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종 타임 슬립,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이도형은 13년 차 현직 기자다. 8년 동안 정치판을 취재해왔다. 거기에 역사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던 탓에 태종 이방원을 소환해, 우리 정치판을 다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산물이 <국회의원 이방원>이다. TV 드라마 철인왕후처럼 셰프로 명성을 얻던 남성이 조폭들에게 쫓겨 병원 창문으로 떨어져 코마 상태로, 때마침 조선 철종의 왕비가 된 여인이 자살을 기도하여 궁궐의 저수지로 뛰어드는데. 순간 몸이 바뀐다. 현대의 남성이 조선 왕비의 몸으로. 이 소설은 소신과 강단의 아이콘으로 방송패널로 얼굴이 알려진 대학의 정치학 교수 이동진, 지금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당시 정권의 실책을 조목조목 이론적으로 지적, 야당의 검으로, 정권교체 후, 인재영입으로 여당의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데,
밖에서 본 정치판과 안에서 겪는 정치판은 180도 달라, 이게 내가 바라던 꿈 꿔왔던 정치판인가, 후회와 실망 속에서 국회의원을 그만둘 생각도, 여당의 실세로 학원 재벌 문화부 장관 양종훈(비리 온상의 상징), 조선 초기 삼봉 정도전에 버금갈 정치인 원내대표 김태현, 이 둘 사이에 갈등, 국회부의장 후보를 두고, 양측의 경쟁이 물밑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화부 장관의 재산문제가 불거지는데, 이동진은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가, 미래는 오리무중, 공천은 물 건너간 듯한 분위기…. 종묘행사에 참여한 이동진 앞으로 쏟아진 위폐….
정치란 이런 거야, 인재론과 리더십론
혜성같이 나타난 이방원, 이동진의 몸으로, 소설의 흐름은 “여(余, 나, 내)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인가? 아조(조선)은 지금의 국왕에게 패했는가? 로 시작되는 이야기, 등장인물 역시, 우리 국회라는 세계의 질서를 엿보게 해준다. 잘나가는 의원보좌관, 권모술수에 스펙까지 짱짱한 미래 국회의원의 원대한 포부를 안고 몸을 낮추고 모시는 의원을 비위는 맞추는 부류에서, 나름의 정치관을 가지고 의원이 되겠노라는 희망, 소신파, 어쨌든 몇 사람의 용이 나오지만, 나머지는 토룡에 ”토사구팽“이 되는 모습을, 정치부 기자의 일상, 의원이라 하지 않고 ‘선배’라 불렀다고?,
무관의 제왕인 기사, 정치판을 끼웃거리며, 공을 들여, 의원으로 입신하는 이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는,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기자가 아닌 작가로 제 할 말을 하는 듯하다. 소설에 작가의 사고와 가치가 투영되지 않았다면 이는 생명이 없는 것이니….
조선왕조실록 태종 편에 나온 기록들의 뒷이야기를 수행비서 수찬(이름도 꽤 신경 쓴 듯 홍문관 수찬이란 벼슬을 생각해보면) 비서관 류다혜(다모를 연상케 한다), 보좌관 장선호, 자기가 모시던 의원을 저격한 원내대표의 보좌관 송인혁(조선 서인 세력의 막후 조정자였지만 서자라 출사를 못 했던 송익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정치권에서 보좌관은 서자(?)요 의원은 적자인 듯한), 강단진 정치부 기자 유한주(조선 시대 사간을 연상케 하는) 등 현실의 캐릭터를 녹여낸 이미지들이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 언론의 부추김에 들뜨면 칼춤을 추게 된다고, 결국 쏟아낸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베려 하니, 이 소설은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평이하게 쓰였다. 몰입도도 있고 쉽게 읽히지만, 그 행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무엇을 느끼게 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 야 양당의 움직임이 제대로 보일지도….
소설의 주인공 이동진은 자신의 소신대로 틀 안에서 틀을 보는 것은 큰 정치를 못 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현실의 이방원은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이슈 몰이를 할 줄 안다. 보는 눈과 정치에 관한 이해가 달랐던 것이다. 이동진의 깨어났지만, 이방원의 의식으로 살았던 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정국은 급물살을 타는 데 처가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대통령에게 문화부 장관 양종훈은 승부수를 던진다.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짓는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대통령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이 역시 우리 정치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아무튼,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고….
이방원과 이산, 태종을 정조로 바꿨다면 이야기 전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7세기 말, 정조 시대를 그렸다면, 정조가 조금 더 살아 순조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 화성에서 새로운 국가 건설을 준비했다면, 탕평해나가면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키웠다면, 60년 동안의 외척 준동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이 시기에 세계사와 흐름과 맞닿게 된다면, 유학을 버리고 실용, 개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했을까? 꼬꼬무다.
이 소설은 신박하다고 그칠 게 아니라, 깊숙이 들여다보면, 바로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 그 자체다. 보좌관을 그저, 수단과 도구로 여기지 말고, 인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방원이 줄 곳 이야기하는 것은 친척이든 공신이든, 인재론과 리더십론이다. 인재는 친소와 관계없이 능력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재적소, 리더는 백성이 곧 하늘임을(이른바 왕도정치), 날마다 받는 밥상을 백성도 같이 받는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말,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근본 물음을 제기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곧 있으면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하며 자신들의 공략을 외치는...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 때일테니...
