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68세. 이름 깅행자.어르신은 정말로 중학생이었다. '샛별야학' 중학 1반. 찢어지게 가난한 집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돈 때문에 국민학교도 도망치듯 그만두어야 했다. 그 후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떡방앗간에서 허드렛일을 돕기도 하고 공장에서 이른바 시다로 일도 하고 행상도 했다. 그러다가 스무 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서울로 올라와 농산물 도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12-)
박시옷이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뒤늦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말끝을 길게 늘이는 특유의 말투도 그렇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녹일 줄 아는 부드러움과 천진난만함이 배어 있어서였다. 그 사이 얼음장 같던 반 분위기도 녹아 행자 할머니가 말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힘을 주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9-)
채 씹지도 않고 쏘아붙이듟 내뱉는 바람에 입안의 밥알이 필숙을 향해 날아가 윗옷 스팽글 사이사이에 박혔다. 잠시 후, 필숙의 비명이 평화롭던 공기를 찢어놓았다. '아아악! 어쩔 거야! 이거 우리 아들이 백화점에서 100만원이나 주고 산 거라고!" (-83-)
행자 할머니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한참을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들어가 봄 직도 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아들의 성난 표정이 눈에서 가시지 않았다. 아이가 다쳐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뒤이어 며느리의 당황한 표정과 아들의 화난 얼굴까지 겹쳐서 행자 할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막 후벼 파는 듯 했다. (-141-)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 하나를 건넸다.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 세 글자는 '진. 경. 철'이었다. 그 옆에는 ENC 개발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었다.
부장이 명함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누군가가 교실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 들이밀어 안을 살피더니 곧장 진경철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오구오구 우리 아들. 너 보려고 내가 이렇게 찾아왔잖아."
그 모습을 본 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의심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엄필숙이 나타났다. (-213-)
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 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 시대의 남존여비 시대의 후남이들, 할머니 김행자, 박선녀, 석순자, 박시옷, 김행자, 엄필숙이 등장하고 있다. 이 여섯 할머니는 베이비붐 세대로서, 남존여비 시대를견디며 살아왔으며, 공부를 배워야 할 때를 놓친 이들이다.국민하교를 나와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이들, 시대로 살거나, 누군가 집에서, 돌보미로 살아야 했던 그들, 배움이 고파서 ,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 우리들의 어머니였으며, 샛별 야학이라고 부르고 있다.그들은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 아들 눈치, 딸 눈치,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픔이다.
샛별 야학에서 , 첫 수업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다섯 할머니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공부를 하게 된 이유,샛별 야학에서 ,중학과정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이유도 소개되고 있었다. 586 세대 이전에, 돈이 없어서, 가난을 면치 못해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공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이다. 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어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학교 교내에서,소방법 위반으로 신고가 되어서,벌금을 물어야 했던 일, 오직 아들의 장래만 생각하며, 평생를 살아온 주인공이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명품과 체면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마냥 공부와 배움으로 모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한 장소에서 모여들면서 생기는 다양한 모습들은 십 대 청소년이 중학생 과정을 거치는 것과 어른들이 중학생 과ㅈ넝을 거치는 것은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비열하고,때로는 귀여운 그 모습,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된 주인공들의 응어리진 세월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행자 할머니는 자신이 국민 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였다는 게 천추의 한이다.
그런 할머니의 속도 모르고 그의 아버지는 매번 그에게 '못 배운 년'이라는 욕설을 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이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채소를 팔아 돈도 어느 정도 생겼다. 이제야 여유가 생긴 행자 할머니는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하여 야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국어와 수학, 영어를 배우고 시험도 보면서
행자 할머니는 비단, 공부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소풍을 가는 것 등 <학교에 다니는 것>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낀다.
누군가의 신고로 인하여 야학이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하는
어려움도 경험하고
행자 할머니의 아들이 그녀에게 손녀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가지 못할 뻔한 일도 생기지만,
그러한 일들조차도 행자 할머니의 학업에 대한 열정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편견을 지니지 않고 보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터디 카페에 온 나이가 있는 분은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학생'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저 사장님 커피 머신이 잘 안 돼요.
