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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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리뷰 총점 9.6 (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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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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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정희진,권김현영,루인,한채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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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미투의 정치학 - 성폭력, 이제는 끝내야 한다! 평점10점 | a*******5 | 2019.03.01 리뷰제목
"이 책의 목적은 미투 운동의 성장을 기록하고 이후를 모색하는 것"이다. 네 명의 저자는 연구모임 도란스의 구성원들로 오랫동안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활동가들이다. 그동안 펴낸 도란스 기획 총서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2017),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2017),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2018)이 있고 이 책이 네 번째다.    이 책
리뷰제목

"이 책의 목적은 미투 운동의 성장을 기록하고 이후를 모색하는 것"이다. 네 명의 저자는 연구모임 도란스의 구성원들로 오랫동안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활동가들이다. 그동안 펴낸 도란스 기획 총서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2017),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2017),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2018)이 있고 이 책이 네 번째다. 

 

  이 책은 2018년 8월14일 안희정 사건의 1심 재판 결과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인식부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떻게 잘못 사용되는지 분석한다. 

 

  일상화된 폭력이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나게 된 배경은, 여성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점과 신자유주의로 인해 개인/시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직장생활이 필수가 된 점, 그리고 가장 큰 원인으로 남성 사회의 '적폐' 라고 파악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gender-based violence)의 대표적이고, 가장 오래된, 가장 광범위한 현상이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은 강간 범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지위, 거대한 성 산업, 재생산권부터 지구화 시대의 국제 정치와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사회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매트릭스(母型)이다. (19p)

  따라서 미투의 원인과 구조, 의미를 이해하려면 젠더라는 사고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젠더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젠더에는 계급과 인종, 나이 등의 개념이 전제되어 있다. 

 

 젠더는 성별(性別) 혹은 성차별(性差別)로 번역할 수 있으나 성의 구분이 모두 성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나는 '성별 제도'라고 표현한다. (91p)

 젠더(gender)에 해당하는 정확한 우리 말이 없어 젠더에 대해 '성별 제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정희진은 설명한다.

 

모든 운동은 맥락을 이해할 때만 효과를 낼 수 있다. 미투 운동 역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투 운동의 핵심이 '위력'이며 그 위력의 작동 방식과 맥락은 젠더 인식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고 본다. 이 점이 이 책에서 안희정 사건이 주요 분석 대상이 된 이유다. (21p)

 

  안희정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에 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업무상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파악했다. '여자 문제'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안희정을 옹호한 진보진영의 남성들처럼 재판부는 노동 시장의 성차별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문제로 재판해 김지은에게 "정조를 허용할 정도로 무서웠다면 (어떻게 다른 사안, 업무 관련해서는) 다시 질문도 하고 그랬냐?", '당신처럼 고학력의 스마트한 여성이 어째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김지은은 네 번 모두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가 없으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김지은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으나 위력이 행사되는 조건하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위력이 존재하나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정희진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질서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심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동의와 저항에 관해 묻는 우리 현실을 비판하며, 미투가 사회 운동이 되려면 생각의 틀을 바꾸어 가해자에게 질문하는 반(反)성폭력 운동을 할 것을 제안한다. 

 

성폭력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상호작용, 행위성과 관련된 범죄다. 여기에 나이, 계급, 외모, 인종, 지역 등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한다. 문제는 젠더가 워낙 '습속'이다 보니 불법과 합법, 규범과 폭력,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에 있다는 점이다. 이 연속선상의 어느 지점에서 젠더를 문제화할 것인가는 그 사회의 역량, 개인의 문제 제기에 달려 있다. (98p)  

 

 <춘향전>에서 변학도에게 불려간 춘향의 사례를 들어 당대에 여성에게 요구되던 정조를 현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파악하는 한채윤은, 춘향/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젠더와 젠더 폭력의 개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혼란과 오해를 트랜스젠더퀴어의 시각에서 분석한 루인은, "젠더 폭력은 그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가해자의 판단에서 발생하"는 점을 사례로 들어 "여성이 겪는 폭력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이어야 해서, 여성으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폭력이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미투 운동의 이모저모를 분석한 이 책을 읽으며 젠더 인식과 폭력의 문제,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배운 점도 많았고 공감한 점은 훨씬 더 많았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와 닿은 머리말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현재 한국에서 젠더 전쟁의 주원인은 여성의 자각에 대한 남성 문화의 이해 부족, 즉 남성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실패에 있다.

