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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는 내게 첫 편지를 썼다."작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사무적인 말로 끝나는 평범한 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건 아우성이고, 함성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그때 비로소 하게 되었다.나는 그의 삶에 대한 정열에 압도당하고 있었다.내가 구하다 못 구한 것이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19-)
보수적인 충청도 사람답지 않게 네오필리아 neophilia의 경향을 가진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아도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새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여든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프랑스 사람들처엄 '새것 찾기 chercher de nouveau'애 골몰하고 있다.그런 그에게 균형을 잡아주는 추가 충청도이 전통문화다. 그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개발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날들을 살아왔는데 그 새로움의 원천은 중부지방에 남아 있던 토착적인 우리 고유의 문화다. (-24-)
올림픽을 준비할 때도 그는 새 일을 찾아해내느라고 날마다 밤잠을 축낸다.자고 나면 다시 고칠 부분이 생각나기 때문이었다. 고맙게도 박세직 위원장이 새 아이디어가 어제 것보다 좋으면 무리가 가더라도 뜯어고치며 박자를 맞추어주셔서,올림픽 계폐회식이 성공할 수 있었다. 88올림픽에는 세상을 경악시킬만한 새로운 것이 많았다. (-41-)
이어령 씨도 젖떼기가 많이 늦은 아이였다. 동생을 늦게 봤기 때문이다. 동생이 다섯 살 때 태어났으니, 다섯 살 초반까지는 젖을 물고 산 것이다. 마음이 약한 어머니가 막내아들의 젖 떼는 고통을 미루어주고 싶어서 그때까지 젖을 물리셨던 모양이다. (-75-)
인간는 누구나 자기 말을 귀담아들어주는 사람이 적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니,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이 공감하면서,경탐하면서 자기 이야기만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원인데 , 상대방도 똑같은 걸 원하니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오네스코의 희곡처럼 마주 앉아 모놀로그를 교환하는 비극이 생겨난다. (-140-)
그는 자신의 담론에 몰두하는 형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소리가 커지고 진지하다. 우리는 앞산을 보기 위해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데, 바로 옆에 상대가 있어도 그의 성량은 줄지 않으니 오래 듣고 있으면 나는 머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163-)
1972년 10월에 이어령 씨는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문학사상』이라는 문예지르 창간한다. 그 해에 『독서신문』 김봉규 회자이 이어령 씨와 안병욱,이부홍 씨 3인을 모시고 전국 규모의 교양 강좌를 기획했는데, 첫 도시인 부산에서 청중이 5천 명이나 모이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 청중을 보면서 이어령 씨는 그들의 지적 갈증을 메워줄 잡지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김봉규 회장의 동의를 얻어 곧 현실화되었다. 새 문예지 『문학사상』출간이 결정된 것이다. (-216-)
아버지 이병승(1896~1996)와 어머니 원경자 (1897~1944) 사이에서, 7남 중에 다섯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이어령 교수는 막내처럼 지내왔고, 도련님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11살 되던 해 갑자기 어머니께서 사암함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살아왔으며, 아내는 1958년 함께 결혼했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항상 무언가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교수로서 강의를 준비할 때도 항상 새로운 강의를 준비한다. 이러한 그이 기질은 평생 책을 썼고,일본을 연구하였고,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탈바꿈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그의 문화적 역량을 십분발휘할 수 있었던 거대한 이벤트였으며,이어령 교수가 대한민국 문화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학자로서 존경받고 세상을 떠났다. 남편으로서,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알았다.아내의 기념일은 항상 놓치지 않았고, 도련님 스타일을 유지하였으며, 고집세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했다. 항상 솔직하고,진지하게 임했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약점이 되었건만,아내 강인숙에게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이어령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확인하는 증거가 되었다. 서로 존중하고,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내왔던 이어령 교수의 내밀한 사적인 이야기,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내 강인숙에 의해서, 아내가 쓴 남편 이어령의 회고록 『만남』이다. 그동안 수많은 회고록을 읽었건만, 아내가 남편을 담담하게 회고하는 책은 이 책 『만남』이 처음이다.
