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주변에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면 모를까 대다수 여성은 출산과 육아의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예전과 달리 남편이 육아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육아의 주체는 여성인 경우가 많고 이런 스트레스로 오는 산후우울증의 문제를 사회 전반적인 지지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 책 『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에는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작가 4인의 시선으로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씁쓸하고도 섬뜩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부하 - 한수옥
초등학교 교사이자 남편의 도움 없이 두 아이의 양육을 전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승연, 승연의 반 학생 지훈이의 엄마가 산후우울증으로 자살하려 하고, 승연의 모는 손주들을 돌보느라 노년을 보내며 초기 치매를 진단받는 이야기.
#네메시스 - 박소해
베테랑 시터 한이수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산모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재벌가로 들어간다. 안방에서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희는 사실 한이수의 딸이었다. 과거 한이수는 산후우울증으로 갓 돌이 지난 딸을 두고 집을 나와 이혼 후에 딸을 만나지 못했었다. 딸 주희와의 재회, 이 집을 둘러싼 비밀, 한이수의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
#Mother Murder Shock - 한새마
5개월 된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였다고 자살을 시도하며 죽음을 눈앞에 둔 혜서. 자신이 정말 아이를 죽인 것이 맞는지 기억을 더듬지만, 산후우울증으로 약 복용 후 혜서의 기억은 온전치 못하다.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돌봐주는 시어머니 정인이 주는 스트레스로 산후우울증은 더 심해져 베이비시터 이나를 고용하지만, 이나 또한 남편 은호를 유혹하려 한다.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혜서가 기억하는 아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 김재희
모텔에 함께 들어간 여성이 아이의 아빠를 구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며 카터 칼로 상해를 입혔다는 남성의 신고를 받고 조사하는 여성청소년과 형사 강아정. 아기 울음소리가 심하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홀로 아이를 돌보는 이해주의 집을 찾아간 사회복지사 서성민. 해주는 친절한 성민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선을 넘는 행동을 해 성민은 거리를 두려고 한다. 이후 집요하고 이상한 해주의 행동이 지속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과부하>에서 육아는 아이의 부모를 넘어서 조부모에게도 책임이 전가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 또한 항상 야근하는 남편과 육아를 나누지 못해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직장과 육아를 겸할 수 있었기에 승연이 겪는 육아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또한, 엄마가 느꼈을 손주를 돌보는 고단함이 느껴져 이 이야기를 편히 읽을 수 없었다.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일련의 이야기들은 산후우울증이 가진 심각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 최저 출산율의 심각성을 말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과 이런 산후우울증조차 개인의 몫이 되는 이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행복도 보장될 수 없다. 누구나 산후우울증을 겪을 수 있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에 직면한 누구나 도움을 받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배려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성애라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 아이가 생기고 열달동안 배 안에 품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걸까? 아니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그 과정을 지켜고 아이가 자라는 것을 도와주면서 생기는 것일까? 선천적으로 여자라면 무조건 다 모성애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 걸까? 모성애가 없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도 정상으로 보아야 하는 걸까.
너만 죽으면 나는 마침내 자유로워질까?
155p
자신의 몸 속에서 열 달동안 품고 아파하며 낳은 아이를 자신으 손으로 죽이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비단 산후우울증이라는 그런 증상이나 병명으로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사실이다. 어찌하여 그들은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그것은 정말로 모성애가 결핍된 단지 그것 때문일까.
