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은 놀라운 사람이다. 거의 읽는 속도로 책을 쓰는 것 같다. 그의 생산성은 거의 국내, 아니 전 세계에서도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작가 중에는 이런 속도로 책을 내는 이는 없다.
이번에 낸 책은 ‘인생명강’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것을 김민영 작가가 정리한 것이다. 직접 쓴 것이 아니라고 곽재식이라는 저자의 몫이 그다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쓴 것을 두고 강의하는 것을 생각하면, 강의 자체가 준비하는 데 있어 책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과정이다. 이번의 책은 우리나라 역사 속 전쟁과 화학을 엮은 것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전쟁에서 등장했던 포차(砲車), 후백제 견훤 군대의 주축을 이뤘던 기병대의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던 접착제, 즉 아교, 강화도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는 데 도화선이 된 증기선 운요호. 이 네 가지 이야기다. 언뜻 보면 화학과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곽재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화학은 포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밧줄을 강력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기병대의 말이 달리는 데는 ATP라는 화학물질이 필요하고(사실은 모든 생명체의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다), 활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아교의 원리 역시 화학이다. 그리고 석탄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현대 산업에서 활용하는 것도 화학의 일이다.
이렇게 보면 곽재식은 ‘역사-전쟁-화학’이라는 연결 고리로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좀 마이너한 것을 다뤘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생물학 전공인 내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또 다 생물학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하랴! 글도 먼저 쓴 사람이 임자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참 재미있게 썼다는 점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역사에서만 소재를 찾았다. 쉽지 않다. 이것을 빼앗아오려면 더 잘 써야 하지만, 그게 더 쉽지 않을 듯하다.
일반인들에게 화학에 대해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할 수도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대학교 화학과 과정에서 배우는 그런 따분하고 어려운 화학? ^^ 물론 전공자라면 화학이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화학적인 내용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네요. 일반화학이나 유기화학 책 속에서 나오는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화학에 대한 내용은 없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화학과 관련돼서 우리나라의 옛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배울 수도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예요.
책의 크기가 큰 편이 아니어서 손에 들고 읽기가 참 좋았어요. 카페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면서 읽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기에 참 좋을 만한 책이예요. 화학하면 어떤 위대한 과학 법칙을 발견한 서양의 옛 화학자가 등장할 것 같지만 그런 내용보다도 우리나라의 옛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다양한 화학적인 현상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백제의 견훤도 등장하고 조선시대와 이성계, 운요호 등 옛날 배들이 등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화학, 즉 과학에 대한 내용만으로 참 괴상하게 점철된 그런 책이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간혹 일반인들을 위한 과학책인 듯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저자인 교수의 입장에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고 쉽다고 착각하는) 전공 지식이나 수식으로 도배해 놓는 경우가 있어서 몇 장 읽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독서를 포기할 만한 이유가 없게끔 화학을 역사에 대입해서 서로 융합해 재미있는 설명과 이야기로 구성했다는 점이 제게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복잡한 화학식을 공부할 생각도 없고 단순히 특정한 현상이 화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설명을 들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 책이 그런 궁금증과 수요를 말끔하게 해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과분야에만 흥미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 문과의 꽃인 인문학과 경제학, 그리고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수학을 좋아하는 나로써 경제학은 미시파트 부분에서 많이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만큼 경제에 관한 상식도 부족했고, 관심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일 것입니다. 경제관념이 없던 내가 이렇게 사회에 진출함에 따라 점점 경제와 밀접해질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너무나 경제관념이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도서의 제목 <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를 보자마자 어렵지 않게 지금 전세계에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재 문제점을 생각했을 때 세계 분위기를 분석하여 어떻게 전쟁의 역사 속에서 화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해석해주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콜라겐은 접착제를 겐, 즉 만드는 것이다. 옛날 유럽 사람들도 콜라겐이 끈적끈적한 접착제 같은 물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화학의 발전과 함께 전쟁은 많은 인명피해를 입게 했고,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화학의 발전은 전쟁이 목적이 아닌 인류가 행복하고, 편해지기 위해서 발전하게 되었지만, 이를 악용하여 전쟁에 이용해온 역사적인 순서대로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과거에는 인터넷과 통신의 부재로 전쟁이 나면 그 상황을 알기 쉽지 않았지만, 오늘날은 인터넷의 발달로인해서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어 얼마나 위험하고 희생적인 문제가 뒤따르는지를 공유받게 됩니다. 