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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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헌책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리뷰 총점 9.6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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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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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헌책』헌책들의 찬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4.09.01 리뷰제목
어떤 헌책이든 그저 헌책일 뿐이라서 나는 그것을 사랑해마지않는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정리한 게 책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중에서 한두 번쯤 들여다볼 책을 남겨 두었었다. 지금은 읽지 않은 책들과 출판사에서 증정 도서로 받았던 책 위주로 정리했다. 3~400권의 책이 바닥에 쌓였다. 절판된 도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작가의 책, 일 년에 한 번 들여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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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헌책이든 그저 헌책일 뿐이라서 나는 그것을 사랑해마지않는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정리한 게 책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중에서 한두 번쯤 들여다볼 책을 남겨 두었었다. 지금은 읽지 않은 책들과 출판사에서 증정 도서로 받았던 책 위주로 정리했다. 3~400권의 책이 바닥에 쌓였다. 절판된 도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작가의 책, 일 년에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을뿐더러 더 이상 신간을 읽지 않을 작가의 책들이었다. 헌책방에 팔려고 했으나 헌책방이 거의 사라지고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 상태여서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중고 서점에 몇 박스를 들고 갔고, 나머지는 폐지로 버렸다. 책이 좋아서, 절판된 책을 찾고자 전국의 헌책방을 수소문해 찾았으면서도 지금은 신간에 밀려 먼지만 쌓인 책들이 많았다. 정리했는데도 정리한 것 같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고 싶은 혹은 갖고 싶은 책을 찾을 때, 그게 절판본이라면 헌책방을 뒤져보았을 것이다. 애타게 찾으면서 누군가 갖고 있기를, 복간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분명 애서가다. 아무튼 시리즈를 간간이 읽으면서 하나의 주제로 된 산문을 읽는 게 좋았다. 헌책이라는 단어 하나에 구매하고 마는 나는 애서가인 게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오경철 작가의 에세이는 헌책에 대한 찬사이며 책들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책을 소유하지 말자고 애써 다짐했지만, 다시금 그가 말하는 책들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었다. 읽어보고 싶다, 갖고 싶다, 생각하며 말이다. 책은 책을 부른다.



책을 버리고 온 날, 하필 TV프로그램에서 1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영화평론가가 나와 서점 같은 책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법, 책을 읽는 것과 소장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저자 오경철은 주로 헌책방에서 모습을 비춘다. 마치 산책하듯 헌책방을 어슬렁거리다가 좋은 책을 발견하여 구매한다. 그가 소장하는 책들은 아주 귀하다. ‘초판본’과 ‘반드시 소장하지 않으면 안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책’외에는 어지간한 책은 집에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할 만하다.



책이 잘 팔리지 않자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책을 출간하는 것 외에 기존의 도서를 특별판으로 구성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 또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판본별로 구매하기도 하는데 저자가 번역서는 어지간해서 사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읽힐 만한 책들은 끊임없이 다시, 새로 번역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 헌책방은 기실 이러한 책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는 장소다. 이러한 발견 자체에 책 수집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견하는 순간 고스란히 생명력을 다시 얻는 책,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만은 그 소중한 가치를 알기에 더없이 귀한 책, 내가 헌책방을 들락날락하는 까닭은 이러한 책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146페이지)






안목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는 눈에 따라 좋은 책을 발견하고 소장할 수 있다. 미술을 보는 눈처럼 책을 보는 눈도 아주 중요하다. 헌책방에 있는 책 중에서 좋은 책이어도 보는 눈이 없으면 헌책방의 그저 한 권의 책일 뿐이다. 좋은 그림을 판별하듯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도 필요한 법이다. ‘진귀한 고서를 알아보는 데에는 과거의 언어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하다.



