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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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리뷰 총점 9.8 (8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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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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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p*******n | 2023.10.10 리뷰제목
지켜야 할 세계,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쉽게 지켜낼 수 없기 때문에 애틋하고 공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키려 하면 할 수록 자신을 더욱 시험에 들게 하고, 무능함과 비열함, 방관의 소용돌이에 자꾸만 자신을 몰아넣고만다. 결코 삶에서 떨어져나가거나 멀어지지 않는 세계이다. 나이가 든다해도 퇴색되기는커녕 진한 커피향처럼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바로 지켜야 할 세계이다. 주
리뷰제목

지켜야 할 세계,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쉽게 지켜낼 수 없기 때문에 애틋하고 공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키려 하면 할 수록 자신을 더욱 시험에 들게 하고, 무능함과 비열함, 방관의 소용돌이에 자꾸만 자신을 몰아넣고만다. 결코 삶에서 떨어져나가거나 멀어지지 않는 세계이다. 나이가 든다해도 퇴색되기는커녕 진한 커피향처럼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바로 지켜야 할 세계이다.

주인공 정윤옥 선생님은 60년을 살고도 지우지 못하고 가슴에 훈장처럼 달고 살았던 일이 있다. 바로 동생 정지호이다.

그녀의 동생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어서 항상 돌봄이 필요한 아이였다. 모성의 힘이라면 거뜬하게 돌볼 법도 하지만, 어린 누이에겐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벗어나야 하는 또 하나의 세계였을지도 모른다. 차츰 장애 동생에게 밥을 먹이고 돌보는 일이 귀찮아졌고, 동생에게 밥을 먹이기 싫어서 자신도 굶고 만다. 엄마는 결국 동생 지호를 소망의 집에 보낸다. 가족에게도 짐이었던 장애 아동이 다른 사람에게 달가울 리가 있을까. 혹시 돈벌이가 된다면 모를까. 가족을 떠난 지호가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굳이 말하지도 않아도 뻔한 일이다.

정윤옥 선생님의 엄마는 30대 초반에 남편을 잃고 남매를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산동네로 이사를 하고 방직 공장에 취업을 한다. 여공들이 처한 근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여공들은 20분밖에 되지 않는 점심시간을 늘려 달라고 했고,

공장에 솜먼지를 배출할 수 있는 환풍기를 달아달라고 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p. 53)

엄마를 비롯한 여공들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지만, 회사 측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을 하였다. 사주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부도덕한 고용주가 악행을 범해도 어떠한 처벌도 불이익도 주지 않았던 정부, 오히려 그들의 악행을 방관하고 돕기까지 했던 정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노동의 가치만큼 이익을 배분하고 쾌적한 근로 환경을 제공해주어야만이 일의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고 경제발전도 이루어질텐데, 고용주들은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그러니 관계가 어찌 개선될 수 있을까. 지금은 전보다 달라지긴 했지만 노사갈등은 여전하다. 이젠 노사가 갈등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사측과 노조 측의 갈등 속에서 엄마는 뒤에만 있지 않았다. 여공들이 공장을 점거하자 사측은 공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수도를 잠그고 전기를 끊고 음식 반입을 차단했다. 여공들은 버티고 버텼다. 엄마도 버틴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사흘이 지나도 농성을 중단하지 않자 사측은 정부에 전투경찰을 투입을 요청했다. 여공들은 전투경찰들이 끌고 가지 못하도록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저항했다. 엄마는 최후까지 저항한 주동자였다. 곤봉과 주먹에 맞아 반나체로 끌려갔다고, 사측에 고용된 용역들이 농성하는 사람들에게 인분을 뿌리기도 했다고, 엄마의 병실을 찾아온 여공들이 윤옥에게 전해주었다. (p. 54)

엄마는 부조리를 보고 방관하지 않았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의 유전자가 어디로 가겠는가. 딸인 정윤옥 선생님은 엄마의 훌륭한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만 같았다. 독재타도를 외치던 정훈이 사복경찰에게 잡혀 구타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사복경찰에게 때리지 말라고 당당하게 그녀는 외친다. 그리고 정훈과 함께 사복경찰을 피해 달아난다. 그렇게 정윤옥 선생님은 개인의 안일한 삶을 추구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부조리에 저항하는 전교조 교사가 된다. 시영과 같은 장애 학생은 물론이고 모든 학생들을 끌어안고 존중하며 꼭 알아야 할 국어지식을 쌓도록 헌신적으로 수업하는 성실한 선생님이었다.

