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국 단편추리소설이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황금펜상 수상작품을 미리부터 볼 걸 그랬다.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면서도 영미 작가들의 스릴러를 좋아하면서도 단편은 조금 꺼려하는 성격상 한국 작가들의 단편도 별다를 것 없으리라는 그런 생각이 조금은 남아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마도 생각이 바뀔 것이다.
심사평을 먼저 본다.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함께 수상작이 두 편으로 좁혀졌다는 이야기를 읽는다.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과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거울>이다. 모든 작품들을 다 읽고난 후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아마투어에 불과한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졌으니. 수상작부터 읽기 시작한다. 한 나이든 해녀의 죽음. 사고사로 보기에 딱 좋은 그런 사건이다. 워낙에 바다는 위험하니까.
하지만 베테랑인 해녀가 그렇게 죽을 리 없다는 그런 의심을 가지고 사건의 진상조사는 시작된다. 단편이기에 이야기에 쓰인 트릭이나 진상 조사등은 그리 복잡하거나 쓸데없이 덧붙임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무게감이 절대 가볍지는 않다. 작가는 실제로 일어났었던 4.3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역사적인 사건의 과거 위에 지금의 사건인 현재를 쌓았다. 그런 묵직함이 바로 수상작으로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수상작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알렉산드리아의 거울>에 더 매료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흠뻑 빠져 읽었다. 수상작이 제주도 사투리를 써서 호기심을 동하게는 하지만 읽는 것을 방해하는 면이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몰아친다. 한 초등학생의 유괴사건 그리고 죽음. 발견된 시체는 손목이 하나 없었다. 대체 누가 이 이아이에게 이런 처참한 짓을 저지른 것일까. cctv를 조사해서 범인은 금세 밝혀졌다. 하지만 왜 라는 것이 중요하다. 범인은 왜 특정하게 피해자를 선택했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이 작품은 송시우 작가의 다른 작품집에도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 책을 가지고 있다. 아직 읽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그 책에서 이 작품을 읽어버렸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조금은 반감되었을 뻔 했다. 역시 송시우 작가의 매력이 살아있는 그런 이야기다. 워낙 매력있는 캐릭터라 이 주인공을 그대로 다른 장편에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여기서도 단편인만큼 복잡한 이야기는 역시나 배제되어 있다. 하지만 본문에 쓰인 낯선 세상에 호기심이 동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작가님의 자료 조사가 탄탄히 뒷받침 해 주준다는 것이 그 증거다.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한다. 범인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인물들까지 금방 밝혀지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장르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반감된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 무슨 관계가 있냐고 대체.
내로라 하는 작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는 작품집이다. 이 매력을 알아버렸으니 어쩌나. 이제는 해마다 작가님들의 단편을 기다릴 수밖에.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을 기다리느라 늘어난 목이 더 길어지게 생겼다.
우리나라 추리 미스터리 소설은 날로 발전하는 것 같다. 처음 내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는 일본 사회파 소설이 충격적이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소설이 재밌다.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번에 읽은 책은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그것도 장르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좋다.
‘해녀의 아들’ 팔십 평생 물질로 살아온 해녀가 죽는다. 사고로 보였던 이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전환되고 승주가 관심을 갖는다. 4.3 사건의 피해자들은 어떤 고통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일까? ‘죽일 생각은 없었어’ 퍼스널 트레이너 주희. 스토커로 불안을 느끼는 은서의 위기를 못 본 척할 수 없어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주희를 불편하게 하는 택시 기사를 만나게 되는데. ‘40피트 건물 괴사건’ 40피트 원기둥 모양의 건물. 건물 안쪽에 여성 시체가 발견된다. 건물 최상단 출입구 외에는 어떤 출입구도 없다. 여자는 어떻게 그곳에서 죽게 된 것일까? ‘꽃은 알고 있다’ 은둔해 사는 나. 수상한 외국인 노동자 자히르가 나의 집에 세 들어 오면서 사건이 발생하는데. ‘연모’ 학교에서 사이코패스로 소문난 소녀 소형. 소형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실습을 나온 교생 선생 민우. 9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고 민우가 소형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데. ‘팔각관의 비밀’ 박순찬 회장의 생일 잔치. 이곳에서 박순찬 회장이 살해된다. 누가 박순찬 회장에게 독을 먹인 것일까? ‘알렉산드리아의 거울’ 초등학생 정우 유괴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이고 왜 정우를 납치 살해한 것일까?
보통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여자가 무시무시한 살인마다. 겉으로는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여성. 하지만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무서운 광기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언제 어디서든 무기가 될 수 있는 사람. 무서운 생각에 남녀가 없다는, 아니 어쩌면 더 무섭고 악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랍다. ‘연모’라는 작품도 반전이 있어 좋았다. 음.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를 알아본다고나 할까? 그가 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그녀를 보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는지 그 비밀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단편.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어떻게 죽고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평판도 달라진다. 한 번 사는 인생.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단편이지만 완성도 높은 그래서 읽는 시간이 즐거웠던 단편집이다.
