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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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리뷰 총점 9.8 (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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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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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모은 글 평점10점 | y*****2 | 2024.02.18 리뷰제목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는 책입니다. 1993년에 발표되었지만 2023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노벨상 효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작가는 이 책이 나오기 20년 전부터 파리에서 40㎞ 떨어진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분
리뷰제목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는 책입니다. 1993년에 발표되었지만 2023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노벨상 효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작가는 이 책이 나오기 20년 전부터 파리에서 40떨어진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지에 신도시를 건설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따로 없는 건설현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가는 신도시에 들어가게 된 것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고작 몇 년 만에 무()에서 솟아났고, 그 어떤 기억도 갖고 있지 않고, 거대한 영토 여기저기에 건축물들이 흩어져 있으며, 경계선이 불명확한 장소로 들어간 것은 충격적인 경험이었다.(7)” 그런데 그곳에서는 다양한 장소에서 살다 들어온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사는 곳에서 그리고 파리로 가는 길에 이용하는 수도권 고속 전철에서 만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보지 못할 장면, ,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몸짓, 벽에 그리자마자 곧 지워질 그라피티 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985년부터 1999년까지 보고 들은 것을 일기의 형식으로 남겼고, <바깥 일기밖의 삶으로 묶어냈다고 합니다.

 

바깥 일기를 읽다보면 작가는 보고 들은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에 대한 작가 나름의 판단이나 생각을 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기라고 하면 흔히 자신과 관련된 일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 마련입니다만, 아니 에르노의 바깥 일기(Journal du dehors)>는 독특한 형식의 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작가 자신이 밋밋한 글쓰기(ecriture plate)라고 명명한 건조한 글쓰기가 에르노의 문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글쓰기는 저학력의 부모에게 소식을 전할 때 사용했던 문체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으려 노력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문체가 건조한 편이라서 이 대목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작가와의 만남에서 김용택 시인은 제가 쓴 간단한 글을 읽고서 지나치게 건조한 느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건강이나 여행에 관한 정보를 요약하는 글을 많이 쓰다 보니 그런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옮긴이는 에르노의 문장에서는 정련된 느낌을 넘어서 거의 금욕적인 느낌이 난다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덜어내는 작업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즉 적확한 수식어를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수집한 정보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깎고 또 깎아내는 수정작업을 통해 정련된 글을 완성해냈다는 것입니다. “차를 몰고 생드니 근처를 지나감. 초고층 건물 프레엘. 그 건물에 사람이 사는지, 아니면 사무실만 있는지 알 수 없음. 멀리서, 그 건물은 텅 비고, 시커멓고, 해로워 보인다.(49)” 등의 대목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는 작업이 끝나면 바깥 일기의 작가처럼 저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구체화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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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자아 성찰 없는 일기, 그냥 기록하기, 그리고 소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4.02.29 리뷰제목
이 소설은 <서문>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간한 지 3년 후 뒤늦게 붙인 서문이다. 이런 글이 어째서 의미 있는 것인지를 설명할 필요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에르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다시 보지 못할 장면, 말,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몸짓, 벽에 그리자마자 곧 지워질 그라피티 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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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서문>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간한 지 3년 후 뒤늦게 붙인 서문이다. 이런 글이 어째서 의미 있는 것인지를 설명할 필요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에르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다시 보지 못할 장면, 말,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몸짓, 벽에 그리자마자 곧 지워질 그라피티 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하던 그 모든 것을.”


그리고 그것은, “르포나 도시 사회학적 조사가 아니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라 하고 있다.


명백히 형식은 일기다. 아니, 실제로도 일기다.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쓴 일기다(이후 1999년까지의 일기는 《바깥 삶》이란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일기라는 양식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그런 형식의 일기가 아니다. 제목 그대로 나의 ‘바깥’에서 쓴 일기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보면,


“이제, 내면 일기―2세기 전에 탄생한 이러한 형식의 글쓰기가 반드시 영원하진 않다―를 쓰면서 자아를 성찰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더욱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확신이 선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바깥을 응시하고 기록할 뿐이다. 파리에서 40km 떨어진 신도시에서 주로 파리를 오가는 기차와 대합실이 그 장소다. 혹은 슈퍼마켓, 혹은 길. 반복되거나, 혹은 단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상의 광경들을 적고 있다. 거기에 자신의 감상을 극도로 자제한다. 아니, 자제하고자 했다. 때로 드러나는 감정과 해석은 어쩌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령 이런 것이다. “작가 역시 그것을, 사람들이 자신이 부러워함을 안다. 사람들의 뇌리 저 안쪽에서 진실은 작동한다.” 작가이니 작가에 관해서는 냉정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었나 보다. 그러나 그렇게 드러낸 감정과 상황에 대한 해석은 정말 최소한이다.


