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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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

리뷰 총점 9.6 (4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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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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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제 이혼합니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1.08 리뷰제목
결혼 생활 내내 꽃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복이거나 거짓말이거나. 나에게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딱 중간.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딱 중간. 솔직히 연애가 길어졌다면 아마 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아이 둘이 옆에서 울고 있었으니 결혼은 정말 타이밍인지도. 그래도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은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했다는 것.
리뷰제목

결혼 생활 내내 꽃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복이거나 거짓말이거나. 나에게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딱 중간.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딱 중간. 솔직히 연애가 길어졌다면 아마 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아이 둘이 옆에서 울고 있었으니 결혼은 정말 타이밍인지도. 그래도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은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했다는 것. 아이들 분유도 잘 타주고 잘 안아주고 기저귀도 잘 갈아줬으며 목욕도 잘 시켜줬다.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는 늘 데리고 나가 놀아줬다. 내가 집에서 조금이라도 쉴 수 있도록. 그 시간에 쉬지는 못했다. 집안일이 산더미니 아이들 나가 있을 때 재빨리 해 놔야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 뭔가를 해줘야 하는 건 없다. 그래서 다시 남편은 예전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괜찮다. 조금 더 부지런한 내가 하면 되니까. 다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갱년기가 제대로 오면, 남편의 존재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귀찮고 싫어질까, 겁이 나긴 하다. 아직은 그럭 저럭 버티고 있는데 말이지.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작가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살살 긁어 주는 글을 쓴다. 이럴 수 있어. 혹은 맞아맞아를 외치게 하는. 전작들 모두 그랬는데 이번에도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58세의 평범한 주부 스미코. 그녀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이 그랬듯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고 가정을 건사했다. 자신의 삶은 늘 뒷전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여자의 삶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부터는 스미코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가사와 육아 어느 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편은 그런 스미코를 무시하고 말을 함부로 한다. 이런 생활에 환멸과 한계를 느끼던 스미코는 자유를 꿈꾸고 그게 이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혼을 하려면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과연 여자 혼자 그것도 나이 먹은 여자 혼자 버는 것도 별로 없는데 잘살 수 있을까? 이 조그만 동네에 소문나지 않을까? 고민하던 스미코는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와 연락이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데...

 

세상 이런 남편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참고 사는 게 신기할 정도의 사람. 그런 사람이 남편이라는 존재라는 게 얼마나 짜증이 날까?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인생이란 길면서도 짧다. 내가 행복해야 누구에게든 당당할 수 있는 법. 참고 사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는 마음으로 이혼할 수 없는 법. 만약 이혼을 결심했다면 절대 남편 앞에 내색하지 말고 조금씩 준비해 나가야 하는 것. 법적인 문제도 잘 알아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가장 좋은 건 부부가 백년해로하는 것이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

 

어느 부부를 만나도 남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같으면 같아서 싸우고 다르면 달라서 싸우는 게 부부라고 한다. 견딜 수 없을 지경이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사는 것도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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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름다운 도전 『이제 이혼합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3.11.22 리뷰제목
남편의 사망을 알리는 친구의 엽서에 ‘부럽다’고 말하는 여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일단 크게 한숨 쉬지 않을까? 이 한숨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다. 한 가지는 남편의 사망 이후로 혼자 지낼 친구의 안부가 걱정되어 한숨, 다른 한 가지는 이제 그녀를 힘들게 하던 고민 하나가 줄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말 그대로 부러움의 한숨. 아마 이 상황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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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사망을 알리는 친구의 엽서에 부럽다고 말하는 여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일단 크게 한숨 쉬지 않을까? 이 한숨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다. 한 가지는 남편의 사망 이후로 혼자 지낼 친구의 안부가 걱정되어 한숨, 다른 한 가지는 이제 그녀를 힘들게 하던 고민 하나가 줄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말 그대로 부러움의 한숨. 아마 이 상황을, 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내 남편이 빨리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여성의 삶을 경험해본 적 없을 테니 말이다. 남편과 함께인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남편이 빨리 죽기를 바랄까. 아니, 남편의 죽음이 아니어도 좋겠다. 그저 눈앞에서 남편과 마주하지 않는 일상이라도 바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남편과 함께 사는 일이 고통스럽다는 게, 친구 남편 사망 소식에 부럽다고 말하는 여성의 진심일 테니까.

