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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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은근한 차별에 맞서는 생각하는 여자들의 속 시원한 반격

리뷰 총점 9.3 (14건)
분야
사회 정치 > 여성/남성
파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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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평점10점 | c*****9 | 2025.03.17 리뷰제목
우리를 공주 취급하는 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격우리는 종종 ‘공주님’이라는 말을 듣는다. 듣기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이 말에 진정한 존중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저 ‘예쁘고 나약한 존재’로 규정짓기 위한 편리한 표현일 수도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라는 편견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 내딛는 데조차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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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공주 취급하는 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격

우리는 종종 ‘공주님’이라는 말을 듣는다. 듣기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이 말에 진정한 존중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저 ‘예쁘고 나약한 존재’로 규정짓기 위한 편리한 표현일 수도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라는 편견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 내딛는 데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의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이러한 현실을 깨부수는 책이다. 그녀는 눈물 대신 유머를 무기로, 분노 대신 날카로운 비판을 들고 여성혐오가 가득한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펀치를 날린다.

공주 취급? 그런 건 사양하겠습니다

책은 “공주님”이라는 달콤한 호칭 뒤에 숨겨진 구조적 차별을 파헤친다. 여성에게 씌워진 수많은 틀——베이직걸, 픽미걸, 드라마퀸, 감정적인 여자, 과하게 설명을 요구하는 여자——이 모든 것이 여성을 한정된 틀 속에 가두려는 시도임을 지적한다. 여성들은 단지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거나, 반대로 여성성을 벗어나려 하면 비난받는다. “우리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든 작은 서랍 속에 욱여넣으려 한다.” 타라는 이러한 프레임을 가볍고 유쾌한 어조로 조목조목 해체한다.

그녀는 가부장제가 얼마나 교묘하게 현대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여성에게 집안일을 더 시키는 직장 문화, 남성이 중심이 되는 의학 연구, 핑크 택스(여성용 제품이 더 비싼 현상), 심지어 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만족을 위해 조작하는 ‘허즈번드 스티치’까지. 세상은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차별은 숨 쉬듯 작동한다.

웃음으로 반격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머’다. 타라는 여성혐오에 맞서기 위해 분노와 슬픔이 아닌, ‘비꼼과 유쾌한 반격’을 택했다. 예를 들어, 여성스러운 것이 왜 자동적으로 유치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가십걸〉은 예술적으로 대단한 작품이 아니지만, 스물두 명의 남성이 공 하나를 쫓아다니는 스포츠가 과연 첨단 과학인가?’ 그녀의 촌철살인 유머는 독자들에게 ‘맞아, 그게 말이 돼?’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또한 ‘여자는 말을 많이 한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발언 시간이 남성과 동등해지려면 실제로 집단 내 여성 비율이 60~80%가 되어야 한다. 결국, 여성이 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존재감’ 자체가 유난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위축될 필요가 없다. 타라의 말처럼,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차지하라. 미안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다.”

페미니즘이 낯선 사람도, 피곤한 사람도 환영합니다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서적과 차별화된다. 페미니즘 이론을 깊이 연구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혹은 ‘페미니즘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간다. 여성혐오적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환경에서 살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그 사고방식을 내면화하기 쉽다. 타라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우리 모두가 여성혐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타라가 우리 옆에서 “야, 그런 말 듣고 가만있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녀는 단순히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꼬집으며, ‘유쾌한 방식으로 반격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세상을 향한 유쾌한 태클을 준비하며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단순히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불합리한 상황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 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더 이상 ‘공주 취급’에 속지 않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은근한 차별이 보일 때, “웃으면서 한 방 날릴” 자신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세상을 향해 한 번쯤 유쾌한 태클을 걸어보자. “미안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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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음 세대는 부디 이 책에 공감할 수 없게 되기를 평점10점 | s*********6 | 2024.11.21 리뷰제목
‘페미니즘’은 현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심지어 이 감자는 뜨거워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을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졌을 소재이지 않을까.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ㅍ’도 꺼내기 조심스러운 세태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서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론과 학문 관점으로 접근한 책부터 어린이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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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현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심지어 이 감자는 뜨거워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을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졌을 소재이지 않을까.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ㅍ’도 꺼내기 조심스러운 세태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서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론과 학문 관점으로 접근한 책부터 어린이나 학생들을 위한 책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이 세상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고,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지 궁금한 여성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1990년생 여성인 타라-루이제 비트베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합쳐 60만 팔로워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이다. 인플루언서와 페미니즘의 조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문화학을 전공하며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깃든 여성혐오가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다. 나아가 시대에 뒤떨어진 성 역할이 어떻게 현대에도 재생산되는지를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트리며 페미니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이 책 또한 다양한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그렇기에 여성들이 저도 모르게 어릴 적부터 소비하고 받아들여 온 여성혐오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시작한다. 이어서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쾌한 상황 중 대다수가 사실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명쾌하고 단호한 어조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여성에게 씌운 이상적인 모습과 그 프레임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여성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이러한 굴레를 깨닫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저자의 설명이 간결하고 명확해서 이해하기 쉽다.

