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시를 중심으로 하는 앤솔로지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다른 이야기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 '섭주'처럼 작가들이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공간을 내 마음대로 꾸미는 즐거움은 얼마나 쏠쏠할까. 책 속에서 내가 아는 동네가 나오면 반갑지만 이런 가상의 공간으로 배경을 삼는 것도 재미있다. 책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책에는 '경쟁이라는 이름의 마성'이라는 부제가 있다. 아무래도 학원이 주배경이 되다보니 학생들의 경쟁을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전에 시사 잡지에서 읽은 킬러 문항과 관련된 기사가 생각났다. 사교육으로 인한 페혜를 막아보고자 하는 방책으로 그런 정책을 내어 놓은 것 같은데 그런다고 사교육이 사라질까. 제2 제3의 킬러 문항만 생길 뿐이다.
이 책에서도 성적을 올리고 싶은, 선생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런 학생들이 등장을 한다. 총 5층으로 구성된 학원 건물은 지하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가며 다른 이야기가 그려진다. <나를 구해줘>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지하에 위치한 수학학원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에서 굳이 이곳 월영시까지 원정 학원을 온 학생이 주인공이다. 원장 직강을 받는 아이, 자신말고는 다른 아이가 한 명 있다. 이 다른 한 명의 존재는 누가 봐도 어떤 존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말이 예상한 것과는 다르니 충분히 읽을한만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 아이도 역시나 경쟁의 희생양이었으니 말이다.
논술학원이 있는 1층과 그에 따른 2층까지. 글과 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특별수업>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괴이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무난히 넘어가다 마지막에 어떠한 존재를 언급하면서 응? 하는 반전을 가져다준다. 그게 이런 빌드업을 하려고 그랬던 것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다.
앤솔로지를 막막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이런 짧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앤솔로지 책들이 인기가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섯 명의 작가들 중 정명섭 작가 말고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 작가들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도 높여준다. 이렇게 역시 책은 또 책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것도 하나의 괴이한 현상이려나.
'괴이, 학원' 은 가상 도시인 월영시에서 위치한 학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경쟁에 등 떠밀려있는 우리 주변의 십대 청소년들이다. 월영시에 우리가 아는 많은 도시의 이름을 대입해봐도 본래 자기의 이름인것 처럼 꼭 맞아떨어진다. 요즘은 특별한 장소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익숙했던 장소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의 배경인 학원이 그렇다. 학원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그 안에서 몰아붙이는 경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섬뜩함을 주는 존재들까지 등장해 이야기는 더욱 재밌고 신선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첫 번째 소설인 '나를 구해줘'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읽은 이야기라서 인상 깊은 것도 있었지만 그 속에 나름의 반전이 있었다.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던 전개라서 읽고나서 입이 떡 벌어졌다. 세 인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 좀 더 쉽게 몰입을 할 수 있었다.
각각의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어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다 읽었다. 제목 그대로 괴이한 이야기다. 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생에서 손에 꼽는 공포 영화 중 하나가 <여고괴담>이에요.
그 이유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괴담 속에 잔인한 현실을 녹여냈기 때문이에요. 어른이라면 거의 대부분 겪었을 고등학교 시절,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는 어둡고 저열한 비밀들이 공포 이야기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묘한 쾌감이 있었네요. 그 뒤로 학교라는 장소는 공포 영화의 메카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교육 현실은 <여고괴담> 1편의 귀신처럼 하나도 바뀐 게 없어요. 수능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이 사라지고, 교육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착각이 귀신보다 더 무섭네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가 대치동 학원가라면, 소설 속에는 서울이 아닌 월영시에 있는 학원이 주무대예요. 지하부터 차근차근 각 층마다 괴이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괴이, 학원》에는 학원에서 펼쳐지는 섬뜩하고도 잔혹한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우선 책 표지 디자인에 감탄했네요. 일러스트레이터 최경식 작가님이 그린 표지 뒷면에는 '월영시 안내도'가 그려져 있어요. 바다에 인접한 도시로 강을 사이에 두고 공장 지역과 도심 지역이 나뉘어져 있어요. 안내도를 통해 학원의 위치를 찾다보면 어느새 월영시가 가상의 도시가 아닌 실재하는 장소처럼 느껴져요. 학교에서 시작된 괴담이 이번에는 학원에서 펼쳐진다는 게 꽤나 설득력 있는 요소였어요.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겐 학교나 학원이나 달갑지 않은 장소일 텐데, 괴담이 더해져서 대놓고 싫어할 수 있게 된 거죠. 공포를 빌미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괴이학회'에서 만든 '괴이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가상의 도시인 월영시에 있는 학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예요.
