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미리보기 공유하기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리뷰 총점 9.7 (9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51.2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7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그날이 오면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s*****l | 2023.11.03 리뷰제목
한민족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10여 년 전까지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이전까지로 몇 년 더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다녀간 외국인이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살았던 외국인들은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너도나도 한국인의 '정'에 대해 말해 왔으니까 나 역시 그런 줄 알았고, 그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
리뷰제목

한민족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10여 년 전까지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이전까지로 몇 년 더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다녀간 외국인이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살았던 외국인들은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너도나도 한국인의 '정'에 대해 말해 왔으니까 나 역시 그런 줄 알았고, 그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나의 성장기를 뒤돌아보더라도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은 서로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음은 물론 자신에게 있는 어떤 것을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나누어 주고자 하는 마음이 일상이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그 오래전 풍습이 유지되고 있는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옛날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어 사전에도 없다는 '정'이 일종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브랜드인 양 생각하며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이제는 더 이상 '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독서를 통해 배우고 있다. 자신의 아픔을 책으로 쓴 에세이를 읽고도 사람들은 더 이상 내 일인 양 아파하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하는 호기심 혹은 동물원의 희귀 동물을 구경하는 듯한 신기함, 어쩌면 그런 마음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그럴진대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더 이상 '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 아닌가. 나는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단단히 고정한 다음 자퇴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보조 선생님과 함께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2층 교사 휴게실로 갔다. 2층 복도 저 끝에 가방을 들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눈이 빛에 적응하자 엄마 얼굴이 보였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온몸을 들썩이며 대성통곡을 했다. 엄마는 물론 보조 선생님까지 눈물을 보였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눈앞이 뿌예진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억억억 하면서 엄마랑 학교를 나서면서 그때 막연하게나마 느꼈던 건 딱 하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허망함. 그 허망함을 자초한 건 분명 나였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내가 살면서 내린 선택 중 가장 현명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어떤 사람의 인생은 스스로 내리치는 철퇴로 산산조각 내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을까."  (p.33~p.34)

 

근육병(선천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작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걸어본 적 없이 오직 휠체어에 앉아 세상을 바라봐 왔고,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쓰고 있는 책의 곳곳에는 유머가 넘치고, 이 사람이 과연 그와 같은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도 여럿 등장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가장 깊은 슬픔이 가장 큰 웃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뜬금없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은 가까이서 볼 때, 전부는 아닐지라도 분명 비극적인 사건으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이 에세이처럼, 인생은 멀리서 조망하며 인생 자체를 개인이 감독으로서 재편집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네 인생은 나름대로 재밌는 인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22)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하면서 작가 지망생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10여 년의 기억이 담긴 1장과 2장에는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문학상을 받고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고군분투가, 그리고 3장에는 SF 소설가로서 작가가 체득한 글짓기 방법과 최의택이라는 한 인물의 세계가 그려진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이따금 직장 동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세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던 어느 후배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두려움 같은 게 웅크리고 잇다. 나의 장애를 똑바로 응시함으로써 알게 되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삶의 의욕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이 두렵긴 하다. 하지만 이제 와 멈출 수도 없다. 그러니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여행하는 것처럼 가볍게 가보려 한다."  (p.13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는 이제 당신의 아픔이 나의 언어가 아닌, 이해도 할 수 없는 먼 이국의 언어가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의 아픔이 우리로부터 분리된 채 당신만의 아픔으로 남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먼지만 날리는 슬픈 내 마음의 풍경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부끄러운 현실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아픔이 오롯이 나의 언어로 이해되는 그날을 꿈꾸고 있다. 그날이 오면 대한민국의 브랜드도 다시 '정'으로 환원되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0
종이책 장애를 경험하는 아이와 함께 한 장애 경험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k | 2023.12.08 리뷰제목
결과가 나오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밑밥처럼 이런저런 힌트가 아니 경고가 있었다. 조산과 역산이라는 요란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는 2kg가 채 되지 않았다. 인큐베이터 속의 작디작은 생명은 제 몸무게만할 줄을 달고 여러 주사바늘을 꽂고 있었다.   최소 퇴원 조건인 몸무게 2kg이 된 아이는 두 손 안에 다 차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눕히는 것도 두려워서 백일까지 안고
리뷰제목

 

결과가 나오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밑밥처럼 이런저런 힌트가 아니 경고가 있었다. 조산과 역산이라는 요란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는 2kg가 채 되지 않았다. 인큐베이터 속의 작디작은 생명은 제 몸무게만할 줄을 달고 여러 주사바늘을 꽂고 있었다.