수업하는 자신의 눈빛이 어떤지 윤옥은 알았다. 수업에서는 느꼈던 감흥을 되살리며 욕실 거울 앞에서 지난 수업 일부를 반복해 말해 보기도 했다. 수업은 밥 같은 것이었으나 가끔은 기대하지 않았던 성찬을 마주하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런 수업은 만드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 수업을 마주한 날이면 윤옥은 온종일 행복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것 같았다. 수업 한 시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한 곡을 연주해 낸 것 같았다.가끔은 지휘봉을 내던지고 학생들 사이에 묻혀 오브에나 하모니카,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했다. 윤옥은 손뼉을 치며 웃었고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았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학생들의 말도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그런 일에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p. 28)

정윤옥 선생님에겐 교직이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안을 주는 걸 사명처럼 여겼다. 그와 같은 훌륭한 선생님에게 최소한의 교육권도 보장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지 묻고 싶다. 그녀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른 사심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소원조차 문책받아야 한다니......

작년에 가르쳤던 1학년 국어 수업을 2학년 문과반에서 이어가고 싶었다. 현대 셰계 문학 작품을 참고 자료로 활용했던 수업이었다. 마르케스, 카프카 같은 이름을 입에 올리며 은근히 뻐기던 학생들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어도 윤옥은 자신의 수업이 자랑스러웠다. 무엇보다 2학년 문과반에는 시영이 있었다. 윤옥은 그 아이를 자기 그늘에 두고 싶었다. (p.35)


 

정윤옥 선생님의 소망은 너무도 순수했다. 자신의 승진이나 업무 부담 덜어내고자 하는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려는 속뜻은 전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정윤옥 선생님은 전교조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교장과 교감 선생님에게 달갑지 않은 동료였다. 교과서에 없는 시험과 무관한 내용을 수업한다는 이유로 학부형들에게 외면받아야 했다. 이를 핑계삼아 2학년을 맡고 싶다는 정윤옥 선생님의 최소한 요구는 교감 선생님에 의해 묵살되고만다.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정윤옥 선생님의 권리였다. 하지만, 거부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녀가 지켜야 할 세계는 또 하나 생겼다.

교육이란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건 분명한데, 언제쯤이면 삼위일체가 가능하게 될지 아직도 모르겠다. 요즘 많은 교사들이 교권을 침해하는 학부모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목숨까지 버리고 있다. 교권과 학습권이 보장되는 길을 찾아,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행복한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고 거부한 사회였을지라도 정윤옥 선생님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그리움을 뜨겁게 피워냈다. 영구차에 실려 떠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 끝끝내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교정을 들어가지 못한 채, 이승과 이별하는 정윤옥 선생님. 과연 그녀가 죽어서도 넘을 수 없는 곳, 끝까지 그녀에게 허락될 수 없는 곳이 학교란 말인가.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하늘에 계신 정윤옥 선생님께

당신이 지켜야 할 세계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당신의 가치와 뜻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고, '우리'라는 힘으로 지켜야 할 세계는 지켜질 것입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사전 서평단에게 제공된 가제본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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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켜야 할 세계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1.18 리뷰제목
지켜야 할 게 많은 삶은 어떤 삶일까? 나는 내 삶이 지켜야 할 게 별로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책임을 느끼면서도 묘한 안정감 같은 마음이 생겼었다. 어쩜 그게 내 삶의 의지였는지도. 그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뭐랄까? 좀 단단해진 느낌?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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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게 많은 삶은 어떤 삶일까? 나는 내 삶이 지켜야 할 게 별로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책임을 느끼면서도 묘한 안정감 같은 마음이 생겼었다. 어쩜 그게 내 삶의 의지였는지도. 그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뭐랄까? 좀 단단해진 느낌?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는 목적지가 생긴 느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지만 가야 하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지켜야 할 게 많은 삶은 좋을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지켜야 한다면 그 또한 피곤하겠지. 어른인 우리는 어떤 세계를 지켜야 하는 것이고 어떤 세계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 

 

