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저자 리틀타네, 웅진지식하우스, 2023년
이 책의 저자 리틀타네는 조금 이른 나이에 귀촌을 감행해 시골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유튜버이자 프리랜서이다. ‘넘어지면 쉬어가자’는 자신만의 철학에 따라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유튜브 채널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에 기록하고 있다. 채널명의 “리틀타네”는 뉴질랜드 마오리 신화에 나오는 숲의 신의 이름이라고 한다. 저자는 지금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지만 과거엔 이력서에 한 줄 더해보겠다고 밤낮없이 일과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러다 건강이 크게 무너졌고, 한 번 사는 인생을 이렇게 보낼 수 없기에 모든 것을 바꿀 결심을 하고 조용한 시골집에서 정원을 가꾸고 농작물을 키워내며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지금도 ING중인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의 기록이다.
# 스무 살, 인도행 티켓을 끊다.
...익숙한 경로에서 벗어난 삶은 나로 하여금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자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신세계를 바라보며 여태 나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건 전부가 아니었고, 옳다고 믿었던 건 내 주관적 견해에 불과했다. 잃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것들은 없어도 큰일 나지 않았으며,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막상 겪으면 별일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곳에서 바라본 내 삶은 그리 잘못되지도 위태롭지도 않았다. 나는 아마도 잘 살아가고 있었다.
# 그러니까 한 번 더!
...중요한 건 인생이 과정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갓난아기도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는데, 어른의 사정이라고 다를리 없다. 일곱 번 넘어졌다 일곱 번 일어나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달리든 걷든 구르든 넘어지든 제자리걸음만은 하지 않는 것. 이 역시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 사랑에 이유가 있나요
...생명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른 행위로 대신했다. ‘비가 온 다음날, 지렁이를 줍고 다니기.’ 그게 내가 택한 일이었다. 배가 내리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지렁이들이 인도로 기어 나왔다.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지렁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길 바닥 위에서 햇빛에 말라 죽거나 사람들에게 밟혀 죽기 일쑤였다.
그걸 보는게 고통스러웠다. 지렁이가 징그럽거나 그것이 죽어가는 모습이 끔찍해서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살고 싶어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사용해 그들을 풀숲으로 옮겼으나, 조금만 건드려도 이 녀석들이 몸부림을 치는 통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피부도 연한 것들이 이러다 크게 다치는 건 아닐지 겁이 났다. 그래서 결국 손으로 지렁이를 집기 시작했다.
...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다’는 사실을,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다.
# 버티며 살지 않겠다는 결심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삶은 유한하고,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우린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다만 우리의 선택이 만든 풍경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언제가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버티긴 뭘 버텨, 그냥 사는 거지.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순간들도.
# 돈 안 되는 일을 사랑한다는 것
...우린 꼭 무엇인가가 되지 않아도,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다.
완벽하거나 특별하거나 독보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나만의 세계에서 나만의 일을 하며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분명 인생이 끝에는 어딘가 도달해 있지 않을까? 먼저 인생을 살아낸 세상의 다른 모든 이들처럼 말이다.
# 에필로그 ? 나와 내 인생을 의심했던 모든 ‘나’에게
...인생의 징검다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기분이랄까? ‘만약에’라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것을 끝내 붙잡았던 것 같다. 결과는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괜찮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용기의 기록이 쌓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진다. 인생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난 오늘도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와도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썩 잘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유쾌하고 솔직한 문체로 쓰여져 있다. 읽는 동안 내가 저자와 친구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삶에 대한 고민과 해답이 공감된다. 저자의 시골 생활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책 사이사이 귀여운 일러스트가 눈에 띤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책의 구성이 다소 단편적이고 반복적이다. 저자가 겪은 일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다. 책을 흐름이 좀 더 다양했으면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튜브를 구독하여 보고 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유튜브의 내용을 좀더 길게 각색하여 한 에피소드로 구성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든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인생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포기하고 버린 것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좀 웃기는 이야기 일 수도 있는데 마치 현대판, 한국판 빨강머리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빨강머리앤이 대한민국에 태어나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피식 웃었다. 아마도 일러스트가 주는 이미지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반복된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귀촌 라이프에 대한 꾸밈없는 이야기로 위로와 희망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그래서 이 책을 지금 리플레쉬가 필요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생 중반이 지나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외갓집 근처로 이사 가리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복잡한 서울의 삶에 지치기도 했고 어디든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책 없이 생각한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외삼촌들은 언제든 내려오라고 환영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나이에 귀촌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에는 늘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 책은 30대에 취업, 연애, 결혼을 모두 포기하고 귀촌을 단행한 유투버이자 프리랜서인 리틀타네의 공감 에세이다. 작가의 배경만으로도 뭔가 깊은 공감대가 형성될 것만 같아 보인다. 책 표지만 봐도 그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쏟아부은 작가의 귀촌 이야기가 기대된다.
세상의 잔소리 대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행복을 찾아 떠난 작가의 삶은 좌충우돌 우당탕탕 실수와 배움이 반복되는 유쾌한 삶이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시골 생활을 함께 읽으면서 나 역시 기분이 한결 유쾌해졌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까지 잠시 나만의 타임아웃을 갖게다는 그녀의 삶의 모토가 예사롭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필요한 만큼 쓰면서 자신의 선택을 믿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그녀의 당당함이 참 좋았다. 물론 매일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답을 풀어나갔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과정이란 걸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냈다.
시골에서의 삶은 도시에서의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도 작가는 버티는 삶이 아니라 멈추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간다. 작가의 호미질 라이프는 내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나의 30대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40대가 된 지금 내 삶은 제자리다. 지금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도전조차 망설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고 싶어졌다.
p. 245-246
‘만약에’라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그것을 끝내 붙잡았던 것 같다. 결과는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괜찮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용기의 기록이 쌓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진다. 인생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