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 이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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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리뷰 총점 9.3 (3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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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스페인/중남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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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베르타 이슬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r*******n | 2023.06.27 리뷰제목
크게 일상을 벗어날 일은 없네.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일 것도 없다네. 스페인에 머물 땐 모든 것이 평범한 일상일 걸세. 그곳에 있지 않을 때는, 글쎄...... 자네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겠네. 소설과 같은 허구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네. 자네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게 될 걸세.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금세 그런 삶을 그만두고 자네 원래 모습
리뷰제목

 

크게 일상을 벗어날 일은 없네.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일 것도 없다네. 스페인에 머물 땐 모든 것이 평범한 일상일 걸세. 그곳에 있지 않을 때는, 글쎄...... 자네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겠네. 소설과 같은 허구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네. 자네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게 될 걸세.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금세 그런 삶을 그만두고 자네 원래 모습으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걸세.          p.96

 

‘세르반테스의 땅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신작이다. <새하얀 마음>과 <사랑에 빠지기>라는 작품으로 만났었는데, 사실적이면서도 어딘가 현실을 넘어선 환상문학같은 느낌과 더불어 일반적인 관념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작품들로 기억한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무려 76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의 이야기로 비밀정보부의 스파이인 남편과 그가 부재인 시간 동안 남겨진 아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스파이란 원래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라는 전제를 철칙으로 삼는 존재로 때로는 가정을 배제시키고, 때로는 동료까지 의심하며 조용한 전쟁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고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게다가 그들에겐 흑과 백의 명확한 논리가 통화지 않는 상황들이 자주 만들어진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직업적 특성에 대해서 고뇌하는, 회색 지대의 사람들인 것이다. 

 

스파이 문학을 꽤 읽어본 것 같은데, 스파이가 아니라 그의 가족 입장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거의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베르타 이슬라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스파이의 아내 시점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소외를 그려낸다. 함께 있으면서도 눈앞에는 별로 머물지 않으며,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 두 남녀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결코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누구나 각자만의 내밀한 슬픔을 안고 있으며, 어둠에 싸인 자신만의 영역이 필요하니 말이다. 

 

 

루이스 노발은 그림자이자, 공허한 이름만 가진 유령이었다. 비록 기념물이 있긴 했지만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토마스는 더 심한 유령이 될 것이다.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유령. 자식들조차 기억하지 못 할 유령. 자식도 기억을 못 할 텐데 누가 기억을 하겠는가? 풀 한 줄기, 먼지 한 톨, 흩어져가는 안개, 떨어지면서 뭉치지도 못하는 눈송이, 재, 벌레 한 마리, 한 줄기 바람, 결국 스러지고 마는 한 줄기 연기.            p.488

 

베르타는 한동안 남편이 진짜 자기 남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남편을 남편이라 믿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불신이나 죄책감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아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편은 매번 아내에게 '당신은 모르는 것이 나아'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비밀에 싸인 삶을 강요했다. 뭔가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는 사람과 한 집에 살고 있다는 자각은 삶을 어떻게 바꾸어 버릴까. 토머스는 여러 언어를 유창하고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그는 한 번 들은 것은 뭐든 쉽게 이해했고, 별 노력 없이도 쉽게 기억했으며 그것을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재현했다. 이렇게 영리하고, 탁월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으니 눈에 띄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비밀정보부 요원으로 일할 것을 제안받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조작된 사건을 통해 의지와는 별개로 비밀정보부의 스파이로 활동하게 된다.

 

속임수와 배신, 은폐 등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토마스가 스파이라는 역할에 충실할수록 베르타와의 부부 관계는 오해와 갈등으로 균열이 생기게 된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았고, 운명적인 확신으로 결혼했지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남편의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스파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첩보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스파이의 가족과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나 사건보다는 감춰진 것들, 숨겨진 이면에 주목한다. 이렇게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면서도 내용 자체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있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문장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의 스파이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관계의 본질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깊은 여운을 남겨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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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결혼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4 | 2023.06.28 리뷰제목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결혼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 "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베르타 이슬라> 를 읽고      “가장 가깝지만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특별한 일일까.”" -스페인 비평상 수상한  스페인의 국민 작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장편소설-   우리는 과연 우리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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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묘사 돋보이는 결혼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 "

 

하비에르 마리아스베르타 이슬라> 를 읽고 

 


 

가장 가깝지만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특별한 일일까.”"

