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 신동엽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김현 시인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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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 신동엽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김현 시인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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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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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스트 듀엣 평점10점 | p********4 | 2023.09.14 리뷰제목
마음은 어디에도 둘 수 있는 거라서 그 반짝거림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마음은 하나가 아니기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행인에게, 작은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신문을 읽는 사람에게 두었다. _작가의 말   김현 작가는 예전에 읽은 앤솔러지 소설집 《캐스팅》에서 처음 만났다. 작가의 단편 <믿을 수 있나요>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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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도 둘 수 있는 거라서

그 반짝거림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마음은 하나가 아니기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행인에게,

작은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신문을 읽는 사람에게 두었다.

_작가의 말

 

김현 작가는 예전에 읽은 앤솔러지 소설집 《캐스팅》에서 처음 만났다. 작가의 단편 <믿을 수 있나요> 인간이 필요로 만든 AI를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시대에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만난 《고스트 듀엣》 지난 5년간 쓰인 단편들을 묶어낸 김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소설 제목에서 살짝 눈치챘지만 역시나 독특하다. 산 사람들 일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드는 유령(소월에서 복희)이 등장하고, 죽은 자의 모습이 담긴 홀로그램 플레이어와 메타버스 속 세상에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다룬다. 알아야 할 사회문제와 소수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를 인간으로 있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작품 속 커플들은 대부분 퀴어다. 중년 레즈비언 커플, 가난한 청년 게이 커플, 청소년 퀴어 등. 특별할 수 있는 이들을 보편적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일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보편적 사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도 그들도 서로 사랑만 주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주미라면 어땠을까. 입고 싶으면 당장 입고, 먹고 싶으면 당장 먹고, 자고 싶으면 당장 자고, 사랑하고 싶으면 당장 고백하라고,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기쁨과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하던 주미라면, 별일 아니라고 했을 텐데, 인생이 다 그런 식이라고 했을 텐데."

 

예전에는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것을 오래 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느니 하고 나서 후회한다. 어떻게든 수습은 될 테니.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보내기로 한다.

 

스쿨 미투를 주제로 하고 있는 <유미의 기분>에서 '사과할 자격'을 생각해 본다. 그(형석)도 그럴 것이 수업 중 드라마 얘기를 하다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물론 악의는 없었겠지만 유미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 일을 승우에게 털어놓고는 뒤통수를 팍 맞은 말을 듣게 된다. '사과받을 자격이 있으면 사과해'라고. 사과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사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읽어버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음에 평생 기억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과할 자격과 사과받을 자격.. 그 기준값을 정할 생각을 그동안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사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였다. 앞으로는 자격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나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고스트듀엣 #하니포터 #김현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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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스트 듀엣 - 낯설지만 또 친숙한 사랑 그리고 삶 이야기 평점10점 | d******u | 2023.09.13 리뷰제목
김현 작가의 첫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집/ 한겨레출판     시와 산문으로 우리 곁을 지키던 다정한 김현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독특한 색채의 소설집을 내놓았다.     11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고스트 듀엣>은 다양한 소재와 현상을 매개로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일상과 사랑 그리고 재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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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작가의 첫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집/ 한겨레출판


 

 

시와 산문으로 우리 곁을 지키던 다정한 김현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독특한 색채의 소설집을 내놓았다.

 

 

11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고스트 듀엣>은 다양한 소재와 현상을 매개로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일상과 사랑 그리고 재난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들의 삶, 성소수자인 청소년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월>은 죽은 어머니가 귀신이 되어 딸네에 찾아와 인연을 이어가는 유쾌한 이야기였다. 귀신이 찾아와도 큰 충격 없이 같이 술을 마시고 가게 이야기를 하는 등 이승과 저승의 교류가 신선했다. 이승에서 맺어진 관계가 저승까지 계속 되어 세상 구분 없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로 사는 동안 그리 애썼으면 되었다. 은숙도 비슷한 심정이어서 서운할 것도, 속상한 것도 없었다. (12쪽)

맑은 술이 담긴 잔이 돌고 돌고 노래할 사람은 노래하고 춤출 사람은 춤추고 갈 사람은 가지 않고 이승에 미련이 없는, 가야 할 귀신이 가고 싶지 않아 해서 산 사람들이 어르고 달래 저승문 앞까지 배웅했다. (33쪽)

 

 


 

 

<고스트 듀엣>은 사랑하는 이가 죽은 후 떠나보내지 못해 홀로그램으로나마 곁에 두는 이들의 이야기다. 살기 위해 죽은 이를 품은 그가 애틋했다. 이렇게 상민의, 우리의 삶이 이어져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하였다.

