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몇 분 뒤에 일어날 일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계획했던 일이 틀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아비 모건은 영국의 유명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해요.
《각본 없음》은 아비 모건의 삶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여성으로 상을 받기도 했고, 두 아이를 키워냈고 매일매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사랑하는 남자인 제이콥과는 18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혼을 하진 않았고, 제이콥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질 않았죠.
"나는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끝을 알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두려워진다." (15p)
직업적으로 늘 끝이 명확한 이야기를 완성했던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한 일들로 인해 삶의 모든 것들이 뒤바뀌게 되었어요.
"제이콥이 쓰러지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 재앙이 벌어진 후의 삶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대앙, 재앙, 재앙 ···. 최악이야.'
최악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훨씬 더 큰 감정은 ···.
슬픔이다. (55p)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이 겪는 불행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크게 마음 아프진 않았을 거예요. 근데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잔인하게 마음을 후벼파네요. 가장 슬프고 비참한 순간들, 그건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일 텐데 저자는 그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만약 영화 시나리오라면 주인공의 불행은 다음 도약을 위한 발판일 뿐, 결국에는 해피엔딩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불행은 파도처럼 연달아 몰려와 기어이 쓰러뜨리고 만다는 걸, 살다보니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자가 느끼는 감정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이콥과 나의 스캔 사진 모두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내 가슴의 종양은 조직과 피부를 나타내는 하얀 층에 검은 구멍으로 나타난다.
제이콥 뇌의 좌엽과 우엽,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주변의 어두운 부분은 마치 오래도록 아무도 닿지 못한, 잊힌 은하계처럼 보인다." (204p)
절망과 좌절, 그리고 고통으로 채워진 삶에서 저자는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요. 사랑하는 제이콥은 아비 모건의 기억을 잃었지만, 아비 모건은 아픈 제이콥을 끝까지 붙잡아주었고,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건 역시 사랑이구나, 또한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네요. 사나운 파도를 피할 순 없지만 가끔은 그 파도 위에 올라탈 수 있어서, 삶은 계속되는 것 같아요. 인생이라는 영화는 미리 각본을 쓸 수 없지만 주인공답게 어떤 상황에서든 멋지게 살아낼 수 있다는 걸, 아비 모건을 통해 배웠네요.
감사한 사람들은 또 있다.
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을 해줬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
어느 날에는 우리 집 길목에 있는 여우 배설물을 나 대신 치워주는 이웃의 모습을 봤다.
결국,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하는 것, 내가 누구인지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은 이렇게 작은 일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들은 제이콥에게도 자석처럼 자기장을 뻗쳐줄 것이다.
제이콥이 어디에 있든. (214p)
"나는 괜찮아, 제이콥. 우리는 살아남았고,
나는 그 대단한 아비 모건이잖아!
생존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살아갈 수 있어야지!" (292p)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운가요, 아니면 설레나요.
당장 몇 분 뒤에 일어날 일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계획했던 일이 틀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아비 모건은 영국의 유명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해요.
《각본 없음》은 아비 모건의 삶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여성으로 상을 받기도 했고, 두 아이를 키워냈고 매일매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사랑하는 남자인 제이콥과는 18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혼을 하진 않았고, 제이콥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질 않았죠.
"나는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끝을 알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두려워진다." (15p)
직업적으로 늘 끝이 명확한 이야기를 완성했던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한 일들로 인해 삶의 모든 것들이 뒤바뀌게 되었어요.
"제이콥이 쓰러지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 재앙이 벌어진 후의 삶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대앙, 재앙, 재앙 ···. 최악이야.'
최악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훨씬 더 큰 감정은 ···.
슬픔이다. (55p)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이 겪는 불행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크게 마음 아프진 않았을 거예요. 근데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잔인하게 마음을 후벼파네요. 가장 슬프고 비참한 순간들, 그건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일 텐데 저자는 그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만약 영화 시나리오라면 주인공의 불행은 다음 도약을 위한 발판일 뿐, 결국에는 해피엔딩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불행은 파도처럼 연달아 몰려와 기어이 쓰러뜨리고 만다는 걸, 살다보니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자가 느끼는 감정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이콥과 나의 스캔 사진 모두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내 가슴의 종양은 조직과 피부를 나타내는 하얀 층에 검은 구멍으로 나타난다.