얼마 전 지방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조만간 자신의 학교와 같은 도에 위치한 다른 대학과의 합병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글로컬 대학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학교와 뭉친다는 이야기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그 단어 '글로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글로컬'을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세계성(global)과 지역서(local)의 합성어로 이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조어라는 답이 나왔다. 생각지 못한 신조어의 등장에 언어는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조어들을 재빨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숱하게 만나고 헤어진다.
오늘 나는 2022년 2월에 유명을 달리한 이어령 교수님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님이 집필하신 책 「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이하 '만남')」을 읽었다. 제목부터 눈을 끄는 책이지만 사실 나에게 이어령 교수님은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었지만 그의 부인 강인숙 교수님은 낯설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워낙 유명한 책들을 많이 저술하신 까닭에 이어령 교수님의 책은 세간에 엄청난 유명세를 탔기도 하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내셨기에 더 유명해지신 까닭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강인숙 교수님의 글은 실상 오늘이 처음 접한 것인데 책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려한 문장 솜씨는 물론 90에 가까운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확한 판단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계심에 놀랐다. 이어령 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이만큼 정밀하게 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 이 세상에 또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인숙 교수님이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에 있다.
부부의 연은 우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닐 것이다. '만남' 이라는 노래 가사의 첫 소절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시작하는데 부부의 만남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70년이나 함께 하신 세월이라니 그토록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남편의 자취를 하나 하나 담고 정리해줄 사람이 아내 밖에 더 있겠는가.
독자로써 나는 (아마 다른 독자들 역시) 이어령 교수님의 작품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그 글들을 쓰게 된 이유와 그 글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을 그냥 써지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만남」은 우리에게 그러한 그의 노력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평생토록 가장 사랑했을 그의 아내의 손을 빌어서.
만약 이 책이 이어령 교수님의 삶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마 그 가치가 높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한낱 인간으로서의 삶 하나 하나가 그 자체로써 소중한 것임은 인정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살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겠냐는 말이다. 「만남」은 우리나라의 역사도 함께 담는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나는 전시 중 서울대학교가 부산에 가대학을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 나에게 88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그때 성화봉송이 어땠는지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졌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남」을 읽다 보니 조금씩 기억이 나는 듯도 하다. 나는 이어령 교수님이 88 올림픽을 함께 준비하셨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 뿐인가. 작가로써의 삶은 그의 이야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그가 네오필리아였고 그 원천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는 것과 정신적 지주로써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이 교수님의 작품 활동에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인 강인숙 교수님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으셨다고 생각한다.
자서전 아닌 자서전으로써의 역할도 야무지게 하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이어령 교수님과 강인숙 교수님 부부 사이에서 공개를 피하고 싶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모두 끌어안아줄 수 있었던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니 이 책이 더더욱 소중하게 읽힌다. 때로는 결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강인숙 교수님의 말씀과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예쁜 책이다.
※ 이 책은 인간 이어령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쫑쫑은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과의 만남....
이어령과의 첫 만남을 생각해 본다. 대학교 신입생으로서, 나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어령 선생님의 저서를 읽게 되었고,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에 매료되었다. 선생님의 저서는 단순한 문학 작품의 해석을 넘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다. 문학 속에서 찾은 삶의 의미랄까…. 이어령 선생님은 문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하셨다. 그의 저서와 강의는 문학 작품 속에 숨겨진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나에게도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의 저서를 읽고, 나는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인생을 반영하는 거울임을 깨달았다. 대학 생활 속에서의 이어령 선생님과의 만남은 나의 대학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이끌었다. 선생님의 책속에서의 조언과 격려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문학적 소양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이어령 선생님의 서책을 빠짐없이 읽었고, 그 속에서의 선생님의 삶과 사상은 계속해서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 이번에 이어령교수의 부인이신 강인숙님이 두분의 만남과 인생 여정을 그린 책을 출간하였다고 한다고 하여, 바로 읽었다.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강인숙님의 <만남,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였다.