윤옥은 중등 국어 교사로 국어와 문학, 문법을 가르쳤다. 학교 관계자들은 윤옥이 불편하다. 동료들 또한 그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고집스럽고 불편한 사람이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정년을 2년 앞둔 윤옥은 2학년 문과반 담임을 고집한다. 교감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담임을 맡겠다고 한다. 그 반에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시영이 있기 때문. 시영을 보면 윤옥은 동생 지호가 떠오른다. 지호와는 열 살 때 헤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방직공장을 다니며 겨우 살아가던 그때, 허성호 목사가 운영하는 기적의 집에 지호를 보내게 된다. 윤옥이 대학에 입학한 후 찾아간 기적의 집에는 지호가 없었다. 엄마는 태연하게 그런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부임한 학교. 그곳에서 윤옥은 정훈을 만난다. 대학 동기인 정훈은 민들레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윤옥은 교원노조 가입 서류를 학교에 냈고 파면당한다. 정훈과 함께 세운 풀뿌리 서점과 야학. 힘들지만 보람이었던 시간. 하지만 그곳에서 수연과 정훈의 관계를 보게 되고 풀뿌리 서점에 가지 않는다. 다시 학교에 복직하게 되고 정년퇴직을 앞둔 시기. 교감이 윤옥에게 서류 봉투를 건넨다. 그곳엔 엄마의 편지와 DVD가 있다. 엄마는 윤옥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중학교 때였던가? 아니 어쩜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한창 교원노조 가입으로 인해 선생님들의 패가 둘로 갈라진 게. 학교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선생님은 대부분 교원노조에 가입하려 했고, 그렇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걸 저지하려 했었던. 수업도 자주 빼먹었고 결국 교원노조에 가입했던 선생님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이후의 전개는 내가 졸업해서 어떤 양상으로 변했는지 모른다. 다만 그때는 초창기여서 학교가 뒤숭숭했었지. 그들의 모두 학생을 위한, 열정 가득한 사람들로 그대로 진화(?)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있었다는 걸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알았던.

 

그 당시 윤옥이라는 선생님은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선생님이기에 학생에게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학창시절 선생님의 한마디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나에게는 그런 영향력 있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그런 스승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축복인 걸까?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군가는 원칙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생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 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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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켜야할 세계/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평점10점 | k*****0 | 2023.10.23 리뷰제목
서평] 지켜야할 세계/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연일 보도되는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하는 행태들이 너무 심하다 생각이 들던 즈음, 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선생님들이 무너져 내렸다는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아이 대부분의 시간이 학교라는 공간에 있기에 절반의 걱정과 선생님이라는 위치에서 내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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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켜야할 세계/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연일 보도되는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하는 행태들이 너무 심하다 생각이 들던 즈음, 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선생님들이 무너져 내렸다는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아이 대부분의 시간이 학교라는 공간에 있기에 절반의 걱정과 선생님이라는 위치에서 내 아이를 지켜줄 것이라는 어느정도의 기대를 가진다. 그러나 현 시절의 선생님들의 입장을 바라보면 과연 선생님들은 내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가와 더불어 선생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켜야할 세계]는 훌훌, 열세살 우리는을 집필한 문경민 작가의 작품으로 제 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지난 9월 서이초 교사를 위한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뉴스를 통해 추모사를 들으면서 글을 참 잘쓰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분이 [지켜야할 세계]의 작가라는 사실에 놀랐다.

 

도서는 p6 정윤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녀가 1년전까지 일했던 고등학교 정문앞에 멈춰섰다.로 시작한다. 첫머리부터 약간의 두려움과 매체들에 드러났던 이야기들이 떠올라 약간의 두려움으로 책을 읽어 나가게 된다.

 

[지켜야할 세계]는 현직교사가 윤옥이라는 교사의 개인역사에 학교라는 공간에 관해 기록해 나간다.

 

교사임용 3년차 야학을 곱게 보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큰일나는 어떤 일인것처럼 취급하던 시기. 이로 인해 교사임용 3년차에 파면당하는 윤옥.

 

윤옥의 개인적인 시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에까지 다다른다.

장애를 지닌 동생 지호와 지호를 닮은 학생에 대한 돌봄과 가족에 관해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선생님에 대해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주인공 윤옥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지만 진정 지켜야할 세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주인공 윤옥은 학교생활에서 학생들과의 관계와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갔을까? 동생 지호를 찾지말라던 엄마와 동생 지호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국어교사 정윤옥의 마지막 한해. 그녀가 지켜내고 싶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소설을 다시 한번 넘기게 될 것이다.

 

작가는 [지켜야 할 세계]2016년부터 쓰기 시작해 수많은 시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7년만에 세상에 나와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부디 사람을 살리는 소설이 되기를 빈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줄거리 일부

 

중등국어교사인 윤옥은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 문법을 가르쳤다. 학교 관리자들은 윤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동료들은 그녀를 고집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단단하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정년을 2년 앞둔 해 윤옥은 10살 때 헤어진 동생 지호를 생각나게 하는 시영이 있는 2학년 문과반 담임을 고집하지만 교장은 다른반 담임을 하라는 압력을 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가족을 건사해야 했던 어머니는 지호를 하성호 목사가 운영하는 기적에 집에 보냈다. 윤옥이 사범대학에 입학한 후 지호를 찾아 가지만 지호는 그곳에 없었고, 어머니는 지호가 사망했다는 말을 전하며 잊으라고 한다. 어느날 지호의 소식을 담은 영상을 받게 되는 윤옥은 지호를 찾아 나서면서 지호와 어머니에게 숨어있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도서내용 중

 

p39. 이건 내 수업입니다. 내 수업은 학생들의 눈을 봐야 해요. 내가 던지는 발문을, 내가 만지는 수업의 재료를 주목해야 합니다.