나는 가끔 헌책방이야말로 책의 우주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곳은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이기도 하다고. (198페이지)



공감하며 또 배웠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책에 대한 안목을 배웠다. 하릴없이 헌책방을 거닐고 싶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나, 좋은, 귀한 책을 발견할지. 책을 부르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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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러거나 헌책(방) - [아무튼, 헌책]을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o | 2024.05.26 리뷰제목
그러거나, 헌책(방)<아무튼, 헌책>을 읽고  어느새 온라인 ‘중고’서점도 굵든 얇든 나름의 뿌리를 내린 터라, 요즘은 헌책방을 갈 일이 거의 없다. 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앞에 몇 단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깨끗한 『수학의 정석』과 『성문 기본영어』를 들고 처음 헌책방을 찾았고, 아내의 생일선물로 김영희 작가의 『마스카』, 이소영 작가의『모델』 등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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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헌책(방)
<아무튼, 헌책>을 읽고


  어느새 온라인 ‘중고’서점도 굵든 얇든 나름의 뿌리를 내린 터라, 요즘은 헌책방을 갈 일이 거의 없다. 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앞에 몇 단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깨끗한 『수학의 정석』과 『성문 기본영어』를 들고 처음 헌책방을 찾았고, 아내의 생일선물로 김영희 작가의 『마스카』, 이소영 작가의『모델』 등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 골목을 누볐던 게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헌책을 읽는 것과 헌책을 좋아하는 것은 같은 쪽을 향하고 있지만, 헌책을 읽는 양이나 좋아하는 정도는 저마다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다시 말해 헌책을 대하는 다독가와 '애서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독가보다 애서가로 여기는 한 사람이 독서가 아닌 '수집'의 대상으로 '헌책'을 좋아하고 사랑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헌책이 되고야 마는) '새책'에 담아내었으니, 바로 <아무튼, 헌책>이다.
  헌책에 관한 책이라 그런지 책을 읽기 전부터 체크(check)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 정확히는 엉뚱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과연 저자는 이 책이 독자에게 (새책으로 가닿기 바라겠지만) 헌책으로 읽혀도 괜찮을까. 아무튼 시리즈의 열혈팬으로서 난 헌책(중고)을 기다리는 게 싫어서 새책으로 구했음을 밝히는 바이다. 무릇 어떤 물건이든 새것과 헌것의 경계는 모호한 법인데, 새책은 어느 순간부터 헌책이라 불러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그러거나(라는 단어가 글과 글 사이에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인지하고 있으려나. 나에게 ‘그러거나’는 ‘아무튼’으로 읽힌다) 글쓴이는 계속해서 자신으로 하여금 헌책을 고르고 사들이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러한 행위 자체가 자기 삶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궁리한다.
  저자는 책의 내용보다는 외적인, 곧 작가와 책에 얽힌 '서지적(書誌的)'인 이야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헌책을 수집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한 기준이 굳게 선 건 아니다. 고교시절, 숨막히는 학교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우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던 곳이 다름 아닌 헌책방일 정도로 헌책이라는 사물보다는 헌책방이라는 공간을 헌팅하는 데 몰두했다. 대학에 가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젠틀 매드니스(Gentle Madness)', 즉 책에 '곱게' 미친 사람들의 존재를 깨닫고부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헌책방과 헌책 둘 다에 중독되어 '단단히' 미쳐 가는 기틀을 다지게 된다.
  그토록 헌책방을 드나든 시간과 노력은 헌책을 바라보는 저자의 안목으로 자라났다. 살 만한 헌책을 알아보는 눈보다 사들이지 말아야 할 헌책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길 바라 마지않으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헌책을 맞이하고 떠나보낸다. 인연이 다한 책을 팔지 않고 쿨하게 버렸다는 어느 작가의 결단이 그저 부럽지만, 저장공간의 압박과 불시에 고개를 드는 '책 싫어증' 때문에 그는 책을 내다 파는 일을 멈출 수 없다. 헌책을 팔고 받은 돈으로 다른 헌책을 사거나 술을 사 마시면서 팔아버린 책들을 잊었다고 덧붙인다. 조선 최고의 책벌레로 불린 박제가가 『맹자』를 팔아 밥을 해 먹은 뒤 유득공을 찾아가자 유득공이 『좌씨전』을 팔아 그에게 술을 사줬다는 일화는 예나 지금이나 헌책 애호가의 습관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그는 과거에 가지고 있었거나 현재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을 또 사들이기도 한다. 특히 그에게 초판본(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초판 1쇄본)은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책 중 하나다. 그 역시 이런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속물이라고 부르리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설적이지만 책 수집가가 책을 읽게 되면, 책을 모을 수가 없다.(116쪽)"고 자기를 변호하는 그를 보면서 독자의 책꽂이에도 읽은 책보단 그렇지 않은 책이 더 많다는 사실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주장을 지지해주는 작가들을 소환시킨다. 이를테면 "책의 정말 중요한 기능은 전시되는 것이다. 꽂혀 있는 것. 왕궁의 근위병처럼, 놀이동산의 꽃시계처럼, 책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히 기능하고 있다.(117쪽)"는 소설가 김영하, "서재는 반드시 우리가 읽은 책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언젠가 읽게 될 책들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서재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책들이죠. 그것들을 영원히 못 읽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119쪽)"라고 말하는 움베르트 에코가 그들이다.
  여기서 저자를 포함한 애호가에게 헌책은 취미 생활의 대상이지만, 그것을 사고파는 헌책방 주인에게는 생계의 문제라는 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헌책이 새로운 주인에게로 가기 전까지는 모두 헌책방 주인의 소유물, 재산, 장서(藏書)이기에 대개 헌책방 주인들이 다가가기 힘든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어느 일본인 작가의 관찰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헌책방에 손님이 드나들거나 헌책의 값을 매길 때 그곳 주인의 표정이 무심해 보인 까닭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또한 「목마와 숙녀」를 쓴 박인환 시인이 서점도 경영하면서 구입한 책마다 표지나 비닐커버를 씌웠을 만큼 헌책을 새책처럼 대우했다는 일화는 헌책방 운영자로서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커버(덧싸개) 얘기가 나온 김에, 아무튼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커버를 씌운 책이 <아무튼, 헌책>임을 독자들은 알고 있는가. 북디자이너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자면, 비록 헌책을 주제로 한 책이지만, 박인환 시인의 마음을 받들어 독자들에게 언제까지나 새책으로 남기를 바라며 제작한 건 아닐까 싶다. 그러거나 앞으로 출간될 다른 책에도 적용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는 헌책의 조건을 갖춘 책을 덮고 나니 마치 헌책방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나온 기분이 든다. 저자가 '책속의 책'과 같은 구성으로 현재와 과거의 유명 작가들과 그들이 남긴 책들을 넘나들면서 헌책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글을 펼쳐나간 덕분이리라. 헌책이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나아가 그 삶을 얼마나 넉넉하게 변화시키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혹시 저자처럼 헌책(또는 어떤 사물) 수집가임에도 어째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고 수집하는지 모르거나 자문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작고도 큰 영감을 전해줄 이 책을 헌책(獻策)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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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b | 2024.09.20 리뷰제목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봤을 때, 대놓고 다독가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나마 애서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많이 읽지도, 깊게 읽지도 않지만 그냥 책이라는 물성 자체를 좋아하고, 책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을 싫어하니 애서가라는 이름은 붙여도 되지 않겠나.여튼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지 집에 책이 좀 많기는 하다. 방이 좁아서 많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일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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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봤을 때, 대놓고 다독가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나마 애서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많이 읽지도, 깊게 읽지도 않지만 그냥 책이라는 물성 자체를 좋아하고, 책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을 싫어하니 애서가라는 이름은 붙여도 되지 않겠나.