"한국추리문학의 최고의 단편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 17회> 를 읽고
"추리소설적 완성, 최고의 단편"
-추리소설적 감각으로 세상을 해부하며 문학적 성취를 이뤄낸 작품-
한국 유일의 권위있는 추리문학상인'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의 올해 2023년의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리소설적 완성을 보이며 추리소설적 감각으로 세상을 해부해던 멋진 작품들이 나왔다. 이 책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 17회』를 통해 우리는 최고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뛰어나고 훌륭한 작품들 속에서 올해 대상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 작품에 돌아갔다. 한 노쇠한 해녀의 작품을 통해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었다. 아직도 과거 4.3 사건은 여전히 제주도 사람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며 절대 잊을 수 없는 힘겨운 아픔과 고통으로 남아 있다. 미스터리 장르를 통해서라도 4.3 사건의 희생자들이 어떻게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그들의 억울한 죽음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을 담아 우리는 이 작품 「해녀의 아들」 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4.3 사건과 동족간의 비극,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분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팔십 대의 노쇠한 해녀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의 고의적인 살인임을 밝혀내는 과정 속에서 제주 4.3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살인의 이유와 그 죽음 속에서 숨겨진 비밀과 사연을 통해 4.3 사건의 피해자들의 이름들을 되뇌며 우리는 다시 한번 끝나지 않은 4.3 사건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게 된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라는 말을 믿고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세월을 온몸으로 살아온 주인공 이자 형사인 승주의 아버지 좌경필처럼, 그렇게 4.3 사건의 생존자분들과 유족분들은 모진 세월을 견디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누가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해녀의 아들>은 미스터리만이 해낼 수 있는 해원굿'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라도 제주 4.3 사건의 진실과 아픔을 밝히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게 된다. 또한 잊혀져가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그 존재들을 작품을 통해서라도 복원한 작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게 된다.
6편의 우수 작품들 중 마지막 단편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중편이분량으로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우리는 여덟 살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십대 김윤주의 심문과정을 통해 드러난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고교 자퇴생인 김윤주는 왜 이런 살인 및 사체 유기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고등학생이 혼자 이 모든 범죄와 악행을 계획하고 실제로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자신은 촉법소년이라 생각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김윤주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범인찾기가 아닌 살인자 김윤주의 범죄 행동의 원인과 목적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를 혼동하고, 가상 현실 속 이야기를 실제 현실 세계에서 행한 김윤주를 과연 정신이상자로 볼 것인가? 아마 이것은 비단 김윤주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해보인다. 동영상이나 소설에서 본 살인 장면을 모방해서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너는 금방 잊힐 거야.”
이규영은 맞은편 벽을 바라보며 슬프게 단언했다.
“앞으로 너보다 더 악한 아이가 나타나겠지.”
이 사회파 미스터리물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이야기는 가상 현실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여 살인죄를 짓고도 죄책감과 후회를 하지 못하는 십대 청소년의 현주소를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 17회』을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추리소설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대상작인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나 우수작 중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으며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비극 등을 생각할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2024년에는 어떤 추리소설 작품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국내 유일의 추리 문학 상인 제17회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읽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을 비롯하여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나처럼 장르 ( 특히 추, 미, 쓰)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선 너무나 소중한 상이다. 그래서인지 작품들 하나하나가 보물처럼 다가왔다. [해녀의 아들]은 상당히 독특하게 읽혔다. 제주도 방언을 그대로 사용한 점과 제주도 4.3 사건이라는 비극이 추리라는 장르 속으로 잘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먹먹했던 소설이다.
김영민 작가의 [40피트 건물 괴사건]과 홍정기 작가의 [팔각관의 비밀]은 정통 추리물에서 쓰는 복잡한 트릭과 소름 돋는 반전의 결말이라는 점에서 매력만점이었고, 서미애 작가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마치 어두운 숲속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포식자의 서늘한 눈빛이 느껴지는 듯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독초를 심던 할머니의 DNA가 고스란히 손녀에게 전해지면서 독하디 독한 여성 빌런이 탄생한다. 홍선주 작가의 [연모]는 사이코패스들의 연애 혹은 밀당 이야기인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한 작전으로 재탄생한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죽음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여실지 작가의 작품 [꽃은 알고 있다]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를 읽는 것 마냥 서스펜스가 느껴졌고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아동 상대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굉장히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 작품이다. 범인의 거짓을 꿰뚫어 보고 아주 집요하고 꾸준하게 파고들어가는 수사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달까? 작가가 작품을 쓰기에 앞서서 배경 조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자칫 사고로 끝날 뻔한 사건을 해결해 내는 형사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는 점과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한 부분이 재조명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책을 읽고 나니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왜 공교육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지가 심히 궁금했다. 이 소설이 굉장히 슬프고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엄청난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장르문학상이 더 많이 생겨서 이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에 나오는 7편의 작품과 같이 우수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