 

 

눈빛, 그것은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언어였다. 눈빛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말을 했고, 꼭 해야 할 말을 꼭 하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83쪽)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존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당신 역시 쉬이 눈 감지 말기를.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85쪽)

 

 


 

 

<유미의 기분>은 미투를 다루고 있다. 너무 쉽게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인해 상처 입은 영혼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오히려 2차 폭력을 가하고 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유미의 숨을 생각하고 사과를 건네는 형석을 보면서 희망을 꿈꾼다.

 

 

형석은 유미의 등을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쓸어내렸을 사람을 그려보았다. 누군가를 만만하게 보는 얼굴을. 그는 아마도 유미가 누구에게나 얘기할 수 있도록, 말할수록 유미만 이상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등을 쓰다듬었을 것이다. 아무도 유미의 말을 믿지 않도록, 모두가 유미보단 그런 유미를 생각하도록, 유미의 기분은 유미만이 느끼도록.

"저는 기분이 나빴어요." (117쪽)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엮여있어 단편들이지만 옴니버스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처음에는 개별적인 이야기로 읽다가 겹치는 이름과 배경에 구슬을 꿰듯이 이야기들을 꿰어 세상을 구성하였다.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관계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숨에 수반하는 고통과 두려움을 이해를 넘어 감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사랑은 생사를 뛰어넘어 현재진행형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그가 '행복이 불행에게 답하는' 기록은 희망의 빛을 내뿜는다.

연애를 들킬까 불안에 떨었던 어린 연인들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기들 앞에 펼쳐진 세계로 힘차게 한 발을 내딛는 것처럼. 헤어졌던 연인이 저벅저벅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김현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집 <고스트 듀엣>은 그의 숨으로 수놓은 사랑 이야기였다. 유쾌하다가 아련하고, 다정하다가 애끓는 등 다채로운 감정이 몰아친다. 낯선 듯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사랑하는, 살아가는 친숙한 이야기였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인생일지라도 무너지지 않은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불러줘야겠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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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인이 소설을 쓴다면 평점6점 | e*****1 | 2023.09.13 리뷰제목
<고스트 듀엣> | 김 현 한겨레출판 | 13500원 한 줄 평 | 현대시를 소설로 구현해보기     시인이 소설을 쓴다면?   <고스트 듀엣>. 유령이 된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춤출 것만 같은 제목이다. 적당히 아름답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주인공들은 약간 구질구질하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은 계속 튀어나와 뇌를 괴롭힌다.   책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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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 김 현

한겨레출판 | 13500원

한 줄 평 | 현대시를 소설로 구현해보기

 

 

시인이 소설을 쓴다면?

 

<고스트 듀엣>. 유령이 된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춤출 것만 같은 제목이다. 적당히 아름답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주인공들은 약간 구질구질하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은 계속 튀어나와 뇌를 괴롭힌다.

 

책을 다 읽고 이틀간 고민했다. 이게 대체 무슨 소설일까. 나만 의미를 못 찾은 걸까. 이 소설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표지만 봐도 숨이 턱 막히던 차에 드디어 깨달았다. 이 소설의 의미는 거대한 의미가 없다는 데에 있다. 이는 현대시가 등장한 맥락과도 일치한다.

 

현대시는 거대한 목적을 거부한다. 계몽, 이념을 미뤄둔 채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에서 시 알(卵)을 찾는다. 성별, 성 지향성, 연령, 장애 때문에 화자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개인적인 건 시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현대시는 특정 계급·성별·성 지향성이 ‘보편적’이라는 규정에 대한 의도적인 거부에서 태어났다. 김현 작가가 ‘시인’으로 데뷔했다는 점을 참고하면, <고스트 듀엣>의 현대시적인 내용과 형식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비(非)퀴어보다 퀴어가 많은 소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책을 펼쳐보자. 상민, 형우, 주미, 석찬, 승남, 영수, 일형, 현상…. 소설 내에서 퀴어로 ‘명명’된 인물이다. 미처 눈치채지 못한 인물까지 포함하면 퀴어가 아닌 인물보다 퀴어인 인물이 더 많다. 소설에서 퀴어들은 서로 사랑하고(“그러니까 나야, 축구야?” “나는 너를 생각하면서 뛰어. 그럼 하나도 안 힘들거든.”) 남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나는 우리가 사귀는 걸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만나지도 못하게 될까 봐, 무서워.”) 조롱 받고(“야, 너 남자 좋아하냐?” “뭐?” “똥꼬충이냐고.”) 은어를 사용해 자조한다(“근데 주미한테 네 사진 보여줬을 때 주미가 너 안 만난다고 했어. 알아?” “알아, 주미는 긴 머리 부치 안 좋아하잖아.”). 작가가 퀴어를 묘사할 때의 거리감은 매우 가깝다. 문학에서 퀴어와 죽음은 신기할 정도로 잘 엮이는데, 이 가까운 거리는 관습화된 퀴어-죽음 연결의 거부감을 상쇄시킨다.

