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안의 어린 아기 같았던 조카 녀석이 자라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하고
지난해에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중2병'에
톡톡히 사춘기를 거치는 모습에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요즘이야 우리 어릴 때와는 세상이 달라져서
초등학생 때에도 서로 '사귀자'라며
공식적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선언을 하며
커플링을 나누기도 하고
연애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하는 건 없이 날짜만 세는'
관계는 금세 소원해지기도 하며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성숙해져간다.
아직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2차 성장이 전부 나타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겐
'누군가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라는 것이
미지의 세계이지만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 자체가
또래들 사이에서 조금은 더 성숙하고,
무언가 다르게 앞서가는 기분이 들어
'나도 여자친구(남자친구) 사귀고 싶다'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내가 볼 때는 아직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조카가
어느 날부터인가 '나만 모쏠(모태솔로)이야' 하며
연애하고 싶어 하는 뉘앙스를 열심히 풍기기에
고 녀석 참 귀엽네 하면서도 그 말 안에 담긴
로망이랄까,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
직접 묻는 대신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중학생이 되고 맞이한 첫 여름방학,
학교 축제에서 공연할 연극의 연습에 돌입한
나무 중학교 1학년 1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연출을 맡은 태양이는 1학기의 마지막 날인
방학식 날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예쁜 외모로 주목받는 미애에게 고백을 받는다.
아직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잘 모르는 태양이는
이 고백 앞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태양이가 미애에게 고백받은 사실을 알게 된
반 아이들은 자연스레 '공식 커플'로 그들을 엮고 있다.
하지만 태양이의 마음 한편에서는
그저 친구이자, 대화가 잘 통해 잘 어울리던
현정이의 반응을 괜스레 신경 쓰게 되고,
태양이와 미애, 현정이의 엇갈리는 삼각관계 외에도
먼저 연애를 시작해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우진,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던 영웅이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털어놓으며
연극 연습은 어느새 핑크빛으로 물들게 된다.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미애와
현정에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설렘과 신경 쓰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태양이는
과연 '좋아한다'라는 감정을 제대로 알고
이성 교제를 이어가게 될까?
아직은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태양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조카의 얼굴이 몇 번이나 떠올라
얼마나 웃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맘때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생각보다 본인의 좋아한다는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런 감정은 어떻게 깨닫는지도 모른 채
그저 유행처럼 혹은 '나도 연애하고 싶다'라는
호기심의 감정으로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고 들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조카조차도
'사귄다'라는 것이 그냥 친구와 뭐가 다른지,
다른 친구들 역시 그렇게 시작한 이성 교제는
어떤 감정이 드는지 모르고 있다니 말이다.
아직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깨달아가며 느끼는
좌충우돌 시행착오와 같은 이성 교제를 따라가며
여러 사건, 다른 친구의 조언,
그리고 사귄다는 겉으로 보이는 관계 외에
진짜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따라
용기 있게 움직이며,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첫사랑의 설렘은 물론
자기의 마음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 고민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래전의 추억도 떠오르고,
이 책을 조카가 읽는다면 '정말 나 같아' 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태양이 우진과 영웅, 현정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던진 '넌, 네 마음이 보이니?'라는 말처럼
자기 마음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조금씩 자라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이 이야기는
비단 청소년들뿐 만 아니라
자기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주변의 상황에 의해 마음이 흔들리는
어른들에게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울림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고 용기 있게 행동한
태양이의 앞날에 어떤 이성 교제가 다가올지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아직은 '이성 교제'의 마냥 좋아 보이는 모습만
쫓는 조카에게도 태양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가 생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창 사춘기를 겪는 조카를 둔 언니에게도,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른 채 새로운 인간관계가
마냥 궁금하고 설레는 조카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