 

이혼을 예능의 소재로 삼을 만큼 이제는 이혼을 숨겨야 하거나 가십으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그중에는 다른 사람의 이혼을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신나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과거의 우리 사회가 이혼을 무슨 큰 잘못을 하는 것처럼 수근대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내 주변에도 이혼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처음 그들의 이혼을 접했을 때는 의외의 소식에 놀라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 소식 후 이어지는 그들의 결혼생활은 내가 봤던 것만큼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거다. 여기서 그 식상한 말을 또 한 번 해야겠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타인의 삶 내면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거라는 진실을 다시 확인하는 셈이다. 어쨌든. 이 소설의 주인공 스미코의 삶도 타인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행복에 맞춰있었다는 거다.

 

58세의 평범한 주부 스미코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동안 남편의 수입으로만 살다가, 아이들이 크고 제 갈길 가면서 그녀도 시간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지만, 돈으로만 따지자면 그녀의 수입은 남편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도 그녀의 일상과 노동을 시간제 일의 수입으로만 따질 수 있을까? 모든 집안일을 혼자 해야 했고, 몸이 불편한 시부모도 간병했다. 며느리가 시부모를 간병하는 게 당연하게 여기며 남편을 비롯한 남편 집안 남자들은 그녀에게 많은 의무를 지웠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 속이 터질 것 같아도 참고 그 모든 걸 감당하면서 살아왔겠지. 그러다 순간, 친구 남편의 부음에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의 인생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처음 이 책을 펼치고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도 바로 숨이 막혀왔다. 일방적으로 모든 집안일을 떠 앉은 그녀의 하루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아침을 차리고, 남편이 출근하면 뒷정리하면서 발을 동동 구를 것이고, 그녀 역시 급하게 아침 출근길을 서두를 테지. 시간제라도 일하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고, 퇴근 후 또 다른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해가 저문다. 이어지는 남편의 퇴근 후 아침 상황이 반복된다. 남편의 식사를 준비하고, 주방을 정리하고, 지친 몸으로 잠이 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이 그녀에게만 잘못된 건 아닐 테니. 문제는 가족인 남편이 그 집안의 모든 일에서 남보다 못한 존재라는 거였다. 문득,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혼자서 힘든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걸 어떻게 다 해내고 여기까지 왔을까 싶더라만.

 

우리의 엄마들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모든 엄마가 그러지는 않을 테지만, 엄마니까 아내니까 며느리니까 해야만 했던 일들 앞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게 당연한 의무처럼 여겼던 시절을 건너왔을 거다. 그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나 보다. 그러니 58세 여성의 이혼 결심을 그냥 한번 던져보는 말로 여기기도 했겠지. 막상 아내가 꺼낸 이혼이 진지한 현실이라는 걸 실감했을 때 남편의 태도가 우습기만 하다. ‘내가 번 돈이고 내 집이니까, 모두 내거야. 당신에게 하나도 줄 수 없어!’ 아무리 부부 공동재산의 분할을 얘기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던 게, 스미코의 이혼 결심이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재산 분할 반대와 시골 동네의 가십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냥 이대로 살자고 지레 포기하는 건 아닐까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삶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남편이 보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삶을 되찾고 행복해지고자 이혼을 선택한다. 그래, 이제 스미코는 이혼한다.

 

이 소설 속에서 스미코뿐만 아니라, 이혼한 중년 여성(그들 대부분은 스미코의 고교 동창생이다)이 몇 명 더 등장한다. 혹자는 주변의 그런 여성들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냐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럼 그녀들이 왜 이혼했는지 듣는 일도 필요하다. 저마다의 인생, 색도 모양도 달랐지만, 그녀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였다. 자신의 삶, 행복, 진정 바라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 말이다. 그 과정에 이혼이 있었을 뿐이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삶의 가운데 있어야 할 존재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그 삶을 찾아가는데 나이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가키야 미우가 보여준 소설 속 인물들이나 내용을 보면, 이번 소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회 문제를 주인공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웃음도 놓치지 않았던 저자가, 이번에도 날카롭고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대도 변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편견이 머문 세상에서 주인공 스미코가 찾아갈 자유와 새로운 삶이 기대되는 게 나만은 아닐 터.