  성폭력을 남자들이 관리하지 못한 '사생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그 남성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여성들도 공유하는 인식이다. 성폭력은 남자들의 '여자 문제'가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여성의 권리에 기반해서 사고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25p)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6
종이책 미투가 덧나는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j****3 | 2019.03.06 리뷰제목
미투, 광풍처럼 한국 사회를 뒤덮은 지난 2018년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치계 문화계 종교계 학교 등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연루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왜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들이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학적인 문제로도 부각했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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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광풍처럼 한국 사회를 뒤덮은 지난 2018년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치계 문화계 종교계 학교 등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연루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왜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들이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학적인 문제로도 부각했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정치학적인 관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4명의 저자가 각자 다른 얘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통칭해서 묶어 정치적인 논점으로 논의가 되는 점을 저자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색깔이 분명한 얘기들이 미투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가 볼 수 있게 한다. 미투와 관련하여 지식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권김현영은 안희정 사건 재판을 방청하면서 느낀 이야기들을 기술하고 있다. 분노가 들어간 사건의 왜곡들이 기록되어 있고, 그 본질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언론의 지나친 개입에도 불편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진보적인 남성들이 생각하는 인권, 정의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성문제에 대해 유독 관대한 그들의 가치, 이념을 생각해 보게 한다.

 

20여 년 내가 처음 성폭력 사건을 방청했을 때만 해도, 그런 식으로 진술하는 가해자를 보고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 가해자만이, 저렇게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안희정의 저 한 문장을 듣고 나는 매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p52)

 

어떻게 지위가 타인의 인권을 빼앗을 수 있습니까  바로 이 문장이다. 문장도 비문이다. 안희정은 최후 진술에서까지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지속적으로 정치적인 생명력이 있다는 뜻이리라. 자신은 잘못이 없고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정치 생명은 지속되리라는 자신감의 발로라 보여 진다. 이런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은 법정을 쉽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4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김지은의 진술을 배척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최초의 위력 간음이 다음날 아침 안희정이 좋아하는 식사 메뉴를 찾으려 한 것은 통상의 피해자들이 보이는 반응과 다르다는 것, 둘째, 사건 이후에도 제 3자에게 안희정에 대한 존경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 셋째, 피해 후유증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 업무를 잘 수행했다는 것. (p53)

 

재판부는 판단을 정말 정치적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1차 재판에서 안희정이 승소한 이유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재판은 정말 수많은 직장인이 겪는 업무 태도에 대해 모르는 것일까? 아님 모른 척한 것일까? 갑을 관계에 있는 숱한 을, 직장인은 견디는 법부터 배운다. 그것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이니까? 이런 사실을 간과한 재판부를 안희정 측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정희진의 글은 미투 운동을 중심에 두고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즉 미투의 선별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심각한 가정 성폭력과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자의성도 같지 않다. 이런 점들이 동등의 의미를 지니는 운동에 많은 문제점으로 드러난다. 미투 운동이 혁명에 비유되고 있음도 같은 맥락이다.

 

미투 혁명’,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혁명보다 더 정확한 명명은 없을 것이다. 모든 혁명은 미완이라는 의미에서, 곳곳에 반동이 매복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사회 구성원에게 충격과 격세지감을 안겨주었다는 면에서, 혼란 속에서는 늘 장사꾼과 밀정이 활보한다는 의미에서........ 모두 그렇다. 준비된 혁명은 없다. 언어도 제도도 구비되지 않은 혁명, 대안 없는 혁명, 매번 실패하기 때문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미투는, 혁명이 분명하다. (p84)

 

한채윤의 글은 춘향전을 재해석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생각해 보게 한다. 대체 남성에서 없는 정조 관념이 왜 여성에게만 있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 자체를 인권 침해요 성폭력으로 보고 있다. 즉 성문제에 있어 동의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의 입장에 대한 문제 제기다. 정조를 의무로 인식해 법적 제재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못내 분개한다. 문제는 성에 대한 차별이다. 역사 속에서 그 문제를 인식해 보도록 하고 있다.

