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제목.
서점에 들러 가판대를 두리번거리며 책을 구경하다 강렬한 책 표지와 제목에 끌렸다. 결국 마케팅에 넘어가버렸다.
라고 마케팅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책 내용과 제목은 너무 부합했다.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참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난 요즘 인구감소 이슈에 관심이 꽤 많다.
제목만 보고도 `아, 출산율 감소로 우리나라가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구나` 싶을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인구 감소 외에 생각해보지 못한 시선으로 현재 우리나라 문제를 짚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감소해 미래에 한국은 망할 것이라고 많이들 말한다. 인구 감소가 망국의 여러 증거중 하나라는 시선이다.
저자는 인구 감소가 증거라기보다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덕분에 시야가 좀 더 넓어졌다.
저자는 모든 문제를 `돈` 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한국인은 돈이 없다.
이게 모든 문제의 핵심이다.
생활수준을 유지할 돈이 아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지출한 돈. 다른 말로 세금.
그럼 우린 왜 돈이 없을까?
아주 높은 물가의 나라
저자는 우리나라는 왜곡된 물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생필품은 비싸고, 사회 인프라와 서비스 물가는 저렴하다.
식료품 물가가 가장 높고 임대료와 음식점 물가가 가장 낮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봐도 그런 것 같다. TV에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빵이나 과일 등이 비싸다고 하는 장면을 자주 봤다.
반면, 최근들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택시 요금이나 지하철, 버스 요금은 저렴하다고 많이 들었다.
또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치고 에너지 물가가 상당히 저렴하다.
식료품 물가가 비싼 이유는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고 평지는 도시화된 주거구역 특성상 농경지가 너무 좁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낮은 사회간접자본 및 에너지 물가로 높은 식료품 물가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사회간접자본 비용은 `원래 저렴한 것` 이라는 인식이 있고 생활 비용은 비싸다보니 추가적인 생활비용 상승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이에 더해 사교육비까지 지출하고 나면 애당초 가처분소득 자체가 크지 않다.
"한국은 공동체가 병들었지만, 병든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 병을 치료하려고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사람은 어무도 없는 나라이다. 물론 이것은 거듭 밝힌 바대로 한국인의 품성의 문제가 아닌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그러하다." (60p)
이에 더해 나는 우리나라가 불신사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남들 잘 믿지 못하게 되면서 각자도생의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주위에 방어막을 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과잉보호가 만연해졌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어려운 걸 알지만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이에 더해 지금의 사회간접자본과 인프라 비용에 익숙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면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통요금, 전기세 요금 올린다는 소리가 들리면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바라고 요구하는 건 또 많다.
근데 그걸 하려면 본인들이 비용(세금)을 그만큼 내야 되는 건 모르고, 그러기도 싫어한다.
낮은 노동생산성
한국인이 돈이 없는 이유가 생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즉 지출이 크기 때문일까?
그럴 수 있지만 반대로 적게 버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노동생산성도 낮다.
정확히는 제조업 노동샌산성은 높지만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낮아 전체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린다.
이 말은 서비스 물가가 매우 싸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인 음식점을 보자.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높은 편이다. 또 대부분 영세하다.
다리 건너 치킨집, 다리 건너 카페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차릴 수 있는 이런 음식점 서비스업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이 필요한 업이 아니기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경쟁 밖에는 경쟁할 게 없다.
이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렇게 점점 노동생산성은 낮아지고 그 사람들은 점점 돈이 없다.
"과연 이들에게 공동체의 개선을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열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123p)
이외에도 흥미로운 관점이 많다.
지금의 청년들의 문제,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는 이런 문제들은 노인문제의 결과라는 시선.
돈을 더 쓰기보다는 항상 사람을 갈아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한국의 구조.
이민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다.
서점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책이다.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