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해로 인해 빚어진 편견. 한쪽에 치우친 입장의 이야기만 듣고 상대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바른 가치관으로 중심을 갖고 모든 것을 바라본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심하게 오해할 수 있다. 이런 오해로 인해 선입견을 갖고 상대를 바라보면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오해로 인한 편견과 인간의 오묘한 감정을 섬세하고 재치있게 묘사한 책이 있다. 우리에게 삶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주인공의 톡톡 튀는 매력으로 보여주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문예춘추사, 2023)을 소개한다.
영국의 시골 롱본에 사는 베넷 일가의 딸들은 배우자를 찾고 있다. 베넷 씨가 죽으면, 롱본에 재산을 상속시킨다는 계약에 따라 다섯 자매와 베넷 부인은 베넷 씨가 죽으면 재산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자에게 상속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어서, 베넷 씨의 친척인 목사 콜린스 씨가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었기에 베넷 부인은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딸들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경제적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자 한다.
옆 마을에 젊고 부유한 빙리 씨가 별장을 빌려 이사를 오면서부터 베넷 부인은 빙리 씨에게 딸들을 시집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빙리 씨가 참가한 무도회에서 맏딸인 제인은 빙리씨와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갖는다. 둘째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로 따라온 다아시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게 되고 그에 대해 부정적인 첫 인상을 갖는다. 위컴씨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그가 다아시의 험담을 하자 다아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절대 그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반면 다아시는 점차 엘리자베스의 지성과 위트있는 재치에 빠져든다. 어느 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사랑고백을 하고 엘리자베스는 거절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게되고 그를 더욱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긴다. 서로를 오해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작가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함을 강조한다. 한쪽 편에서만 이야기를 듣다보면 편견을 갖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아시 씨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비록 좋은 사람이라고도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죠. 그 사람은 대체로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악질적인 복수와 부정하고 몰인정한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요.”(p.105)
작가는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바라봐야 상황이 제대로 보이게 됨을 말한다. 감정을 내려놓고 상황을 바라봐야 모든 것을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다. “다아시 씨가 한 말이 옳다고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전에 제인이 빙리 씨에게 이일에 대해서 물었을 때, 다아시 씨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장담했던 일과, 다아시 씨의 태도는 거만하고 냉정하기는 하지만 그와 만남을 갖는 동안 계속 그녀는 그가 의리 없고 부조덕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p.251)
작가는 사람을 판단할 때는 충분히 탐색의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부부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얼마 전부터 다아시 씨와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기에 두 사람에게 진지한 탐색의 시선을 보냈다. 탐색 결과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다아시 씨는 엘리자베스에게 완전히 빠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p.308)
오만과 편견으로 서로를 오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세밀한 감정묘사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올바른 관점을 알려준다. 우리는 적당한 오만과 편견으로 세상을 대하고 사람을 대한다. 나만의 잣대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니 객관적으로 중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오만과편견 #제인오스틴 #문예춘추사 #로맨스소설 #고전소설 #고전문학 #소서루천 #추천도서 #신간 #서평단모십 #서평이벤트 #출판사이벤트 #북스타그램 #오해 #편견 #세밀한감정묘사 #사랑 #주관적인판단 #겉모습보고판단 #모든사람이좋아할거라는착각은오만
<오만과 편견>은 매우 유명한 소설이다. 아마 사람들은 반드시 해당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그 제목을 들어보거나, 동명의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다소 창피하게도 지금까지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오만과 편견>이라고 한다면,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서로에 대해 거부감과 적대감을 보이다가 결국 각자의 태도의 문제점을 깨닫고 사랑에 빠진다는, 아주 단출하고 간략한 줄거리가 내가 알고 있던 전부였다. 하지만 서평단 활동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오만과 편견>을 읽게 되면서, 나는 나 자신이 해당 소설에 관해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음을 느꼈다.
<오만과 편견>은 단순하게는 연애소설에 속한다. 그러나 그 이면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베넷 가의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는, 무도회에서 우연히 부잣집 도련님인 빙리의 절친한 친구인 다아시와 만나게 된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사교 활동에 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는 거만하고 부정적인 첫인상을 준다. 다아시도 엘리자베스에게 그다지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오만하다고 생각하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포함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이들이 그 오해를 풀어나가고 마침내 결혼에 도달하는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호레이스 월폴의 <오트란토 성>이 떠올랐다. 물론 <오트란토 성>은 <오만과 편견>과 같은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중세의 결혼 문화를 풍자하고 가부장제에 굴복하도록 강요되곤 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산 상속권을 갖지 못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불가능했던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오트란토 성> 속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에 의해 일종의 교환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환원되는 이사벨라를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과 <오트란토 성>의 또 다른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결코 이러한 사회적 행태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와 이사벨라는 결혼이 상품화되는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저항하여 끝내 자신들이 원하는 결말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행히도 오늘날의 결혼 문화는 중세의 그것과는 무척이나 달라졌다. 대부분의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결혼하고, 결혼을 일종의 거래로 보거나 여성을 상품으로 간주하는 행태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와 같이 결혼 문화가 변화하는 데 있어 <오만과 편견>과 같은 문학 작품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성이 주도하는 가부장제에 순종하는 여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체로 가부장제의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과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는 이에 순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의 강한 정신과 의지는 몇 세기에 걸쳐 현대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오만과 편견>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라 여겨질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