 

p51. 가까웠던 한 사람의 삶이 끝났고, 자신도 언젠가는 그 뒤를 따를 것이며, 그 시기가 예전 보다 훌쩍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세상 고개를 넘어간 수림 엄마가 손을 팔랑거리며 윤옥아, 너무 무서워마라, 여짝도 그냥저냥 살만 허니께하고 말할 것 같았다.

 

p127. 윤옥은 수연에게 말했다. “너의 세계냐?” 꺽인 계단을 오르던 수연이 걸음을 멈추고 윤옥을 내려다 보았다. 가벼웠던 수연의 얼굴에 스치듯 진중한 표정이 지나갔다. 순간의 변화였지만 윤옥은 알아차렸다. 수연에게 민들레 야학은 심장이라는 것을. 수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 저의 세계예요.”


 

p179. 열아홉이었을 때 만난 수연이 쉰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윤옥에게 수연은 우리 반 그 아이 같았다. 안타까웠고 아까웠다. 무너진 세계의 폐허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시기를 잘 넘겼더라면 수연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그 생각을 하면 정훈에 대한 분노가 일곤 했다.

 

p218. “들어요! 나는 그 반을 원해요. 내 수업이에요. 아니, 닥치고 내말을 잘 들어요.” -윤옥은 교감의 손을 잡고 손등을 두드렸다. “잘해봅시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선생이 아닙니까.”윤옥은 문을 닫고 전산실을 나왔다. 천천히 숨을 몰아쉬면서 눈앞의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새 해가 비쳐 들어 복도가 밝았다. 잠시 서서 먼 곳을 응시하던 윤옥은 입꼬리를 올리며 조금 웃었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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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지켜야 할 세계/문경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1 | 2023.10.13 리뷰제목
'정윤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녀가 1년 전까지 일했던 고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첫 문장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엄숙하고 비장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던 정윤옥의 죽음, 굳게 닫힌 교문, 파면과 복직, 아동학대 신고, 고소 협박'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문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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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녀가 1년 전까지 일했던 고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첫 문장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엄숙하고 비장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던 정윤옥의 죽음, 굳게 닫힌 교문, 파면과 복직, 아동학대 신고, 고소 협박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문장을 읽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지 않았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야,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벌어진 일이야' 하며 선을 긋는 일이 가능했을까. 악성 민원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교권회복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은 이 시의적절한 때에 이런 글을 발표한 문경민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심이 동시에 들었다.

 

책 제목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더니 이 작품이 제13회 혼불문학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를 통해 이 글을 쓴 문경민 작가가 내가 아는 그 문경민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훌훌', '열 세살 우리는' 등 줄곧 어린이나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을 써왔던 문경민 작가가 처음으로 청소년 이야기가 아닌 교사 이야기를 썼다는 점이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문경민은 작가이기 전에 초등학교 교사이고, 94일 열린 7차 교사 집회에서 고 서이초 교사를 위한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믿고 보는 배우가 있듯이 내가 이 작품의 서평단에 지원하게 된 것은 문경민 작가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었다.

 

나는 이 작품에 문경민 작가의 교사로서의 삶이 어느정도 투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가령 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교 1학년 국어시간에 윤옥이 게임을 하거나 자고있는 학생들을 다독이며 어떻게든 수업을 이어가는 장면, 교감이 새 학년 인사 문제로 윤옥을 따로 불러 은근한(?) 압력을 가하는 장면, 압력의 근거로 학부모의 민원과 소송을 들먹이는 장면 등은 작가가 교사가 아니라면 이렇게 현실적으로 묘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윤옥이 2학년 담임을 맡고 싶어한 이유가 무엇인지, 뇌병변장애가 있는 시영이의 담임을 맡고 싶어한 이유는 또 무엇인지 더 궁금했다. 더구나 윤옥은 정년퇴임을 2년 밖에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조금은 편한 학년과 업무를 맡을 수 있을 터였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제 본격적으로 윤옥의 30여 년의 교직생활을 반추하는 이야기가 전개되겠구나 예상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교감과의 면담을 마친 윤옥이 수림 엄마가 죽었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인천에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수림 엄마는 윤옥의 가족이 인천 산동네로 이사 와서 만난 지인으로 윤옥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윤옥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다. 윤옥은 수림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50년 전 칙칙한 산동네에서 삶을 나누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토록 떨쳐내고 싶었지만 한순간도 잊은 적 없는 동생 지호를 떠올린다.

