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15년도에 문화센터에서 데생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배운지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 여행을 가는 길에 드로잉북을 챙겨 넣었다. 패키지 여행이라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드로잉북을 꺼내서 그림을 그려봤는데, 내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에 바로 접었다.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해 가을, 정은우 작가의 <아무래도 좋을 그림>이라는 책을 만났다. 섬세하게 그려진 만년필 스케치가 어찌나 멋있던지 ······ 그 기억이 나무도 강하게 남아있어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너무나도 읽어보고 싶었다. 펜 스케치 노하우를 전수받아 기필코 멋진 펜화를 그려보리라! 이 책은 놀랍게도 1930년대에 출간된 <펜과 잉크 드로잉>을 수전 E. 메이어가 새롭게 엮어 1997년에 펴낸 책이었다. 지금은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않는 재료나 방법을 다루는 부분은 제외하고 원래대로 실었다고 했다.미술가이자 건축물 렌더링 전문가, 건축가, 교사, 작가였던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유명 화가들의 전시회를 갔을때, 펜화로 그려진 드로잉 작품을 만나기는 했지만, 작품 자체로서의 펜화를 만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회화 부문의 아주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펜화를 미술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19세기 후반에야 생겨난 변화다. 오늘날 펜화는 단순히 다른 미술의 종속물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완전한 작품으로 그린다.- P11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30년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이후에도 펜화가 그다지 발전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 시야가 너무 좁아서 많이 발견하지 못한 것일지도.
이 책의 목적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펜 스케치를 위한 교재다. 무기가 있어야 싸움을 할 수 있을테니 펜화를 그리기 위한 재료부터 꼼꼼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펜'이라는 낱말은 깃털이라는 뜻의 라틴어 펜나(penna)에서 왔고, 원래는 깃털로 만든 펜을 가리켰다고 한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재료인 펜부터 펜 닦이, 잉크, 종이,화판등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펜을 쥐는 법, 직선, 곡선을 그리고 펜 압력에 변화를 주는 것등 아주 기초적인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수채화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때 한 시간 동안 선만 그었던 생각이 났다. 그런 후에 명암 넣는 법, 빛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었는데, 펜화도 기초 과정은 다르지 않았다. 윤곽선, 톤 넣는 방법,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 물체를 모아서 그렸을 때 구도를 잡는 방법등.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들을 상당히 많이 수록하여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정물을 그릴 때, 사진을 보고 그릴 때,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그릴때 등 상황에 따라 주의할 점도 세세하게 체크해주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른 이의 작품들을 모사한 유명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막연히 기술이 늘어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초보자가 다른 미술가의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연구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기법이지만 배울 수 있는 점이 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법이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략) 기법을 넘어 더 깊이 들여다보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미술가가 그 글미을 그릴때 생각한 목적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p 96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서 따져봐야하는 내용들이 너무도 많았었는데, 제대로 된 모사를 한다면 분명 기법면에서뿐만 아니라 구도,주제 여러 부분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듯했다.
야외 스케치에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었다. 야외스케치 할 때는 종이의 반사, 그림자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제를 바라보는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고 한다. 뷰파인더를 이용하면 주제를 찾아낸다든지, 정확한 경사각을 찾거나 명암 영역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뷰파인더 사용을 추천했다. (뷰파인더는 두꺼운 종이나 판지에 조그맣게 직사각형 구멍을 뚫어서 만들면 된다고 했다.)
건축가와 건축학도의 관점에서 설명한 부분이 4장에 걸쳐있었다.건축물을 이루고 있는 재료를 잘 살리는 방법,굴뚝이나 문,창, 처마등 건축물의 요소를 잘 표현하는 방법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하는 것은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이런 저런 방법들이 있구나 정도로 이해했다. 건축물 렌더링에 펜화가 사용될 때 어떤 점들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보여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작품들을 보면서 하나 하나 설명을 하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어서 눈이 호강했다.
렌더링이란 정확한 의미를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평면인 그림에 형태·위치·조명등 외부의 정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그림자·색상·농도등을 고려하면서 실감나는 3차원 화상을 만들어내는 과정 또는 그러한 기법이라고 했다.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로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듯하다. 3D프린터가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말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미술에 대한 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런 친절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연필로 하는 것보다 펜을 다루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연습을 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많은 펜화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가르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그림도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고, 정말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많아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펜화 작품집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술학도들이 이 책을 보게된다면 펜화를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팁을 얻고 수준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펜화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부분들을 차치하고서 아름다운 펜화들을 한 자리에 놓고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정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듯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미리보기를 보니 도구 준비부터 선 긋기, 톤 넣기, 명암 세분화하기 등을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차근차근 따라하기 좋아 보였다. 예제도 많고 참 친절한 책이다.