 

최소 퇴원 조건인 몸무게 2kg이 된 아이는 두 손 안에 다 차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눕히는 것도 두려워서 백일까지 안고 살고 앉아서 잠들었다. 살이 통통 오르고 고개도 들고 눈 맞춤도 하고 그렇게 자라던 어느 날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다. 초음파 사진 속 아이 왼쪽 다리가 비슷한 모양으로 펴져 있었던 것이 장애 진단과 설명을 들으면서 그제야 해석이 되었다.

 

장애라는 것은 아주 느슨한 분류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공감하지 못하고 사유할 뿐이라고 했던 문장은 이후로 낱낱이 이해되었다. 나는 세상에 장애의 종류와 경중과 증상이 그렇게 다양한지 매일 놀라며 배웠고, 한국에 장애인이 상시적으로 예약하고 방문하고 치료받고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그렇게 적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운이 좋아야 한두 달 입원 치료가 가능한 전국의 병원들을 순회하는 삶이 여러 해 흘렀다. 종종 숨이 안 쉬어지는 날도 있었지만, 나보다 큰 깜냥을 지닌 분들이 많아 온갖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

 

자신의 아이와 눈 한번 못 맞춰본 이에게, 예고 없이 찾아와 언어 폭행을 하는 시부모를 견뎌야 하는 이에게, 평생소원이 자식이 앉는 것이라는 이에게, 엄마라고 한번만 불리고 싶다는 이에게, 반찬도 뜨개 선물도 받았다. 그렇게 애쓰던 이들 중 몇 분이 소식을 끊고 생을 버렸다.

 

끝없는 하소연이 끓어 넘치는 흘러나와서 이만 정신을 차리고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작가가 반갑고 이 책이 고맙다. 맑고 곱고 순진하고 착하고 무해하지만 않아서, 동정을 구하는 전형적인 이미지 구축이 없어서, 까칠함과 당당함과 담담함과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모든 느낌이 좋다.

 

가장 보통’ ‘그냥 보통이웃 같아서 더없이 좋다. 내 아이가 주목받지 않고 특별할 것 없이 어울려 살아가길 바라서, 작가의 삶과 글이 선례와 실례(實例)가 되어줄 것 같아서 또 좋다.

 

초등학교 특수반에 입학하고, 아이의 심적 고통이 심해져서 한번 전학을 갔고, 평생 일주일에 세 번은 병원 치료를 받고, 이제 열일곱 살인데 전신 마취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절개 자국과 봉합 자국들이 다리 곳곳에 있다. 신기할 정도로 잘 웃고 뒤끝이 없는 성격이고, 반바지도 잘 입고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내 속이 아프고 쓰리다. 운이 좋아 사촌들이 시샘을 할 만큼 양가 조부모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덕이 크다.

 

그럼에도 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은 살면서 원하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몇 번씩 경험한다. 작가가 자신의 성장기를 기록한 문장들을 읽으며, 기억하는 시간만큼 몸이 아파서 잊고 덮은 순간들이 종종 끼어들었다. 지난 일이라 괜찮기도 하고 여전히 흉터가 되지 못하고 아픈 상처인 것들도 있다.

 

시난고난한 시간 동안 쌓인 경험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작은 내 세계의 경계가 넓어질수록 지혜보다 혼란이 커져갔다. 거듭 말하지만 장애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만큼 입장이 다르고 각자가 처한 환경도 다르니 때론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가 없는 형편을 마주하곤 한다.

 

이 책을 만나 가장 고마운 건 장애 경험자란 표현을 배운 것이다. 거부감도 저항감도 없이 기쁘게 당장 사용하고 싶다. 북유럽 어느 나라엔 새로운 공공건물을 지으면, 어린이와 고령자와 장애인을 초대해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그 이야기로 배웠다.