<복수하는 여자들>이라는 부제의 이 책의 제목인 네메시스는 원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복수의 여신을 의미한다. 표제작인 <네메시스>에서는 아이를 낳은 한 엄마가 등장한다. 작은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아이와 함께 안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안방에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는 그녀의 남편은 유명한 베이비 시터를 붙여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를 나오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는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며 그녀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벌집의 상황이라서 마구 공감은 할 수 없겠지만 어딘선가 이런 일이 있을 법도 하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분명 가십거리가 주요 기사가 되는 그런 잡지에 실렸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에 비해 <과부하>라는 제목의 한수옥 작가의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부부와 남매가 사는 4인 가족. 아침마다 엄마는 아이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한다. 아이들을 깨우고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아빠는 느긋하다. 보통 때는 몰라도 술에 취해 정신없이 들어온 다음날이면 자신 한몸 추스리기도 바쁘다. 전업주부가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엄마는 더욱 마음이 급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자신도 늦어버릴 지경이니 말이다. 그런 일상이 쌓이면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그들의 대처방안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엄마는 만만하다고 해도 엄마의 일상이 있는 것이고 아이를 맡기려고 생각했다면 무작정 처들어갈 것이 아니라 미리 전화를 해서 엄마의 일정을 물어봤어야 한다. 그런 점이 아주 못마땅하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기분이 나빴다고나 할까.
<마더 머더 쇼크>라는 영문의 제목은 조금 낯설다. 나는 아들을 죽였다라는 문장이 차 창에 쓰였다. 그런 상태에서 물에 쳐박힌 차 안에서 깨어난 한 여자. 문장을 보는 순간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는 생각이 난다. 손바닥을 펴보니 믿지 마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누굴 믿지 말라는 것일까. 자기 자신인가 아니면 저 문장인가. 나는 내 아들을 죽인 걸까 죽이지 않은 걸까. 심리적인 밀당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라는 제목의 마지막 작품은 현실적인 면과 더불어 비사실적인 면이 조금 더해졌다는 생각이다.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해주. 사회복지사 성민은 아이가 자주 운다는 민원을 받고 확인차 그녀를 찾았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안하는데 그녀는 성민이 자신을 맡아서 담당을 하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단서를 단다. 그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아이를 낳아 보았다면 지금 아이를 기르고 있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엄마와 아이 그리고 육아와 가정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여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그 나이 대의 엄마들이 보면 더 공감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적어도 과부하에서는 마치 내 이야기가 하면서 정말로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산후우울증에 대한 여성작가 4인의 엔솔러지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의 <네메시스>를 읽고
아이를 죽이고 싶을만큼 괴로움과 고통
-산후우울증에 대한 여성작가 4인의 엔솔러지 소설집-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는 과연 축복인가? 나 또한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산후우울증이 무엇인지, 그 고통과 괴로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다니던 직장을 잠시 출산과 육아로 휴직을 하고 첫째를 키우고, 둘째를 키웠다.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은 말이 쉽지 그 일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면 아마 미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아에는 쉬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직장에서는 잠시 직장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커피 마실 시간도 있는 데 말이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여성은 엄마가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자아 상실감도 포함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혼까지 파괴되고 육아가 영혼까지 잠식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 또한 심하지는 않지만 산후우울증이 왔다. 그리고 그 우울증 극복의 방법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부터 나에겐 책은 나의 육아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산후우울증, 아마 그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산후우울증으로 고통의 나날들을 겪고 있다. 엄마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고통과 형벌이다. 때론 그 결과가 자살로도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지만, 그에 대한 처방이나 해결책은 없다. 그저 우울증약만 복용할 뿐이다. 왜 남편들은 자신들의 아내가 왜 우울해하고 고통받는지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한다. 그저 방치되고 여성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겨지니 너무나 안타깝다.
