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가벼워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매일 아침 남산 산책을 한다.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은 일부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미 그렇게 된 것처럼 느끼고 싶어서. 가볍게 뛰기도 하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폴짝폴짝 뛰어보기도 했다. 가벼워졌다고 몸이 느끼는 만큼 뭔가를 내 안에서 들어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혼자 걷는 동안 내 안에서 꿈틀꿈틀 삐져나오는 생각들이 있었고, 그때만 나를 스치는 생각이라 여겨 걸으면서도 메모를 하곤 했다. 산책은 하루 중 유일하게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하루 일과 속으로 뛰어들고 나면, 내 몸과 마음은 늘 반복되는 틀로 다시 세팅된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낼거야! 란 단 한번의 결심은 내 안에 그리 큰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말이나 행동에 별반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자주 했던 결심 중 하나가 항상 웃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지만, 어느 새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하며 깨달은 것이다. 아침 산책을 할 때의 나와 일상에 부대낀 나는 다른 나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 또 깨달은 것은, 변화는 한 순간에 오는 게 아니라 양파 껍질을 벗기듯 천천히 온다는 것.
반복한 것은 어떻게든 변화를 만든다. 매일 남산 산책이 내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내 안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더 자주 웃으려하고, 자세를 곧게 하고, 좋은 기분으로 보내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남산을 오르기 전의 나 자신과 산책을 다녀온 후의 내가 다르다고 느낀 것처럼 시간은 내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이제 매일 매일 똑같은 내가 아니란 걸, 살아가는 동안 미세하게 멈추지 않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자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홀로 보내는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었기에 감지한 것이다. 내가 매일 매순간 바뀌는 존재란 것을. 원래 그런 존재였다는 것을. 이걸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나를 좀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하면 뭐해!'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하면!'으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해내는 것이 나를 바꾼다는 확신이 나를 더더더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홀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된다.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기도 하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정말 왜 이 따위야! 때론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친밀감을 쌓으려면 일단
자주 만나는 게 시작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주 본다'는 표면적인 행위보다
더 중요한 건 의미 있는 교감이 아닐까. (48)
혼자일 때의 나, 일상 속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와 나누는 대화와 일상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는 당연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우리는 그저 상대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 똑같이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틀이 정해져 있다. 자주 보는 사이라고, (혼자) 친하다 느끼는 사이라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진 못한다. 그러니 생각은 생각대로 말은 말대로 따로 논다. 만나는 이가 많아도 헛헛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누군가를 멀리서 바라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마음의 크기가
나와 같지 않다는 걸 느끼며
나 자신조차
싫어지는 것보다는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게
차라리 편할 때가 있다. (155-156)
이 책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내 속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에 밑줄을 그었다. 말로,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안의 경험들이 건드려진 느낌. 대화를 나눌 벗을 하나 찾은 것 같다. 이런 이야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모든 헛헛한 관계들도 다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지름신을 극히 경계하는데, 이 책만 읽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주문해 버렸다. 편안한 느낌의 그림들이 작가의 글에 더 애정을 갖게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책 한 권을 지인에게 선물했다. 그에게도 좋은 벗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순간을 살기를 반복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삶의 본질이 아닐까.
봄이 되면 다시 고개를 내밀어 줄 꽃을 기대하며
나도 오늘을 살아 나가야지. (191)
오늘 할 일 목록을 머릿 속으로 주욱~ 나열해 본다.
몇 시에 무얼하고 몇 시까지는 무언가를 끝내야만 하고
그런 다음 몇 시에는 이걸 해야지...
예상치 못한 골치아픈 일이 생겨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살짝 조바심이 난다.
오늘 계획한 하루가 틀어지고 해야할 일을 끝내지 못할 것 같아
예민해 진다.
여기까지 예전의 나였다.
여유를 부리면 게으른 것 같고
계획이 어긋나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를 채근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계획과 약속을 중요시하지만 유연해졌다.
여전히 빠듯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즐길 수 있는 일들로 나를 다독일 줄 안다.
아이들이 나와 다른 주장을 할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적어도 마음으로는! ㅋㅋㅋ)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저자 댄싱스네일도
'매일 약속 시간에 늦은 사람처럼', '누구도 강요한 적 없는 목표를 향해 매일 허덕이며 달려보지만 나는 매일 늦는다'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혀왔다고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도
계획대로 착착 이룬 날도
모두 다 나의 세계의 확장이라 여기며
산책하듯 가볍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나를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여유를 잊어버렸던 날들을 돌아보며 조금씩 삶을 산책하는 여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참 다른 아이 셋을 키우며 내가 아무리 동동거려도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알았다.
내가 아무리 잘된 계획을 만들어 놔도 아이들은 갑자기 아프거나, 느닷없이 골을 부리거나, ~거나 ~거나 하는 일들로 무산시켜버리곤 했다.
그래서 뭐? 무산되어서 무슨 큰일이 났을까? 아니다.
깨달음 하나!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또 인생 아니겠니?
독서가 일상이 된지 2년이 되어가는 듯하다.
수많은 책 속에서 실제 인물의 이야기도, 소설속 가상인물의 이야기도
어떤 철학가의 이야기도, 자기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작가들이 에세이에서도
나는 수많은 '다름', '아픔', '사랑'을 만났다.