 

그러니 장애는 그저 누구나 가진 어려움이라고 번역해도 좋지 않을까. 곧 반백 살이 되는 나는 이미 진행된 노안처럼 매일 늙고 약해질 것이다. 아프지 않고 늙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모두는 일종의 장애 경험자들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아이가 등록된 장애만 인정해준다고 놀리며 웃는다. 어릴 적... “저는 다리가 좀 불편할 뿐인데, 제가 장애인이에요?”라고 묻던 아이가.

 

더는 나의 장애를 외면함으로써 나의 일부를 지우지 않고(그래, 나 장애인이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것에 저항하고(나는 장애인이길 거부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유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따라서, 다시 나댈 것이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특별하지 않고 별스럽지 않은 존재로, 일상에 당연한 풍경으로, 2022년 추산 20명 중 한 명이라는 등록된 장애 경험자들이 어디서나 만나는 이웃으로, 그런 세상이 되기를. 찌그러질 기분으로 광광 우는 대신, 가볍고 부주의하게 살아도 성장과 삶의 흔한 시행착오 정도로 경험하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이 다양한 직군에서 그저 평범하게 대단한 성취를 하지 않아도 함께 일하는 세계가 되기를. 책을 덮고 한참을, 아직 미래라서 희망이 될 수 있는 날들을 상상해본다.

 

“disabled person(장애인)person with difficulty(장애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갈등한다. (...) 내가 장애인일 뿐이든, 장애가 있을 뿐이든, 오늘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늘을 나로서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일이다.”

 

언젠가 나도 명랑한 할머니 얼굴로 그땐 그랬지라거나, ‘심각할 게 뭐 있어라거나, ‘인생 뭐 별 거라고, 즐겁게 살아라거나, 내 아이의 엉뚱한 모험에도 발작이 날듯 불안이 솟는 대신, ‘재밌겠네!’라거나 잘 해봐라고 하면 충분한, 그런 가볍고 느긋한 보통의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날들을.

 

안녕,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작가님도 쓰는 동안 즐거웠기를.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글쓰기가 즐거운 버티기가 되기를.”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r******7 | 2023.11.05 리뷰제목
최의택 에세이/ 교양인(펴냄)                   보통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가장 보통의 인간인가.....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 경험자입니다.'             자신은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저자, 문윤성 SF 어워드 장편소설 대상 수상작 《슈
리뷰제목

 

 

 

 

 

 

최의택 에세이/ 교양인(펴냄)

 

 

 

 

 

 

 

 

 

보통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가장 보통의 인간인가.....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 경험자입니다.'

 

 

 

 

 

 

자신은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저자, 문윤성 SF 어워드 장편소설 대상 수상작 《슈뢰딩거의 아이들》을 수상한 후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수상 이후 각종 기사를 보면 저자의 장애가 많이 부각된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장애에 대해 담담하게 말한다. 세간의 관심은 장애를 극복하고 SF 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게 한 데 초점이 맞춰져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장애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를 불완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 세상은 여전히 장애를 '결함'으로 바라보며 장애인을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외면하는 것이 스스로를 불완전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 한 번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p11

 

 

 

 

 

 

 

선천성 근이영양증(CMD)이라는 정식 병명을 수상 이후 되짚어봤다는 저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지만, 학교를 그만둔 이후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였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문장이 내내 나를 따라왔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계신 분은 26,450,000명. 인구의 5%가 넘는다. 꽤 많은 비율이다. 저자 에세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보고 떠올려본다. 실제 사회에서 장애인을 만난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장애인 숫자가 인구의 5% 라면 꽤 많은데 왜 이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걸까?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까?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 분위기는 의외로 무섭지 않았다. 자신을 타자화하는 듯한 필체와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력이 맞닿아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시작된 나의 사유는 최의택이라는 작가의 삶과 나아가 장애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까지 이어졌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이라는 소망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어쩌면가장보통의인간, #최의택에세이, #교양인,

