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을 직접 고르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 될 때이다.
어린시절 심부름을 할때는 물건종류 뿐 아니라,
상표나 가격, 용량 등 정확한 주문이 주어졌고
학교에서 모든 것을 주는 지금과 달리
준비물을 챙겨가야했던 때에도
학교 앞 문구점에서 이미 선택이 필요없는
필터링된 제품만을 그냥 '구매'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직접 물건을 고르는 기회가 생기면
결정이 더욱 어려웠었다.
제한없는 선택지 앞에서 그 어려움은 그만큼 더 커졌고,
가격이나 포장에 속아(?) 느꼈던 아쉬움도
미숙했던 내가 겪어야했던 몫인것 같았다.
여전히 물건은 고르는 일은 어렵다.
시행착오를 겪는 일은 다반사이고,
상품평이나 후기 등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결국 상품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주관적인지라
'대부분의 마음이 그렇다해도 나에게는 아닌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말이다.
모든 물건을 실패없이 완벽하게 구매할 순 없지만,
적어도 좋은 물건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눈을 갖고 싶었다.
제일 좋은 물건을 사지 못한다면
그 중에서 내가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찾고 싶었달까.
이 책은 라이프스타일 잡지 업계에서 일한 잡지 에디터가
직접 취재하고 사용하며 느껴온 물건들에 대한 정보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본래의 시작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을
설명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더욱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명시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전달한 물건들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물건을 고르는 법을 통해 스스로 어떤 품질을 측정하고
체크하며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어떤 일에서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후디나 백팩, 볼펜등 익숙한 아이템 뿐 아니라
스니커즈, 니트, 야구모자 등 의류들,
기능과 디자인 모두를 고려해야 할
의자부터 손목시계,
이것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손톱깎이까지
각 물건들에 대한 정보와 꼼꼼한 작가의 구분,
고르는 기준을 읽고 있자니 불연듯 쇼핑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옷장과 서랍, 창고 속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들을 구매할때
'왜 이걸 골랐었는가?' 하는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 물건이 이토록 많은데
고작 몇 종류의 이야기로
'좋은 물건 고르는 법' 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물건 고르는 팁이 담겨있다기보다는
여러 물건들의 예시를 통해서
물건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을 찾고
또 그런 기준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소비생활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쌓고
스스로 정보를 측정하고 가공해가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물건 구매 뿐 아니라
어떤 선택에 있어서 헤쳐나가는 방법을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문고판 사이즈의 책으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유에 어울리는 책 이기도 했다.
무조건 비싼 물건이 좋다거나,
혹은 어느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가 아닌
디자인 및 기능 정도만 생각하던
물건을 고르는 조건에 있어서
소재나 물건에 대한 역사까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충동적 구매를 일삼거나
늘 쇼핑에서 실패만 반복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물건을 고르는 눈을 키워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더 많은 물건을 사라고 말하기 보다는
한번 사서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
물건들이 그 쓰임을 제대로 다 하고 있는가?
제 값을 주고 쓰고 있는가?
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