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 하나로도 이미 도전이 많은 인생인데,
거기에 생전 살아보지 않은 해외에서 근무를 하는 변화에,
게다가 가족을 데리고 나가야 하며,
영업/마케팅에서 인사책임자로서의 직무변화까지..
수많은 도전을 이겨낸 엄마들의 진솔한 스토리가 확확 와닿는다.
12분의 저자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다보니 재밌는 점 한가지는
막상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대부분의 저자들은
많은 고민을 하기 보다는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후에 본인의 결정을 '옳은 결정'으로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갔고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 점을 높게 사려 한다. 해보자. 안되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결정하고 이후에 실행에 집중하는 12명의 엄마들의 도전에 배울 것이 참 많다.
옛말에 '발 맬레? 애 볼래? 하면 차라리 밭을 맨다'라는 말이 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밖에서 일을 하고 수익을 만드는 일도 물론 쉽지 않지만 가정에서 육아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힘든 일을 모두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워킹맘이다. 물론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라 부모의 몫인 것은 당연하지만 아직도 사회 통념상 '워킹맘'이라는 말은 쓰여도 '워킹대드'라는 말은 낯 선 것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선 넘은 여자들>은 한 술 더 떠서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에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해외 워킹맘들의 생생한 이야기다.
다양한 해외 워킹맘들의 생생한 이야기
이 책 <선 넘은 여자들>을 관통하는 주요한 키워드는 '워킹맘'이다. 저자들 모두 끊임없이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워킹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면서 또한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저자들의 공통적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육아'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두 가지 모두를 해내는 대단한 분들이다.
국경이라는 선과 자신의 한계라는 또 하나의 선을 넘어 일과 가정 모두를 훌륭하게 일궈나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워킹맘들의 이야기다. 머리말에서 이들을 쉽지 않은 세 가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공감 가는 이야기다. 그 세 가지는 바로 '일을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해외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합치면 해외 워킹맘이 된다. 이 책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다양한 해외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반대로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비슷하구나'하는 상반된 두 가지 느낌을 받게 된다.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일을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해외에서 사는 것.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그 쉽지 않은 세 가지를 모두 해내려고 고군분투하며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인생에는 각자의 어려움과 기쁨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어려움과 기쁨이 깃든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아마 더 어렵기도 하고, 더 즐겁기도 하고, 더 재미있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워킹맘의 삶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달고 쓰고 짜고 웃기고 슬프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와 일하는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그리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미래가 암울한 대한민국에, 결혼과 육아가 두려운 젊은 세대에, 나름의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 넘은 여자들> 중에서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포인트는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헬퍼의 중요성이다.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인구 절벽 시대에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사회 활동은 너무나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사회가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저자들의 경우 대부분 필리핀 헬퍼의 도움을 받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해 나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바꿔야 할 것 중 하나는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요즘에야 가까스로 아빠의 육아 휴직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분위기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한 달 이상 육아휴직을 내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케이스였다. 육아 휴직을 내는 사람도 승인하는 사람도 동료들도 모두 눈치를 보는 묘한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아이의 양육은 엄마 책임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것이 워킹맘의 삶이다. 그 이유는 결국 아이의 양육은 엄마 책임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고, 나 또한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항상 양육과 집안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책임감을 갖는 것은 훌륭하지만,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니까. 가족의 행복은 함께 이뤄 나갈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선 넘은 여자들> 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엄마의 일이 아니라, 부부의 일이고 가족의 일이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중요할 것 같다. 이런 의식이 없는 한 아이를 날 때마다 양육 보조금을 아무리 지원한다고 낳아 기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 생명을 이 세상에 데려오고 길러 나가는 일은 그만큼 많은 노력과 애정, 에너지가 필요한 숭고한 일이다. 다시 한번 이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책에 나오는 선 넘은 여자들은 엄마로서도 치열했지만, 그 이상으로 커리어 우먼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런 삶에 슬퍼하거나 지쳐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신없는 삶에 짝짝이로 구두를 신고 나와도 '나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긍정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게 노력했기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게 아닌가 싶다.
언어도 문화도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곳에서, 환경만 탓하며 무기력하게 지냈다면 2년 뒤 프랑스를 떠날 때의 나는 어땠을까?
인종, 국적, 재력, 학벌도 상관없이 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나고 나면 누구에게나 과거가 된다. 그러니 살면서 우리는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선 넘은 여자들> 중에서
이 책을 통해서 혹시라도 해외로의 구직이나 이직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주 현실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꼭 직장을 구해서 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싱가포르나 홍콩에서의 삶에 대해 간접적이지만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사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디서도 듣기 힘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책 <선 넘은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가 접하고 있는 주요한 이슈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와 노동력이 모두 부족한 사회이자, 글로벌을 지향하지만 단일민족국가로서의 편협함 또한 떨쳐버리지 못한, 인구 절벽, 국가 소멸의 시기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