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란?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자기 자신에게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이기적인 성격을 띤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모든 사람이 선(善)하면서 악(惡)한 것처럼, 긍정적 나르시시즘과 부정적 나르시시즘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런데 부정적 나르시시즘이 더 우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상대에게 정서적, 물리적 피해를 주는 ‘자기애(自己愛)성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정체성과 낮은 자존감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정과 평가를 토대로 인생 목표를 설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죄책감]은 잘 느끼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타인이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창피함[수치심]은 아주 잘 느낀다.
나르시시스트는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인해 그러한 불편한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폭발적인 분노감으로 변형시켜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수치심을 자극시키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그들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내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외부로부터만 자신의 행동을 조절 받는 것이 가능한 유형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조절 받지만 않는다면, 만행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pp. 31~32]
이는 나르시시스트가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의 ‘바운더리’도 쉽게 침범한다고 한다. 다소 낯설면서도 익숙한 ‘바운더리’라는 용어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하는 ‘AT필드’처럼 나를 나로 있게 해주는 힘, 즉 스스로의 진실된 정체성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형성한 심리적인 경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함부로 타인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남의 집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란 의미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첫 번째,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과대 사고와 자신은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특권 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은 조심하며 지키는 타인의 바운더리를 자신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타인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르시시스트는 충동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으면 참지 못한다. 상대방이 불편하든 말든 자신이 하고 싶기에 그냥 선을 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합쳐져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과 마땅히 지켜야 할 거리 조절을 하지 못하며 다른 이의 바운더리에 대한 존중이 없다. [pp. 39~40]
나르시시스트의 유형
이러한 나르시시스트의 유형으로는 크게 ‘과대형 나르시시스트(Grandiose Narcissist)’, ‘취약한 나르시시스트(Vulnerable Narcissist)’, ‘악성 나르시시스트(Malignant Narcissist)’,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Communal Narcissist)’, ‘독선적 나르시시스트(Self-Righteous Narcissist)’가 있다.
‘과대형 나르시시스트’는 가장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 유형으로, ‘왕자병’ 혹은 ‘공주병’에 걸린 것처럼 자신의 성취와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믿는다. 따라서 어디를 가든지 ‘내가 제일 잘 나가’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취약한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불편해하고 수줍어하며 내성적이어서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들은 주로 자신이 잘났지만 다른 사람 혹은 환경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근거 없이 비난한다.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평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다른 나르시시스트 유형에 비해서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으며, 신체적인 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등 공격성이 두드러지고, 다른 사람의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다. 또한 편집증적인 측면도 강하다.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는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선행(善行)을 하지만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칭찬과 감탄을 추구한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냉담하고 나아가 착취하거나 학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독선적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사고를 기반으로 자신이 고귀하기에 자신이 하는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자신의 가치를 커리어적인 성과와 재정적인 성공, 그리고 권력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오로지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우리를 어떻게 조종하는가
나르시시스트들이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가스라이팅’이다.
‘상대를 가스라이팅한다’는 의미는, 상대가 인지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 느끼고 있는 감정, 지니고 있는 기억들이 마치 사실이 아닌 것처럼, 잘못된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유도해서, 실제로 현실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대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도록 조종하는 것이다. [p. 172]
그런데 상대방이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를 벗어나려고 하면 그들은 비꼬는 말을 하거나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고 상대가 아끼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언행을 보인다.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화를 돋우어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을 ‘미끼’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상대방이 따라주지 않으면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도 나르시시스트의 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를 통해 주변 사람들은 물론 상대방조차 ‘내가 크게 잘못을 한 건가?’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과도한 애정 공세로 관계 초반에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러브 바밍(love bombing)’도 나르시시스트가 겉으로 화려하게 ‘~인 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넘쳐나는 허세 가득한 포스팅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러브바밍은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과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이기도 하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자체가 완벽하다고 여겨지면, 그 안에 있는 자신도 덩달아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기에, 지금의 관계를 완벽한 관계로 이상화한다. 그런데 완벽한 관계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짧은 시간 내에는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아직 미숙한 관계를 마치 영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벤트의 연속으로 포장하여 완벽한 관계인 것처럼 비추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평소 스스로에 대해 지닌 과대성을 연인 관계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결핍감으로 인해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물밑에 지니고 있는데, 러브바밍은 그런 두려움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p. 194]
한 마디 더하자면, 나르시시스트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존재가 그들의 조력자인 인에이블러(enabler)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실질적인 이득을 보거나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무지하거나 매사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벗어나려는 희생자를 다시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로 끌어당긴다.