#북리뷰, #문윤성SF장편소설대상수상작가,

#한국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평점10점 | c*******1 | 2023.11.02 리뷰제목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최의택작가님의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을 읽으며 김초엽작가님의 추천사는 찰떡이다. ‘장애을 가진 SF작가에 대한 기대를 슬쩍 재치 있게 내보이다가, 모른 척 툭 손에서 떨궈버린다.’라고. 어릴 적 똥꼬발랄했던 작가님의 무용담(?)과 사춘기 시절의 모습,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던 모습. 담담하게 이어지는 내용을 읽다 보
리뷰제목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최의택작가님의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을 읽으며 김초엽작가님의 추천사는 찰떡이다. ‘장애을 가진 SF작가에 대한 기대를 슬쩍 재치 있게 내보이다가, 모른 척 툭 손에서 떨궈버린다.’라고. 어릴 적 똥꼬발랄했던 작가님의 무용담(?)과 사춘기 시절의 모습,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던 모습. 담담하게 이어지는 내용을 읽다 보면 저자는 절대 감정의 소용돌이 빠지게 두지 않는다. 해외 직구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고, 박소담배우님을 향한 찐덕질의 스멜을 맡을 땐 살짝 부럽기까지 했으니.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저자 본인의 인식변화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이 그냥 배경이 되어도 되는 사회, 모두 드러내 놓고 활보하는 서로 보통의 존재가 되는 사회를 꿈꾸게 된다. 작가님의 활발한 나대기를 기대하게 되기도.

 

나는 사실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 보지 못했는데 에세이를 읽으며 궁금해졌다. 내가 평소 어려워하는 분야인 SF라는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그가 느끼는 경이감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고 싶다. 최근에도 SF소설을 읽고 좌절했기에 더욱 그렇다. 나의 납작한 상상력에 찬물을 끼얹어 주신 작가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이다.

 

왜 어떤 사람의 인생은 스스로 내리치는 철퇴로 산산조각 내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을까. 물론 나의 경우는 악화된 건강 때문에 그나마 진보된 사회의 보조조차 의미가 없어진 경우이긴 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철퇴를 가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꼭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회의 틀 바깥으로 떠밀리다 못해 끝내 스스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p.34)

 

스위스로의 가족 여행. 예상 비용, 넉넉하게 5천만원. (p.79)

 

우리가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정말 우리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일까? 혹시 우리가 장애인이 되게 하는 데 모종의 동일한 압력이 가해진 건 아닐까? 그래서 불가피하게 유사한 환경에서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 결과 이 모든 개별자가 장애인이라는 분류로 수렴된 건 아닐까? 최소한 이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단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p.87)

 

내가 나의 장애를 수용하겠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는 탓에 생긴 제약과 사회적 장애 경험을 딛고 앉아서 장애인으로서 나의 삶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더는 나의 장애를 외면함으로써 나의 일부를 지우지 않고(그래, 나 장애인이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것에 저항하고(나는 장애인이길 거부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유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따라서, 다시 나댈 것이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 에세이 작업 또한 나의 장애 수용의 일환이다. (p..93~94)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가에 대한 건 어쩌면 사소한 문제일지 모른다. 내가 장애인일 뿐이든, 장애가 있을 뿐이든, 오늘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늘을 나로서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일이다. (p.158)

 

경이감.

이것이, 내가 SF를 쓰는 이유다. (P.195)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장애라는 따옴표를 씌우고 본다고 아쉬워하는 나조차도 장애라는 따옴표를 어쩌지 못해 고민하는 현실이라니. (p.281)

 

왜 장애는 소재가 되면 안 되는데요? 그것도 결국 배제이고 차별이 아닌지요? 장애는 빌어먹을 성역 같은 게 아닙니다. (p.281)

 

-책속에 나온 읽어 보고 싶은 소설

블랙랜드벨린다 바우어

서부 해안 연대기어슐러 K.르 귄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전삼혜

 

@gyoyanginbooks 감사합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r*****2 | 2023.11.01 리뷰제목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2022년 한국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고 김초엽님이 추천사를 쓰셨기에 처음 보는 작가님의 이름에도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살짝 덧붙이자면... 가까운 가족중에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계시기도 해서 당사자 입장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는 순간 팬이 되었습
리뷰제목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2022년 한국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고

김초엽님이 추천사를 쓰셨기에

처음 보는 작가님의 이름에도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살짝 덧붙이자면...

