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온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이 책은 정대건 작가님의 에세이다. 얼마 전에 작가님의 <GV빌런 고태경>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빌런이라는 어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거부감으로 미루고 있다가 주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막상 읽고 보니 오히려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과 성실함이 무기라는 증거를 무엇보다 너무 잘 보여 주었던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작가님의 신작 에세이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다. 아마 집이 수도권 근교에 있었더라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을 텐데 지하철과 KTX를 건너 대략 네 시간 정도의 아랫 지방에 거주하다 보니 구매하는 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방문했던 그날은 사람이 많기로 유명했던 토요일이었기에 출판사 부스는 거의 0.1 초로 훑고 나와야만 했다. 내내 아쉬움이 들었는데 좋은 기회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에세이는 이탈리아 나폴리로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 90 일 정도를 나폴리에 거주하게 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나폴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 이야기 등 작가님께서 보고 들었던 나폴리의 풍경들이 활자라는 수단을 통해 담겼다. 작가로서의 고뇌도 있겠지만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의 느낌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아무래도 에세이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소설 작품도 후루룩 읽기 좋았던 기억이 남아서 작가님의 문체 자체가 읽기 쉬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취향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폴리의 문화나 이탈리아 축구 등 조금 낯선 주제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그것 또한 너무 술술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나폴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독자들도 완독이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나 역시도 한 시간 반 정도에 완독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작가님의 성향과 나의 공통점이다. 읽는 내내 느꼈던 감정이 동질감이었다. 나폴리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하는 모습에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받았다. 언어에 대한 부분이었다. 과연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기뻤을 것 같기는 하지만 똑같은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든지, 새로운 무언가에 주저하는 모습들 등 작가님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고 있으면 가지도 않은 나폴리에서의 내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너무 공감되었다.
두 번째는 나폴리의 소스페소 문화이다. 얼핏 예전에 어느 책으로부터 대충 비슷한 문화를 읽은 기억은 있었던 것 같다. 소스페소 문화는 노숙자나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맡기는 것을 말한다. 가령, 한 사람이 커피 두 잔의 비용을 지불하고 한 잔은 계산한 내가 마시고 다른 한 잔은 다른 이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이 문화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폴리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이 너무 잘 드러나는 문화여서 인상 깊게 남았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했던 한 시인님의 작품이 떠올랐다. 나폴리와 아이오와라는 공간적 배경이 다를 뿐 에세이는 비슷하게 전개가 되었던 것 같기는 한데 묘하게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님의 개인적인 성장이나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 작품은 만났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났던 점이었다. 레지던스를 주제로 한 에세이의 성향으로 이 작품은 내향형 인간의, 그 작품은 외향형 인간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그 작품이 새로움을 주었다면 이 작품은 익숙함을 선사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전에는 안 해보던 일을 하려고 왔어요'는 내게 다른 말로 하면 이런 말이었다. '굳이 비용이 드는 일을 해보자. 굳이 시간을 들여보자.'
이곳에서는 내가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는 고유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 충만했다.
"자신에게서 어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중
가보자, 포기하지 말고.이 여정 끝에 보상이 있으리라는 낙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