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The stranger's diary 엘리 그리피스의 낯선자의 일기 (Harbinder #1)]를 재밌게 읽어서 후속작인 이 책을 기쁘게 주문했다. 하빈더라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1탄에 나온 인물들이 여기서 잠시 등장을 하지만, 그냥 이 책부터 읽어도 되겠다.
2021년 CWA 골드 대거상 최종후보작이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여 많이 읽고,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시뷰코트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여 적는 아흔살의 노부인 페기가 사망하고 이를 나탈카가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나칼타는 퍼트리샤가 운영하는 케어포유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정하지 않고 부르면 가는 계약형태) 우크라이나인 간병인이다. 그녀는 페기의 아들인 나이절의 요청으로 책 정리를 요구받고, 책들을 정리하다가 최근 몇몇 작가들이 감사의 말에 또 헌정하는 사람으로서 페기를 지목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다가 나온 명함엔,
' M스미스부인, 살인 컨설턴트'라고 써있고. 그래서 그녀는 경찰을 찾아가고 하빈더를 만나게된다.
.게다가 페기의 옆집에 노인은 에드윈은 전직 BBC의 라디오진행자였고, 페기와 친했기에 기념으로 그녀의 책중에서 신권으로 보이는 덱스란 추리소설가 책을 고른다. 하지만 거기에서 나온 것은 엽서에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
라고 적혀있었다. 게다가 페기의 집에서 정리하며 추리하던 전수사, 현 바닷가 오두막카페 사장 베테딕트 앞에 총을 든 인물이 나타나 책 한권 훔쳐간다. 이제 페기로부터 책의 플롯이나 살인방법 등을 자문받은 작가 덱스는 살해당한다. 이제 페기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라 살인일지 모른다는 3인방, 에드윈, 나칼타, 베네딕트는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페기에게 헌성사를 썼던 J.D먼로와 랜스 포스터를 만나러... 하빈더 또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야기는나탈카, 하빈더, 베네딕트, 에드윈 이렇게 네 명의 입장에서 각 장마다 시점이 돌려가며 진행된다. 그렇게 하면서, 사건 외에도 각각의 인물들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이들의 감정에 공감하게된다.
2022년에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략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발표된 2020년에도 역시나 불안한 정세, 그리고 젊은이들의 죽음, 이산가족이 된 아픔을 가진 나탈카, 그리고 나이도 비슷한 페기의 죽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된 에드윈, 전 수사였지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잃고 나탈카에게 감정을 느끼는 베네딕트,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가끔받지만 영국에 뿌리를 내린 이민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빈더.
큰 줄거리인 살인사건의 수사 외에도, 이들 등장인물과 그외 잠깐 등장하는 이들로 인해 군대데군데 웃게된다.
하지만 전작인 낯선자의 일기만클 추리할 여지를 주지않았고 (물론 낯선자...는 추리난이도가 '하'였다), 시작- 전개-전개-전개-전개- 클라이막스엔딩. 이렇게 후반부에 모든 떡밥들을 회수하려니 정신이 없고 개별사건들을 제대로 둘러볼 것들이 줄거리요약처럼 쓰여졌다.
여하간, 과연 이 수많은 살인과 의혹들을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해하며 책을 놓지않고 한번에 쭉잡고 읽을 수 있는 Page-turner였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노부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살인 플롯을 짜는 노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되고,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겨진다. 지병을 앓고 있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남겨진 이들이 그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처분하게 된다. 이 소설 <살인 플롯을 짜는 노파> 초반에 죽음을 맞이한 노부인 페기 스미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답고 평온한 도시엔 영국의 쇼어햄의 어느 보호 주택에 살고 있던 그녀는 숨을 거두고, 평소 간병을 하러 드나들던 나탈카가 발견을 한다. 아흔 살의 노부인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연사라고 추정을 하였지만, 나탈카는 그녀의 방에서 조금씩 이상한 점들을 발견한다. 현실에 존재하는지도 의심되는 살인 컨설턴트라는 명함을 나오기도 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범죄소설들의 작가들이 페기 스미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하다고 남긴 문장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노부인의 집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침입해 책을 훔쳐간 사건이 발생하면서 나탈카와 지인들이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2021년에 <낯선 자의 일기>로 국내 장르 독자들과 처음 만남을 가진 엘리 그리피스의 두 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형사나 탐정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이웃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풀어나가고 있다. 평소 노부인 페기 스미스를 돌봐온 우크라이나 출신 간병인 나탈카, bbc 라디오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노인 에드윈 그리고 해변의 카페 주인인 베네딕트까지 성별과 인종이 다른 세 명의 이웃이 서툴지만 나름대로의 추리를 펼쳐 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들 세 명은 노부인 페기 스미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기 위한 실마리가 범죄 소설들 그리고 그 소설들을 쓴 작가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행을 떠난다. 작가는 노부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민간인 수사를 펼치는 나탈카, 에드윈, 그리고 베네딕트가 가진 사연 역시 놓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흔하지 않은 설정 그리고 그 설정을 어색하지 않고 만들어주고 있는 주요 인물들의 개성이 이 소설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든 힘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계속해서 앞으로 출간될 엘리 그리피스의 작품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책 제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슬슬 습관이 되어가는데 대충 검색하더라도 찾고자 하는 책을 찾아낼 수 있으니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찾아보면서 뭔가 표현 하나에도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 플롯 짜는 노인,이 아닌 살인 플롯 짜는 노파임을 확실히 기억하게 되는 건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노인과 노파라는 단어때문이다.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단어 하나,에 대한 스포일러를 해 보자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조앤이 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깜박 잠에 빠져들고 갑자기 깨어 한마디 외치는 데 그 말이 '레드 럼'이다. 사실 이 단어에 꽂혀 뭔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레드 럼 Red Rum을 뒤집으면 바로 '살인'이 된다는 언어 유희 이상은 아닌라는.
살인 플롯 짜는 노파,여서 사건의 범인을 찾는 명탐정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그 노파는 등장하면서 바로 사망자가 된다. 이미 나이가 많아 자연스러운 심장마비의 노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추리소설 매니아인 듯 요양원에서 사망한 노인 페기의 책 속에서 이상한 메모가 발견되고 '살인 컨설턴트'라고 명시된 명함도 발견된다. 하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페기의 사망이 살인이라고 할만한 증거는 없고 장례식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뚜렷하게 이상한 점이 없었던 페기의 죽음은 그녀의 집에 침입한 무장강도가 페기의 책 한 권을 훔쳐가는 사건이 생기면서 사건담당 형사 하빈더와 페기의 친구(!)라 할 수 있는 나탈카, 베네딕트, 에드윈 세 사람은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페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시작한다.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특히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인 지금 이 소설 속의 인물들과 내용이 이야기의 흐름속에 조그은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역사'라는 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돈바스 지역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소설 속 내용에서 사건을 추적하며 지역을 이동하는데, 내게는 낯선 도시이지만 역주의 설명을 읽으니 비행기 테러로 인해 사고가 나고 지역주민들까지 다수 사망한 지역이 나오니 이 소설은 그냥 '범인 찾기 놀이'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유색인종, 동성애자, 다양한 종교까지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결국 해피엔딩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피튀기는 잔혹한 죽음의 묘사가 없는 것도 좋은데 미스터리 이야기보다는 사랑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고 있으니 이 책은 코지미스터리느낌의 러브스토리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