여튼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지 집에 책이 좀 많기는 하다. 방이 좁아서 많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일단 다 꽂지 못하고 바닥에 책이 쌓이는 순간 좌절하는 것도 나만의 라이프 사이클(?) 중의 하나이다. 그 해결방법은 두가지, 어쩄든 꾸역꾸역 꽂거나, 책을 다른 곳으로 치우거나.(절대 파는 법이 없지. 아무렴.)


새책도 많지만 헌책도 자주 사들이다보니 이번 아무튼 시리즈, 헌책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경철이라는 분의 책을 내가 이미 한 권 샀는데 그 책을 좀 읽다가 타이밍을 못맞춰서 내려놓았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흠. 두번째 책은 성공하겠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없는 글들로 채워져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같은 마음으로 아파했다면 이 책의 소감으로 충분할지도.


수없이 많은 책을 사서 집 안에 들여놓은 나는 들여온 것만큼은 아닐 테지만 또한 상당히 많은 책을 집 밖으로 들어냈다. 이삿짐을 줄이려고 - 단언컨대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책을 증오한다 - . 비좁은 집이 책의 포화 상태를 극사실주의적으로 전시할 때, 그리고 책이라는 물건에 염증과 회의가 생길 - 모든 궁핍한 애서가들이 잊을 만하면 겪은 증상이리라 생각한다. 저따위 책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저것들을 끌어안고 있느라 이때토록 가난뱅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게 아닌가! - 때마다 헌책방이나 온라인 중고서점에 책을 무더기로 가차 없이 팔아버렸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말하는 "책이 참 많네요"를 욕이 아닌 칭찬으로 애써 곡해해 들으며 몇번의 이사를 한 기억이 나도 몇 번 있다. 책은 참으로 무거운 물건이다.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을 때보다 부려놓으면 그 양이 어마어마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저따위 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매일 생각하면서 나는 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책을 산다. 고질병이고 중증이다.