 

가부장제가 만든 강력한 정조 이데올로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최선을 다해 거부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마치 기계가 스위치만 누르면 작동하듯 여성은 정조를 지키려고 본능을 작동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런 까닭에 법은 거부의 행동은 즉각적이고 동의는 침묵으로도 표현된다고 이해하며 불가능성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다룬다.136

 

지극히 남성 중심의 성적 편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만 왜 성관계에서 목숨을 걸고 거부의 몸짓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조라는 이상한 괴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오늘도 법정에서는 이런 것이 무기가 되어 있다. 설사 피해자가 원하지는 않았다 해도 상대의 의지를 꺾을 정도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법은 안희정 편을 든 이유가 되었다. 과연 그것이 이유가 될까 

루인의 글은 여성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논쟁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부에서 페미니즘과 퀴어를 선명하게 진영화 하려는 흐름에 비판적으로 개입한다. 즉 페미니즘의 논리로 이 문제 재해석하여 인식하려 한다. 모두가 동등하게 권리를 부여받는 인식을 요구한다.

 

젠더 개념이 인식되지도, 합의되지도 않는 한국 사회에서 왜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폭력이 되며,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렇지 않은가를 질문한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누가 진정한 여성이며 폭력의 개념은 누가 정하는가라는 문제까지 일깨운다. 젠더의 다양한 인식 문제가 이 부분에서 다뤄진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미투어려운 문제다. 오늘날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이 운동,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다양하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잘못된 것이 밝혀지는 것이라면 의당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미투의 문제가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사회 발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분리가 아니라 화합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책을 읽으면서 긍정을 하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본질과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회적 구성원들, 그것이 어떤 성이든 대등하고 나누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통의 마음으로 만나는 우리들의 언행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리가 주된 얘기가 되면 상처가 커진다. 분질을 망각하면 상처가 더 커진다. 조화와 인내, 그리고 사랑이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기억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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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폭력의 조건, 체계적 폭력, 혹은 폭력이라는 체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h | 2019.02.16 리뷰제목
폭력은 이미 체제를 이루는 일부이며, 동시에 그것은 특정한 젠더 규범을 (자신이) 체화하는 동시에 (당신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모양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러한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자기 통제 바깥에 있는 경험, 그리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한 바로 그 권력에 인정을 호소하는 경험. 왜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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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이미 체제를 이루는 일부이며, 동시에 그것은 특정한 젠더 규범을 (자신이) 체화하는 동시에 (당신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모양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러한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자기 통제 바깥에 있는 경험, 그리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한 바로 그 권력에 인정을 호소하는 경험. 왜 누군가의 삶은 통제와 저항과 좌절로 채워져 있는가?
이 책은 안희정 재판을 중심으로 가부장제 사회로, 그리고 그 속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갖는 의미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 안에서 반복된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오드리 로드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젠더 폭력’을 젠더 규범의 강요라는 권력의 작동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주인의 도구를 버리고 우리만의 도구를 만들려는 마지막 장의 시도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이 아니었을까.
핵심은 ‘성욕’이 아니라는 내용은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도 맞아떨어졌다. 캐롤 페이트먼의 논문 “What’s Wrong with Prostitution?”를 읽은 뒤에 나는 “왜 남성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접근권을 획득하려고 그렇게 애쓰는가?”를 끊임없이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성차별적 사회에서 남성은 성욕이 아닌 여성의 몸을 추구하게 된다. ‘성욕’은 단지 그 접근권의 추구를 자연적인 질서인 것처럼 본질화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그리고 이 접근권은 자신을 특정 젠더 혹은 위치에 기입하기 위한 도구다.
안희정 재판이 이 책의 가장 핵심 줄기로 위치한 건 단지 그 재판이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져서도 아니고, 안희정이 ‘잠룡’이었기 때문도 아니다. 이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이성애-이원 젠더 규범을 기반으로 굴러가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지배 권력이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수많은 삶을 압도하는지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투 운동의 배경, 역사, 전개, 지금의 현실과 변화, 그 속에서의 절망과 현실의 재해석,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무기로서의 인식론까지. 지금의 한국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폭력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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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폭력이 폭력으로 정의될 날을 꿈꾸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q*****2 | 2019.05.24 리뷰제목
사람이 죽었다. 자살이었다. 모든 죽음이 애통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다른 죽음보다 더 슬픔의 크기가 컸다.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많은 집단이 이 죽음에 연루됐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왜 우리는 지난날로부터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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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자살이었다. 모든 죽음이 애통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다른 죽음보다 더 슬픔의 크기가 컸다.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많은 집단이 이 죽음에 연루됐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왜 우리는 지난날로부터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가.