 

이 소설을 더욱 현대시로 만드는 지점은 '불친절한 설명'에 있다. 사람들이 떼거리로 나오는데, 작가는 이름과 한줄소개만 틱 던져놓고 가버린다. 표제작인 <고스트 듀엣>을 예시로 들어보자. 주인공은 상민과 형우다. 형우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상민은 형우를 홀로그램으로 회상한다. 이제 형우 얘기를 시작할 타이밍인데, 갑자기 퀴어 친구 ‘주미’가 등장한다. 그래, 조연 등장 타이밍이구나. 이제 주미 서사가 깊어지려나 했더니 ‘석찬’이라는 친구도 있단다. “석찬이 보고 싶었다. 석찬은 상민이 대학에서 만나 유일하게 관계를 이어온 친구로 주미의 연인이었다……(p.69)”

 

모든 소설은 설득이다.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는데, 이 소설은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 우리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 한 행동도 “내가 왜 그랬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렸을 때의 꿈과 전혀 상관없는 일터에서 에너지를 얻고, 또 소진한다. 소설처럼 착착 정리되고, 쏙쏙 이해되는 인생은 없다.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 건 독자의, 나의 욕심이다.

 

잘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평소 자주 읽던, 정이 가는 류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시의 특성을 소설에서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좋은 문장 모음

 

그 시절의 주미가 독서실 책상에 써 붙여놓고 한 번도 떼지 않은 문장이 있었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상민은, 그래서 오늘도 무너졌군, 하며 잠든 주미를, 우는 주미를, 넘어진 주미를 자주 놀렸더랬다. 주미가 푹 자고 웃으며 일어나길 바랐다. 왜 하필 그런 문장이었을까. 다른 것도 아니고 어째서 무너지고 무너졌다는 말을 우리는 붙들고 있었을까. (p.67)

 

넷은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민의 집에 자주 모여 놀았다. 같이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잠들었다. 한 사람의 집을 한 사람만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자 집 이름도 ‘사루비아네’로 지었다.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사랑을 너에게 주겠다는 김광석 노래에서 따온 거였다. (p. 70)

 

원준은 가람이 어떤 애였냐면, 운을 떼고도 한참이 지나 오늘부터 사귀는 걸로 할까, 고백했다. 도연은 그 저녁의 온도와 습도, 분위기에 상관없이 그러자고 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애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자기 곁에 두고 싶었다. 역시 선이 고운 사람, 이라고 도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마음을 스스로 대견하게 여겼다. (p.228)

 

“그러니까 나야, 축구야?”

철희 입장에서는 자못 비장한 밸런스 게임의 결과는 싱거웠다. 수호는 경기 때처럼 위기의 순간에 더 침착했고, 수비와 공격에 모두 능한 선수답게 철희를 품으로 끌어당겨 안으며 정답을 말했다.

“나는 너를 생각하면서 뛰어. 그럼 하나도 안 힘들거든.”

(p. 247)

 

나는 우리가 사귀는 걸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만나지도 못하게 될까 봐, 무서워.

철희는 알리고 싶은 게 아니라 숨기고 싶지 않은 거야, 쓰던 말을 모두 지웠다. 무서워, 라는 세 글자가 마음에 덜컥, 걸려서였다. 무섭구나, 무섭지, 무서워, 중얼거리면서 철희는 무서움을 이기는 말을, 무서움을 물리칠 말을 빨리 찾아서 수호에게 건네주고 싶었다. 미안해, 라고 쓸까. 아니야. 세 글자로는 부족해. 철희는 두 손을 모아 코와 입을 가린 채 아- 하고 낮게 소리 낸 후에 마음을 세우고 메시지를 남겼다.

보고 싶어.