당신이 돈을 내고 자신의 물건으로 만들기 전까지 헌책방 책장에 진열된 책은 모두 헌책방 주인의 재산이자 소유물이다. 주인의 장서라고도 할 수 있다. 헌책방 주인이 다가가기 힘든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가쿠타 미쓰요, 오카자키 다케시, <아주 오래된 서점>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아주 오래된 서점>을 2017년에 읽었네. 그래도 읽었다는걸 기억하는게 어딘가.

정말 방글방글 웃는 헌책방 주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음의 글에서도 알 수 있다.


한때 나는 헌책방을 차려볼까 자못 진지하게 생각했다. 당장은 시작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그리고 헌책을 팔면 얼마만큼 벌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 무렵 단골로 드나들던 헌책방 두 곳의 주인장들에게 넌지시 조언을 구했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 사람은 기어이 하고 싶다면 장서를 밑천삼아 온라인에서 먼저 시도해보되 점포는 절대 얻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름대로 오래 해온 책장사지만 언제나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전부 빚이라고, 가게에서는 그저 책들을 회전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렴풋이 짐작하기는 했어도 역시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단계를 지나 책을 만들기도, 쓰기도, 유통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엔 많이 부족한 책들이 쏟아지고, 수많은 책방과 출판사가 창궐했다 사라진다.

헌책방이나 작은 서점에 대한 꿈은 열권 이상의 작은서점과 헌책방에 대한 책을 읽고 이미 접었다.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돈이 없는(책 좋아하는 사람은 왜 다 가난한지) 나같은 사람은 더더욱 손대면 안되는 일이다. 저자 오경철은 헌책방을 정말 해볼 작정이었는지 단골 헌책방 주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역시 긍정적 대답을 듣지 못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피로와 나태에 찌들어 허망하게 흘려보내는 무위 혹은 방기의 시간은 불행한 시간이다. 이러한 감각은 간혹 퀴퀴한 냄새 가득한 헌책방의 서가 앞에 서서 낡은 책들의 책등을 우두커니 훑어보고 있을 때 매우 또렷해지고는 한다. 아직 완전히 이성을 잃지 않은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묻는다. 너 뭐 해? 또 책 사려고? 사가지고 가보았자 며칠 전에 사 간 책들 위에 고스란히 쌓이기만 할 게 뻔한데! 이봐, 이제 너는 젊지 않아.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읽지도 못할 책은 그만 사고 - 아무리 헌책이라지만 책값도 좀 아껴야지 - 네 방에 쌓여 있는 책들부터 진득하게 앉아 읽어보면 어때? 나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그만 우울해지고 만다.


누가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게 동감했던 글이다. 책을 보면 기쁘다가도 우울해진다. 읽지 못한 책들이 눈에 밟히고, 읽고도 기억나지 않는 책들에 또 좌절하고.

언제쯤이면 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면서 계속 새 책을 사는 내가 바보같다.

하지만 또 이런 우울감을 날릴 수 있는 현자의 말이 나를 기쁘게 한다.


서재는 반드시 우리가 읽은 책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언젠가 읽게 될 책들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렇습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었죠. 서재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책들이죠. 그것들을 영원히 못 읽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대담, 장필리프 드 토낙 사회, <책의 우주> 중 카리에르의 발언


누군지 잘 모르지만 카리에르 만세!(장 클로드 카리에르는 프랑스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배우라고 한다)

내가 쌓아놓은 책들은 내가 언젠가는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는 것이,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안심하게 하니 말이다.

