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회처럼 호러의 다양한 매력을 맛보는 시간!
다양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를 자극하는 호러 소설들!
케이트 서머스케일의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에 따르면, 그 시대의 가장 흔한 불안장애들을 ‘공포’라 정의한다. 우리를 움찔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혐오스러운 장면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안정한 생각들, 멈출 수 없는 강박 등 우리 시대 속 각종 불안의 징후들이 공포의 목록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입시에 내몰린 청소년, 과도한 책임감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극심한 피로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관심과 유행에 열광하는 챌린지 열풍, 복지의 사각지대 등 『호러 만찬회』에 수록된 여덟 편의 공포 소설 역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기에 무속신앙과 풍수에 얽힌 민담에 이르기까지, 호러 작가 크루 [매드클럽] 소속의 신진오, 전건우 작가가 선보이는 호러들은 다양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를 자극한다.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 취향을 깨워드립니다.”
“안녕! 내 이름은 마몬스야. 나랑 같이 놀래?” 고작해야 2등신 AI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마몬스는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존재다. 엄마와 아빠의 시선이 온통 동생 규한이에게로 가 있느라 소외된 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건 마몬스 뿐이다. 그런데 마몬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녀석은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헤이, 마몬스」는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규남에게 AI 장난감이 생기고, 위험천만한 소원을 빌기 시작하면서 한 집안에 불어 닥친 비극을 서늘한 공포로 묘사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인간의 처절한 욕망이 낳은 악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마몬스의 이 한 마디는 소설을 읽는 내내 당신의 머리칼을 쭈뼛 서게 할 것이다. “너의 소원은 이루어졌어.”
“실은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어.”
“……?”
“내가 마몬스에게 세 번째 소원을 빌었을 때 말이야. 네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소원을 빈 건 너도 알고 있겠지? 근데, 난 거기에 한 가지 단서를 달았거든.”
규한은 속이 메스꺼웠지만, 이상하게도 구역질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 기분 나쁜 느낌이 계속 이어질 뿐이었다. 마치 지금 이 상황처럼. / 「헤이, 마몬스」 중에서 44p
“이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인데, 주술은 반드시 세 번까지만 해야 해. 그 이상 주술을 행하면 그땐……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나.”
“무서운 일? 그게 뭔데?”
희정의 물음에, 민영은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왠지 모를 오싹함이 담겨 있었다.
“시니가 찾아와.” / 「네발 달린 짐승」 중에서 175p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SNS로 위험한 릴레이 챌린지에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딩동 챌린지」였다. 딩동 챌린지란, 딩동이라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지목된 사람은 반드시 챌린지에 참여해야 하며 모두 세 개의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첫 번째 미션은 최소 5층 이상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가장자리 걷기, 두 번째 미션은 눈을 가린 채 스무 바퀴를 돈 후 4차선 이상의 도로 건너기, 세 번째 미션은 2분 동안 물속에서 숨 참기다. 세 도전 모두 끔찍한 비극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호기심에, 누군가는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누군가는 도전자 중 최종 우승자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제안에 챌린지에 참여한다. 단, 미션에서 실패하면 특별한 벌칙을 받게 된다. 그 특별한 벌칙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은 예고된 비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학원괴담이라는 고전적인 소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분명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거실이 달라 보였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이 낯선 분위기에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두려움을 느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은
누군가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이다. / 「딩동 챌린지」 중에서 159p
“저 산이 네 할아버지도, 네 아버지도 다 망쳐 놓았거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똑같았겠지. 아주 먼 옛날부터 그랬어. 그리고…… 엄마는 산이 너도 망칠까 봐 무섭고 싫다.” / 「반딧불의 산」 중에서 334p
무엇보다 『호러 만찬회』는 작품만큼이나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웹툰과 소설을 동시에 즐기는 <테이스츠 오브 호러>에서 출발한 것으로, 작품 말미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덕분에 심리적 공포를 자극하는 소설과 시각적 공포를 자극하는 웹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소설 보고 놀란 가슴, 웹툰 보고 기절할 뻔). 또 ‘북-음’이라 적힌 QR 코드를 찍으면 공포의 묘미를 배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멜로디도 수록되어 있어 그야말로 만찬회처럼 호러의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또 2023년 하반기엔 영화도 개봉된다 하니 호러를 다방면으로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오디오북을 들을까 밀리를 서성이다 발견한 [호러 만찬회] 최근에 즐겁에 읽은 소설이기도 하고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어떨까? 싶어서 망설임없이 듣기 시작했다. 일단 오디오북 퀄리티 미쳤고. 호러장르는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글씨로 읽는 것 보다는 귀로 듣는 것이 훨씬 짜릿하고 즐겁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글로 읽는 것도 물론 즐거웠지만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그 재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첫 장면을 듣는 그 순간부터 책 속으로 확 몰입하게 된다. 으스스한 배경음과 효과음. 적절한 타이밍과 볼륨. 거기에 성우분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이것이 오디오북인지 실제 이야기를 체험(?)하고 있는지 헷갈리게 한다. 그정도로 퀄리티가 좋고 때문에 몰입도 역시 자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미 책으로 한 번 읽었던 내가 들어도, 그러니까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들었다는 것은 호러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라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이말은 곧 작품 자체도 흔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로 독자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들도 오디오북으로 재미있게 들었지만 일단은 추리물이라 두근두근하며 원하는 때에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재미는 빼앗기고, 외국 이름이라 조금의 집중은 필요했는데, [호러 만찬회]는 한국 소설이라 인명도 그렇고 장소나 물건들 모두 익숙하기 때문에 더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오디오북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들었던 작품들 중에서는 이 작품이 오디오북 넘버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