지금은 모든 국가가 코로나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고물가, 저성장으로 경제가 흐르면서 금융권에서 조차 이자율이 10%에 가까워지는 기간이 꽤나 길어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상황 파악을 철저히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주위의 뉴스나 책들을 통해서 느껴오고 있습니다. 냉전 시대를 지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가 급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 무엇보다도 지금의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강구를 해야함에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고 느껴집니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니 돈은 돈대로 더 안쓰게 되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도 안되니 더 악순환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도서를 보자마자 자본주의의 몰락과 함께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면서 다변화의 기류 속에서 이 힘든 기류를 어떻게 극복하고 또 그 원인들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처럼 이 책 <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는 왜 우리가 극한 전쟁 속에서 화학적인 힘을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점들이 보이지 않는 힘인 세계 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서 지배되어가고 있었는지 잘 알수 있었고, 그 몰락 속에서 미래는 어떤 경제, 문화,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한빈도의 변화가 있게 될 지 짐작할 수 있게 예측도 내고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어떻게 화학을 잘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곽재식 작가님의 신작이 또 나왔습니다. 화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작가로서 다방면에서 활약중이신데요. 1년에 많은 책을 써서 팬으로도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작가님의 강연 중 한반도 전쟁에 연관된 4개 분야로 그 바탕에 깔린 화학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전개보다 화학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으니 읽으실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대 전쟁에서 투석기, 말, 활은 중요한 전력이었습니다. 이 무기들에는 고대인들은 잘 몰랐겠지만 실제로는 화학적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을 소개하는 대중 강연인지라 깊이 있는 내용이 아닌지라서 골치 아프지 않습니다. 1,2차 대전에서 화학의 역활을 소개한 내용은 있지만 우리 전쟁에서 화학을 다룬 점이 독특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인류는 유사 이래 전쟁을 하루도 멈춘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전쟁은 인간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전쟁의 법칙은 '승자독식'이며 전쟁에서 패할 경우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마저 마지막일 수도 있다. 전쟁에 임하면 무조건 이겨야 하며, 진 뒤에는 변명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전쟁터는 당연히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는 살륙의 장이 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고대 전쟁에서도 전쟁에 패할 경우 죽음이며 살아갈 유일한 길은 노예가 되는 길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 방법만이 인류의 지속 번영을 이어가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모순이 엉키는 곳이 전장(戰場)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기본 요건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대와 중세까지 전쟁의 주 무기는 칼과 창, 활과 화살이었다. 그러나 근대 직전 화약이 발명되고부터는 전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또 희생자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화약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일시에 수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도록 했고, 이른바 '대량학살'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 책 『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는 전쟁에서 이용되는 '화학'으로 전쟁을 설명한다. 화학은 많은 독자들이 알다시피 물건이나 생물체를 이루는 '성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칼과 창은 물리적 이용이지만 사상자의 숫자는 아군의 군사력에 비례하는 일정한 공식이 따른다. 사람을 살상하는 힘의 한계가 보인다는 의미다. 그러나 화학이 전쟁에 사용되면 훨씬 간단하고 넓은 범위의 사상자를 일시에 만들어낸다.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우월한 과학자(화학자)들 덕에 '독가스' 제조에 성공했다. 포와 개인화기의 총탄만으로 전쟁을 지속했으나 예상보다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독일은 독가스를 만들어 살포했다. 이는 죽음의 참호전을 펼치던 프랑스 등 상대국의 병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현장에서 죽거나 살아남더라도 얼마 후 몸속의 장기들이 손상돼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가스의 피해를 경험했던 승전국들은 전쟁에서 가스 사용을 엄격히 규제한 국제법을 만든다. 당시 하루 1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대부분 독가스 희생자였음을 돌이키며 전쟁에서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제조약으로 확정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군에 입대하면 훈련병 시절에 '화생방'을 훈련받는다. 국제 규약에도 불구하고 왜 병사들에게 화생방전을 가르치는가? 국제 규약의 강제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화생방전은 대량으로 살상하는 무기로서, 전쟁터에서도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여기서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물리학(원자력, 방사능)이 무기로 사용될 때 희생자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엄청난 희생자를 가져온 경험을 통해서 겨우 규제된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국가도 아직 화생방전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화생방전의 첫 머리글자가 '화학전'에 사용되는 '가스'를 말한다. 두 번째 글자는 생물학전(세균전), 세 번째는 원자력(원자폭탄)을 의미한다.
