이름〉 전문)이 사랑을 관통하는 본질은 이타적 사랑이라 본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사랑하신 사랑, 곧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신 사랑이 그것이다. 시인은 〈두레박〉에서 “십자가서/ 사랑으로 못 박힙니다.// 십자가서/ 사랑으로 못 자국 생겨납니다.// 사랑은 우리를 위하심이지요./ 사랑은 서로를 위하라이지요.”라고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신 예수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부활, 곧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다. 이 사랑은 우리도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도록 깨친다.“살아갈수록 사랑이 생긴 모양에 대한 질문 인다.// 오늘 만난 이는 십자가서 2000년 못 박혀 있었다.// 짓이겨진 피땀 흘리던 그 닦아주는 향기가 곳곳서// 참 사랑 그, 때문. 사랑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떡잎〉 전문)사랑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그 실천에서 너무나 어렵겠지만 명료해지는 답은 예수를 닮는 사랑으로 모아진다. 예수는 말씀하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35) 그 사랑은 고초더라도 이웃과 함께하기를 요청하고 그것은 부산한 세상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 때문으로 이를 따르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곳곳서 아름답게 유영하고 있다. 희생과 헌신, 봉사와 인내 속의 자발적 사랑. 공동선을 위한 연민, 연대로 존재에의 환대. 이것들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참 사랑 아닐까?“세상에 왔다가는 흔적은 사랑일 거예요. 그분 앞에 갖고 가는 것도 사랑일 거예요. 엄마의 유품인 사랑을 담는 깊음이 되려고요.”(〈반지〉 부분)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생명의 여정에서 남겨지는 것은 사랑의 흔적일 것이고 절대자 앞에 서게 될 때도 사랑의 꽃다발을 드려야 하기 때문으로, 인생의 화폭에 깊은 사랑을 그리려 한다.“문 밖 한기 아래 나무같이 서 있었어요.// 종일// 시를 써내려가겠다고요 뚝뚝 떨구는 한 장 한 장// 시어(詩語)// 삶은 무거운가요, 삶은 아름다운가요.// 고통으로 눈망울에 설운 때// 진심이고 싶어요.// 연둣잎”(〈글짓기〉 전문)이 시집은 지은이 나름의 고유한 시선으로, 내면에 투영되는 일렁임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고유한 시선이 종교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작가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따라서 복음적 시선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마음의 시선이다. 시에서 마음에 보이는 무늬를 종교적 시선으로 길어 올려 문학적으로 새롭게 표현하여 울림을 줄 수 있기를 희구하고 있다.기도에서 길어 올린 시. 이 시집은 ‘사랑’의 시집, ‘기도’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남기신 사랑의 흔적을 반추해 가며 그 사랑, 곧 모성은 절대자의 사랑의 속성을 띤 이타적 사랑과 닮아 있음을 감지한다.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의 예수. 이 사랑, 곧 이타적 사랑은 헌신과 희생의 삶. 타인을 귀히 여기고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 존재에의 환대일 것이다.어머니의 생사를 조우하며 만난 사랑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의 면면이 곡진한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시는 겸손히 빛나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