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장 동료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면서 나에게 외쳤다. 워낙 동물에는 관심이 없던 그녀가 별안간 판다 이야기를 꺼내다니.. 푸바오가 중국으로 간다는 이야기보다 동물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더 신기했던 나는 "언제부터 푸바오 영상을 봤던거야?" 하고 되물었다.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푸바오와 푸바오의 훈련사 아저씨의 영상을 놓치지 않고 봐왔다며 둥글둥글한 판다가 그리 귀여울 수가 없다 했다. 커다란 트럭에 실려서 가는 푸바오를 보내면서 훈련사 아저씨가 얼마나 속상할까 했더니만 "훈련사 아저씨도 푸바오랑 같이 중국으로 가셨어!" 라고 한다.
판다에게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동물에는 1도 관심이 없었던 그녀가 푸바오에 저렇게도 매료되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의 일치인건가 얼마전 서평단에 신청한 책 「판다 정신」이 문 앞에 놓여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푸바오는 갔지만 푸바오랑 닮은 판다들의 사진이 잔뜩 담겨있는 이 책이 나에게로 왔다.
동물학자나 동물 애호가가 아니라면 푸바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마 '귀여워서' 일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판다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그렇게 나는 차근차근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말 그대로 판다들의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되었다. 글을 읽다 보면 귀여운 판다의 사진이 나오고 또 조금 읽어나가다 보면 판다의 또 다른 귀여운 사진이 나온다. 그러니 어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겠는가! 「판다 정신」의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기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어버렸다.
판다 이야기로 책 한권을 쓴다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저자는 220 페이지 엄청난 분량의 지면을 판다 이야기로 채웠다. 단지 귀엽다, 귀엽지 않나요?, 정말 귀엽죠! 이런 말들 일색이라면 책을 읽다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갑자기 저자의 프로필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판다와 하나 하나 연결할 수 있었을지 알고 싶어졌다.
저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으며 일반인들에게 과학 상식을 알리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과학의 맛을 알게 해주는 과학 저술가'로 통하는 작가라고도 한다. 내가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과학은 내가 알기도 어렵지만 남에게 알려주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이 다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전달해야 하기에 과학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 보니 정말 알기 쉽게 과학을 설명해 주고 그와 더불어 역사, 사회적인 지식까지도 함께 알려주는 신기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다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시대적 배경, 멕시코에도 푸바오처럼 생긴 판다가 30년이 넘은 나이로 살고 있다는 것과 그 이유, 판다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왜 계속 먹기만 하는지, 우리나라에는 판다같은 멸종위기종의 신분을 가진 곰이 없는지, 판다의 이름이 왜 판다인지, 판다를 지킨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질문과 그에 대한 명쾌한 근거, 해답을 제시해 준다.
책의 내용이 심각하다고 생각되는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판다 두 마리가 새끼를 낳지 않자 온 국민이 걱정과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본 그들. 알고 보니 둘 다 암컷이었다는 이야기는 배꼽을 잡게 한다. 아기 판다의 성별은 가리기가 아주 어렵다는데 털이 너무 많아서 확인하기가 어려운건가 나는 책을 읽으며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판다는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는 사람들에게 판다라고 불리지 않았던 이유와 그들의 습성이 적힌 이 책을 보며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를 연발한다.
업무 상 자료를 찾다보면 세계 기구들의 홈페이지에 많이 접속을 하게 된다. 세계자연기금(WWF)에도 얼마전 접속을 할 일이 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넘어간 그들의 로고에는 판다가 그려져 있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WWF의 로고가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에도 판다와 유전학적으로 아주 가까운 곰이 살고 있다. 바로 지리산의 반달곰이다. 단군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의 민족성 역시 곰에는 특별하다.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제 알고 있겠지만 1,800 마리의 판다를 멸종시키기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에 빗대어 고작 80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지리산 반달곰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까. 자연을 떠나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반달곰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판다 만큼의 특별 대우는 힘들더라도 판다에게 주는 관심의 절반 만큼이라도 우리 땅을 지키고 있는 80 마리의 지리산 반달곰들에게 쏟아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판다만큼의 귀여움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 동글동글 귀여운 판다들의 사진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밤새워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요새 판다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판다에 관련된 책 이벤트를 하여 구매하였습니다. 표지부터 너무너무 귀여웠습니다. 판다에 관해 많이 알 수 있고 행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판다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