 

결말이 참 시원시원한데,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네. 그래도. 많은 독자가 스미코의 같은 상황이라면, 이혼이라는 선택으로 확인하게 될 행복을 더 기대하며 살아갈 것 같다. 세상 모든 스미코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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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제 이혼합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e********g | 2023.11.16 리뷰제목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 가볍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 무거운 이야기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심각하고 폭력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한 내용이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읽어보니, 내용도 문체도 가볍고, 자극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무거운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한 생각 자체가 나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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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 가볍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 무거운 이야기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심각하고 폭력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한 내용이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읽어보니, 내용도 문체도 가볍고, 자극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무거운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한 생각 자체가 나의 선입견 같았다. 굳이 폭력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어야만 이혼할 수 있는 것일까. 특히 황혼이혼이라면 그래야 되는 것일까.

혼인제도를 절대적인 사회적 가치질서로 봐야 될지, 전통 사회에서 가장 적합했던 사회구성방식으로만 봐야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결혼제도가 행했던 사회적 역할을 법과 시스템이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고, 그렇다면 법적의무(미성년 자녀양육의무)를 다한 사람이 혼인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거기에 굳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될 것 같지도 않다. 인간이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그냥 당연한거잖아.

 

2 내용

 

60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는데, 남편이 싫다. 흔히들 얘기하는 폭력, 외도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다. 그래서 고민하고 이혼한다. 소설의 전개는 매우 현실적이다. 실제 이혼을 하기까지 삶에서 이리저리 부딪혀지는 과정이 과장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게 평범한 주인공이 느끼는 바 그대로 소설 속에서 전개된다.

 

 

3 인간은 개다.

 

의사 남편을 만난 여자(히토미)는 높게 평가하고, 스스로 성공한 만화가(린다)는 무시하려 드는 여자 동창들의 모습이나,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를 보면, 인간도 개다 싶다.

사람을 논리적,이성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관계 속에서 인식을 하고, 그것도 원초적인 우열의 관계를 기반으로 평가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남녀노소를 떠나 사람들의 이런 사고방식을 현실에서도 많이 느낀다.

 

언쟁이 시작되면 결국 교양 있고 착한 사람이 지게 되어 있어.

 

세상에 대한 체면에 휘둘려, 소중한 자신의 인생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뜨리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건 인생의 어딘가에서 반드시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사람은 타인과의 차이를 발견하면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려고 한다.

 

이 세상 인간의 99퍼센트가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쓰레기인 건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99퍼센트의 사람들에게도 한 조각의 다정한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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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혼 달성기 평점10점 | g*******s | 2023.11.04 리뷰제목
#도서협찬<시어머니 유품정리>를 꽤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소설에도 관심이 갔다. 작가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와 솔직한 대사도 맘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도 호감을 높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혼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늘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지만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게 터져 때론 심각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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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꽤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소설에도 관심이 갔다. 작가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와 솔직한 대사도 맘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도 호감을 높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혼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늘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지만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게 터져 때론 심각해지기도 한다. 이 나이쯤 되니 반쯤은 포기하고 반쯤은 인정하며 사는 지혜도 생겼다.

58세 스미코는 친구로부터 상중엽서를 받는다. 부모님이 아니라 남편이 죽었다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스미코는 난데없이 '부럽다'는 감정이 솟아난다. 그런 자신이 당혹스럽긴 했지만 본심이었다.

스미코는 남편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이혼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이혼을 매일 떠올려보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주위 시선도 신경이 쓰인다. 말이 쉽지 이혼이 그리 간단한가!

소설을 읽으면서 놀랐던 건 우리나라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명과 지명만 바꾸면 우리나라 소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렴 아내를 함부로 막 대하는 남편은 세계 어디에나 있겠지!

스미코가 이혼에 가장 걸림돌로 생각하는 건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정규직이기만 했어도 그리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을 테니. 의외로 남편은 순순히 이혼에 동의한다. 단 재산은 한 푼도 나눠줄 수 없단 조건으로.