-스페인 비평상 수상한  스페인의 국민 작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장편소설-

 

우리는 과연 우리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멀리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배우자가 가장 가깝게 우리 곁에 있어서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착각일 수도 있음을 이 책 『베르타 이슬라』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 『베르타 이슬라』는 스페인의 국민작가인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작품이며, 뛰어난 심리묘사와 결혼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 인해 그는 이 작품으로 스페인 비평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 속에서 작가는 한 부부의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결혼 생활은 결코 평범해보이지 않다. 기약없이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끊임없이 어딘가로 떠나는 남편 그들의 결혼 생활은 떠남과 기다림의 연속처럼 보인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너무나 비밀이 많아 보이고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다. 그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같아 보인다.

 

1960년대 프랑코 독재 시절, 마드리드의 학교에서 만난 소녀 베르타와 토마스는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을 하게 된다. 스페인 태생인 베르타와 달리 토마스는 스페인과 영국의 피가 반반 섞였다. 어쩌면 이런 토마스의 혼혈적 특성이 그의 스파이 활동에 영향을 준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토마스는 베르타의 곁을 떠나 영국에서 공부하게 되고, 일련의 불행한 사건으로 그는 비밀정보부 요원으로 활동할 것을 강요받는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강요로 그의 삶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의 삶을 살게 된다. 

 

토마스는 더 심한 유령이 될 것이다.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유령. 자식들조차 기억하지 못 할 유령. 자식도 기억을 못 할 텐데 누가 기억을 하겠는가? 풀 한 줄기, 먼지 한 톨, 흩어져가는 안개, 떨어지면서 뭉치지도 못하는 눈송이, 재, 벌레 한 마리, 한 줄기 바람, 결국 스러지고 마는 한 줄기 연기.
-p.488

 

그렇게 유령같은 삶을 살아가는 토마스를 보며 아내인 베르타는 불안과 의심에 시달리며, 기약없이 떠나는 토마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 책의 제목이 '베르타 이슬라' 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베르타의 심리와 생각을 중심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며 유령같은 삶을 사는 토마스와의 결혼 생활을 들려준다.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남편 토마스를 보며 과연 아내인 베르타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남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요구할 수도 없고, 남편 토마스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거나 물어봐서는 안 된다.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토마스가 베르타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그 결정으로 우주에서 추방된 사람이 될 거야. (…)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허구의 사람이 될 거야. 이리저리 오가는, 멀어졌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환영이 될 거야.
-p.192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아노는 것, 실행했는데 실행하지 않는 것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치 우주에서 추방된 사람처럼,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허구의 사람처럼 산다면 과연 어떨까. 자신의 존재를 증명조차 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 항상 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조차 할 수 없다. 

부부이지만, 결코 함께 할 수 없고 마음을 나눌 수 없는 반쪽짜리 부부, 허울뿐인 부부의 모습을 작가는 베르타의 심리묘사를 통해 느끼게 한다. 베르타는 떠남과 기다림에 익숙한 삶을 살면서도 남편에 대한 갈망과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그 속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워한다. 유령같은 남편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 심리갈등과 긴장을 베르타의 독백 속에 잘 드러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정작 우리는 얼마나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을까. 특히 한 집에서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나 가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토마스처럼 우리 또한 우리만의 내밀한 슬픔과 자기만의 비밀을 감추고 있지 않을까. 

 

이 책  『베르타 이슬라』를 통해 사랑과 진실, 결혼에 대한 진실과 거짓,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베르타의 심리를 통해 결혼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약속할 수 없는 것까지도 약속한다"(p. 296) 

또한 끊임없이 베르타에게 거짓 약속을 하는 토마스를 보면서 과연 부부 사이의 신뢰에 믿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또한 변명과 거짓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지킬 수 없는 거짓된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토마스가 베르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고 약속할 수 없는 것까지 약속을 한 것처럼 말이다. 