이 책 『네메시스』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엔솔러지 소설집이다. 여성작가 4인의 각자 출산과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그녀들 스스로가 엄마이고 육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고 정말 천사같이 예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주 그 축복과 증오 사이를 경험하게 된다.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천사같이 예쁘고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이가 나한테 왔을까 행복감에 젖는다. 하지만, 악을 쓰며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잠투정 부리면 아이는 어느새 엄마에게 악마같은 존재가 된다. 아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라면 크든, 작든 산후우울증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쩌면 산후우울증은 출산의 기쁨 뒤에 오는 후유증일지도 모른다. 개미지옥같은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는 누군가에는 우울증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부싸움, 가정불화를 거친 이혼으로, 심지어는 삶의 의지를 포기하는 자살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수옥 작가의 『과부하』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위험에 빠진 지훈의 엄마 윤지를 보면서 산후우울증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승연의 이야기와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윤지의 이야기가 대비가 된다. 그녀들에게는 아이들의 아빠인 남편들은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않은 채 술에 취해 귀가하거나 자신의 자유 시간만을 즐긴다. 특히 워킹맘인 승연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서 더욱 공감이 갔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며 아이들 챙기랴, 직장 나가서 일하랴, 가족 행사에 참여하랴, 정말 자신의 시간은 단 한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과부하'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나 남편들은 그런 아내들에 비해 너무나 여유롭다. 마치 육아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이렇게 남편들이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않고 나몰라라하면 윤지와 같이 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왜 자신이 낳은 아이가 예쁘지 않으랴. 그러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의 자존감까지 빼앗아간다면, 윤지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딸이 제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 먹는 병균 같았다. 진저리치게 아이가 싫었다. 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p. 30-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엄마는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행복을 포기한 채 아이를 위해 희셍해야만 했었다. 오직 '엄마'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엄마 혼자서 낳고 키우는 것에 아니다.독박육아는 분명 윤지의 경우처럼 한계상황에 다다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것이다. 아이의 아빠, 할머니 등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산후우울증은 여성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제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도와주지 않은다면 엄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먄 다 접어야 한다는 것을.
이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건 그런 거라는 것을.
-p. 38-
박소해 작가의 『네메시스』는 미스터리 소설에 가깝다. 산후우울증을 간접적인 소재로 선택했지만 오히려 네메시스, 그리스 신화 속 복수의 여신의 의미를 담아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2년 전에 딸을 버린 엄마와 32년 후에 친엄마를 만난 딸, 모녀가 만난 계기는 산후우울증이었다. 처음에는 엄마와 딸이 만나서 못다한 모정의 정을 나누는 이야기로 가면서 육아에 무심하고 무책임한 딸의 남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이 일어나 결국 그 복수의 대상은 남편이 아니었다. 그러면 과연 딸은 누구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한새마 작가의 『Mother Murder Shock』도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첫 부분이 이렇게 시작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과연 누가 5개월 된 아들을 죽인 것일까.
‘나는 살인자다.
5개월 된 아들을 죽였다.
그래서 지금 자살하는 중이다.’
-p.160-
아기가 죽고 엄마는 자살하는 상황인데 어딘지 좀 이상하다. 엄마는 왜 5개월 된 아들을 죽였으며, 왜 자신은 자살하려고 하는지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차 안은 점점 저수지의 물이 차오르고 그녀는 익사당할 위험에 처한다. 이 책 속에는 3가지 관점의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각각 엄마의 시점, 베이비시터의 시점, 시어머니의 시점으로 된 3가지 이야기가 존재하며 그 이야기의 끝은 '아이의 죽음'이다. 처음에는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엄마가 자신의 아들인 노아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 또한 후반부에 충격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노아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노아는 살아있는 것일까.