한번 사는 인생, 가난하게 살지만 책만큼은 풍족하게 읽다 간 사람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헌책에 대한 찬사, <아무튼, 헌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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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진정한 헌책 수집가의 이야기 <아무튼, 헌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 2025.02.15 리뷰제목
[아무튼, 헌책] 오경철한줄평 : 진정 헌책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유쾌한 헌책 이야기헌책방, 고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원 남문의 "오복서점"도 2023년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주대 인근 법원 사거리의 "헌책방"도 진작에 문을 닫았다. 작년인가 당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중고책이 전 장르를 불문하고 계속 올라와 몇 번 거래를 한 적이 있다. 머리가 희끗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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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헌책] 오경철

한줄평 : 진정 헌책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유쾌한 헌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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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고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원 남문의 "오복서점"도 2023년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주대 인근 법원 사거리의 "헌책방"도 진작에 문을 닫았다. 작년인가 당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중고책이 전 장르를 불문하고 계속 올라와 몇 번 거래를 한 적이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었다. 얼마나 책을 좋아하셨기에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헌책방을 했었노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법원 사거리에 헌책방이 있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다,고 했더니, 반색을 하면서 자기가 거기서 헌책방을 운영한 사람이라고 했다. 폐업하면서 처분할 거 처분하고 버릴 수 없는 책들을 집으로 가져왔는데, 시골로 이사가게 되어 아깝지만 당근에서 처분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그 분에게서 서너 번 각 장르별로 많은 책을 구입했다.

이제 수원 인근에서는 알라딘 중고서점 아닌 예전 헌책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성에 "고구마"라고 창고형 매장이 있다고 했는데 몇 번 가보려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가보질 못했다.

이 책의 저자 오경철은 문학동네 편집장을 하면서 청년 시절부터 헌책에 매료되어 헌책방 순례를 해 온 알짜배기 헌책 수집가다. 그는 지금도 가끔 헌책방에 가긴 하지만 예전의 그런 헌책방은 모두 사라지고 창고형으로 바뀌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제는 헌책을 찾는 사람들도 집에서 모두 컴퓨터로 주문하고 있다고 씁쓸해한다. 좁은 공간에 가득 채워진 헌책 냄새를 맡으며 주인이 내주는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책을 고르는 재미는 이제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헌책을 찾는 사람들은, 과거에는 헌책방의 문화적 가치와 그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박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예찬하는 열성적인 순례자들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대부분 - 물론 아직도 헌책을 구경하고 사들이는 일 자체는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 - 터치나 클릭을 하고 있다. (176)

나도 헌책 수집에 취미를 가지려고 시도를 몇 번 해보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초판본을 모으거나 희귀한 서적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그에 따른 시장도 없는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해외 고서점 관련 책들은 여럿 나와 있고 나도 꽤 여러 권 읽었다. 이야기들을 책에서 읽으면 두 눈이 말똥말똥 빛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아,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그런 사람이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시장이 생기는 법인데 우리나라는 시장을 형성하기에는 수요가 너무 적다. 정말 쥐꼬리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죄다 문을 닫고 인터넷 판매로 갈아타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저자가 사랑했던 헌책 수집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많이 행복했다. 아, 이 작가는 이런 제목을 달고 책을 쓸 만 하다.

새 책을 주문할 때 내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나는 혼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아, 이 사람도 나와 같구나.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하며 자제하려고 애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늘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사람이 '헌책방'이라는 '장소'에 중독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무렵 처음 알았다. (50)

나도 청년 시절에는 길을 가다가 책방만 보이면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가 그날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어 책을 사곤 했다. 그러면 그날은 밥을 굶거나 아주 아주 먼 거리를 그냥 걸어서 집엘 가곤 했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사지만 그도 돈이 궁해지면 책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쥐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법, 나 역시 가난해지고 또 가난해져서 정말 당장 내일을 보장할 수 없을 때 거대한 책장과 그 속에 무질서하게 꽂혀 있는 책을 보며 계산을 해 보았다. 저 책들, 한 권에 만 원씩만 계산해도 수천만 원이구나. 저 책을 안 사고 돈으로 모았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일까? 물론 몇 번을 생각해봐도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인 것이다. 그때는 책을 사는 게 남는 거였고, 지금은 또 책을 팔아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슬픈 마음을 감추고 팔 수 있는 책을 골라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가서 쥐꼬리만한 현금을 손에 쥐기도 했다.