가까운 가족중에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계시기도 해서

당사자 입장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는 순간

팬이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고

유머가 내 스타일이었고

10년 동안 습작을 계속 해왔다는 점도 존경스러웠고

무엇보다

글의 가벼움, 재미에 대한 생각이

저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작가님은 물었습니다.

이 에세이가 무거운가, 가벼운가?

열이면 여덟은 무겁다고 말할 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 나머지 둘 이었습니다.

이 에세이는 살랑살랑 가볍고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을 만큼

귀엽고 재밌습니다.

 

작가님은 흔히 말하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그런데 대체 어떻게 글을 쓰는 걸까요?

저는 목소리로 텍스트화 하지 않을가 했는데

엄지손가락을 겨우 움직여

자, 모 하나씩 입력하신답니다.

그렇게....글을....10년 넘게 쓰셨고

제한된 환경에서도 소설을 완성하여

등단하셨고요.

 

왜 판타지를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제가 소설을 쓰고 싶다 생각했을 때

고민했던 부분이랑 너무 똑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다름아닌, 현실을 잘 모르니까...^^;;

 

글쓰기를

‘우주의 진공 상태와 같은 백지에 몸을 던지는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 라고 표현한 부분이

정말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신인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솔직하다 못해 순진무구한 에세이라

저 같은 작가 지망생(나부랭이)들이

보면 크게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데뷔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후에야

제대로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나의 장애를 수용한다..

그 과정에 대해 세상이 보여 줄 반응을 미리 알고

보충설명까지 해주는 친절함이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핸티캡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체적 장애는 그게 쉽게 눈으로 보일 뿐이죠.

사유하고 글을 쓰는데 신체 장애가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작가님이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인간’이라는 소설집 이야기에서

‘재전유’라는 언어를 얻었습니다.

작가님이 장애 당사자로서

본인에게 주어진 특권을 더 널리 남발하시길!

 

사회운동이든 문학이든 덕질이든

앞으로 작가님이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더더욱 아무 거리낌이 없길 바랍니다.

 

작가 최의택님의

앞으로의 나날을 응원합니다!

 

안녕. 저도 그저 즐거웠어요!

 

 

새로운 앎을 얻는 것도 좋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합쳐져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살면서 별 생각 없이 지나친 것들이 빛을 발하며 의미를 띤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거대한 맥락을 이루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그 순간 경이감을 느낀다. -p50

 

이러한 장애수용의 결과 우리는 본의 아니게 사회운동가 내지는 투사가 되어버린다. 장애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ㄸㆍ름에도 방구석에서 1열을 차지하는 대신 맨 끝자리나마 극장에서 직관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승차하는 일이 시위이자 테러가 되어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이 ‘장애인’으로 분류한 대상에세 기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p92

 

왜 가상의 인물인 우영우와 현실 속에서 투쟁을 하는 장애인들을 비교 분석하는 따위의 일을 하는 걸까. 그보다는 드라마 속 로펌과 그곳 변호사들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를 다져보는 게 재미는 더 있을 텐데 말이다. -p125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든, 휠체어 같은 보조기기를 쓰든, 사람들은, 비장애인은 그러한 사소한 차이를 가지고 ‘우리’ 와 ‘너희’를 분류한다. 그 차이가 커질수록, 신체 대비 기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보조기기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너희’는 점점 더 타자화된다. 그 타자화된 존재는 너무나 쉽게 알 수 없는. 알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급기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혐오의 대상이 된다. -p145

 

나는 내 이상한 소설들이 ‘비인간’이라는 이름을 자처하고 세상에 나오는 것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퀴어들이 자신들에게 꼬리표처럼 달린 ‘퀴어(이상한)’라는 멸칭을 재전유해 자신들의 이름으로 삼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p163

 

성장을 기반으로 해서 나를 지금, 여기에 있는 나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소설을 나는 재미있다고 한다는 것. -p219

 

그저 분류로서만 존재하는 당신이 당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기를. 진짜 당신을 찾을 수 있기를, 따옴표를 벗어던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나는 좋겠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그리고 바로 당신이다. 그렇지 않은가? -p285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