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쫌 아는 여자들의 수다를 “공감”한다
이 책<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 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통적인 “엄마”라는 관념은 돌봄의 아이콘이다. 유독 자식을 껴안고 사는 한국 사회, 성인이 되어 엄마 품을 떠나 독립하더라도 결혼할 때까지, 이런 기준도 점차 깨져, 결혼적령기란 말도 사라지고, 만혼화, 길어진 청년 시대에, 엄마 되기도 어렵지만, 엄마 노릇, 역할에서 벗어나는 졸업도 해방도 힘든 세상이 됐다. 거기에 손자들까지 봐야 할 처지가 된다면 언제까지 엄마로 늙으라고, 이제 엄마라는 닻을 걷어 올리고, 다시 내 인생의 나의 것 모드로 돌아와 항해를 시작하자고.
지은이 조금희는 일러스트 작가라서 그런가, 책 속에 실린 그림도, 글도 푸근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50대,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핵가족구성 4인 가족도 있고, 돌싱도, 보험회사 모집인으로 일하는 사람, 모두 학창 시절 친구들이다.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은이는 아직은 빈 페이지로 남아있는 인생의 여백에 내 이야기를 그려볼까 한다고. 가장 아름다운 날은 희망의 날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그 어떤 날일까?
지은이는 내 인생이 잠시, “결혼”이란 항구에 정박해 있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종기착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기 드 모파상의 소설<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잔느처럼, 딸, 아내, 엄마…. 물론 한국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고부(姑婦)로 시작되는 시집)”에 관해서는 미뤄두자. 이 이야기만으로도 한국사회의 특징으로서의 “시(媤)”는 책 한 두 권도 모자랄 판이라서, 아무튼 지은이는 나이 들면서 시집(媤家)과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편해진다고. 아무튼 딸, 아내, 며느리, 엄마를 지나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수다를 들어보자.
책 속 이야기는 8꼭지다. 2박 3일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 평생 엄마로 살아야 할까?, 누구에게나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여행하기 딱 좋을 나이, 가슴에 담아둔 저마다의 사연, 모든 것이 허용되는 시간,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나이 먹기.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하기, 그냥 훌쩍 떠날 수 없다. 가정 울타리가 걱정이다. 혼자 지낼 남편을 위해 늘 하던 대로 냉장고에 반찬을 만들어 넣어두고, 남편에게 아내의 부재 동안의 행동 지침을 일러둔다. 이쯤이면 애정이 아닌 의리로 사는 것이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남편을 뒤로하고 화려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공항으로 향해가는데, 공항 맞이방에서도 걱정이다. 천상 어쩔 수 없는 수다다. 조건반사가 아니라 무의식 수준의 걱정들….
평생 엄마로 살아야 할까?
반창회, 건전한 모임이라면 가끔이라도 반창회에 참가하잔다. 학생 때의 친구를 만나면 속절없이 흘러 가버린 시간과 마주하게 되지만, 까맣게 잊고 산 ‘나’를 만난다. 엄마 노릇의 모순과 역설, 사랑스럽고 인자한 모습은 그저 이미지고 현실의 엄마는 악역과 악당이다. 참으로 딱 이 대목이다 싶을 만큼, 핵심을 찌른다.
“엄마라는 역할의 가장 지독한 점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악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순된 배역의 가장 주의할 점은 지금 잠시 악역을 맡고 있을 뿐임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확인시켜야 한다는 것. 감정에 휘말리는 순간, 진짜 악당이 되고 만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엄마 되기의 어려움, 세라 놋의 책 <엄마의 역사>(나무옆의자,2024)의 추천사를 쓴 정희진은 인간의 역사는 엄마의 역사이고, 인간의 조건은 엄마의 조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엄마 이후의 삶에 관하여
무언가를 잃어야만 그 반대로, 무언가를 찾아야만 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엄마가 되느라 하나씩 내려놓아야 했다. 이제 엄마 이후의 삶을 위해 무엇을 회복하고 찾을지 계획해야 한다. 여정이란 것도, 부부라는 것도, 얼굴이라는 것도 결혼생활이란 것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라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시적 표현들은 이 책을 아주 입체적으로 만들어놓았다. 에세이이면서, 엄마에서 이제는 나를 찾는 연습을 시작하자고, 남은 인생의 여백에 당신은 어떤 그림, 혹은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이냐고 묻는 대목은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의 색깔 풍경 의 삽화처럼, ‘내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시와 그림 그리고 글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은이는 엄마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아직은 뚜렷한 답을 못 찾은 듯, 그래서 여정과 얼굴, 그리고 부부, 결혼생활 이런 배경과 거기에 남은 흔적들을 세심히 들여다본다. 과거 젊은 날의 초상에서 현재를 찾고, 미래를 그려가려는 듯.