나르시시스트는 조력자 없이 혼자서 존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나르시시스트가 막강한 힘을 얻고 잘못된 언행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가정이나 직장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 나르시시스트의 잘못을 묵인하고 지지해주는 특정 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pp. 207~208]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벗어나라면
저자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첫째, 상대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둘째, 나르시시스트가 변화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셋째,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대응법으로는
첫째, 자신의 육감을 신뢰하라.
누군가를 만났는데 왠지 모르게 소화가 잘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고, 어질어질한 느낌 등이 있다면 이는 내 몸에서 상대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p. 221]
나르시시스트들은 근본적인 심리 구조가 비슷해서,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나 말투나 목소리 톤, 미묘한 표정이나 몸짓 등이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 나르시시스트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뇌에서 보내는 부정적인 신호에 대해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말라. [회색돌 기법]
상대방이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이득을 보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을 옆에 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 말려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배경처럼, 마치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않는 회색돌처럼 행동하면 된다.
셋째, 자기방어는 쓸모가 없다.
애초에 내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나르시시스트에게는 비난에 대한 자기 방어가 아무 효과나 의미가 없다. 오히려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에 대해 방어를 하는 것은 말꼬투리를 잡힐 만한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필요하다면 객관적으로 일어난 사실만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면 된다.
넷째, 나르시시스트와 거리 두기를 해라.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대상에 대한 중상모략을 지속적으로 하고 주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조종하려고 하면,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거리를 두면 된다.
만약 물리적인 거리 두기가 어렵다면 정신적 거리 두기를 하면 된다. 여기서 정신적 거리 두기는 내가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깨닫는 것,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에 대해 상대에게 일체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르시시스트와 전혀 관계되지 않는, 깊이 있는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친구나 지인들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나르시시스트가 하찮은 호의만 간간히 상대에게 베푸는 ‘브레드 크럼빙(bread crumbing)’을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간헐적 보상과 처벌을 번갈아 주는 가운데, 상대방이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에 대해 강력한 애착이 형성되고 관계에 중독되는 ‘트라우마 본딩(trauma bonding)’이나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 중의 경험이나 상황에 대한 ‘반추(反芻)’ 등을 통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이런 반추와 집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의 왜곡된 언행에 대해서 아무리 혼자 고심한다고 해도, 이 관계를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이런 반추는 나르시시스트에게 받은 상처에 집착하면서 스스로에게 이차 가해를 가하는 격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나르시시스트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런 집착과 반추를 할 시간에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일들을 더 시도하자.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평소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등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다. 그 동안 나르시시스트에게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 사람에 대해 반추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괴롭히지는 말자. [pp. 282~283]
참고로 나르시시스트가 잘 꼬일 수 있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높거나 상대방의 가장 좋은 것을 보려고 하고 용서를 잘 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토네이도 미디어그룹㈜’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아보다가
유튜브 토킹닥터스를 접하게 되었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보에 이끌려 구독하게 된
구독자입니다.
그 좋은 내용을 이렇게 텍스트로 소장해서
언제든지 다시 읽어볼 수 있다니 정말 좋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나르시시스트가 있지만
그들을 분별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서
이미 오랜시간 정서적으로 착취당한 후에나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거든요.
정말 이 세상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인생과 시간을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토킹닥터스를 통해
자신과 나의 가족, 이웃도 지키게 됨은 물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까지도
깊게 생각해볼수 있었습니다.
선물용으로는 너무 좋죠.
다만, 미리 읽어보시고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