그런 편견이나 시선 때문에 행자 할머니가 야학에 들어가 공부하기로 마음 먹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듯하다.
그녀의 자식, 아버지 역시도 행자 할머니의 뒤늦은 공부에 응원만을 보내주지는 못한다.
그럴 때마다 나였다면 의지가 꺾였을 듯하다.
창피함과 비참함이 느껴지기도 했을 듯하나 행자 할머니는 강인했다.
그녀는 야학 멤버 중의 유일한 졸업생이 된다.
그녀와 함께 야학을 다니고 공부했던 이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도중에 교육을 다시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들이 모두 졸업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용 중에 '엄필숙' 할머니가 나름의 빌런으로 등장하는데
그 분이 야학을 망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단순히 야학이 싼 가격의 월세를 내고 있었기에
쫓아내려고 했던 걸까? ㅠ.ㅠ
무언가 그 할머니에도 다른 사정이 있던 거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그 할머니도 돈은 많지만,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야학에 다니는 이들을
질투했다던지! ㅎ-ㅎ
이러한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해서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기묘한 감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 가만히 떠올렸다. 그러다가 소풍이라는 두 글자에 생각이 가닿았다.
저자 최하나
198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 청춘을 맞이한 작가는 큰 이모를 모티브로 행자 할머니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강남에 집을 샀어.>>, 에세이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생존커피>> 등이 있다.
소감
샛별야학 중학 1반, 그곳에는 유독 빛나는 할머니들이 있다. 평균 나이 65세,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 1970~1980년대를 화려하게 보낸 그들이지만, 배움의 길에 늦은 나이에 발을 디딘 이유는 단 하나, '배움의 갈증'.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나의 노년을 그려보게 되었다. 워킹맘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65세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상을 함께 할까? 어떤 새로운 배움이나 취미로 나의 하루를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자연스레 나의 학창 시절도 떠올랐다. 이 모든 상상의 나래는, 바로 샛별야학 할머니들 덕분이다. 그들처럼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꿈꾸고, 배우며, 삶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나'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줄거리
야학이라는 말은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빠 세대(1940-60년 대)에는 국민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참 어려웠던 시대였다.
먹고살기가 바쁘고 전쟁으로 인해 불완전한 시대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잘 사는 사람들 중산층은 교육을 배우고 대학을 가고 해외로 유학도 갈 수 있었지만 대부분 서민들은 국민학교마저 졸업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바로 일터로 뛰어들기가 일쑤였다. 남아 사상이 강해서 남자들은 어찌어찌 국민학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는 길이 열려있었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보거나 부모님을 도와 일터로 나가곤 했다.
우리 아빠도 7남매 중 막내였지만 아들이라는 이유로 국민학교는 졸업했던 때였다. 그때 누나인 고모들은 학교를 못 다녀서 글자를 잘 몰랐다. 어린 나는 왜 우리나라 말인 글자를 모르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나도 조금씩 배우면서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들을 이해하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고모들이, 혹은 여자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은근히 무시당하고 자존심 상하고 그런 기분들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하기 싫어서 안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 싶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반짝반짝 샛별야학> 책을 선택했을 때 고모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고모들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리고 행자 할머니도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행자 할머니뿐만 아니라 야학을 다니는 할머니들이 너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에는 야학이라는 말을 잘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시대에 맞춰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도서관, 주민센터,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구나 싶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르신들에게 휴대폰으로 사기치는 사람들은 꼭 있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행자 할머니 아들을 보면서 혹은 나도 모르게 내 아들을 맡기면서 손자도 제대로 못 봐 하고 말한 적은 없는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도 되었다.
이 책은 어르신들이 봐도 좋지만 자식들이 보면서 반성하고 그 시대의 사회환경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부모님의 미래에 대해서 노후에 대해서 생각도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