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900년 파리, 조선 청년 허의문 (리뷰)
김준기 저 | 서랍의날씨 | 2023년 09월 22일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 중기 이후 말기로 접어드는 영조와 정조 시대는 탕평책과 균역법 등의 개혁적인 정치가 시행되면서 문화가 다시 융성해지고 국가재정이 튼튼해졌지만 당쟁은 여전하였고 순조 시기부터 외척들과 세도정치가 시작되어 국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백성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이후 전면적으로 정치적 모순과 민생의 혼란이 가중된 헌종과 철종 시기 거쳐 1864년 조선의 제26대 왕으로 즉위한 고종 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왕조는 급속도로 붕괴의 길을 걷는다. 김준기 작가의 <1900년 파리, 조선 청년 허의문>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의 국권을 본격적으로 침탈하는 1895년 을미사변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난 시기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조선말 고종을 도와 대한제국 말기 국권수호를 적극 도왔으며 일제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인 미국인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 박사의 양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허의문이 이 소설 속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소설은 100여년의 시차를 가지고 1900년 파리의 조선청년 허의문과 2023년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과 연구원 박지현 사이를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명성황후 시해를 목격하고 비밀리에 사건현장 사진을 촬영한 허의문은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꾼 고종의 명을 받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여 대한제국관(실제로 대한제국은 외세의 침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여하였고 경복궁 근정정을 모티브로 한 대한제국관을 설치하고 흥덕사에서 간행한 금속활자본 『직지』를 비롯한 조선의 고유한 물품들을 전시하였다)을 건립 임무를 받은 파견단의 일원으로 파리로 향한다.
2023년의 박지현은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관에 전시되었던 11점의 국악기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국립음악원관의 끈질긴 협의 끝에 이 국악기들을 123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여전시를 성사시키고 전시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박지현은 국악기 전시를 위한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제국이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에 헐버트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프랑스 여인 르네 보부아르를 발견한다.
조선 청년 허의문은 파리에 도착하여 대한제국관을 설치하고 만국박람회 전시를 위해 분주하지만 고종의 만국박람회 참가에 깊은 의혹을 가진 일본은 대한제국의 독립적인 노력을 방해하고 허의문이 고종의 비밀임무를 받고 파리에 왔으리란 추측을 하며 방해공작과 허의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하며 스토리는 급박하게 전개된다. 2023년 박지현이 주목했던 프랑스 여인 르네 보부아르는 일본의 방해공작으로부터 허의문을 돕기 위한 활약을 한다.
조선말 국운이 쇠하면서 제국주의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일보직전인 누란의 위기 속에서 조선 청년 허의문은 명성황후를 무도하게 시해한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제국이 자주 독립국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노력이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다. 암울했던 시기 허의문과 같은 의기를 가진 선각자와 독립운동가의 노력으로 현재의 대한만국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또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된 스토리를 통해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고 긴박한 전개와 개연성 충분한 스토리 설정은 읽는 즐거움이 더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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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 파리, 조선 청년 허의문 』
◎김준기(지은이)
1972년 출생. 공주전문대 만화예술과를 졸업했다. 서울 인왕산 밑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산을 좋아하고 호랑이를 좋아한다. 자기만의 작품을 하고 싶어서 5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배워 혼자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3D 단편 애니메이션 <등대지기>,<인생>,<더 룸>을 제작했고 2006년에는 백두산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 이야기를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마지막 왕>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마지막 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근대사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신 정서운 할머니 육성을 사용한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 이야기>를 제작했고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다룬 <환>을 제작했다. 일본군 할아버지의 고백으로 <소녀에게>까지 3부작 단편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1900년 파리, 조선 청년 허의문>은 첫 소설이다.
◈P61.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꼬리를 내밀었다.
당시 프랑스 신문과 잡지에 대한제국관 기사는 꽤 실렸었다.
박지연은 프랑스 신문사와 잡지사로 부터 얻은 자료들 사이에서 이상한 기록을 하나 발견했다.
'대한제국에 관한 기사 삭제 요청'
◈P171. 황동 청가리개 안쪽에 갈대청이 상하면 교체 하기 위해 화선지 봉투를 붙이고 그안에 여벌 청을 넣어 놨는데 그 화선지덕분에 청공에 붙여 놓은 갈대 속 청이 건조하고 습한 상황에서도 잘 버티고 있었다.
◈P 232. 1895년
10월초 아직 궐 안에 단풍이 들긴 이른 계절이지만 가을준비가 한창인 궁궐은 하루가 다르게 가을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카메라로 사진을 담아도 그런 아름다운 색이 담기지 않는게 정말 애석하다.
◈P316. 그런평범한 오두막 내부에 어울리지 않는것이 보인다.
한쪽 벽, 선반에 올려져 있는 작은 사진.
조선 왕과 왕후가 의자에 찍은 사진이다.
"Who are you?"
갑자기 뒤에서 어색한 영어가 들렸다.
사진을 보던 르네가 뒤를 돌아보니 문가에 누군가 서 있다.
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빛 때문에 얼굴은 잘보이지 않지만, 작은 체구의 여인이다. 여인이 들고 있는 커다란 낫이 무시무시해 보인다.
르네는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또 "안녕하세요." 하며 조선말을 해 버렸다.
☞25살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았던 외국인 허씨 호머 헐버트가 콜레라속에서구해준 5살 쯤 보이는 아이 '어무이 어무이'하고 울던 아이 의 이름을 의문이라 지어준 아이 허이문 18살 청년의 목숨을 걸고 파리로 갔다...을미사변의 중심에 있었던 청년허의문의 비밀이 2023년과 1900년대를 오가며 풀어진다.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 아름다움도 있고 슬픔도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묘사들이 공감을 주는 역사 소설이다.영화로 않만들어 지나...기대해 본다.
▥펴낸곳 ㅣ 서랍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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