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공주 취급하는 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격우리는 종종 ‘공주님’이라는 말을 듣는다. 듣기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이 말에 진정한 존중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저 ‘예쁘고 나약한 존재’로 규정짓기 위한 편리한 표현일 수도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라는 편견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 내딛는 데조차 눈치
리뷰제목
우리를 공주 취급하는 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격
우리는 종종 ‘공주님’이라는 말을 듣는다. 듣기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이 말에 진정한 존중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저 ‘예쁘고 나약한 존재’로 규정짓기 위한 편리한 표현일 수도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라는 편견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 내딛는 데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의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이러한 현실을 깨부수는 책이다. 그녀는 눈물 대신 유머를 무기로, 분노 대신 날카로운 비판을 들고 여성혐오가 가득한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펀치를 날린다.
공주 취급? 그런 건 사양하겠습니다
책은 “공주님”이라는 달콤한 호칭 뒤에 숨겨진 구조적 차별을 파헤친다. 여성에게 씌워진 수많은 틀——베이직걸, 픽미걸, 드라마퀸, 감정적인 여자, 과하게 설명을 요구하는 여자——이 모든 것이 여성을 한정된 틀 속에 가두려는 시도임을 지적한다. 여성들은 단지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거나, 반대로 여성성을 벗어나려 하면 비난받는다. “우리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든 작은 서랍 속에 욱여넣으려 한다.” 타라는 이러한 프레임을 가볍고 유쾌한 어조로 조목조목 해체한다.
그녀는 가부장제가 얼마나 교묘하게 현대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여성에게 집안일을 더 시키는 직장 문화, 남성이 중심이 되는 의학 연구, 핑크 택스(여성용 제품이 더 비싼 현상), 심지어 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만족을 위해 조작하는 ‘허즈번드 스티치’까지. 세상은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차별은 숨 쉬듯 작동한다.
웃음으로 반격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머’다. 타라는 여성혐오에 맞서기 위해 분노와 슬픔이 아닌, ‘비꼼과 유쾌한 반격’을 택했다. 예를 들어, 여성스러운 것이 왜 자동적으로 유치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가십걸〉은 예술적으로 대단한 작품이 아니지만, 스물두 명의 남성이 공 하나를 쫓아다니는 스포츠가 과연 첨단 과학인가?’ 그녀의 촌철살인 유머는 독자들에게 ‘맞아, 그게 말이 돼?’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또한 ‘여자는 말을 많이 한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발언 시간이 남성과 동등해지려면 실제로 집단 내 여성 비율이 60~80%가 되어야 한다. 결국, 여성이 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존재감’ 자체가 유난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위축될 필요가 없다. 타라의 말처럼,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차지하라. 미안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다.”
페미니즘이 낯선 사람도, 피곤한 사람도 환영합니다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서적과 차별화된다. 페미니즘 이론을 깊이 연구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혹은 ‘페미니즘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간다. 여성혐오적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환경에서 살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그 사고방식을 내면화하기 쉽다. 타라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우리 모두가 여성혐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타라가 우리 옆에서 “야, 그런 말 듣고 가만있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녀는 단순히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꼬집으며, ‘유쾌한 방식으로 반격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세상을 향한 유쾌한 태클을 준비하며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단순히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불합리한 상황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 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더 이상 ‘공주 취급’에 속지 않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은근한 차별이 보일 때, “웃으면서 한 방 날릴” 자신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세상을 향해 한 번쯤 유쾌한 태클을 걸어보자. “미안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