한편, 저자가 독일인이라는 점은 언뜻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 나 또한 ‘독일 같은 선진국은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상황이 낫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이게 독일인 작가가 쓴 책이라고?’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을 구성한 작가의 역량도 뛰어나지만,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현실 또한 한국의 여성도 충분히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라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 번이나 ‘몰래카메라’라는 단어가 사용된 점이다. 불법 촬영 범죄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이를 고려해 ‘깜짝카메라’ 등 다른 표현을 사용했으면 이 책의 의도를 더 잘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은 페미니즘이 낯선 여성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세상의 거의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현명한 남성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어머니, 누나, 여동생, 아내, 딸, 친구, 동료…. 소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유독 마음이 답답해지는 뉴스가 많은 오늘, 언젠가는 이 책이 한 세대 전의 옛날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책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있다.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당신도 바로 그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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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타라-루이제 비트베어 평점10점 | s*****m | 2024.03.30 리뷰제목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때보다는 덜 더하다. 괜찮은 사람인 척 보이려고 했던 행동은 집에 돌아와 누우면 이불킥 하기에 좋은 것이었다. 괜히 말했구나. 괜히 그 대화에 끼어들었구나. 스스로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친절하고 멋진 사람이 된다는 건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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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때보다는 덜 더하다. 괜찮은 사람인 척 보이려고 했던 행동은 집에 돌아와 누우면 이불킥 하기에 좋은 것이었다. 괜히 말했구나. 괜히 그 대화에 끼어들었구나. 스스로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친절하고 멋진 사람이 된다는 건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나의 혐오가 쩔던 시절을 지나 어떤 일에도 반응하지 않는 무던한 시간을 살고 있다, 고 꼭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래도 한 번씩 저 인간 왜 저러나 이중성 장난 아니네 생각은 한다. 일을 해서 그렇다. 모든 게 일 때문이다. 내가 분노하고 슬퍼하고 우울해하는 이유는 일 때문이다고 탓을 하면 쉽다. 지금은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의 책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어쩔 수 없이 노동하는 나의 손등을 찰싹 때리는 책이다. 

너 그러면 안 된다. 너의 그런 말이 여성혐오인지 몰랐지. 여성인 나도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라는 말해준다. 여성혐오는 선의의 조언이나 칭찬인 양 행세하기도 하는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고방식과 관념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이다고. 정말 정말 몰랐다. 나의 그런 말이 상대의 행동을 추켜세우기 위한 말이 여성혐오였다니. 이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의 특별함은 쉽게 쓰여서 계속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례 연구와 논문 인용이 아닌 작가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의 인생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사람들 특히 남자들과의 만남에서 있었던 타라의 특별한 경험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통쾌하다. 책 속 곳곳에 유머가 포진되어 있다. 맞아. 유머와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여성을 대하는 부정적인 인식과 프레임을 입히는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문제점도 유머와 위트로 혼내준다. 

남성이 여성에게 설명과 조언, 가르침이라는 맨스플레인을 겪어본 적 아니 당해본 적이 있는지. 무수히 많겠지.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 네 그렇군요 말한다. 대화를 질문으로 시작하는 방식이 진절머리 난다. 질문했는데 내가 정답을 말하면 갑분싸가 되지만 어쩌냐 나는 답을 알고 있는 것을. 심지어 나는 그 분야를 가르치기도 했단 말이다.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의 세계와 책을 읽는 우리의 세계가 교집합처럼 만난다. 

새로운 용어도 알게 되었다. 픽미 걸, 베이직 걸, 인셀, 알파메일, 전 여친 미친년. 가해자에게 공감해 주는 심리는 어느 나라나 똑같구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독일도 그렇다면 전 세계가 그렇다는 거다. 일의 특성상이라고 말해버리면 편하겠지만 내가 일하는 곳 역시 남자들의 비율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도대체 왜 여성들과는 유대나 연대가 되지 않을까. 여적여는 분명 아니다. 여성/남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먼저 생각한다.

