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딱다구리>가 처음이었다. 그 후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기웃기웃하면서, 여름, 장국영, 기타, 순정만화, 하루키, 노래, 당근마켓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아닌 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
최근에 읽은 노래, 당근마켓이 이슬아 작가와 남편 이훤이고 그들의 친구가 이번 책의 주인공 양다솔작가이다. 무엇보다 부러운 점은 부부가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한 점도 그런데 거기에 친구까지... 같거나 비슷한 직업의 테두리에 있으면서 서로의 직업에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관계가 부러운 지점이었다.
나도 친구에 목숨을 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어떤 일을 부탁해도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던 시절말이다. 물론 서로 좋아했던 관계도 있었고 일방적인 관계도 있었다. 2~3일이 멀다하고 편지가 오간 친구가 있는 반면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고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나에게는 1순위였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았을 때의 절망감이란.
아마도 다솔 작가와 차이점이 있었다면 그런 열병같이 뜨겁던 우정이 이십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사그라졌다는 것이다. 친구에서 사랑으로 시소가 기울듯이 연락이 뜸해지면 뜸해진 대로 서서히든 명확하게든 정리되는 관계가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정말 찐친들만 남는 시기가 온 것 같아서 평안하기 까지 했다. 관계에 드는 최소비용과 기회비용에 대해 더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간에 껴있는 엄마 얘기, 스님이 된 아빠 얘기, 할머니 장례식장 만난 사촌들 얘기가 글의 흐름과는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친구에게 진심인 다솔작가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관계에 진심을 다할 때 위로와 환대를 받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 줄 아는 것, 누구누구 친구라고 그것이 나의 명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인성이 이쁜 사람의 글을 읽는 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쁘거나 늘어지거나 회사에 있거나 집에 있거나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나의 친구들에게. 가끔 생각나도 친구는 친구인 거니까. 뭐 말 안해도 우리 사이 아니까~
"대상 항상성이 없어서 그런 걸 거예요" 라고 나의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대상 항상성이란, 정서적인 애착을 맺고 있는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조차 내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서는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웃음이 나면 친구라고 했다. p.53
전 그동안 아무튼, 시리지가 참 좋아서 제 취향의 주제를 다루는 책이 손에 잡히면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비건, 식물, 술, 요가, 문구, 떡볶이, 메모, 산, 여름, 언니, 술집, 피아노, 노래를 잘 읽었습니다. 모두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으로 그 하나에 꽂혀서 그 하나만을 쭉쭉 풀어냈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친구, 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양다솔 작가의 글은 이슬아 작가의 친구라서 여기 저기에서 보이는 대로 읽었고 아무튼, 시리지에서 친구를 출판한다고 봤을 때부터 이슬아 작가 말고 어떤 친구들이 나올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스투키, 공주를(누군지도 모름 -_-) 빼곤 친구들 안 나옵니다. 맨 끝장에 요조, 정지음 작가에 대해 한 줄만 나와서 정말 책 제목이랑 잘 안 어울리는 주제로 썼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친구, 보단 아무튼, 살아보자!, 가 더 잘 어울리게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