스미코가 어떤 절차를 밟아 이혼에 이르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이 소설의 묘미다. 황혼이혼이 느는 요즘,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어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 그런지 몰입도 감정이입도 최고다.

작가 이름 잘 외워두어야겠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섬세한 시선으로 잘 그려내는 것 같아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신간 읽자마자 다음 신간이 기다려지는 작가를 만난 것도 복이다.

P.9
정말 미안해, 마사요. 부럽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지만 말야, 일찍 떠나주는 것만큼 아내를 위하는 길이 또 있겠어?

P.10
내 친정엄마도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나서야 젊음을 되찾았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봄날을 마음껏 누리는 듯 생기가 돌았다.

P.27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남편의 죽음을 무작정 신에게 빌기보다는 차라리 이혼하는 편이 빠르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이 없다. 혼자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문제는 항상 이것이다.

P.96
문득 이 채소들이 아내라는 존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냄비에서 넘칠 것 같은 싱싱한 채소를 억지로 꾹 눌러서 비좁은 공간에 가두고, 수분이 빠져 숨이 죽어 작아지기를 기다린다...... 그건 바로 여자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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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제 이혼합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g*****s | 2024.01.21 리뷰제목
이제 곧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인 58세의 스미코. 결혼전에는 직장에 다니기도 했지만 결혼과 함께 직장은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남편과 두 딸들을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현재는 딸 둘은 독립을 하고 집에 남편과 둘이 남았지만 여전히 삶은 어딘가 모르게 남편에 맞춰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보다 남편이 먹고 싶은 걸로 하는 그녀. 만들어 먹자면 못할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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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인 58세의 스미코. 결혼전에는 직장에 다니기도 했지만 결혼과 함께 직장은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남편과 두 딸들을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현재는 딸 둘은 독립을 하고 집에 남편과 둘이 남았지만 여전히 삶은 어딘가 모르게 남편에 맞춰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보다 남편이 먹고 싶은 걸로 하는 그녀. 만들어 먹자면 못할건 없지만 남편은 잘 먹지 않는 음식을 나 먹자고 조금만 따로 만들자니 그건 또 귀찮다. 뭔가 답답한듯 하면서도 또 상당히 이해가 되기도 하는 장면이다. 

 

그런 스미코가 저녁 장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편함에서 상중엽서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상을 당한 경우 연하장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때 11월 즈음에 '올해 상을 당해 연하장을 보내지 못한다'는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뭔가 이런 걸 미리 엽서로까지 알려서 자신이 연하장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알리는 것이 일본 특유의 문화인가 싶어 참 묘하다. 

 

 

아무튼 나이가 나이다 보니 이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싶다고 생각하며 엽서를 들고 집으로 와서 확인한 스미코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낼 정도로 놀라게 된다. 그곳에는 지레짐작으로 친구 마사요의 친정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중 한 분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마사요의 남편 신이치가 58세의 나이로 영면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리고 든 감정이란.... 

 

'…… 부럽다.(p.8)'

 

난데없이 솟은 감정에 스스로도 놀라게 되는 스미코다. 시대가 변했고 여성의 지위도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서 여성이 희생해야 할 부분을 무시할 순 없다. 이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우리 어머니 세대는 더 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 이혼을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일본도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황혼 이혼이 유행하다시피 했을까? 자식들의 결혼까지 함께 살던 부부가 그 이후 이혼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부모로서의 마지막 책임은 다하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삶을 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미코는 왜 혼자가 된 친구가 부러웠을까?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지도 빚을 지게 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혼이 하고 싶어진 스미코. 남들이 보면 그게 이혼 사유가 되나 싶을수도 있는 스미코만의 이유. 하지만 평생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를 따라, 그리고 보통의 남자가 여성을 대하는 삶을 살아 온 스미코가 느꼈을 결혼이라는 속박이 참 미묘하다. 

 

그래서 어찌보면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유일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미코의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라 과연 스미코가 꿈꾸는 자신만의 자유를 향한 목적을 위한 방법으로써의 이혼을 스미코는 이뤄낼 수 있을지와 함께 그녀의 삶에 더욱 몰입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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