이 책은 우선 제목이 맘에 들었다. 이야기도 시원하다. 솔직하다. 거기에 어울리는 색깔이 있어 또 마음에 들었다. 지은이가 읽는 이를 위해 생각의 여백을 마련해두었다는 점까지 마음에 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자식을 양육하는 것은 엄마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자식이 자란 뒤에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아이의 불편함이 엄마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집사나 하인이 되느냐, 아니면 부모가 되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18-)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건 탐욕이다.
진정 마음을 나눌 단 몇 사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51-)
추연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소파 위에 벌러덩 누웠다. 영미와 정아는 수학여행 온 범생이 여고생처럼 파자마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추연이 누운 채 팔을 머리 위로 뻗어 길게 기지개를 켜고 난 뒤에 말했다.
"아이들이 없는 집으로 들어왔네. 우리 세상이다. 벌써부터 집에 가기 싫다. 경옥아,여기서 살까?"
경옥이 대답했다.
"내려와. 같이 살면 되지.난 누가 서울 가서 살라 그러면 이제는 죽어도 못할 것 같아." (-89-)
세계적으로도 교육열이 높은 이 나라에서 나는 내 친구들을 포함한 다른 엄마들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해야만 했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갔는데도 찾아오는 허탈감이란 어떤 종류의 감정일까?잘하고 있는 둘째가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가면 과연 나도 그럴까? 그대가 되면 내 마음에 보상과 위로가 찾아올지 궁금했다. (-160-)
조금씩 낡고 시들어간다는 관계와 삶의 단면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웃음이 터져야 할 타이밍인데,아무도 웃지 않았다. 어쩌면 농담거리로 즐기던 주제의 정곡을 정아가 찔러버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친구들의 반응이 뜨뜻 미지근하자 머쑥해진 정아가 다소 공격적으로 물었다.
"니들 좋기는 한 거야?느껴는 봤어?"
(-209-)
삶이라는 것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이다. 이 단순한 인생 명제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한다.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분명 과거에 그들이 꿈꾸었던 그 삶을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조선의 왕이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인 풍요와, 행복, 그리고 그들이 얻지 못했던 수명을 소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면서도 불안하다.
소설 『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는 다섯 사람이 나온다, 주인공 희수와 추연, 정아, 영미,그리고 경옥이다. 학창 시절 소녀들이었던 이들이 다시 소녀가 되어서 제주도 여행을 왔다.이들은 같이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얻기 힘든 경험과 생각, 엄마라는 굴레 속에서 갇혀 살았던 다섯 사람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자,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깊은 사유에 빠지게 된다. 그건 새로운 변화였다.
자녀와 나 사이에, 멋어던질 수 없었던 그것을 벗어버리자 홀가분하였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나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건 여행 전에는 내가 없으면, 가정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생각,그 생각에서 자유로워졌으며, 어쩌면 내가 없어도, 지구는 굴러갈 것이고,내 가정도 잘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엄마라는 역할과 책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단순한 생각은 변화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자, 엄마로 나이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다.
안녕하세요!비가 내려도 그렇게 춥지 않아.. 봄이 성큼 다가옴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 개학하고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예전에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 뒷바라지 하다가 애들 다 크고 나면 그 공허함이 어떨까? 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인지 <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 했다.> 라는 책이 더 눈에 띄더라구요. 그래서 읽게 된 <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 했다.>
딸 아내 며느리 엄마를 먼저 겪었던 조금희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도 이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동창회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모임을 계속 하면서 학창 시절의 추억, 언젠가 떠날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저도 친구들과 가끔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 실행을 못 했지요. 드디어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 이야기를 써 놓으셨는데.. 글을 너무 재미나게 적으셔서 제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지요. 부모님들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친구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오길 기대해 봐야겠어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들 중 하나가... 중간 중간에 이런 글들이 따로 적혀져 있어서.. 이 페이지들을 사진 찍어서 카카오톡 메인사진에 올리고 싶더라구요. 책을 다 읽고 나니.. 2박 3일간의 제주 여행인데... 아직 1일차야? 하면서 ㅋㅋㅋ 하룻동안 있었던 일들이 이렇게나 많다뉘... 함께 나누신 이야기들도 많고... 어쩜 이렇게 다 기억을 하셨는지..
이제 저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여자로.. 나로 지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 가지 않으실래요?
행복한작업실로 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책과콩나무
#하마터면엄마로늙을뻔했다
#조금희
#여자들의공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