 

7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벽독책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인물을 통한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묘사와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로 인해 가독성이 좋아서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엇다. 마치 인간 관계에 대한 철학책을 읽은 것처럼 결혼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통찰이 돋보였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각자만의 내밀한 슬픔을 안고 있다. 

-p. 739

 


이 글은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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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베르타 이슬라 평점10점 | p***1 | 2023.06.29 리뷰제목
책에는 영국의 비밀 정보부 요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 토마스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는 아내 베르타가 등장한다.어느 날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감옥에 갈지, 비밀 요원이 될지 삶의 기로에 놓인 토마스.결국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파이가 되어버렸고, 토마스가 돌아오자 베르타는 전과 다른 남편의 모습에 매우 혼란스러워한다."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리뷰제목
책에는 영국의 비밀 정보부 요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 토마스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는 아내 베르타가 등장한다.
어느 날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감옥에 갈지, 비밀 요원이 될지 삶의 기로에 놓인 토마스.
결국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파이가 되어버렸고, 토마스가 돌아오자 베르타는 전과 다른 남편의 모습에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각자만의 내밀한 슬픔을 안고 있다."

그의 말처럼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저자는 그리고 있다.
토마스는 숨기고, 배신하고, 속이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베르타는 이해해 보려 애쓰지만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결국 베르타는 남편에 대한 갈망과 불안감을 겪으면서 무너져버린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욕망과 긴장감을 마주하며 진정 사람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게 된다.

스파이 소설은 처음이라 생소했지만 스파이가 되면서 달라지는 가족의 모습과 그 과정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서 더없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모든 속내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큰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남편을 이해하고자 애썼던 베르타.
자신의 삶은 내던져진 채 국가 기관에 의해 휘둘려진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토마스.
그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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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안다'는 말의 공허함 평점10점 | i*****a | 2023.06.27 리뷰제목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던가. 때로 내 마음 길도 제대로 알지 못해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인간이기에 타인의 속을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는 영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섣불리 그 사람은 내가 '안다'고 말한다. 내 남편은, 내 아내는,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단언한다. 이 얼마나 공허한 선언인가. 한편 알 수 없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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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던가. 때로 내 마음 길도 제대로 알지 못해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인간이기에 타인의 속을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는 영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섣불리 그 사람은 내가 '안다'고 말한다. 내 남편은, 내 아내는,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단언한다. 이 얼마나 공허한 선언인가. 한편 알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관계를 붙잡고 나아갈 힘은 어디에서 얻어야 하는 걸까. 관계를 이어가는 힘은 아는 것이라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인가, 앞으로 알아갈 희망이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것일까.

 

'안다'라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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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베르타 이슬라] 떠난 자와 기다리는 자, 매혹적인 심리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 평점10점 | d******7 | 2023.06.27 리뷰제목
#도서협찬 #베르타이슬라 #하비에르마리아스 #스페인소설     학기가 진행되는 8~9주는 상대방을 기다려야 하는, 다시 말해 잠시 괄호 안에 넣어두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괄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물론 이별을 의미하는 시간이었지만, 다시 결합하면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주어진 거리는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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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베르타이슬라

#하비에르마리아스 #스페인소설

 

 

학기가 진행되는 8~9주는 상대방을 기다려야 하는, 다시 말해 잠시 괄호 안에 넣어두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괄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물론 이별을 의미하는 시간이었지만, 다시 결합하면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주어진 거리는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 톰과 베르타는 이런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보낼 한평생의 대부분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징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함께 있으면서도 눈앞에는 별로 머물지 않을 것이며,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등을 돌리고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_32~33p.