저자도 그랬다. 그도 가끔 책을 팔아 손에 돈을 쥐고 눈알을 굴리던 때가 있었다. 그는 책을 팔면 즉시 실천할 것으로 다시 그곳에서 다른 책을 사는 것과 술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거나 책을 팔고 손에 쥔 돈을 즉각 실천하기에 바람직한 일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다른 책을 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술을 사 마시는 것이다. 물론 순서대로 둘 다 하면 가장 좋다. 팔아버린 책들은 그래야 잊는 법이다.

나 역시 그 자리에서 책을 다시 사느라 책을 팔아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기도 했다. 그 범위 안에서 책을 산 기억은 없다. 항상 더 많은 책을 샀다. 조선시대 책벌레들도 그랬나보다. 책 읽는 사람들은 왜 한결같이 가난한 것일까.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여기 박제가와 유득공의 이야기도 슬프다.

조선 최고의 책벌레 박제가가 굶주림에 시달리다 <맹자>를 팔아서 밥을 해 먹고 유득공에게 달려갔다. 사연을 듣더니 역시 굶주렸던 유득공은 <좌씨전>을 팔아 그에게 술을 사 주었다. (67)

저자의 책중독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도 책에 관해서라면 정말 어디 내어 놓아도 탁월한 수준이라 인정을 받는데, 그의 글을 읽으니 나는 정말 새발의 피에도 모자라는 수준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형님,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대단한 분이다.

나의 대출 가능 권수는 0일 때가 태반이다. 날마다 어떤 책은 반납하고 어떤 책은 빌려 온다. 조급한 마음과 달리 대부분은 통독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계속 책을 빌려다놓지 않으면 불안하다. 도서관에 가면 그때그때 읽고 싶은,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읽으려고 했는데 깜빡한, 혹은 회원들이 신청해서 신착 도서 서가에 꽂힌 책들이 항상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110)

그는 책과 분리불안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책이 없으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불안한 증세, 책을 빌려 놓지 않으면 누군가 그 책을 빌려갈 것 같은 불안한 마음. 이 정도면 정말 중증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누굴 탓하랴.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감정이입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이 책이 내게 이토록 높은 몰입도를 선물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읽지 않았거나 읽지 못한 책들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끊임없이 책을 사들임으로써 읽지 않았거나 읽지 못한 책들의 수를 전혀 줄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아주 많다. 단지 그들은 그 사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뿐이다. (114)

우리나라에 이런 혜안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놀랍고 반갑다.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자처럼 또는 나처럼, 읽지 않았거나 읽지 못한 책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책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거실로 들어서면서 탄성을 내지른다. 아, 저도 이게 로망이에요.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외친다.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렇게 묻는다. 근데 혹시 여기 꽂힌 책 다 읽으신 건가요? 물론 아니다. 다 읽은 책만 꽂아 놓지 않는다. 앞으로 읽을 책도 꽂혀 있다. 그리고 그 비중이 꽤 된다.

나는 이렇게 변명하곤 한다. 책의 수명이 워낙 짧다고. 나중에  사야지 마음 먹고 있다가 몇 년 뒤 그 책을 사려고 하면 어느새 품절 도서가 되어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판단이 들면 많은 경우 그 책을 사곤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내 책장 선반에는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지곤 한다. 그리고 읽은 책 중에서 소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책은 누군가에게 주기 때문에 그 비중은 더 늘어만 간다. 다행히 독서가이면서 책수집가이면서 소설가인 장정일 작가와 김영하 작가가 이에 대해 나 대신 이렇게 변명을 해준다.

역설적이지만 책 수집가가 책을 읽게 되면, 책을 모을 수가 없다. 읽은 책만 서가에 꽂아두기로 한다면, 서가의 선반은 매년 겨우 한두 칸밖에 자라나지(?) 못할 것이다. 책 수집가는 책의 본래의 기증인 '읽기(독서)'와 다른 방법으로 책을 소유한다. 어떻게 보면, 읽기를 통한 책의 소유란 그야말로 거죽만의 것(실용적)일 수 있다-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56쪽 (117)

책의 정말 중요한 기능은 전시되는 것이다. 꽂혀 있는 것. 왕궁의 근위병처럼, 놀이동산의 꽃시계처럼, 책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히 기능하고 있다. 전시!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목적이며 숨겨진 (핵심) 기능이다. 대부분의 책은 자신의 전 생애를 책꽂이에서 보내고 그것으로 제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의연하다. - 김영하, 책, <포스트잇> 53쪽 (118)