한 연예인의 죽음 이후로도 숱한 죽음이 발생했다. 여기서의 죽음이란 숨이 끊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그런 죽음도 있었다. 강남역에서 살해당한 여성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끝끝내 알지 못했다.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그 죽음이 발생한 까닭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던 이도 죽었다. 용기 내어 고백함으로써 더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고, 얼굴이 알려진 터라 다른 일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검사라 할지라도 일은 발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어쩌면 이는 진실을 고백한 죗값을 치르라는 사회의 요구일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묻고 싶다. 피해자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건에서 나는 권력의 불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해자는 적어도 피해자보다 강했다. 피해자의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자신이 지닌 힘을 업무를 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갈 때 활용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데도 사용했다. 왜 싫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까, 적극적으로 저항했으면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굳이 이제 와서 당시의 일을 들먹이는 건 보복 아닌가요. 사람들은 물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만일 피해자가 피해자다웠다면, 그럼 가해자는 처벌받았을까. 이미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피해자에게 스스로가 피해자답게 행동했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그 시점에서 어떻게 반응을 했건 간에, 사건은 발생했을 것이다. 아니, 적극적인 저항은 도리어 가해자의 공격성을 더욱 부추겨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 가정은 가정일 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한낱 가정을 들먹이며 판단할 순 없으며 해서도 아니 된다.

위력. 미투 사건의 본질로 이 단어가 언급됐다. 위력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 · 무형적인 힘을 말한다. 폭행 · 협박을 사용한 경우는 물론,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의사를 제압할 수 있다. 형법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 등에 있어서 범행의 수단으로 되어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내가 이해하기로 이는 폭력이었다. 지금의 미투 물결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비로소 말하기 시작해 표면으로 드러났지, 이전에도 이와 같은 형태의 위력은 종종 구사됐으리라. 가부장제가 보다 견고했던 시절에는 그것이 위력이라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아니, 여성은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도 가질 수 없었으므로 가해자가 제 신분과 지위를 활용해 폭력을 가할지라도 그러려니 여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단 여성에게만 이 문제가 해당하느냐, 이는 또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여전히 엄격하다. 여성스러운 남성과 남성스러운 여성. 자신이 타고난 성과 자신이 지향하는 성에의 차이를 지닌 사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차갑다. 그들이 남성/여성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경직돼 있다.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그들은 비정상이다.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은 그들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다른 처벌이 내려진다. 그들 역시도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프레임에 갇힌다. 남성도 여성도 아니므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식의 해석 또한 유효하다.

춘향이 지키려 했던 건 정조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 자신 또한 기생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춘향은 일종의 도박을 했다. 사회는 춘향의 시도를 정조를 지키기 위함이라 해석했지만, 춘향은 자신에게 제약을 가하는 신분제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했다. 오로지 정조 개념으로만 접근했던 ‘춘향전’ 달리 읽기가, 과연 이와 같은 시선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긴 할까. 폭력을 폭력이라 말할 수 있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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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미투의 정치학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m***s | 2025.02.06 리뷰제목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직장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노동 문제가 되고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적인 문제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는 네 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에서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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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직장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노동 문제가 되고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적인 문제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는 네 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에서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투 이후를 모색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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