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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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리뷰 총점 9.4 (7건)
분야
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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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깨닫는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3 | 2023.07.13 리뷰제목
에밀 시오랑(Emil Cioran, 1911~1995)은 비관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였다. 그가 낸 시집을 보면 『태어났음의 불편함』,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절망의 끝에서』, 『내 생일날의 고독』,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같은 제목이 눈에 띈다. 사르트르가 남긴 말처럼 우리는 인생에서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태어나는 걸 선택해서
리뷰제목
에밀 시오랑(Emil Cioran, 1911~1995)은 비관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였다. 그가 낸 시집을 보면 『태어났음의 불편함』,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절망의 끝에서』, 『내 생일날의 고독』,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같은 제목이 눈에 띈다. 사르트르가 남긴 말처럼 우리는 인생에서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태어나는 걸 선택해서 이 세상에 나올 수는 없다. 이처럼 삶은 우연한 선택에 따른 결과이며,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 인생 속에서 우리는 온갖 부정적인 경험을 마주해야 한다. 삶이 고달프고 괴로운 건 이런 이유 탓이다.

‘작가들의 작가’라는 말이 있다. 영화계에서 유독 평론가들이 선호하는 감독이 있듯 문학계에서도 일반 독자층보다는 같은 작가 사이에서 유독 더 알려진 이도 있을 것이다. 판단 기준이 지극히 자의적이지만(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에밀 시오랑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에밀 시오랑은 분명 작가들의 작가가 아닐까 싶다. 염세주의로 유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은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방해하는, 이로울 것이 없는 사건으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오랑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반출생주의자다.

우리는 태어난다, 우연히. 시오랑은 이를 몹시 비판적으로 여겼다. 태어나는 건 스스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지만 죽음에는 그나마 선택지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구태여 자살이란 방법을 택하진 않았다. 그리고 84세까지 장수했다. 결혼, 출생, 가족은 사회 체계이자 생물학적 현상이다. 시오랑은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현상과 제도를 부정했다. 인생에서 겪은 결함과 시련을 대물림해선 안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죽었다. 에밀 시오랑은 쇼펜하우어와 더불어 대표적인 반출생주의자이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고르진 않았다. 하지만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면서 우연히 주어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갔던 이유는 뭘까?

다시 사르트르로 돌아가보자. 그가 말한대로 인생은 분명 끊임없이 무언가를 고르는 것이다. 태어나는 건 우연이다. 그렇지만 그 한 지점, 그 순간만을 제외하고 우리는 선택을 내린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선택을 하는 기회는 우연히 올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자기 몫이며 그 결과가 또다른 선택지로 갈라진다. 태어난다는 건 우연이고 그만큼 수동적이다. 반면 우리그 온갖 선택으로 둘러쌓인 삶을 이어가는 건 우연히 태어난 결과에 능동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글을 엮었다. 그 많은 글 중에서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가 표제작이 된 건 이 글이 우리의 인생이란 선택과 과정을 그만큼 잘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태어나고 죽는 건 순간이지만, 그 사이에 있는 삶은 연속이다. 명사처럼 멈춰있는 게 아니라 동사처럼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인생’보다는 ‘살아간다’는 말이 나는 왠지 더 마음에 든다(『인생』으로 번역된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와 거리를 두고 목적지없이 배회하고, 경험하며, 이해하는 존재인 플라뇌르flaneur는 장석주 작가처럼 어느 한 활동에 갇혀 있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사유하고, 해석하고, 이를 표현하는 이에게 적확한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를 쓴 시기는 청량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산책을 즐기다가 그때 떠오른 단상을 동네 단골 카페에서 정리했을 때라고 한다. 연일 비가 이어지는 꿉꿉한 장마철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그런 풍경이 더 머릿속에 남는다.


*. 현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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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_ 장석주 평점10점 | y******n | 2023.07.08 리뷰제목
시인은 책 머리에 책과 책들 사이를 서성이며 이 글들을 썼다고 했다. 경이롭고, 침잠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귀 기울이는 날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일단 그저 좋았다. 두어 달 동안 축적되어진 피로와 고단함 끝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제목에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나도 그랬다). 물론 이 책에 에밀 시오랑에 대
리뷰제목

 

시인은 책 머리에 책과 책들 사이를 서성이며 이 글들을 썼다고 했다. 경이롭고, 침잠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귀 기울이는 날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일단 그저 좋았다. 두어 달 동안 축적되어진 피로와 고단함 끝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제목에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나도 그랬다). 물론 이 책에 에밀 시오랑에 대한 글과 시인의 감상이 실려있지만, 온전히 에밀 시오랑에 대한 책은 아니다. 에밀 시오랑, 니체,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좋아하는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책 제목의 선정 이유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 멜랑콜리, 노스탤지어, 망각의 미덕,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문화, 밤과 고요, 존재와 소실, 공허와 무, 기다림의 부조리, 디지털 시대에 책 읽기의 유용함, 몰입한 독서의 희열, 음악이 주는 기쁨, 상상력의 부재, 동식물과의 공존, 사랑의 정념, 침묵의 장엄함, 나이듦의 가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음증과 더불어 소비되는 값싼 연민. 