_

그에겐 시간이 전혀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각자만의 내밀한 슬픔을 안고 있다. _739p.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외에 스페인 출신 작가가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쓴 스페인 현대문학의 거장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베르타 이슬라>는 2018년 스페인 비평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베르타와 네빈슨은 어린 나이에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소녀 베르타는 자기가 선택한 사람과 이미 결혼을 한 것처럼 상상에 빠져있기도 했다. 언어감각이 뛰어나 영어, 스페인어 외에 제3, 제4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도 해 대학에 진학해서도 눈에 띄는 인재로 휠러교수로부터 비밀 정보부의 일을 제안하게 된다.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토마스는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비밀단체의 도움을 받게 되고... 마드리드에서 베르타와 결혼하게 된다. 자신의 직업, 하는 일을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토마스는 베르타와의 결혼 생활에 충실할 수 없었고 베르타는 점점 변해가는 토마스, 그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자신이 선택하지는 못했다고 말하는 토마스.

아들 기예르모를 낳고, 딸 엘리사를 낳아 키우면서도 그들의 가정에 토마스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느 날 공항에서 출장 다녀오겠다던 남편은 12년이 흐른 뒤에야 베르타 앞에 나타나게 된다. 나라에서도 토마스의 죽음을 인정했지만 베르타는 아이들과 함께 혼인상태를 유지하며 시부모 댁과 교류하며 살아가는데, 젊은 시절은 흘러갔고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아이들은 성장했으며 긴 세월을 건너 가족 앞에 나타난 토마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떠난 자와 기다리는 자, 섬세한 감정묘사와 흥미진진한 음모는 7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께감 있는 분량임에도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남편의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는 베르타를 통해, 이도 저도 아닌 경계를 머물다 결국 베르타에게 돌아온 토마스의 삶에 빠져들 게 될 것이다. 진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것이다. (추천!!!)

 

 

실수리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실수를 해봐야 한다. 상처를 받지 않으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실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법이다. 그러니 내 입장 에선 토마스와 결합하기도 전에 미리 모든 결과를 수용하고 남남이 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거리를 둔 채 살아가 는 부부가 많은데도 이혼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 어느 정도는 최종적인 결론일 수밖에 없었다. 매듭을 풀려면 때로는 먼저 매듭을 강하게 묶는 것이 필요할 수 도 있으니까. 너무 과중해서 불가능하기까지 한 과제를 수행하기엔 우리가 너무 부족했던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고뇌와 몸부림, 갈등과 드라마 같은 고난을 겪으며 사는 것 외에는 달리 인생을 살아갈 방법을 갖고 있지 않기에 그런 과제를 평생 안고 지낸다. 얽히고설킨 것을 풀기 위해 또 얽히고설키는 것이 다. 이런 식으로 주어진 모든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이다._195p.

 

다른 삶에서, 또 다른 삶들에서, 바람 불듯 지나간 너무나 생생하고 밀도 있는 삶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순간순간 지나온 조금 전의 삶은 이미 뒤로 지나갔기에 다시는 뒤집을 수 엇다는 생각을 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았다. 그에게 유일하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삶은, 반복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은 마드리드에서 내가 제공한 삶이었다. _352p.

 

나에겐 토마스가 떠난 지, 4월 4일 바라하스공항에서 잠시 이별을 고한 지 딱 10년째 되는 해였다. 그와의 이별은 멀면서도 가까운 것 같았고,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다. 가깝게 느껴질 때는 마치 엊그제인 것 같았다. 지난 9월에 나도 40살이 되었는데, 잘 믿기지 않았다. 나이보다 늙은 것 같기도 했고, 젊은 것 같기도 했다. (···) 인생은 완전히 시작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끝나지도 않았다. 나는 독신이자 과부였고, 동시에 기혼자였다. 정지되어 버린 삶을, 중단된 삶을, 아니 이상하게 뒤로 미뤄진 삶을 살고 있었다. 시간은 분명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진짜 흐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_549~550p.

 

한동안 남편이 진짜 내 남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것이 필요할 수도 있었고, 즐길 수도 있었다. 가끔은 확실히 믿음이 가기도 했지만, 가끔은 믿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_722p.

 

 

#남진희 옮김 #소미랑 #소미랑2기 #소미미디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추천소설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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