지하층은 배명은 작가님의 <나를 구해줘>, 1층과 2층에는 김선민 작가님의 <특별 수업>, 3층은 은상 작가님의 <얽힘>, 4층에서는 정명섭 작가님의 <4층의 괴물>, 5층은 김하늬 작가님의 <이영의 꿈>이 수록되어 있어요. 순서대로 올라가도 되고, 무작위로 골라 봐도 상관이 없어요. 어디서 시작하든 결국에는 모든 이야기를 읽게 될 테니까요. 참으로 걱정스러운 건 공포 괴담보다 현실이 더 끔찍해서 사람들의 감각이 무뎌지는 거예요. 소름돋을 정도의 공포감을 느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공포의 실체,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야 바꿀 수 있을 테니까요. 정상적이지 않은 괴이함은 부디 현실이 아닌 소설에서만 볼 수 있기를.
"어떻게 1층부터 꼭대기까지 전부 학원이야? 징글징글하다."
"그러게. 오죽하면 터가 안 좋은데 학원밖에 안 되겠어." (144p)
때로는 현실이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괴이하고 무섭다. ‘괴이학회’라는 존재도 처음으로 알게 한 작품 『괴이, 학원』이 아마 그럴것 같다. 예전에 『짜장면』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다섯 명의 작가님들이 짜장면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이용해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단편모음집이였는데 이번에 만나 본 『괴이, 학원』의 경우에는 괴이학회가 공포&학원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활용해서 다섯 명의 작가님(배명은, 김선민, 은상, 정명섭, 김하늬)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괴이, 학원』과 『짜장면』의 작가님이 각각 다섯 분인데 두 작품에 겹치는 작가님이 두 분이나 되니 궁금하신 분들에겐 『짜장면』도 추천해주고 싶다.
다시 『괴이, 학원』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작품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이기도 하다는데 괴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갈 작품인 동시에 더 무섭게도 느껴진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곳은 월영시다. 물론 이 도시는 괴이학회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사교육 현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이나 대치동 학원가만 해당하지 않는...
작품에서 분명한 것은 서울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인서울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원이니 말이다. 하나의 건물에 학원이 모여있는데 지하 1층은 수학학원, 1층과 2층은 논술학원과 독서실이 있고 3층에는 과탐학원, 4층엔 보습학원이 그리고 마지막 5층에는 영어학원이 있는 건물이다.
마치 하나(학원) 끝나고 바로 다른 학원으로 이동해 수업을 듣거나 독서실에서 공부할 것 같은 그런 구조 같아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각 학원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일들이 기괴하다.
「나를 구해줘」에서는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을 만회해보고자 소수정예로 운영한다는 수학 학원에 등록한 지혁이 학원에 있는 혜진이라는 아이와 겪은 일이 그려지고 「특별 수업」은 논술학원에서 얻게 되는 특별한 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얽힘」은 과탐학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매싸로 불리는 원장의 기이함이나 원장이 영서에게 준 약을 복용한 이후 나타나는 증상을 다루고 있다. 「4층의 괴물」은 고액의 너무 쉬운 일 같지만 사실은 공포 그 자체인 순간이 보습학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이영의 꿈」은 영이와 자각몽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해 일찍 마쳐도 다시 학원에 가고 스카에 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느낄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나 그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교우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작품 전체에서 느껴진다. 이는 괴담, 공포라고 치부하기엔 학원과 그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며 대한민국에서 내신과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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