깨달음 둘! 이렇게나 다른 세상 속에서 평균은 무엇이고 느리고 빠름은 무엇이겠느냐! 나를 세상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나의 삶을 산책하듯 둘러보고 감상하고 즐기며 걸어 나가면 된다는 것!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소개팅에서 에프터를 받지 못한 어느 날, 저자는 거절당했다는 느낌에 불쾌감을 넘어 화까지 났다고 한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타인의 거절의 시그널에 예민해지고
눈앞에 상대보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살피느라 온통 신경을 곤두세웠다고도 한다.
상처는 사람을 세상을 한쪽 눈으로만 보게 한다.
세상과 벽을 세우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_p107
저자는 그런 자신을 알아차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 자체를 보려고 노력했다 한다.
역시 미술심리상담사 자운 면모! '그가 어떤 인생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삶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지.' 등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순수한 호기심으로 상대에게 다가갔더니 신기하게도 나를 불괘하게 하는 누군가의 행동의 이면에 있을 그 사람의 스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속에 그가 가진 상처가 보였고 연민이 생겨났고 그 연민이 나의 분노를 잠식시켰다고 한다.
나도 요즘은 무례한 사람들을 마주할 때
한 두 번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분명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야.'
'원래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지 악의는 없을거야.'
그렇게 자신을 훈련시켜 저자의 말처럼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이상한 사람을 만나도
아무리 나를 불쾌하게 해도
그는 내 마음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_p109
#웅진지식하우스 의 서포터즈를 #웅답하라 라고 부른다.
이 책은 #웅답하라5기 로서 지원받았는데
웅답하라에게는 항상 질문 미션이 주어진다.
이번 미션은?
"하루 중,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있나요?
있다면, 자신을 돌보기 위해 무엇을 하나요?
웅답하라5기 미션질문
물론 있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아마 진즉에 우울의 늪에 빠졌을 듯?!
너무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어버려 나를 돌보기 위해 하는 게 맞나 싶지만
역시 독서다! 좀더 나를 돌보기 위해 추가로 하고 있는 일은 #운동 이다.
집에서 꾸준히 유산소와 복근 운동을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은 서로 굉장한 영향을 주고받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체력이 바닥을 치고 몸이 힘들어지면 마음도 함께 가라앉고 무기력해 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었다. 매달 마법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기복의 폭도 좁아졌다.
코어에 힘이 생기니 저절로 체력이 좋아졌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죽을 것 같이 피곤했는데 이제 웬만한 스캐줄도 썩 잘 소화한다.
겨우 한 달 반 정도 운동에 이정도 효과라면 엄청나다!
그리고 나를 돌보고 위해 성경을 꼭 읽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소망을 잊지 않기 위해 성경을 매일 읽고 나를 돌아본다.
(사실 빠트릴 때도 가끔 있다ㅋㅋ)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스쳐 지나갈 사람들은 스쳐지나가게 두자.
상대를 과도하게 공감하려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로 만나도 편하고
한결같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아끼지 말라 한다.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기 않기를
내일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기를.
#나의하루를산책하는중입니다
#댄싱스네일
#웅진지식하우스
#에세이
#그림에세이
#일레스트에세이
우리는 한 번에 몇 가지 대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의 방에 또 다른 대상이 들어오면
그 전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던 크게 애쓰지 않고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음이 포화 상태가 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걱정의 총량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그저 나를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2%
노동으로 오늘의 감정을 전부 소모한 인간은
친밀한 타인에게 친절하기 어렵다.
그러니 평일에는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를 목표로 하자.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에는 충분할 테니.
21%
나이 들수록 깨닫게 되는 건
힘든 일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그 정도에 따라
겉보기에 더 힘들어 보이거나, 덜 힘들어 보일 뿐이라는 것.
누구의 삶이 더 낫다, 못하다고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고된 일상의 틈새에 웃을 수 있는 건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해서가 아니다.
때로 웃기 위해 웃으며 살 때도 있는 것이다.
많이 웃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인생이 별것 없다는 걸.
25%
일이 생각처럼 안 풀리는 날에는
'이게 내 한계인가?' 같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곧바로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뇌인다.
'아니, 이건 지금의 내 상태야. 한계가 아니라.'라고.
47%
매일 100퍼센트 노력을 하고 살다가는
언젠가 내 영혼은 탈탈 털리고 앙상한 뼈마디만 남을 것 같아 두렵다.
정신과 의사 정우열 선생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생 모토는 80점으로 살자"라고.
49%
지속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늘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걷는 것이다.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냥 계속 해나가면 된다.
64%
댄싱스네일,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中
+) 이 책은 매일 산책하듯 살고 싶다는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단상 형식의 에세이와 저자가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편안한 그림에서 묻어나듯이 저자는 단순하고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 같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들은 하나같이 진솔하고 따뜻하면서 위안을 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의 문장을 접하고 있을 때마다 볕을 쬐며 한 걸음씩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말 그대로 산책하듯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만 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상황과 감정들을 포착해서 묘사하는 능력이 좋은 사람 같다.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 순간과 마음을 구사할 수 있다는 건 섬세한 감정선이 있으며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집이나 자기 계발 서적이 많은 시대에서 저자의 문장이 와닿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비슷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기존에 읽었던 저자의 책에서도, 그리고 이번 책에서도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에 여유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산책하듯 거니는 하루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면서 산책하는 여유를 잠시라도 느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