먼저, 사랑하는 남편이자 노아의 아빠 ‘은오’, 손자 사랑이 끔찍한 시어머니 ‘정인’ 그리고, 혜서가 운영하던 요가센터의 수강생이었던 베이비시터 ‘이나’이들 중 이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김재희 작가는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엄마 해주와 그녀를 도와주러 나온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인 성민, 여성청소년과 형사인 아정이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어느 날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자에게 모텔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범죄 피해 신고를 받게 된 아정은 그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한다. 한편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걸린 해주는 아이가 밤마다 울어대도 아이를 달랠 힘조차 없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외로움에 떨고 있다. 그래서 해주는 자신이 필요할 때 기꺼이 챙겨주고 돌보아주는 마음씨 착한 성민애게 특별한 감정까지 품게 된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기꺼이 도와준 성민을 통해 엄마 혜주는 아이 아빠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지나친 집착은 폭력을 불러오게 된다. 급기야 엄마 해주는 딸 다연이를 베란다에서 떨어뜨리려 한다. 형사 아정의 간곡한 부착과 아정의 친정 어머니를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형사 아정과 사회복지사인 성민은 아이와 엄마를 모두 구하게 된다. 엄마 해주는 너무나 힘들고 외로워서 잠시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엄마 해주의 괴롭고 고통스러운 육아 현실을 알게 된 그들은 기꺼이 그녀를 돕고자 한다.
"다 잘될 겁니다. 우리가 다같이 도와드릴께요. 혼자서 떠안지 마십시오. 이해주님."
-p. 263-
결국 죽을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운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들, 지차체 기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축복이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행복에 빠져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가족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잠시 '엄마'의 직무를 내려놓고 '직무유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이여! 그대들은 진정 위대한 인간이다
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네메시스는 ‘천벌’ ‘인과응보’ 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으로 절도(節度)와 복수(復讐)를 관장하고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고 한다….
한수옥<과부하>, 박소해<네메시스>, 한새마<마더 머더 쇼크>,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등 네 편의 앤솔로지소설은 ‘산후우울증’이 주제다. 출생과 육아 스트레스에서 오는 우울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제각각의 무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수옥<과부하>는 82년 김지영, 다른 김지영들의 삶을 본다. 아이의 출생은 축복인가, 불행인가, 초등학교 교사인 승연과 회사원인 남편 정식,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별다름이 없다. 대단히 사실적이다. 이렇게 소설화되니 우리의 평범한 아니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들이 새롭게 보인다. 출산이 아니라 출생이라고 하련다. 아이의 태어나는 것은 여성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남편과 함께 그들의 2세를 낳았고, 함께 길러야 하는데…. ‘육아 독박’, ‘돌봄 독박’은 인제 그만, 나 혼자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냐?.
내년에 첫째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훈이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배변 실수를…. 승연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화장실에 지훈을 데려가 씻기고, 지훈 엄마 윤지에게 배변 실수 이야기를 한다. 윤지는 만사가 귀찮다. 지수를 낳은 후, 독박육아에 시달린다. 엄마 바라기인지 정신적 문제가 있는 건지 애착이 심한 지수 때문에…. 승연은 지훈에게 무관심한 엄마…. 지훈을 집(아파트)으로 데려다주는데, 때마침 지수를 데리고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는 윤지를 발견하고….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딸이 제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 먹는 병균 같았다. 진저리치게 아이가 싫었다. 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30쪽) 는 윤지,
이렇게 엄마 두 사람의 이야기….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 이른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 승연의 남편 정식은 아이 둘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여행이라도…. 친정엄마 미영은 얼마 전 병원에서 치매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친구 인숙과 오랜만에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려는 날, 집으로 들이닥친 딸 승연 부부, 그리고 손주들, 엄마 친구 은숙은 꾀를 낸다. 친정엄마가 치매기가 있다는 걸…. 기화로 미영은 ‘아이들을 잃어버렸다고’ 딸 승연에게 전화하고…. 은숙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왜 아이를 맡겨놓고 어디에 있냐고…. 미영은 승연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엄마의 치매가 현실로 다가온다. 1주일 후, 친정엄마와 친구, 여행을 떠난다…. 은숙 이모는 내 작전 어때, 돌봄 독 박도 인제 그만…. 기가 막힌 복수, 메네시스다.
박소해의 <네메시스> 한 선생은 중년이다. 30년 전에 딸 주희의 돌잔치가 끝난 후, 주희를 목욕시키면서 정신이 몽롱했다. 졸고 있었다. 자지러지는 딸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내려다보니 양손으로 딸을 목을 조르고 있음을….