무서워, 미안해, 라는 말보다 한 글자가 더 많은 말. 그러니까 뭐가 있어도 있겠지 싶은 말. (p. 252)

 

마음은 어디에도 둘 수 있는 거라서 그 반짝거림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마음은 하나가 아니기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행인에게, 작은 카페 창가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신문을 읽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두었다.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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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스트 듀엣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6 | 2023.09.13 리뷰제목
두 갈래로 나뉜 길에서 용연은 울고 복희는 웃었다. / p.10   이 책은 김현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고, 표지가 참 재미있었다. 컴퓨터에서 얼굴만 따로 따서 만든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유행이었던 오렌지 그림이 떠올랐는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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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로 나뉜 길에서 용연은 울고 복희는 웃었다. / p.10

 

이 책은 김현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선택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고, 표지가 참 재미있었다. 컴퓨터에서 얼굴만 따로 따서 만든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유행이었던 오렌지 그림이 떠올랐는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열한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조금은 낯선 세계에서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보여졌는데 소수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작품에서는 퀴어라고 불리는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었고, 다른 부류의 소수자들이 있었고, 또는 그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그 지점들이 흥미롭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라는 작품이다. 이무송과 노사연의 결혼 소식을 접한 숙자 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숙자 씨의 남편인 신운선 씨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아들 신태현 씨는 동성인 박민준 씨와 연애했다. 그렇게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설명해 준다.

 

이 작품에는 진짜 셀 수도 없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열한 편의 작품 중 가장 난이도가 어렵게 느껴졌다. 등장 인물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기 힘들어한다는 약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신운선 씨와 숙자 씨의 가족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겠다는 예상을 했었지만 신운선 씨가 탄 택시 기사의 이야기들까지 계속 끝도 없이 나아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제목 그대로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렇게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전에 읽었던 정세랑 작가님의 한 장편소설이 떠올랐다.

 

두 번째는 <수영>이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수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영은 디아 아몬이라는 저자가 쓴 책을 편집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도 없이 꽤 오랜 시간을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엄마로부터 맞선 자리가 온다거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디아 아몬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수영의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

 

소설이라는 전제를 모른다면 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디아 아몬의 존재가 조금 특별하기는 했지만 일에 쫓겨 주말 없는 생활을 보낸다거나 주변으로부터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에세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결말이었다. 딱 마지막 반 페이지를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고, 나의 편협한 시각에 또 당황스러웠다. 디아 아몬이 물에서 수영한다는 이야기와 주인공 수영의 현실이 딱 맞아 떨어졌다. 사고를 깨트렸다는 점에서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성적인 수치심을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사례들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들은 너무나 차갑고 냉혹했는데 그 안에서 햇빛이 비추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소설 작품 하나하나에서 보여진 인간에 대한 관심, 그들의 연대, 그리고 보여지는 진심이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너무나 인간애가 와닿았고, 덤으로 중간중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재미가 나름의 묘미였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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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 한겨레출판(2023) 평점10점 | e****i | 2023.09.13 리뷰제목
[하니포터 7기 서평]『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 한겨레출판(2023)  이 소설집을 하나의 말로 표현하자면 ‘드러냄’이라는 어절로 축약할 수 있겠다.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서술에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없어 보인다. 소설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이도 않은 것 같다. 박상영 작가님과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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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7기 서평]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 한겨레출판(2023)

 

 

이 소설집을 하나의 말로 표현하자면 ‘드러냄’이라는 어절로 축약할 수 있겠다.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서술에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없어 보인다. 소설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이도 않은 것 같다.

 

박상영 작가님과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퀴어에 관한 주제가 대부분이나, 이에 대해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일뿐, 특별하게 취급당하지는 않는다. 또한 적나라한 묘사도 많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김현 작가님은 시인으로서 더 활발한 문예 활동을 하신 문인이다. 어떤 소설은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는 단락의 변화가 전혀 없이, 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병렬적으로 등장하여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다.

 

‘죽음’을 풀어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수월」과 「고스트 듀엣」에서의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어버린 인물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 세계에 잔존하여 살아 있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유령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시공간적 제약 없이 볼 수 있고, 세상에 남아 있는 이들과 듀엣곡을 부를 수도 있다. 죽은 자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삶을 지속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제일 재밌게 읽은 단편을 꼽아보자면 「혼자만의 겨울」을 고르고 싶다. 유쾌한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원준과 도연의 이야기가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지나간다. 읽는 게 즐거워서 술술 잘 읽히는 단편이었다. 다른 소설에서는 느낀 적 없는 색다른 모습을 본 것 같다. “그래서 올봄에 원준과 도연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그날의 일은 빠르게 잊혔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또 다음 만남을 이어갔다. 그들은 보통때처럼 서로의 사랑스러운 면모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모습을 여러모로 경험했다. 누군가 뜨거워지려면 한 사람이 찬물을 부었고 누군가 차가워지려면 한 사람이 불을 지폈다.” 「혼자만의 겨울」

 

 


* 해당 콘텐츠는 하니포터 7기 활동의 일환으로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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