책의 저자 곽재식은 우리가 삶을 살면서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하는 대부분의 현실 문제는 '화학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석유 가격이 올라 휘발유 가격도 오른다는데, 석유가 왜 중요한지, 석유로 어떻게 휘발유를 만드는지도 화학 문제이며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한다거나 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약이 나왔다고 하는 첨단기술도 결국은 화학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또 반도체 재료를 무슨 약품으로 가공해서 만드는지가 화학 문제이고, 약을 어떻게 만들고 그것이 몸에 들어가면 어떤 화학 반을을 일으키기에 몸의 망가진 곳을 고치는 역할을 하는지가 화학 연구의 결과"라고 말한다. 즉 역사 속에서 일어난 많은 변화도 크게 보면 화학과 관련이 깊다는 점을 강조한다. 근현대로 들어와 우리나라에서 어떤 산업이 발달했고, 어떤 기술 때문에 변화가 일어났느냐를 따지다 보면 결국 화학 분야의 기술 발전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역설한다.
고대와 중세의 역사적 사건조차 그 배경에 화학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 곁들여지면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작은 문제로는 궁중 암투에서 누가 사약을 받았다거나 독살을 당했다고 하면 도대체 사약이나 독약에 어떤 성분이 들었기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고, 큰 문제로는 땅의 토질에서 무슨 성분이 부족해졌기에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해 전국에서 큰 흉년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하는 예도 생각해 불 수 있다고 말한다. 화학은 앞서 언급한 대로의 물건의 성분을 바꾸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또 고유한 특성을 이용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이기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전쟁터에서의 사용은 무척 매력적이지만 규제되어야 할 과학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화학이 얼마나 다양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다 생생한 이야기로 설명하기 위해 역사 속 전쟁이 어떤 화학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를 풀이해 보고자 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삼국 통일을 이끈 포차의 화학〉, 2장 〈후백제 견훤의 기병대를 이끈 화학〉, 3장 〈접착제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핑계〉, 4장 〈한반도를 무너뜨린 석탄 군함, 운요호〉 등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모두 배우는 내용이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에서 배웠기에 역사 속 숨어 있는 화학을 따로 떼어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힘과 힘이 격돌했던 시대, 한반도는 어떻게 다양한 국가들과 맞서 싸우며 발전할 수 있었는가? 이 책은 7세기 삼국통일부터 19세기 운요호 사건까지, 과학자 곽재식 교수가 해석하는 네 개의 화학 지식과 전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간단하게는 포차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밧줄의 화학성분부터 크게는 한반도를 무너뜨린 일본 석탄 군함 운요호의 화학 에너지의 비밀까지, 각종 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술해 나간다.