강인숙의 <만남,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는 한 평생을 함께한 부부의 깊이 있는 사랑과 삶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은 한국 문학계의 거장 이어령과 그의 배우자인 강인숙의 인생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큰 감동과 공감을 주는 것 같다. 강인숙은 자신과의 만남 이전 이어령의 삶을 먼저 조명하며, 그의 뿌리와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강인숙 관장은 이어령과의 만남 이전 그의 삶을 통해 이어령의 세계를 조심스레 조명한다. 이어령은 "행복한 막내 도령"으로 자라며 밝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그러나 열한 살 무렵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그의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어머니의 죽음은 이어령에게 큰 고독과 슬픔을 안겨주었고, 사춘기 동안 그는 이러한 감정을 견디며 성장했다. 이 시절의 경험은 이어령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의 낙원의 문을 닫아버리는 참담한 재앙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때 아버지는 이미 다른 여인의 남편이었으니, 그는 어머니와 함께 부모를 모두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결혼한 형들은 분가해 나가셨고, 누나도 얼마 안 있어 결혼을 했지만, 밑의 세 아이는 새 여인과 사시는 아버지의 집에 남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막내 도령의 전성기는 완전히 막을 내린다. 다시는 응석이 통할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다.
「이어령과 어머니」중에서
이어령 선생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의 삶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된 어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한 가정 내 변화를 설명한. 어머니의 사망은 이어령 선생에게 있어 낙원의 문이 닫히는 듯한 재앙이었으며, 이는 그가 안정감과 보호를 잃었음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어령 선생은 어머니와 함께 부모의 보호를 모두 잃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형제들이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떠난 후, 이어령 선생과 그의 두 동생은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함께 살아가야 했다. 이는 이어령 선생에게 있어 자유롭고 응석받던 어린 시절의 종말을 의미했으며, 그에게 더 이상 응석을 부릴 수 없는 현실의 냉정함을 갑작스럽게 깨닫게 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어령 선생의 성장과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그의 작품과 사상에도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어령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의 삶의 굴곡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강인숙 관장이 이어령 선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한 마음을 반영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도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이어령 선생의 삶의 이러한 순간들은 그가 예술가로서 추구한 창조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과 대비되며, 그의 작품과 사상에 깊이를 더한다.
대학 시절, 강인숙과 이어령은 운명적으로 만났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본 이어령은 강인숙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령의 첫 편지는 "‘작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사무적인 말로 끝나는 평범한 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건 아우성이고 함성"이었다고 강인숙은 회상한다. 이는 이어령이 그녀에게 보내는 첫 신호였고, 그 후 두 사람은 다방을 아지트 삼아 다양한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갔다.
그날 밤 그는 내게 첫 편지를 썼다. “작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사무적인 말로 끝나는 평범한 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건 아우성이고 함성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그때 비로소 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삶에 대한 정열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내가 구하다 못 구한 것이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가 마신 두 잔의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일기에 쓴 기억이 있다.
「이어령과의 만남」중에서
이어령 선생과의 초기 만남을 회상하며, 그들 사이의 감정적인 교류와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작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단순한 말이지만, 강인숙 관장에게는 이어령 선생의 감정이 담긴 아우성과 함성으로 다가왔다. 이는 이어령 선생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강인숙 관장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감정이 강렬하게 전달되었음을 의미한다. 강인숙 관장은 이어령 선생의 삶에 대한 정열에 압도당했다고 회상한다. 이는 이어령 선생이 예술과 삶에 대해 가진 열정이 강인숙 관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음을 나타낸다. 또한, 강인숙 관장은 이어령 선생을 통해 자신이 찾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이미 초기부터 형성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가 마신 두 잔의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를 통해 강인숙 관장이 이어령 선생과의 만남에서 느낀 감정의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강인숙 관장에게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순간이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어령 선생과 강인숙 관장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복잡한 감정의 교류를 가졌는지를 보여주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단순한 낭만적인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는 이어령 선생의 예술적인 삶과 강인숙 관장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결혼 후, 이어령과 강인숙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갔다. 이어령은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셋방이라도 자기 집이 생기니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기뻐했습니다.” 강인숙은 그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동반자로서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살아갔다. 이어령이 많이 아플 무렵에는 "저녁때마다 ‘오늘도 살아 있어 고마워요’ 하고 감사 기도를 하면서 하루치씩 견디던 세월들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자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위가 약해서 화장실에서 위경련을 자주 일으켰더니 그게 옵세션이 되어서 꿈에까지 나타난 모양이다. 그때 그 목소리의 절박함이 나를 감동시켰다. 한때는 내가 죽으면 세상이 없어지는 줄 알던 사람……. 그는 나를 편하게 하지 않는 까다로운 남편이고, 과민하며, 늘 비관적인 사람이다. 그는 내가 힘들 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줄 모르는 서툰 남편이기도 하고, 글이 써지지 않으면 아무 때나 소리를 지르는 신경질형 신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나의 소멸에 대한 공포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건 사랑이다.