“죽어. 죽어. 죽어버려. 내 인생을 망친 악마, 네가 태어나고 나에게 단 하나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어. 주희의 얼굴은 점점 붉게….(155쪽)
산후우울증이다. 한 선생은 더 이상 집에 있다가는 진짜, 딸을 죽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30년…. 딸 주희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다. 아이를 낳고, 두문불출이다. 산후우울증?, 이렇게 살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변호사였던 주희…. 생모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고, 도우미로 불러들이기 위해 작전을…. 배우 출신의 시어머니와 남편(게이 성향), 첫 번째 아내를…. 그리고 두 번째 결혼을…. 산후우울증을 겪는 시늉을 하면서 처방받은 약을 몰래 버리며…. 뭔가를 찾는 주희, 운전기사 김 기사는 탐정….
복수하는 여인들, 언제 희생물이 될지 모르는 딸을 위해 한 선생은 딸과 함께 지옥 같은 시집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복수다. 무사히 탈출, 재벌 남편과도 이혼을, 그 집에서 가지고 나온 넉넉한 자금으로 셋이서 한적하게 생활하는데…. 아마도 이제부터 친정엄마를 향한 주희의 복수가 시작될지도, 메네시스다.
한새마의<마더 머더 쇼크> 시어머니 정인과 남편 은오는 모자가 아니라 연인관계다.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인은 은오와 필라테스 요가 차이센터를 운영하는 혜서와 결혼을 추진, 혜서는 은오에게 첫눈에 반하고 결혼했다. 맘에 걸리는 한 가지, 혜서는 은오가 중학생 때 이혼,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들 노아가 태어났다.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는다. 어느 날, 노아에게 젖을 먹이다가 깔아뭉개 죽였다…. 과연, 번쩍번쩍한 아파트는 월세, 스타트업은 커녕 이들은 혜서의 재산을 노렸다…. 결국은 은오아버지가 나타나고, 경찰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사연들, 메네시스다.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강아정, 5살 때 아빠가 죽었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됐다. 먹고살아야 했으니, 보험설계사 일을 했다.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데면데면한 모녀, 결국 엄마는 재혼했다. 그리고 아정은 엄마를 찾지 않는다. 혜주는 혼자서 젖먹이 다연이를 기른다. 성민의 사회복지공무원이다. 독박육아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혜주, 다연이 아빠는 그들 곁을 떠났다. 다연이가 밤새 울어,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신고를 접한 성민이 혜주의 집으로 찾아가고,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 하는 혜주는 성민에게 집착하고, 아이 아빠가 돼줬으면 하는 젊은 여자와 모델 방에 들었다가 커터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성폭력범으로 오인당할 것 같아, 상해신고를 했다는 강모씨, 젖먹이가 있는 여자였을 것이라는….
강아정은 모텔CC TV에 찍힌 혜주를 확인하고, 그의 집을 찾아가고, 혜주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말을 듣고 혜주 집을 찾은 성민…. 아정이 혜주 집으로 들어가려 하고, 혜주는 다연이를 데리고 죽으려고 베란다에…. 이를 말리고 다연이에게 빈전을 물리는 강아정, 엄마도 이랬을까, 어린 아정과 살아갈 날들을…. 얼마나 고민했을까? 메네시스
메네시스를 그려내는 작품들, 한수옥 소설의 반전과 박소해의 주희 엄마 한 선생의 비밀과 마지막에 복수라는 말의 여운을, 마더 머더 쇼크….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구성 막판 뒤집기 역시 반전이다. 그리고 김재희의 산후 우울의 리얼리티, 강아정의 메네시스 엄마를 향한 이해…. 이 역시 반전이다. 메네시스다.
꽤 신선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 소설은 여성 작가…. 출생이란 산후우울증이란 그 영역 안에서 남성이란…. 꽤 긴 여운이 남는 소설들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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