한국의 역사와 역사 속 화학을 우리 역사 속에서 포착해 차근차근 알려준다. 포차의 화학, 기병대의 화학, 증기 기관의 화학 등 지금-여기를 있게 한 ‘한반도의 화학전쟁사’ 스토리에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1장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포차' 이야기다. "서기 558년에 나마 신득이라는 이가 포노를 만들어서 바쳤다는 기록으로, '나마'는 신라의 벼슬이름이다. 신라 시대 17관등 중 11등급에 해당하며 실무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이 관직은 진골이나 육두품 외에 오두품도 받을 수 있는 관직이었다. 나마 신득이 바친 '포노'에서 '포'는 돌을 던지는 기계를 뜻하며 '노'는 쇠뇌라고 부르는 장치로 화살을 쏘는 데 도움을 주는 기계 장치를 말한다."(p.12)
저자는 투석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한국 역사 속 전쟁을 생각할 때 투석기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 아마 투석기라고 하면 외국의 역사 드라마나 판타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거대한 돌을 던지는 기계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투석기는 대개 한쪽에다 돌을 실어놓고 다른 한쪽에서 장치를 움직이면 어떤 힘을 이용해 돌을 멀리 던지는 형태를 가지고있다. 불덩이 같은 것을 던지기도 하고 만화나 코미디 영화를 보면 돌을 놓는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이런 돌 던지는 기계를 이용해 성벽을 부수거나 성벽을 넘어가 싸우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의외로 우리나라 사극에서는 돌 던지는 기계, 즉 투석기가 자주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는 저자는 "많은 제작비를 들인 대하 사극에서는 가끔 투석기로 돌을 던지는 전투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보통 사극을 보면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1, 2편에 제작비를 많이 들여서 웅장한 장면을 보여준다. 수많은 병사가 너른 평원에 모여 대처하다가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 장면이나 엑스트라가 많이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다음 편에서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한다. 그다음 편에서는 갑자기 과거를 회상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대하 사극에서 제작비를 많이 들인 1, 2편에 투석기를 쓰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이처럼 투석기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한 무기로 보이지만 투석기에 쓰인 밧줄을 보면 화학적 지식이 충분히 쌓여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투석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은 밧줄이다. 투석기의 본체를 이루는 나무는 튼튼하게 잘 연결해 놓기만 하면 된다. 투석기에 쓰는 돌은 적당히 무게감 있고 크기만 맞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하고 질기면서도 힘이 잘 붙도록 적절한 탄성이 있고 적당하게 잘 구부러지고 휘어져서 여러 사람이 같이 당기기에도 편리한 밧줄이다. 신라 시대 당시 역사적 기록이 미흡해 포차의 제작 과정 등은 기록으로 남은 게 없어 아쉽다는 저자는 오늘날 질긴 화학 섬유와 비교해보면 그 원리는 같다고 말한다.
이같은 화학의 응용은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무기 제조에 고려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고려 말 이성계는 요동 정벌의 네 번째 반대 이유로 ‘활의 교(膠)가 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이면 엉겨 있는 단백질 입자 사이사이로 수분이 들어가기 쉬워져 아교의 탄성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계는 탄성이 달라지는 아교를 핑계로 하여 요동 정벌을 반대했고, 위화도에서 회군함으로써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었다. 반역에 대한 명분을 단백질의 화학성분에서 찾았던 것이다.
이 책은 비교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한반도의 화학전쟁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보다 더 생동감 있고 흥미진진한 서술로 과학과 역사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화학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익숙한 과학’이라고 이야기한다. 화학은 알게 모르게 고대와 중세에서도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고, 이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지식의 확장과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한 화학 분야에 전쟁사라는 키워드를 함께 제시하여 탄생시킨 곽재식 교수의 통섭의 역사책은 인문·과학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융합적 사고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대두되는 오늘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분야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읽어보며 세상을 풍성하게 바라보는 기회를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도대체 말은 왜 잘 달릴까? 어렸을 때는 한 번쯤 궁금해했을 만한 질문이다. 말은 사람보다 훨씬 잘 달리고 힘도 세다. 사람은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지만 말은 풀만 먹고 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힘이 좋을까? (…) 실처럼 되어 있는 근섬유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성분은 마이오신 또는 미오신(myosin)이라고 하는 물질이다. 이 미오신이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를 뿌리면 ATP는 ADP(adenosine diphosphate, 아데노신 이인산)라는 물질로 변한다. 그리고 미오신은 그 영향으로 잠깐 모양이 굽어들 듯이 변하는 특징이 생긴다. 이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운동의 근원이다. 걷고, 뛰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누군가를 껴안고, 즐거워서 박수 치고, 화가 나서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심지어 숨쉬기 운동을 하며 조금씩 가슴과 배를 움직이는 것까지. 그 모든 움직임이 ATP가 ADP로 변할 때 미오신이라는 물질의 모양이 굽어드는 화학 반응 때문에 일어난다.(p.81~82)
저자 : 곽재식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 다수의 논픽션을 집필했다. 또한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의 도시 탐구』, 『곽재식의 고전 유람』,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입담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