제이콥 뇌의 좌엽과 우엽,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주변의 어두운 부분은 마치 오래도록 아무도 닿지 못한, 잊힌 은하계처럼 보인다." (204p)
절망과 좌절, 그리고 고통으로 채워진 삶에서 저자는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요. 사랑하는 제이콥은 아비 모건의 기억을 잃었지만, 아비 모건은 아픈 제이콥을 끝까지 붙잡아주었고,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건 역시 사랑이구나, 또한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네요. 사나운 파도를 피할 순 없지만 가끔은 그 파도 위에 올라탈 수 있어서, 삶은 계속되는 것 같아요. 인생이라는 영화는 미리 각본을 쓸 수 없지만 주인공답게 어떤 상황에서든 멋지게 살아낼 수 있다는 걸, 아비 모건을 통해 배웠네요.
감사한 사람들은 또 있다.
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을 해줬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
어느 날에는 우리 집 길목에 있는 여우 배설물을 나 대신 치워주는 이웃의 모습을 봤다.
결국,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하는 것, 내가 누구인지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은 이렇게 작은 일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들은 제이콥에게도 자석처럼 자기장을 뻗쳐줄 것이다.
제이콥이 어디에 있든. (214p)
"나는 괜찮아, 제이콥. 우리는 살아남았고,
나는 그 대단한 아비 모건이잖아!
생존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살아갈 수 있어야지!" (292p)
?
"사랑과 상실에 관한 에세이"
아비 모건의 <각본 없음> 읽고
"우리는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전부는 아니다."
-메릴 스트립, 유진목 시인, 이다혜 기자 추천-
만약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사랑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딴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나를 갑자기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면 어떨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모든 것이 다 끝난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런 일이 이 책 『각본 없음』의 작가 아비 모건에서 일어났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으며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흔히 인생은 각본이 없는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각본 없음]은 영국의 유명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비 모건이 쓴 사랑과 상실에 대한 에세이이다.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당길 수 있으려면 각 작품마다 매우 드라마틱 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그녀와 같은 작가들의 몫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각본에 없는, 갑작스럽고, 불행한 사건이 그녀의 현실 속 삶에 발생한다. 역시 소설은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운명의 사랑이라 여겼고 평생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던 남편 제이콥이 치명적인 뇌질환에 걸리게 된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증상으로 매번 주사를 맞아야 했던 제이콥. 그런데 그와 비슷한 증상으로 특정 주사를 맞아야 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제이콥과 비슷한 뇌질환에 걸리게 된다. 두통, 발작 그리고 코마 상태 등등 .... 절망적인 시기를 거친 후 제이콥은 다행스럽게 회복을 하지만, 아내인 아비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를 알아보기는커녕, 아비를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며 냉담하게 그녀를 대하는 제이콥.
서로 다른 성격과 삶의 목표를 가진 두 사람, 완벽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아비는 제이콥과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담과 같은 과정을 통해 해결해왔다. 그런데 한 의사로부터 제이콥처럼 뇌질환으로부터 회복 이후 파트너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하는 종류의 환자들 중 80%는 실제로 결혼을 끝내고 싶어 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비....
이 책을 읽고 한 영화가 딱 떠올랐다. 바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고 나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끌리는 연인을 보며 가슴 뛰는 감동을 느꼈는데, 이 에세이 속 아비와 제이콥을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둘은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행복한 커플이었다. 뇌질환이라는 피할 수 없었던 이유로 자신을 기억에서 몰아내고 냉담하게 대하는 제이콥을 보며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아비. 그러나 아비는 강인하고 씩씩하게 이 고비를 헤쳐나간다. 제이콥에 대한 인내와 희망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아비.
시나리오 작가라 그런지 아비 모건이 쓴 이 에세이는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풋풋한 연애 시절을 거쳐 부부가 되었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부부. 갑작스레 남편에게 닥친 질병으로 인해서 거대한 슬픔의 바다를 건너게 되는 아비.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발병한 유방암에도 꿋꿋하게 대처하는 그녀.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어려움에도 인내하며 사랑을 지키고자 노력한 아비를 보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매우 슬펐으나 영국인 특유의 해학과 재치가 돋보였던 아비 모건의 에세이 [각본 없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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