「이어령과의 만남」중에서
강인숙 관장이 이어령 선생과의 복잡하면서도 깊은 감정적 유대를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강렬하다. 이어령 선생의 위경련 증상이 꿈에까지 나타나는 것은 그의 신체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절박함은 강인숙 관장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어령 선생의 절박한 목소리에서 진정한 연민과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세상이 없어지는 줄 알던 사람"에서 이어령 선생이 강인숙 관장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이어령 선생이 까다롭고, 과민하며, 비관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며, 이는 그들의 관계에 있어 어려움과 도전을 암시해 준다. 이어령 선생이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인숙 관장은 이어령 선생의 내면에 자신의 소멸에 대한 공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어령 선생이 강인숙 관장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의 모든 결점과 어려움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이어령 선생의 복잡한 인간성과 그가 강인숙 관장에게 느끼는 깊은 애정을 강조하며,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낭만적 사랑을 넘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어령은 그의 학문적 열정과 예술적 집념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문학사상』이라는 기념비적인 문예지를 창간하고, 일본 열도에 큰 돌풍을 일으킨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집필했다. 또한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창의적 퍼포먼스를 기획하며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이어령의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 열정을 잘 보여준다. 강인숙 관장의 진솔한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기도록 영감과 함께,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내 준다.
만남,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총리뷰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을 통해 사랑의 깊이와 의미를 잘 보여주며,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진솔하게 그려낸다. 강인숙과 이어령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동반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이들의 삶과 사랑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인생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힘을 얻게 된다.
"까까머리를 막 기르고 있는 대학 신입생의 모습으로
그는 내 앞에 나타났다.
이름을 안 것은 신입생 환영회 자리였던 것 같다.
머리가 짧아 얼굴이 네모로 보였다.
무언가가 안에 꽉꽉 차서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모습······.
호기심에 빛나는 눈이 눈부셨다." (5p)
첫 장에 적힌 이 글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첫만남이 눈부신 여름 햇살 같아서 미소를 지었어요.
제 기억에는 연로한 모습만 남아 있어서 푸릇한 청춘 시절이 존재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번뜩, 청춘 드라마 같은 한 장면이 그려졌고, 슬그머니 그러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어찌나 솔직담백한지...