 

팬데믹 사태, 정인이 사건, 이태원 참사 등 근래 몇 년 사이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사고들뿐 아니라 개선되지 않는 노동 현장과 산업 재해, 전쟁과 내전 난민, 살인적 기아, 학교 및 직장 폭력, 증오 범죄, 인종주의, 유혈폭동, 사회적 약자를 향한 억압과 차별, 청년 실업, 지구 온난화, 한국 정치의 구태, 갑질사회의 비대칭 구조, 혐오와 제노포비아 등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을 짚으며 불행의 서사가 넘쳐 이제는 불행과 재난이 상습화된 현대 사회가 이미 디스토피아라고 단언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직시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인문학으로 고찰한다. 

 


필립 들레름은 아침 식탁에서 조간신문 읽는 일을 두고 "이것은 모순적인 사치다"라고 했다고 한다. 평온한 아침 식탁에서 펼쳐든 신문에는 훈훈한 기사보다는 흉악 범죄와 자연 재해, 정치적 비난, 전쟁과 내전, 테러 등 죄악이 난무한다. 아침 식탁의 고요함과 소란스러운 신문의 극단적인 부조화. 시인은 종종 이 부조화의 괴리에서 기묘한 고통에 빠진다고 했는데, 현재를 사는 우리는 글쎄... 그가 느끼는 고통조차 무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 이 부분을 읽는 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젊건 늙건 인생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잘-죽음은 잘-삶에 잇대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삶의 지혜나 잃어버린 길을 찾는 데 지침서가 된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다만 때때로 지치고 고단할 때 쉼이 되어줄 것이다. 시인이 묘사하는 삶의 비루함으로도, 쾌청한 가을 하늘의 볕 좋은 어딘가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나는 충분했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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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윽한 시선으로 전하는 삶 평점10점 | w*****e | 2023.07.07 리뷰제목
#에밀시오랑을읽는오후#장석주#현암사..온전한 자유안에서 거닐다. 장자의 소요유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소요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을 깊은 통찰로 바라보며 걷고 쓰는 일상안에서 저자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걸으며 바라보고 생각하며 쓴다. 마치 삶에서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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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시오랑을읽는오후
#장석주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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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유안에서 거닐다. 장자의 소요유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소요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을 깊은 통찰로 바라보며 걷고 쓰는 일상안에서 저자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걸으며 바라보고 생각하며 쓴다. 마치 삶에서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최소조건은 생각하며 읽고 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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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자유롭고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500쪽이 넘는 에세이지만 벽돌책 격파의 부담이 없이 쉽게 넘어간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경이로운 날들, 침잠하는 날들, 기다리는 날들, 사랑하는 날들, 기도하는 날들, 귀기울이믄 날들로 이어지며 일상의 혹은 세태의 단상이 저자의 시선으로 진정성있게 그려진다. 청년시절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지금의 삶에서 혜안으로 얻는 지혜를 풀어내기도 한다. 주어진 일화들도 풍부하고 제시된 이야기들만으로도 해박한데 여기에 작가의 시선으로 삶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가 더하여 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하지만 주옥같은 메시지들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기보다는 같이 걷고 생각하며 대화처럼 편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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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깊이있는 시인의 사유에 닿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에밀시오랑의 책을 좋아해서 제목만으로 기대했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풍요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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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태어난 자가 겪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암흑과 섬광이 뒤섞인 이 사건을 처음 겪으니 우리는 자주 시행착오나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 의지나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우연일 뿐이다. 태어남이 우연의 지배 아래에서 일어난다면 죽음은 필연의 일이다.
-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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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평점8점 | s********3 | 2023.12.06 리뷰제목
장석주 작가의 인문 에세이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는 100권 이상의 책을 쓴 작가의 현재진행형 글이다. 그는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이루는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 등의 주제를 사유한다. 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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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작가의 인문 에세이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는 100권 이상의 책을 쓴 작가의 현재진행형 글이다. 그는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이루는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 등의 주제를 사유한다. 그의 글은 어떤 순간은 시인의 마음으로, 또 어떤 순간은 인문학자의 눈으로 사회의 단면을 깊이 있게 담고 있다. 또한, 그의 글은 매일의 산책과 같은 사유이다. 이 책은 그의 일상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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