심지어 그녀가 왜 그 장소에 있는지에 대한 단서도 거의 없다. 그저 오갈 뿐이고, 거기에서 그 상황을 맞닥뜨릴 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기로서는 자격이 없는 글이지만, ‘바깥’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이 글들은 일기가 되고, 또 소설이 된다.




이 글을 통해 아니 에르노를 알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지만, 옮긴이는 너무나도 잘 알겠나 보다. 내겐 《단순한 열정》의 아니 에르노와는 전혀 다른 에르노다. 물론 최대한 압축시켜 낸 문장만큼은 분명 아니 에르노다. 다만 나는 이게 지배계급의 언어인지, 피지배게급의 언어인지를 구문이 가질 않는다. 우리말과 글이 아닌 이상 그걸 구분하는 게 쉽지도 않은 일이다. 옮긴이가 그렇다니 그렇게 여긴다.


그녀가 바깥의 일기라는 형식으로 옮긴 타인들의 삶은 불투명하다. 나는 그게 의미 있어 보인다. 우리가 남을 어떻게 투명하게 알 수 있으랴.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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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깥 관찰하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u*****a | 2024.02.16 리뷰제목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아니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이다.사진을 찍듯 곳곳의 일상들을 포착해서 당시 시대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밖의 세계를 자세히 깊이 관찰하는 것이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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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아니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이다.
사진을 찍듯 곳곳의 일상들을 포착해서 당시 시대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밖의 세계를 자세히 깊이 관찰하는 것이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쁘게 사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좁고 답답한 삶인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오롯이 우리 안에 있지 않다''_루소

일기 쓰듯 특별한 형식 없이 무심한듯 보이는 대로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정곡을 콕 찔리며 감탄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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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행 열차. 생라자르에서 탄 모녀가 마주 보고 자리에 앉는다. 딸이 『텔레라마』14를 읽으며 조잘거린다. 〈어머, 「암소와 죄수」15 한다. 보러 가자!〉 등등. 어머니는 감자칩 봉지를 꺼내며, 〈양파 맛이네!〉. 어머니와 딸의 대화, 〈가다가 슈퍼마켓 들르자〉, 〈싫어, 텔레비전 볼래〉, 〈그래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 모녀는 자신들의 사회적 존재의 탁월함을 눈에 띄게 확신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고 있고 자신들을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들은 모든 승객이 자신들의 생각과 행위를 어쩔 수 없이 공유하게 해도 된다고 여긴다.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생각하는 모녀 관계와 사생활의 장면을 들이밀기를 열망함.''
_____<밖의 삶>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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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여론 조사 결과를 전달한다. 질문을 받은 프랑스인 중 42퍼센트가 〈아랍인이 너무 많다〉라고 응답한다. 〈인종 차별적 발언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아랍인이 너무 많다〉라는 문장이 실제로 뇌리에 남는 유일한 문장이다. 아랍인 대신 〈유대인〉을 넣어 본다면, 1999년과 1939년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아차리리라. 이 여론 조사와 그 결과를 소개하는 방식은 인종주의를 교묘하게 정당화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 진실이 된다.''
_________<바깥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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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는 3년이 지나 뒤늦게 쓴 서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고 싶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이 떠올랐다. 이 책도 스냅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러고보니 두 분 다 노벨상을 받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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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바깥 일기 평점10점 | m*****4 | 2023.11.19 리뷰제목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저자) 열린책들(출판) 언젠가 뉴스에서 노벨문학상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라는 작품으로 마르그리트 뒤라 사상과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 그람 독자상을 수여했던 아니 에르노가 작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였음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작품 두 권 중 하나인 바깥 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밖의 삶까지 접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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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저자) 열린책들(출판)

