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필사를 하고 있는 내가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펜으로 글을 쓰냐는 것이다. 잘 쓰지도 못하는 나에게 만년필로 글씨를 쓰나요, 어느 회사의 볼펜을 가지고 필사를 하나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왠지 기분이 참 좋아진다. 나는 몇해 전에 국내 서점에서 직접 구입한 볼펜으로 글을 쓴다. 볼펜이 다 닳아버리면 새 심만 구입해서 교체를 해서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수십 개의 심을 샀던 것 같다. 다른 심은 맞지 않아서 꼭 그 회사에서 만든 심을 사서 써야만 한다.
내가 사용하는 펜은 일본에서 만든 것으로 내구성이 아주 좋고 매끄럽게 쓰여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애용하게 되었다. 펜을 만든 이 회사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해 보았던 일본의 한 기업이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문구 생산 기업들이 몇 군데 건재하고 있지만 정말 기발한 기획력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벤처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문방구를 가면 넋을 놓고 이 펜 저 펜 만져보고 테스트를 해본다. 그런데 일본제 볼펜은 종류는 많이 있어도 거의 손을 꼽는 몇 개의 회사들에서 만든 것들이다. 특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벤처 기업의 제품은 수입이 되지 않는 것인지 생산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는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볼펜들이 대부분 동일한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똑같이 이야기 해준다. 더 나아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현 사회 현상에서 찾아내고 있다. 일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서적으로 별 감흥이 없는 세대의 이야기는 읽다 보면 왜 그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보다 옛날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업의 제품에만 매달리는지 잘 알 수 있다.
유튜브 방송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이 지금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이다. 일본의 청소년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하다. 보통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우리 한국으로도 흡수되어 비슷한 패턴으로 보여지기에 책을 읽으며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일본의 기성세대들 역시 아랫 세대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들과 융화되어가는 과정은 유쾌하지 않지만 우리도 일본도 결국에는 성취해야 하는 과제와도 같다.
IMF만 세 번을 겪었다는 이집트의 이야기, 국가를 탈출해 나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국민들의 이야기 등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저자는 독자들이 현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게 한다. 얼마전 AP 뉴스를 읽다가 멕시코에서 마약으로 인한 문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손을 놓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미국은 이미 예전부터 마약 위험국이었지만 우리나라 역시 마약 청정국은 아니다. 얼마 전 마약과 얽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 연예인도 있지 않았나. 아직까지 그가 삶을 마감하게 된 안타까운 이유는 수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가볍게 나눠주는 음료로도 아이들이 마약에 중독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납득할만한 사회현상에 대해 알려주는 방식과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파헤쳐 주는 방식은 인과 관계를 알기에 충분하다. 워낙 뉴스기사에 관심이 없는 나 이지만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나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사에 어두운 사람들이나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그 원인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뉴스를 통해 현상을 듣는 것은 참 쉽다. 하지만 그 현상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원천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 세상사를 알려주는 이 흥미로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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