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을 읽은 게 언제였더라 할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작가의 책이다. 이미 책꽂이 한 칸에 모두 차고 그 위로 올려놓을만큼 작가의 작품은 소장 중이다. 한번 읽고 누군가에게 주거나 버려지는 책이 아닌 것이다. 소장하고 있으면서 언제나 그냥 슥 꺼내보고 싶은 그런 책이 바로 작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너무 비슷한 패턴의 힐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 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고두고 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읽은 지 얼마 되지않아 비슷한 소재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책 한권이 생각났다. 바로 [편지가게 글월]이다. 정말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글월이라는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왔는데 이 수요일의 편지도 역시나 실재한다. 그저 단순히 상상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다 편지라는 것까지도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주고 받는 편지. 이 최첨단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상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초면 전송되는 메세지가 아니라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편지, 쓰는 사람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그런 편지 말이다.
여기에는 총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있다. 늘 아등바등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보이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하는 나오미. 친구와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하다 속마음이 드러나고 관계가 어색해져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대로 편지를 쓴다. 회사생활을 하는 히로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싶은 일은 따로 있다. 현실과 꿈과의 간격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그는 결심을 하고 그 결정을 담아 편지를 쓴다. 그리고 수요일의 편지를 관리하는 배달부 겐지로. 그는 딸과 함께 살아간다. 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지만 역싷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면서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기만 한 일일까? 오히려 그 일이 더 싫어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꿈을 좇아야 하는 것일까 현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일까. 그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결정은 오직 자신이 내릴 수 밖에 없기에 말이다. 모두의 인생은 단 한번뿐 그렇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적인 것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일게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고 그것에 만족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자신이 마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누군가는 수요일에 편지를 쓸 것이고 그 편지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문 속에서는 모리아솨 아키오의 다른 책을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키워드가 가끔 언급된다. 드러내놓고 알려주지 않아서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을지 몰라도 몇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그런 일종의 이스터 에그라고나 해야 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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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지의 사람이 쓴 수요일 편지를 읽는 기분은 어떨까? 이 책은 작가가 ‘수요일 우체국’을 모티브로 작은 우연이 인생을 새롭게 바꿔놓는 기적을 전해준다.
나오미는 가슴속에 생긴 ‘마음의 독’을 일기에 적는다. 시어머니의 심술, 남편의 둔감함, 아들들에 대한 불만을 쓴다. 경제력이 풍부한 친구 이오리가 쉽게 꿈을 이루고 우아하게 사는 모습에 반감이 들었고 질투를 느낀다. 이오리는 편지를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라고 권한다. 낯선 사람에게 편지가 오는 순간, 무척 설렌다고 했다.
‘수요일 편지’는 수요일에 자기가 한 일, 생각 등을 편지에 써서 보내면 전국에서 온 수요일 편지를 섞어서 무작위로 배달해 준다고 한다. 나오미의 요즘 가슴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일상에는 쓸 것도 없고, 일기처럼 독을 쓰는 건 말도 안 되고 고등학교 때 꿈이던 빵가게 주인이 되었다는 공상의 편지를 쓴다. 점포가 세 군데로 늘었고 이동판매도 하면서 직원들도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다정한 가족 덕분이라고 적었다.
히로키는 일러스트레이터 친구에게 질투가 난다는 것, 그림 작가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보낼지 고민하다 약혼자의 권유로 수요일의 편지를 쓰기로 한다. ‘수요일 우체국’ 국원 겐지로는 쓰나미로 아내를 잃었다. 혼자 키우는 딸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고자 나오미와 히로키의 편지를 복사해서 딸에게 전한다. 리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가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두 시간이 걸려 편지를 완성했다. 리호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겐지로는 꿈을 이룬 나오미 편지와 지금 꿈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히로키의 편지를 교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성공자인 나오미 씨는 꿈을 좇던 시절의 날들을 그립게 돌아볼 수 있을 테고, 도전자인 히로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도 얻고 성공 철학까지 배울 수 있을테니까. 우체국에서 편지는 섞어서 무작위로 발송하는 것이 기본이고 편지 반출은 금지이지만 두 통의 편지만큼은 꼭, 하는 간절한 마음이 움직이게 했다.