이렇게 시시콜콜 저자가 쓴 글에 대해 소회를 여기서 나누려고 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다. 우리나라에  헌책에 대해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사람을 정말 제대로 찾아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흥분한 상태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했다. 그의 책에 대한 정의를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건과 그 역사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감정과 희망을 보존하며, 미혹마저도 기꺼이 보존하려 든다. 책의 힘은 아주 강력하고도 미묘하다.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수많은 인생, 수많은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21)

책은 그저 한 권의 책이 아니다. 수많은 인생, 세월, 시간, 추억을 켜켜이 쌓아 올린 거대한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니 헌책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다. 그저 헛간에 버려진 책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위대하다.

새책이든 헌책이든 책은 세상에 나오는 그 즉시 이미 목적을 달성한다. 누군가에게 팔려 읽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책에 남은 어떤 흔적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강렬하다. 나는 가끔 헌책방이야말로 책의 우주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곳은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이기도 하다고. (마지막 문장. 198)

언젠가 내 책이 중고서점에 진열된 것을 보았다. 나는 내 책이 아닌 것처럼 슬쩍 책 뒷표지에 매겨진 가격을 보았다. 흠. 이 정도 가격에 헌책으로 팔리는군.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가 내 책을 헌책방에 팔았다는 것에 대한 양가 감정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처럼 책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보존서가로 들어가고, 더 세월이 흐르면 헌책방으로 무더기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사연을 안고 도착한 헌책방의 헌책에 대한 오마주요, 위대한 사랑의 글이다. 이 책도 언젠가는 헌책이 되겠지. 그게 책의 숙명이니까. 아무튼, 헌책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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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헌책이 좋아요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m*****a | 2024.05.19 리뷰제목
책을 사는데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이유가 생겨버렸다. 소소하게 모으는 아무튼 시리즈였고, 무려 헌책에 대한 이야기라니 신간 코너의 등장에서부터 참을 수 없게 만들어서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행동을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수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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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데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이유가 생겨버렸다. 소소하게 모으는 아무튼 시리즈였고, 무려 헌책에 대한 이야기라니 신간 코너의 등장에서부터 참을 수 없게 만들어서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행동을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수집이란 행위는 애호하는 누군가와 도란도란 나누는 순수한 한담이자 정담이나 매한가지라는 이야기가 가슴을 치고 갔다. 나 역시도 이래저래 모으는 것이 참 많은데 일단 책이 바로 그중 하나였기 때문에 작가님의 책 수집에 무한 공감하며 읽어나갔던 것 같다.

나만 해도 왜 쓸모도 없는걸 그렇게 모으냐는 소리, 폐지 모으는 걸 벌써부터 하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수집에서 발견하는 환희와 내가 찾지 못하는 물건과 만나지 못할 때의 좌절감,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대한 마음에 대한 설명이 마치 그려지듯 설명돼 있었다.

 

좋은 책을 발견하려면 좋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나, 안목이 높은 주인이 운영하는 헌 책방에 가면 그런 질서와 체계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은 작가님과 같은 고서 수집가는 아니지만 나만의 헌책 수준을 높이고 싶다는 욕심과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고서들의 기준과 진귀한 고서들을 알아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 현대의 고서들은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수장고, 귀중본 보관실 개인 소장가의 서재들에 들어가 있다는 말도 굉장히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들이었다.


헌책방에 대한 작가님의 코멘트들도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읽었던 부분인데, 헌책방은 시간이 떠난 서점이라는 부분이 뭔가 헌책방의 장소를 연상하게 했던 것 같았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마법의 장소, 현재라는 시간을 무심하게 하는 책들의 공간에서 특별하게 나와 눈 마주침 당할 책을 만날 순간을 고대하는 모습이 떠올라 두근거림이 상상됐고 그런 따뜻함이 있는 순간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책 수집가가 왜 산 책을 또 사게 된 건지, 책을 사는 기준은 어떤 것인지, 그 집 책꽂이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도 계속 뱉어내는 책들과, 읽으려고 샀는데 읽은 책보다 쌓여가는 책이 많을 때 느끼는 감정들과 아직도 사야 할 리스트가 많을 때 느끼는 양가감정, 책 덕후들이 소개하는 비밀스러운 귀한 책 리스트들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번 아무튼 시리즈 역시 단숨에 읽어갈 수 있을 거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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