언젠가 뉴스에서 노벨문학상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라는 작품으로 마르그리트 뒤라 사상과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 그람 독자상을 수여했던 아니 에르노가 작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였음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작품 두 권 중 하나인 바깥 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밖의 삶까지 접할 수 있는 이번 기회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바깥 일기는 그녀가 일기 형식으로 쓴 작품으로 외부 세계를 세심하게 그녀의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그녀만의 문체로 완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기에 다 읽고도 다시 첫 장을 살펴보게 되었던 것은 그동안 읽어왔던 문학작품과는 다른 면들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바깥 일기는 그녀가 1993년 발표한 작품으로 일기 형식이기에 한 사람의 일기라기보다 흔하지 않은 형식의 새로움이 있었습니다.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내면이 아니 외부 세계를 바라보며 더 깊이 타인의 목소리에 타인의 시선에 귀 기울이게 되며 왜 그녀가 이런 유형의 글들을 쓰게 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됩니다. 그녀는 이런 생각들을 갖고 있을 독자들에게 답하죠.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고 싶었노라고 말입니다. 그만큼 그녀에게 일상은 또 다른 삶이었고 그것을 그녀만의 글로 완성합니다.

에르노는 자기 반영의 문학, 나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생각은 거의 고통을 자아낸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사적 체험이 문학적으로 말할 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사적 체험의 유일무이성 때문이 아니라 상대성과 집단성 때문이라고 강변하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의 교육열에 에르노가 이룬 계급 상승은 그녀가 경험했던 계급 문화와 자본 차이가 글 속에서도 표현되었고 그것은 한시대를 증언했던 에르노 그녀 자신의 삶 속에 그대로 기록돼 있음을 느낍니다. 그녀의 첫 작품 바깥 일기는 나에게 독서라는 분야에 새로움을 안겨주었고 독서의 여백의 미를 담겨주었기에 그녀의 글이 상당한 신선함으로 다가왔기에 그다음 작품 밖의 삶도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내면이 아닌 외부 세계에 더 시선을 주었던 그랬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 에르노의 작품 바깥 일기를 통해 우리 또한 가끔은 나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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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바깥 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m*******6 | 2023.11.19 리뷰제목
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하던 그 모든 것을. / p.8   이 책은 아니에르노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시간적인 줄거리를 아예 모른 상태에서 후에 쓰여진 '밖의 삶'을 먼저 읽었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어서 되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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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하던 그 모든 것을. / p.8

 

이 책은 아니에르노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시간적인 줄거리를 아예 모른 상태에서 후에 쓰여진 '밖의 삶'을 먼저 읽었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어서 되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 작품 이전에 쓰여졌다는 점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해 읽게 되었다.

 

85년부터 92년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화자가 보이는 풍경들, 그리고 말하고 들었던 내용들, 거기에 조금씩 첨가된 화자의 생각들. 그러나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밖의 삶'은 대중교통에서 일어난 일들이 주로 기록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마트가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지하철이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느껴졌던 공간은 마트였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내용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초반에 실린 내용으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 안에서 사선으로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손톱을 깎는 남자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무례한 행동을 보고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남자는 자신의 청결해진 손톱을 보면서 꽤 만족한 듯하다. 그 남자의 앉아 있는 자세가 흔히 말하는 쩍 벌리는 다리를 묘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공중 도덕이 개인의 만족감보다 더 중요할까. 그 남자의 태도와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두 번째 역시도 초반에 실린 내용으로 한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에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아이는 글자조차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읽을 차례라고 떼를 쓴다. 여기에서 내용은 어머니가 읽어 주는 책의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이다. "지금 몇 시예요?", 또는 "지금 ~할 시간이에요."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아이에게 너무 강박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되었다. 사실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너무 어렸을 때부터 시간의 부정적인 면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이 내용에서는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문장을 읽어 줄 때의 폐해를 말하고 있다.

 

역시 심심한 문체가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뭔가 소금을 치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게 아니에르노 문체의 매력이라는 점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다고 재미없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면 너무나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과 보이는 인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배가 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처럼 답답함이 감정을 지배하기는 했지만 그와 다른 의미의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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