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작고 사소한 날들이 나를 살린다.'며 말합니다.
이는 아이 둘을 키우는 저 역시 공감하는 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기 꺼리는 시대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고래고래 떠들지 못하지만 저 역시 경험자로써 힘들고 고된 시간이 많았고, 특히 큰 아이가 아픈 관계로 완치가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고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니는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어떤 단어로도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
작고 사소한 날들이 나를 살린다
p124
아이가 나를 치유시키는 방식은 신기하다. 가령 아이는 도로에 있는 하얀색 페인트를 밝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그 이유는 하얀색 선이나 글자 같은 것들은 다 상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이와 함께 그 하얀색 밟지 않기에 신경 쓰느라 다른 것들을 잊어버린다. 하얀색을 밟은 나는, "이히히! 나는 이제 상어한테 잡아 먹혀서 아빠 유령이 되었다" 하고, 그러면 아이는 "수리수리 마수리, 다시 아빠가 되라, 압!" 하고 외치고, 나는 "어?! 아빠가 방금 유령이 됐었어" 하고, 아이는 "상어를 밟아서 그래"라고 한다. 길을 걸으며 이걸 열 번쯤 반복한다.
그럼에도 육아_정지우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질문도 많고, 놀이도 반복적으로 행동합니다. 같은 놀이를 열 번 하면 이거 초인적인 힘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지요 :) 저자 역시 아이와 동네를 함께 걷고, 가까운 한강 공원에서 라면을 먹고 배를 타는 행위는 아이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 돌아온다 말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 그 표정과 눈에서 사랑을 읽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다. 휴일인 오늘 올림픽 공원에서 벚꽃과 개나리 배경으로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봅니다. 언젠가부터는 자신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어디에 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럼에도 육아>는 아이를 가진 부모도 좋고요, 아직 고민이 많은 부부와 미혼분들에게 더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 책은 정지우 작가님의 에세이다. 이번에 세 번째 읽게 되는 작가님의 에세이인데 지금까지 늘 많은 인상을 주었다. 첫 번째 책으로 글쓰는 삶을 가진 이들의 희노애락을, 두 번째 책으로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공간에서의 사회를 느꼈다. 에세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읽는 것이 아닌 사회 현상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신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망설일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이번 에세이의 주제는 '육아'이다. 작가님께서는 계획을 가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자녀가 생겼다고 한다. 당시에 법조인으로서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중이어서 안정된 직업이 아니었다. 배우자분께서 육아 휴직이 끝난 이후 서울로 먼저 올라가게 되었을 때에는 혼자 시험을 준비하면서 양육했고, 그 과정에서 울었던 적도 많다고 말한다. 자녀 양육을 하면서 생각했던 지점, 그리고 배웠던 것들, 출산과 양육을 원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작가님의 관점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들을 접하기도 했고, 브런치 글들을 종종 읽었던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문체나 이야기는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았기에 퇴근 이후 라디오를 들으면서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할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자녀 양육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야기와 함께 드러난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러웠던 글이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작 에세이는 나름 관심이 있거나 연관이 있는 주제이다 보니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육아 주제로 나눈 이 이야기들은 가장 거리가 먼 소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직 미혼일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결혼 생각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만약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난다면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를 출산할 계획은 없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쁜 이 세상에 누군가를 키울 수 있는 책임감의 무게를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작가님의 글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결혼과 출산, 육아를 장려하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자녀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과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기쁨의 방식이 있기에 꼭 아이를 낳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모두가 새로운 생명을 원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작가님의 말씀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양육하시는 점이나 그동안 육아와 전업을 놓치지 않고 노력해 오셨던 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언급했던 것처럼 미혼이기에 온전히 공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힘들지만 아이들을 보면 얻은 것이 많다고 했던 동생과 친한 선배의 한마디가 어렴풋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먼 미래에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온전히 마음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럼에도 육아
평소 정지우 작가의 책 뿐만 아니라 SNS글까지 꼭 챙겨 읽는 독자로서 반갑게 집어든 책이다. 기존에 SNS에서도 만나본 글도 있었지만 역시나 글은 단행본 책으로 읽는게 최고였다. 특히 이번 책은 인구소멸 저출산 시대에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육아를 ‘나를 덜어 나를 채우는 삶에 대하여’ 라는 부제로 표현한 워딩부터 인상적이었고 길지 않은 글들을 한챕터 한챕터씩 엮은 형식을 한땀한땀 즐겁게 읽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 속의 글들은 육아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출산과 육아의 사회적 의미를 진지하게 논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육아의 힘듦을 부정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일한 행복의 길이라 예찬하지 않는다. 단지 더불어 사는 삶과 사랑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큰 울림을 선사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아이가 환대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작은 생명을 책임지며 느낀 어려움과 고민, 좌충우돌하는 일상이 녹아 있다. 이어 ‘서로에게 배우는 시간’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날들 속에서 깨달은 삶의 진리와 유연해진 삶의 태도를 풀어낸다.
그 외에도 ‘사랑으로 덧칠하는 삶’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3부에서는 아이의 유년기 시절이 유한하기 때문에 더 크게 경험하는 사랑의 무한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의 욕망에는 한계가 있고, 아이의 호기심은 작은 곳에서 무한을 본다. 공원 안의 작은 디테일들, 이를테면 애벌레, 개미, 달팽이, 세 개의 미끄럼틀, 하루 종일 팔 수 있는 모래알들은, 아이가 자기 욕망을 펼칠 수 있는 ‘알맞은’ 공간들이다. 아이가 그렇게 만족하면, 나도 더 이상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셋이 함께 있는 게 좋을 때 알맞음, 만족, 욕망의 한계를 배운다.
또한 목차를 보면 탄생이라는 비가역적 사건 앞에서, 세상은 노키즈존 밖에도 있다, 부모의 자리, 작고 사소한 날들이 나를 살린다, 삶의 지표로 기억되기 위해, 어린아이의 키로 달리는 일, 함께 살다 보면 왠지 우스워지고 싶어진다, 망각과 상실에 맞설 수 있다면 등 인생의 지혜가 되고 ㅜ이안과 공감이 되는 글들이 가득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