꿈을 포기하고 일상을 푸념하고 일이 순조롭지 않은 것을 타인 탓으로 돌리고, 친구를 질투하는 자신을 싫어한다. 나오미는 히로키의 편지를 읽으며 이것은 내 얘기잖아. 책망 받는 기분이 들어서 가슴속이 꺼끌거렸다. 이 순간 편지지에서 가슴속으로 불어온 바람을 응원하는 바람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히로키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면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수요일 밤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층 주민이 정원에 키우던 고양이 묘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죽음과 생에 관해 생각했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는 편지였다.
이오리가 불편한 시부모님부터 기쁘게 해주라는 말이 기억났다. 그러나 남편 몸이 안 좋은 것을 나오미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를 시집온 이후, 처음으로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까지 바꿔 버린 수요일의 편지는 나오미 부부의 인생 항로가 되었다.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 미래가
최고로 반짝이는 것이기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내기를.
당신이 당신답게 있기를.
나의 수요일을 읽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_나오미의 편지 중에서
히로키는 나오미의 편지를 받은 덕분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행간에서 행복한 온기가 배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조차 따듯해진다. 편지에 떠도는 ‘행복의 아우라’는 마음을 움켜쥐고 세게 뒤흔들었다.
나오미가 지금까지 실천해 온 세 가지 법칙이야말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요타가 웃으면 내가 웃는다. 내가 웃으면 카키도 웃는다. 사람은 웃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웃는 얼굴과 웃는 얼굴에서 생겨난 즐거운 기분이 일상에서 파문처럼 번지고, 해피 배턴을 이어간다. 이렇게 수요일 우체국에서 보낸 편지처럼 낯선 누군가의 수요일이 낯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꿈을 이루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히로키와 직장과 시부모와의 관계로 쌓인 스트레스를 일기에 쏟아내며 하루를 보내는 나오미를 신기한 인연으로 시작된 편지가 ‘유유상종’은 정말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힘든 일이 있다면 편지를 써보자. 마음이 한결 후련해질 것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수요일의 편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지를 소재로 하면서, 일주일 중 가운데여서 피로의 피크이자 가장 힘들다는 수요일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일로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어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책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감동과 힐링을 담아낸 소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표지도 소재도 기대되어지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대감은 책을 살며시 넘기며 만난 문장을 통해 예상에서 확신의 미소로 바뀌었다.
'누군가의 말이 당신을 바꿉니다. 당신의 말도 누군가를 바꿉니다. 그리하여 세상은 바뀌어 갑니다. 오늘은 어떤 말을 할까요?'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왼쪽 페이지에 적힌 문장에 이미 마음이 열렸다. 1장의 이야기를 읽기 전 마주한 문장에, 오늘 읽어갈, 책 속에서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짧게 도서를 소개하자면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예쁜 표지 디자인부터 선물의 느낌이 있지만, 그 스토리와 내용이 전해주는 마음 그리고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무엇보다 '수요일의 편지'라는 테마 자체가 선물하기 좋은 도서였다. 스토리의 흐름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성이었다. 그런데 인물들의 연결고리와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정말 편지와 같은 느낌을 주어 더욱 빠져들며 읽게 되었다. 카톡으로 툭- 전달되는 것과는 다른 감성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전달되어지는 편지는 운명적이면서도 서로에게 착한 기적이 되어준다.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기적이라는 표현이 참 잘어울리는 이유는, 소설 안에는 보여지는 것만이 아닌 소설을 통해 전해주는 보이지 않는 편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만나고 읽어가는 시간, 그리고 읽고 나서 마음에 다시 생각나는 표현과 이들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고 나에게 질문하는 아니, 저절로 생각해보게 되는 자신과의 대화 시간은 환상적 꿈인 것 처럼 묵묵히 묻혀둔 나다움을 꺼내어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수요일의 편지'가 시행된다면 짧은 문장의 글이라고 담아 보내보고 싶다. 이 책을 수요일에 읽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어떤 요일에 읽어도 책이 주는 다정한 위로와 옅은 듯 깊게 지어지는 미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잊었던 또는 묵혀두었던 중요한 것들을 통해 자신을 다시금 마주하는 시간, 어쩌면 이 것은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보다도 어른이라고 말하며 스스로 짐을 지우고 있는 오히려 자신을 더 알지 못하는 어른이라 말하며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요일의 편지>는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나와 함께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또는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에게 선물해주기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만나 읽어가는 시간이 나 자신에게 소설 속의 '수요일의 편지'를 전하는 시간으로 느껴졌다. 생각정리가 필요하고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수요일의 편지를 소개드리고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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