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천체 : 세 자매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저자 조카 알하르티는 술탄 카부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시학 박사로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쓴 첫 오만 여성 작가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룬 나라에 사는 까닭으로 우리는 과도기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담은 많은 소설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지가 않다.
가부장제가 확고한 집안의 어른들끼리 혼사를 정하고, 외도는 필수 코스처럼 보이고 세대 간 갈등은 당연시되는 과도기에 가장 큰 혼란을 겪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오늘을 살지 못하고 과거 속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없어진 노예 제도에 얽매인 사람들이 등장하고, 가슴속에 '다른 사랑'을 품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도 등장한다. 우리나라 60년대 이야기 같은 이야기는 오만의 7080년대 이야기이다. 그런데 제국주의의 상징인 노예 제도가 아랍의 오만 소설에 등장해서 의아했다.
검색을 통해서 오만의 역사를 조금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산업화도 정말 단기간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1970년 쿠데타로 새로운 국왕이 된 왕자가 개혁을 감행했고 그때 노예제도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쿠데타와 산업화. 그래서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나? 산업화가 만든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1세대(아버지:술레이만)와 변화기에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2세대(주요 화자話者:압달라) 그리고 기성세대의 삶을 부정하는 3세대(딸: 런던)가 등장해서 오만 사회의 격변기를 들려준다.
p.179. 하지만 알 아와피와 이곳 사람들과 동물들과 가난과 종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정말 더 역겨운 건 그녀의 엄마 마수다였다.
오만 사회의 격변기를 세대 간 이야기로 풀어냈다면 오만의 문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마야, 아스마, 칼라 세 자매와 마야의 딸 런던을 통해서 들려준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노예 제도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부장적 문화 그리고 아랍의 색다른 문화들이 읽는 재미와 흥미를 더해주는 책이다.
p.26. 마수드 장로의 딸이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해서 누워서 아이를 낳는다고? 창피한 줄 알아, 이것아!
참 이상한 경험을 선물한 책이다. 가슴이 터질 듯 먹먹하다가도 오만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면 금세 잊어버리고 이야기 속을 달렸다. 그렇게 마야를 응원하던 마음은 런던으로 이어진다. 세 자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그리고 압둘라가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낯선 문화와의 신선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압달라는 마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압달라의 어머니 파티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서랍의날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