공략은 무슨...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
그럼에도 이번엔 좀 나으려나 기대를 하는데...
어?!
태종 이방원이?!!
발상이 너무 신선하였습니다.
아니, 시기가 시기였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과연 그는 우리에게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왕이 우리에게 온 것은 천행이었다!"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몸에 빙의하다!
반목과 불신, 권력지향과 탐욕의 정치판을 뒤엎다!
『국회의원 이방원』
"의원님, 다음 일정 가시려면 준비해야 해요." - page 9
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이동진'.
권력의 무서움을 미처 몰랐었습니다.
집권 2년 차,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정권 실세 양종훈 문화부 장관 재산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싸움에 가담하지 않으려 했던 동진.
동료 의원 하나 없는 초선 비례대표 의원의 외침은 치기 어린 소장파 정치인의 객기로 해석되었고 결국 끈 떨어진 젊은 정치인을 찾을 어떤 관료도, 언론인도, 정치인도 없었습니다.
2년 뒤.
자신의 운명이 '낙선'으로 결정됐음을 알았고 '악플'을 넘어 '무플' 신세가 된 동진.
"종묘를 꼭 가야 해?"
"장 보좌관이 말한 거잖아요. 반드시는 아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얼굴 한 번이라도 비춰야 한다고. 종묘잖아요. 지역구로 가야죠. 빨리 씻고 준비하세요." 다혜가 말했다. - page 13
보좌관 회의에서 선호는 죽으려면 제대로 죽어야 한다고 그래서 종로 출마를 제안했습니다.
동진은 뻔히 죽으러 가는 그 수가 마뜩잖았지만,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알기에 종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중한 음악이 들립니다.
종묘제례악.
노란색 보자기, 정확히는 위패를 감싼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동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발을 헛디디는 것 같은...
부딪힌 동진이 바로 일어나긴 했는데...
"바로 일어나시긴 했는데, 그 뒤로 이상해요."
"왜?"
"의원님 같지 않으세요."
"뭔 소리야? 영혼이라도 바뀌었어?" - page 19
가지런한 눈썹, 적당하게 솟은 코, 아담한 눈망울, 그리고 열망을 감추려 애쓰는 얼굴.
분명 동진이 맞는데...
"과인이 연화방에서 눈 감은 지 어제와 같거늘, 영락 오뉴월의 비는 어디로 가고 지금 과인은 어디에 있는 건가. 자네들은 누구인가!" - page 20 ~ 21
자신이 '태종 이방원'이라 합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 속 장선호는 현대에 부활한 이방원의 정체를 숨기고 보좌관직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한편 놀라운 현대 문물을 접하며 문명을 즐기려던 이방원은 특유의 권력욕으로 실세들의 다툼에서 정치적 책략을 내놓으며 장선호를 비롯한 이동진 측 보좌진들을 돕기 시작하고 이로써 이동진의 정치적 위상은 점차 올라가는데...
이들의 반대편에서 오직 권력과 야망으로 국회를 뒤흔드는 거물급 정치 인사들.
고성과 설전이 난무하는 현대의 국회에서 600여 년 전 이방원의 정치적 책략을 이용해 과연 이동진은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시대에 온 뒤로 많은 사람들이 과인을 평가하는 것을 보았지. 학살자라는 표현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자식에 관대했던 군주, 아버지와 대립한 패륜아 등등. 누군가는 '킬방원'이라고 하더군. '킬'이라. 과인의 이름 앞에 '죽음'이 있다니 생경한 느낌이었네. 과인은 모든 말에 부정하지 않아. 왜인 줄 아나? 나는 내 아이가 붙인 '태종' 이방원이기 때문이지. 결국 과인은 조선을 반석 위에 올렸어. 내 아이가 그래서 나에게 '태종'이라는 묘호를 붙인 게지. 과인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힘'과 '뜻'을 일치시켰기 때문이지. 자네가 말해준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포부, 좋네. 마음에 들어. 하지만 뜻을 관철하려면 반드시 '힘'이 필요하네. 지금까지 과인의 조언으로 힘을 얻기 직전까지 간 건 맞지만, 앞으로는 더 험난한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자네는 그걸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 page 315
이방원은 종종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내 육십갑자도 열 번이 지나 현세에 깨어났지만 요새 보니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
600년 전에도 한반도는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불안했으며 그때는 권력이 국민이 아닌 한 개인, '왕'에게 응축되어 있었기에
"권력이란 말일세. 다른 자들을 의식하면 제대로 쓸 수 없네. 나라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네가 똑바로 진두지위해야 한다는 걸 몇 번이나 말했나?"
동진이 방원에게 말했다.
"말씀해주신 걸...... 이해는 합니다만...... 지난번 토론 전에, 그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려면 증오와 반대만으로는 안 된다고요. 국왕께서도 그건 동의하지 않으셨습니까." - page 313
정치의 핵심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임을.
정치의 해법은 하늘에서 내려온 위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 위의 사람들 간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동진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덕분에 짜릿했고 통쾌했으며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에 대한 덕목의 필요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
우리 역시도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여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