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저마다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이야기일 때도 있지만 그것보단 기이한 이야기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더 전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살면서도 학교기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썼지만 번역이 워낙 훌륭해서일까 전혀 번역본이라는 느낌없이 술술 잘 읽힌다. 30년에 걸쳐 33개국을 취재한 작가들의 노력도 분명 녹아 있을 것이다. 기담인듯 실제 역사인듯 이야기는 적정선을 지키면서 흥미와 재미를 불러 일으켜주며 상식을 제공해준다. 저주와 괴이한 현상, 사건과 역사의 어둠 마지막으로 전승까지 총 다섯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총 열 세개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 첫번째인 저주편에서는 노래와 그림, 인형까지 각기 저주받은 세가지를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다들 알고 있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와 인형 애나벨 그리고 나는 모르고 있었던 그림 우는 소년이 바로 그 대상이다.
노래만 들으면 자살을 한다고 했던가 글루미 선데이라는 음악은 내게는 영화 제목으로 익숙하다. 그리고 애나벨도 역시 영화로 익숙한데 서프라이즈 같은 기이한 현상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도 본 적이 있다. 우는 소년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은 낯설었는데 갑자기 불이 나고 모든 것이 다 타도 그림만 안 타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 모든 일이 사실이었고 일어난 일이라면 진짜 이 그림은 저주받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괴이한 현상에서 나오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알고 있는 이론이었는데 이걸 읽는 순간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가족이 다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자꾸 움직이는 밥상. 밀지 말라고 해도 맞은편 사람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고 그럼 귀신이 있어서 상을 미냐라고 하면서 다른 물건을 떨어뜨려 보니 역시나 한쪽방향으로 굴러가는. 알고보니 방 자체가 한쪽이 꺼져서 무너졌던 것이다. 이런 것하고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보지만 옷장도 날아다니고 사람도 마구 올라가는 걸 보면 역시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잭 더 리퍼 사건은 오래전부터 나오기만 하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건이었고 다른 책에서도 보았던 부분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인 케이 스카페타의 작가인 퍼트리샤 콘웰이 직접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뛰어 들었다는 후일담을 보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이란 다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범인은 잡지 못했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스며들어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기담은 그 이름답게 논리적으로는 분명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책 한권으로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도통 더위가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 지금 역사와 기담을 줄타기 하듯 요리조리 넘나들며 설명해 놓은 이 책 한권이라면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시원한 맛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음모론, UFO설, 종교나 사건사고 등 일상과 전혀 다른 현상을 접하는 것은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다. 각종 기술이 발전하고 온갖 지식이 가득한 오늘날까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도 바로 그런 현상들을 모아 엮어놓았다.
단순히 도시전설이나 허황된 괴담이 아니라, 증인도 증거도 현상도 남아있는 역사 속 미스테리한 현상들이다.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들어본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들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글루미 선데이', 갖고있으면 화재를 불러온다는 '우는 소년' 그림, 저주받았다는 애나벨 인형, 목격하면 목숨을 앗아간다는 '도플갱어' 등등 소재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일 지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파티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제일 흥미로웠다. '파티마의 기적'은 바티칸이 성모 발현을 정식으로 공인한 기적이다. 거기다 단발에 그치지 않고 여러번 현현하였으며 그 마을 주민이 모두 목격자이다. 이쯤되면 착각이라고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할 수도 없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파티마에서 양을 치던 3명의 어린이가 성모 마리아에게서 계시를 받았다. 성모마리아는 아이들에게 기도를 할 것을 당부하며, 매달 지금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자신을 보러오라고 명했다. 말한대로 성모마리아는 매달 같은 날, 루치아 앞에 모습을 보이고 기적까지 행했다. 마지막 여섯번째 발현 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게 사람들은 태양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며 회색빛 원반같은 태양이 이리저리 회전하며 강렬한 광선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도망가거나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고 참회 기도를 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토록 명확한 현상에 사람들은 정말 기독교가 있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 현상에 대해 성모가 아닌,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성모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은 건 최초 목격자인 아이들 뿐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이러지고 태양이 흔들리는 괴이한 현상밖에 접하지 못했다. 이를 보면 종교라기보단 외계의 소행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아보인다. 이번 현상뿐만 아니라, 예수가 나타났던 순간부터 온갖 기적과 신비한 현상은 바로 외계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실제로 과거 종교화를 살펴보면, 성모나 예수 그림 옆에 UFO로 보이는 그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이처럼 '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에는 신비하고 흥미로운 현상을 소개시켜주어 읽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일어난 사건만 초점을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목격자와 증거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은 무엇이 있는지 등 주변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꽤 풍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미 먼 과거의 일이 되어 더 이상 파헤칠 수 있는 현상도 있지만, 지금 다시 그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만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을까? 오늘날에도 어딘가엔 누군가 신비한 현상을 마주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