성별로 나눠서 바라보는 게 아닌 먼저 인간으로서의 괜찮음을 보게 된다. 핑거프린스와 핑거 프린세스가 도처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성실한 바보는 더 많은 일을 한다. 반성한다.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를 읽었으니까 칭찬인양했던 여성혐오의 말은 이제 하지 않기로. 세상에는 여성과 남성이 아닌 인간이 있을 뿐이다. 전 여친 미친년의 신화에서 우리는 해방되어야 한다. 전 남친 미친놈의 신화도 있다면 그것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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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이 아닌 오롯이 '나'로 살아갈 수 있기를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r | 2024.03.13 리뷰제목
20대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낯선 남자가 내가 살던 건물 공동현관을 뚫고 들어왔던 일이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건물에 거의 다다르자 비로소 안심하고 공동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여기 사세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보니 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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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낯선 남자가 내가 살던 건물 공동현관을 뚫고 들어왔던 일이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건물에 거의 다다르자 비로소 안심하고 공동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여기 사세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보니 웬 남자가 따라들어와 있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하니 “저도 여기 살아요.” 라고 했다. 거짓말! 그 건물은 여자만 사는 건물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끼쳐서 가방 속 아무거나 집어들고 남자와 대치하고 섰다가, 잠시 남자가 한눈 파는 사이를 틈타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경찰을 불러 그 남자는 경찰에게 끌려갔는데, 나중에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한다는 말이 ‘자꾸 힐끔거리고 눈이 마주쳐서 같이 술이나 마실까 하고 따라왔다’고 했단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지는 재미로, 흥미로 그랬을지 몰라도 나는 그날부터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야 했고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일은 몇 년 뒤 직장 상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외근을 나갈 때 벌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끔찍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너무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그러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아무도 못 믿겠고요.”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상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허우대 멀쩡하면 잘해보지 그랬어~”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웃긴 건 그 상사는 여자였고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였다. 과연 본인이, 딸이 그런 일을 당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의 원제는 ‘드라마 퀸(Drama Queen)’이다.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의미인데, 여성들이 느끼는 정당한 감정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차별적인 발언이나 정당하지 못한 대우에 화를 내면 드라마 퀸이라고 놀리는 식이다. 왜 권리를 찾고 내 목소리를 내는 일로 비난받고 놀림받아야 하는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로벌 인플루언서인 저자 타라-루이제 비트베어는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다양한 여성혐오가 여성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인내를 학습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꼬집는다. 무언가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실제 우리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것이 사실이라 믿게 되는데,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적 편향’ 또는 ‘인지 왜곡’이라고 부른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여성혐오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셈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제 담론 아래 여성들은 줄곧 억압 속에 살았다고. 여성은 거절할 때도 남성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조심해야만 했다고. 왜냐하면 최악의 경우 거절의 대가는 목숨이 되기도 하니까. 도대체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했길래 우리는 거절하는 행위 그 자체마저도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저자는 여성 혐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여성에 대한 내러티브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란 역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진정 해결책은 없는 걸까?

책을 읽는 동안 명백하게 드러나는 여성혐오보다 일상 속에서 은연중에 나타나는 여성혐오가 그야말로 ‘수도 없음’에 당황하고 놀라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여성으로 바로 설 수 있는 방법은 사회가 만든 정형화된 여성이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불편함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용기, 부당함에 참지 않는 용기가 모인다면 어쩌면 내 다음 세대쯤에는 이 만연한 여성혐오가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나도 저자처럼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니?’ 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위축되지 않고 계속 피곤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더는 ‘드라마 퀸’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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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추천도서를 넘은 필독도서! 평점10점 | q********6 | 2024.03.11 리뷰제목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결혼이라는 제도와 가부장제에 이미 들어선 여성도 여자는 여자니까.오히려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여성보다 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약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이겠다. “2020년 기준, 앞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일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사라지기까지 101년이 걸린다고 한다.”“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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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가부장제에 이미 들어선 여성도 

여자는 여자니까.

오히려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여성보다 

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약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이겠다. 


“2020년 기준, 앞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일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사라지기까지 

101년이 걸린다고 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나 강간에 대한 묘사를 

유독 좋아하는 장르가 하나 있다.

바로 랩이다. 

오랫동안 이런 가사들은 예술의 자유라고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여성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구조가 어째서 예술인가?’ 

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색깔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 않다.

겉모습이나 취향만으로 편견에 사로잡히고 싶지도 않다.”


“놀랍게도 대중은 성폭력 사건을 두고서 남성의 편을 든다.

피해 여성이 남성을 성폭력으로 고발해 승진하거나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전 터무니 없는 소리다. 

그런 식으로 경력을 쌓고 승진한 사례가 

한 건이라도 있으면 제발 나에게 알려 달라.”


위의 이야기들이 소설의 이야기로 들리는가.

아니다. 

해외의 이야기로 들리는가.

더더욱 아니다.

바로 당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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