《만남》은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인 강인숙님은 이어령 선생과 가장 가까이에서 산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증언을 남겨야 할 것 같은 채무감으로 남편과의 70년 역사를 정리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편과 자신에 대해서 되도록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했다는데, 이러한 면모가 보통의 부부와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특히 남편이라는 호칭 대신 이어령 선생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배우자를 향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의 책들이 머릿속 창조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가슴속에 새겨진 희로애락을 아내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어령 선생님의 모습뿐 아니라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부분들,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 같아요. 타인이던 두 사람이 만나 한가정을 이루어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난다는 점에서 '만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세상 모든 것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어요. 성격은 완전 반대되는 면이 많지만 동갑내기 동창이라 공감대가 넓어서 이색 조화를 이루는 부부였던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생애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하며 배울 수 있었네요. 요근래 알게 된 노래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건 바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80년에 나온 유시형과 유의형으로 구성된 형제 듀엣 '유심초'의 노래예요. 이 노래는 김광섭 시인이 세상을 떠나고 3년이 지난 뒤, 그의 시 「저녁에」 를 노랫말로 하여 만들어졌다는데, 김광섭 시인과 각별한 관계였던 김환기 화백이 오보로 뜬 시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동명의 제목으로 1970년에 그린 유화라고 하네요. 수많은 인연의 고리들이 무수히 많은 점들이 되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찬 우주와도 같은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 거예요. "저렇게 많은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 시대의 지성으로 알려진 이어령 선생님의 부인이자 문학평론가, 국문학자인 강인숙님이 쓰신 부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의 이어령선생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이어령 선생님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더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는 거목이신 이어령 선생님의 평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관심을 가졌다면 책을 받아든 순간 이시대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남편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꼈을 저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어떻게 서로를 보듬어 왔을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만남부터 이별까지 70년을 함께 한 이야기라는 말이 참 울컥했던 것 같아요. 70년이라는 긴 인생을 함께 했던 동반자를 떠나보낸 뒤 꺼내본, 나만 알고 있는 보석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 같아 울컥한 마음과 따뜻한 마음과 함께 책을 펼쳐본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 어디까지나 예술가였지 행정가나 정치가나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창조하는 부분만 빼면 그냥 보통사람이죠 p9"
머리말을 읽어내려가며 이미 별세한 분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기까지의 고민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나 있어 겸허해 졌어요. 저자가 글을 작성하기까지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셨는지를 엿볼 수 있었어요. 이야기의 인물이 별세하셨으니 자전적 이야기의 고증이 어려운 가운데 저자가 노력했던 내용과 책에 담으려 했던 진심이 느껴져 더 깊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책은 총 3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머님과 아버님의 이야기, 저자와의 만남에 대한 내용 등 평소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구요. 부록은 이어령 선생님의 친지분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 좀 더 어릴 적 모습을 엿볼 수 있기에 기대되는 부분이었어요.
7남매 중 6째인 이어령 선생의 어린 시절 어머님과의 과거를 적은 이 부분에서는 선생님의 어머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어머님과의 관계나 부재로 인한 삶의 변화 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신 여성이신 어머님 밑에서 그리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신 아버님 밑에서 자란 이어령 선생님이 어떻게 이시대의 지성으로 존경받게 되었는지 엿볼 수 있어요. 어머니가 계실 적 외갓집과의 깊은 유대감 등을 느끼며 그 당시 발전된 시대상에서 자라난 경험이 창조의 원천이 된 배경이 될 수 있었던 과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중간중간 씌여진 고어 단어들과 함께 그 시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동시대인"
동시대인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었어요. 같은 해에 태어나 비슷한 가정환경, 비슷한 가족구성, 그리고 비슷한 상실감과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까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많은 내용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상실감까지 동시대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내온 이야기에서 오는 끈끈함이 인상 깊었어요.
만남의 끝은 헤어짐이지만, 헤어짐을 통해 가장 힘든 것은 동시대를 교류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문장이 제일 공감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우리는 세대차이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하지만, 20세기 초부터 21세기가 될 때까지 격변한 한국을 살아온 이어령 선생님과 강인숙 박사님의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공감대에 대하여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특히 문방구의 결핍에 살았기에 계속해서 가득가득 채웠고, 그것을 이해하는 서로에 대해서 서로만이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여운이 길었던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의 넷째 형님이신 이서영 선생님의 회고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에요. 미나리꽝에서 만난 개구리와 그리고 그 침묵에 대한 기억이 이후 88올림픽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나게 되었는지 회상하고 있어요. 보고 있는 것 하나도 마음에 깊이 담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이어령선생님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인사이트가 되어 좋았던 부분이에요.
책을 읽으며 그 동안 표면적으로만 알았던 이어령 선생님의 모습에서 좀 더 소탈한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간 기분이 들었어요. 머리말에서도 적혀있지만 모든 것이 고증되지 않았고 구전으로 인해 연도가 뒤죽박죽 되었던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 시대의 지성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경험들과 죽음을 앞둘 때 까지 평생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가까운 이를 잃는 상실에서 오는 감정적인 것들의 예술적 승화 등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통해 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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