 

윤옥의 동생 지호는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뇌병변장애 중증을 앓고 있었다. 엄마가 방직 공장에 나가 돈을 버는 동안 아픈 지호를 돌보고 끼니를 챙겨야 하는 사람은 10살 윤옥 뿐이었다. 기쁨이나 보람 따위 찾을 수 없는 자잘하고 지긋지긋한 일들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날들이었다. 산동네로 이사 온 해 겨울 어느날 밤,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한 윤옥의 엄마는 소망의 집에서 찾아온 하성호 목사에게 지호를 입양 보낸다. 어떤 이유로든 지호를 두 사람의 인생에서 제껴둔 덕분에(?) 엄마는 일을 하고 윤옥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윤옥은 동생을 보낸 지 10년 만에 지호를 만나기 위해 원주 소망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지호는 커녕 하성호 목사도 만날 수 없었고 하성호 목사가 소속된 교단 본부를 찾아갔다가 그가 5년 전 사기죄로 고소당하면서 교단에서 면직 처리되었고, 그 뒤 장애인들 몇을 데리고 자취을 감추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교단 사무실을 나온 윤옥은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혼자 국밥을 먹으며 울컥하는 장면으로 1부의 이야기는 끝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생각한 것 보다 이야기가 휠씬 더 처절하고 비참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에는 교사로서의 윤옥의 삶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두 여인의 삶으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윤옥의 60여 년의 삶 중 고작 20여 년을 들여다 봤을 뿐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질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과연 지호는 어디에 있을까?, 윤옥은 지호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는 왜 윤옥에게 지호를 찾지 말라고 했을까? 그 외에 윤옥의 같은 과 동기였던 정훈과는 어떻게 다시 만나 민들레 야학 활동을 같이 하게 됐을까? 결혼도 안한 윤옥에게 어떻게 상현이라는 아들이 있는 걸까? 윤옥은 왜 교사로 임용된 지 겨우 2년 차에 파면을 당했을까? 퇴직 2년 전까지도 담임을 맡아 교육열을 불태우던 윤옥이 어째서 아동학대 신고 협박을 받게 됐을까? 과연 윤옥이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얼른 완결본이 출간되어 그녀가 지켜야 할 세계를 만나고 싶다.

 

* 이 글은 1부까지만 수록된 가제본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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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를 온전히 지켰다. 평점10점 | q*****1 | 2023.10.23 리뷰제목
이 소설은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초등교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7년의 시간 동안 갈고 닦아 완성시킨 저자의 첫 장편소설입니다.(이 책, '작가의 말', 248~250쪽 참고)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죽음의 순간까지 담담히 삶의 길을 걸어왔던(이 책 254쪽, '작가의 말' 중에서) 교사 '정윤옥'과, 그의 삶을 함께한 인물들의 씨줄과 날줄로 얽힌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리뷰제목

이 소설은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초등교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7년의 시간 동안 갈고 닦아 완성시킨

저자의 첫 장편소설입니다.(이 책, '작가의 말', 248~250쪽 참고)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죽음의 순간까지 담담히 삶의 길을 걸어왔던(이 책 254쪽, '작가의 말' 중에서)

교사 '정윤옥'과, 그의 삶을 함께한 인물들

씨줄과 날줄로 얽힌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윤옥'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전개로,

그녀가 집안의 장녀로, 누나로, 엄마로,

교사로,

자신이 지켜야 했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간 그녀의 삶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차분히 관조하고 있네요.

 

현직교사인 저자가 쓴 교사의 이야기여서

더 현실감 있고

더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굳은 신념으로,

교사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시간들이

엄숙한 감동을 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이며 읽었는데요...

 

정의와 신념을 지키기 어려웠던 시절,

교사의 직을 감당하면서

옳은 일은 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기 위해

외로움을 견디며 홀로 꿋꿋하게 지켜낸

그녀의 세계가 참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날을 세우지 않고는 지킬 수 없는 세계(이 책, 216쪽)

생을 끝내는 마지막까지 지켜낸

교사 '윤옥'의 삶을 보면서,

'내가 지켜야 할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한

'지켜야 할 세계'가 있습니다.)

 

'정의'의 개념이 점점 더 애매해져 가는 이 시절에,

자신의 소신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것,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 '지켜야 할 세계'!!

 

신념 가득한 그녀의 삶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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