다만 명암 세분화하기 다음부터는 난이도가 확 뛴다. 명암 단계를 나누는 것까지는 2차원이었는데 물체를 그리면서 3차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물체를 관찰하는 법과 그것을 선과 명암을 이용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꽤 세세하게 조언해 주지만, 이 작업은 백문이 불여일획이며 스스로 노력해야 진정으로 습득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작법서가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원근법에 대해서도 깊게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따로 공부해야 한다. (원근에 대해 언급은 하지만 거의 알아서 관찰하고 익히라는 식임)
그런 점에서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생초보도 따라올 수 있게 노력한 것 같다. 간단한 문양이나 2차원 그림에서 빛과 명암이 적용된 3차원 입체로 넘어가기, 그리고 입체에서 원근법을 적용한 풍경으로 넘어가기 - 이 두 가지 고비가 책을 따라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겠지만 이건 원래 어려운 것이다.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고 멋진 근육을 만드는 게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처럼, 미술의 스킬을 체득하는 것도 원래 어렵다.
2차원 평면 그림의 예제가 많았으면 스킬 없는 사람들이 따라 그리기는 비교적 쉬웠을 것이나, 저자의 최종 목표는 멋진 구도의 풍경을 그리게 하는 것이었을 듯하다. 그 증거로 건축물과 자연물 예제가 특히 많다. 그래서 따라하는 사람이 쉽다고 느낄 만한 예제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나름 쉬운 그림이 있긴 한데 저자 기준이고, 생초보 기준으로는 확실히 어렵다)
이런 난관들이 있지만... 미술에 흥미가 있고 기본적인 센스가 있으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 8:10~ 8: 40 (p 221~ p252 )
2. 마지막 장 20장 특수기법에 대한 설명이다. 붓과 펜의 결합, 끝이 갈라진 붓 작업, 유색 잉크 사용법 등에 대해서 설명한다. 펜만으로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결합되는 재료가 다양함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모든 설명이 끝난 후 <갤러리>란 챕터가 있어서 펜 작품들을 소개해두고 있는데, 펜만으로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스블로그 독서습관 이벤트'에 참여하며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학생 때는 꽤 자주 그림을 그렸었다. 채색을 하는 거창한 그림은 아니고, 연필로 흰 종이에 슥삭슥삭 기분에 따라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러다 보면 가끔 꽤 볼만한 그림이 나오기도 하곤 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아서 소묘 관련 교양 수업을 듣기도 했었다. 본업이 아니다 보니 취미로 그리는 것도 점점 소홀해졌고, 테크닉이랄지 손에 익은 감이랄지 그런 것도 떨어져서 이제 그림을 그리려고 자리에 앉아도 곧 딴짓을 하기게 이르렀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스터 컬렉션' 이름부터 매우 신뢰가 갔다. 어느새 멀어진 그림과 나를 다시 연결해 주지 않을까?
며칠 지나 택배를 마침내 받아 드는데 웬걸, 생각보다 무겁고 부피감이 있는 것이다. 그림책이라 그런가 하며 집에 들어가서 두근거리며 포장을 뜯고 책을 펼쳤는데...
띠용..
생각보다 빽빽하시오... 이런 3단 목차는 거의 처음 봤다. 사전 인덱스인줄!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
신문인줄....!!!!
3단 다단 설정 뭐죠....
출판사가 종이가 부족하셨나....ㅠㅠ 대학생때 수업자료 인쇄하던 기법인딩
한페이지 한페이지마다 그림으로 가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과 달라서 조금 당황했다.
(이정도면 거의 사기수준)
다시 보니 책 표지에 명확하게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1930년 발간 이래 전 세계 미술학도의 필독서
펜 스케치의 모든 것을 이 한 권에!"
어쩐지..ㅎㅎㅎㅎㅎㅎ
하지만 설명답게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있는 책이었다. 아마추어인 나로서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쓰이는 종이와 펜 등 도구부터 선 긋기, 명암 등 기본 기술이 초반에 나오고 뒤로 갈수록 정교한 펜화 샘플들이 많아진다.
다만 아마추어로서... 중간 단계가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ㅠㅠ 따라 그리기 하려고 했는데, 설렁설렁 따라 그릴 수준의 그림 샘플이 아니고 뒤로 가면 갈수록 엄청나게 정교하다. 하긴 그 정교함이 펜화의 매력인듯 하지만...
아래 그림은 초반의 도구 설명과 기본기술을 휘리릭 읽고 나서, 뒷부분의 미친듯이(변태같이) 정교한 샘플들 중에서 그나마 따라할 수 있을 만한 작은 그림들을 골라서 따라해 본 것이다.
(앵두 진짜 열심히 그림)
2주 안에 뭔가 그려서 후기를 쓰려고 하다 보니 크게 정교한 그림은 못 그렸지만, 그래도 워낙 친절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희망이 없지는 않다. 심지어 창틀 그리는 방법까지 6가지 창틀그림 샘플과 함께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 책의 엄청나게 세심한 설명을 천천히 따라하다 보면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펜화를 그리는 데는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 책을 샀다고 그림을 꼭 잘 그려야 된다는 법은 없다(?????)ㅎㅎㅎ
이 책을 들고 나가서 카페에서 친구와 그림을 그렸는데 서로 말없이 그림에 집중하고 펜 획 긋는 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것 아닐까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