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딸이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한 후에 독거 생활에 들어간 작가.'빈둥지 증후군'으로 힘들어 하던 작가는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았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왕복 2km를 걷다보니), 빈둥지증후군도 낫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고, 그렇게 스타벅스 일기도 탄생했다. 일석사조라고 해야할 것같다.
일본 문학 번역가로서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스트이기도 했다. 번역가의 삶을 담은 <혼자여서 좋은 직업>,번려견 나무와의 추억을 담은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자연스럽게 <스타벅스 일기>에도 관심이 갔다. 스타벅스에 거의 매일 가면서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일상을 썼다. 그날 그날 마신 음료도 소개했다. 스타벅스에 거의 가지 않는 나로서는 그렇게 많은 종류의 음료가 있다는 것도, 프리퀀시와 같은 이벤트가 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어 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나도 일주일에 한 번 들르는 동네 카페가 있다. 한 번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5~60대로 보이는 남녀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무릎을 베고 눕고, 키스를 하고. 우리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걸까? 한 무리의 사람이 더 들어오고나서야 그들은 자리를 떴다. 카페에 있다보면 이렇게 보고싶지도 않고, 듣고싶지도 않은 것들도 만나게 되는데, 작가는 그런 것들을 포함하여 스타벅스에서 만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커플들이 싸움하는 모습,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어린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의 행복한 순간, 공부하러 와서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등등.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들은 웃음짓게도 했고, 인상을 찌푸리게도 했다. 어떤 날은 베이비 시터가 되기도 하고, 어린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는 보모 역할도 하면서 작가도 스타벅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가의 눈에 들어온 주변 손님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 사는 모습들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작은 카페 하나에도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는 것같다.
눈에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당연히 작가의 일상에 대한 것들도 엿볼 수 있었다. 엄마가 치매로 병원에 계시고, 주보호자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엄마가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혈관성 치매가 시작되어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데, 주보호자 아빠가 떠올랐다. 가까이에서 항상 지켜보고 케어를 해야하는 아빠의 고충을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다른 에세이에서부터 조금씩 알게된 딸과의 일상은 나와 딸의 관계도 떠올리게 했다. "엄마 뮤지컬 보러가자"할 때 열심히 보러 다녀야지. 함께 놀아줄 때.
카페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다양한 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실제 우리 삶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문득, 내 일상을 얼마만큼 잘 컨트롤 해나가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싶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주었다.
제목을 보고 아~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사람(근무하는 사람)의 이야기인가보다 했는데
저자가 권남희 번역가였다.
권남희 번역가가 스타벅스에서 근무했을 것 같진 않으니 거기서 고객으로 업무를 보았단 거겠지. ㅎㅎ
근데 나처럼 좀 오해한 사람들도 있었나보다.
권작가가 일본인 지인에게 "요즘 저 스타벅스에서 일해요"라고 했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권상. 컵이나 접시 깨뜨려서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했다고.
흠.. 그 일이 아니라고 어떻게 얘기를...
스타벅스와 어떤 모종의(!) 관계를 맺고 쓴 글일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를 마시면 주는 별을 모을 욕심에 기간한정 음료를 마시거나 새로운 음료에 도전하는 그녀! 하지만 늘 성공할 수는 없었고, 특히 나이가 나이다보니 당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듯 하다.
솔직한 음료평가를 내리는 모습에 말 그대로 내돈내산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매일 마시는 스타벅스 음료 때문에 당근에서 기프티콘 거래를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을 받고,
또 그걸 흔쾌히 나누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매일 마시기엔 좀 부담되는 가격이기도 하지.
나는 아무래도 가끔 이용하고, 텀블러를 소지하고 있어도 깜빡하고 내지 않아 혜택을 못봤는데 이 책을 보니 많게는 별을 한꺼번에 다섯개를 모을 수도 있다고 한다. 12개 모으면 무료음료가 제공되니 그녀의 별집착(!)이 이해되는 순간. 흠.. 이거 스타벅스 이용팁 책자가 아닌데 왜 나는 이런걸 열심히 보고 있나 몰라.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페를 방문하면 내 주변에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뭐 그들 입장에서는 나도 이상한 사람의 한 명일 수 있겠지만. 여튼 다른 사람의 다양한 일상과 행동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보니 가끔 "이런 내용으로 책을 써도 한 권이 나오겠다" 싶은 생각을 하곤 한다.
그걸 권남희 작가가 실천한 것이다.
일을 하러 스타벅스를 갔지만 항상 일을 할 수 있지는 않았을 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호기심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 등등
이 책에는 우리가 겪었을법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많이 공감하며 읽었고, 나 역시 이 책을 카페에 앉아 깔깔거리며 읽었다.
시끄럽게 하는 사람보다 다리 떠는 사람을 더 빌런으로 생각하는 점,
쓸데도 없는데 괜히 신상 텀블러와 보온병 앞에서 서성이는 점,
책 읽으러 가서(일하러 가서) 휴대폰만 보고 있는 점,
딸(아들)이 놀아주면 어쩔 줄 모르고 고마워하는 점 등등...
권남희 작가가 스타벅스에 앉아 일하며 겪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들,
<스타벅스 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